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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7/03/08 02:18:36 |
Name |
The xian |
Subject |
esFORCE의 칼럼 '기득권'에 대한 반론 |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칼럼은 대전제부터 잘못된 칼럼이다. 팬을 언급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팬을 언급하는 것으로 끝난 칼럼이,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사이트에 애정을 가지고 그림을 그려 오는 분(디시인사이드의 노동8호님 이야기입니다.) 말처럼 이 칼럼엔 '팬'의 소리는 온데간데 없고 '펜'의 소리로 시작해서 '펜'의 소리로 끝난 칼럼일 뿐이다.
여기에 '팬'이라는 것은 활자상에만 존재할 뿐 실제로는 이 칼럼의 어디에도 팬의 소리는, 팬의 입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나 처음엔 맞는 말로 시작한다
서두부터 뜯어 보자.
기득권이라는 용어의 정의를 이야기한 것이야 각종 포털사이트만 뒤져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것이니 넘어가자. 하지만 한 마디 하자면, 이런 전개 방식을 사용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부족한 논리를 사전이라는 '객관성'을 방패로 삼아, 속된 말로 '조금이라도 더 먹고 들어가려고'하는 얄팍한 수단으로도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추정에 사전적 정의만큼의 근거를 댈 수는 없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다음으로 E-Sport를 방송사가 도구로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는데, 그 말은 방송사의 특성상 맞는 말이 될 수밖에 없다. 방송사에겐 프로그램이 당연히 돈벌이 도구이고, 이름을 알리는 도구이다. MBC가 '주몽'으로 이름을 알리고 광고료 등으로 돈을 버는 것처럼, 온게임넷이건 MBC게임이건 스타리그, MSL, 프로리그를 통해 광고를 유치하고 돈을 버는 것은 당연한 경제 활동이다.
여기까지만 읽어 보면 이 칼럼의 주장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잘 모르겠을 수도 있다. 무리도 아니다. 여기까지는 당연한 말만 써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 방송사가 스스로의 경제 활동을 위해 e스포츠를 도구로 사용했다'는 식의 말을 꺼내면서 서두에 든 말, '양 방송사는 과연 정당한 절차를 밟아 방송중계권을 차지했는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순서다.'라는 소리부터 이 칼럼의 원대한 삽질은 시작된다.
지금 협회의 공식 파트너사가 어디인지는 알고 있는가
이 대목을 읽었을 때 난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이 칼럼을 쓰신 분은 지금 KeSPA 홈페이지 '파트너'부분의 '창단기업'란에, E-Sport 미디어 란에 어느 회사의 이름이 올라 있는지 대체 알고 이 글을 썼을까 하는 것이다.
창단기업과 E-Sport 미디어 란 두 곳에 모두 자신의 이름을 올린 회사는 단 두 곳 뿐이다. 바로 이 칼럼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는 온게임넷과 MBC게임이다. 아무리 툭탁거리든 그건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지만, 적어도 현재 KeSPA의 E-Sport 미디어이자 파트너사로 공식적으로 올라 있는 회사에게 유일한 E-Sport 언론이란답시고 있는 곳이 '정당한 절차를 밟았느니 아니니'하는 식으로 - 그것도 외부 기고가도 아니고 명색이 편집장 칼럼쯤이나 되는 곳에서 - 말하는 식으로 판을 흔드는 것은 내가 알기로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간 일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 적어도 이 칼럼에서 품고 있는 본래 의도인 - '방송사가 과거에 이러한 절차가 불분명했던 시기에 방송권을 선점했고, 지금 그 권리를 독점하고 있다'는 식의 얼토당토않은 논리를 수긍시키기보다는, KeSPA가 공식적으로 인정하여 대외적으로 공표한 E-Sport 관련 파트너사를 공격함으로써 'KeSPA와 양 방송사는 물론 esFORCE의 권위와 공신력까지 동반 추락하는 자승자박의 결과를 낳는다'는 쪽이 더 수긍이 쉬워지게 되기 때문이다.
한 예를 들자면, MSL의 전신인 KPGA는 2001년 협회에서 공동 주최 조인 / 출범을 했다는 소리가 다른 곳도 아니고 KeSPA의 연혁에 나와 있는데, 이 말대로 따지면 KPGA에서 MSL까지 리그를 중계한 MBC게임의 행동은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라는 아주 해괴한 망발로 이어지게 된다.
설령, 백번 양보해서 온게임넷과 MBC게임이 그러한 식으로 '헛점'을 이용해서 '부당하게'중계권을 취득했다고 하자. 그러면 과연 그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그러나 이 칼럼에는 그러한 '부당성'(?)에 대한 근거 이야기는 빠져 있다. 어이없게도 그 다음에 나오는 이야기는 이들이 중계를 시작하고 뿌리를 내린 99-2001년 시기가 아니라, 타임머신이라도 탔는지 2007년 초로 넘어왔다. 그러고서 꺼낸 이야기가 온게임넷의 2006년 순익 규모가 20억원선이라는 식의 이야기이다. 물론 20억원이라면, 일반 서민에겐 큰 돈이다. 하지만 방송사에게 연 순익 20억원이라는 규모가 크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의문이다. 매우 궁금하다.
진실 은폐 수단 - 돈에 대한 트라우마
물론 이 글은 '칼럼'이다. 그런 데에 대해서까지 설명할 이유도, 지면도 없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숫자 놀음으로 마치 온게임넷이 '대단한 수익을 낸 양' 말하기 쉬운 것도 당연하다. 이렇게, 이 칼럼은 '어떻게 정당하지 않게 양 방송사가 중계권을 취득했느냐'라는 물음은 구렁이 담 넘듯 회피한 채 돈 액수로 적잖이 트라우마를 받은 적이 있는(대표적인 예는 전두환씨의 '29만원'같은 것이리라) 우매한 대중들을 '20억'이라는 숫자로 속인다.
그리고 사실. 진실을 말하라는 소리에 있어서는 회피할 수밖에 없다. 프로게이머란 직업과, 그들이 뛰는 대회가 정착하는 과정에서 우후죽순격으로 많은 리그들이 생겼다가 없어지고, 취소되고, 기득권 싸움이 벌어지는 그런 와중에는 정말 말로 하기도 어려운 비하인드 스토리와 별별 암투가 뒤얽혀 있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기 때문이다. KeSPA가 - 물론 그 때는 그 이름이 아니었겠지만 - 그 당시 그 상황을 규정도 미비하고 경험도 없던 상태에서 제대로 관리할 능력이 있었을 리가 만무한데, 그것을 이야기할 턱이 없고, 그 상황을 어쨌든 눈 뜨고 지켜봤을 이 칼럼의 작성자 역시 그에 대해 진실을 말할 리가 없다.
서비스에 대한 개념도 없으면서 서비스를 논하다니...
각설하고, 삽질은 계속된다. '양 방송사는 스스로의 경제활동을 했다는 것이 증명된다.'라고 말하면서 두 가지 전제를 들었는데. 하나는 맞을 지도 모르지만 하나는 분명히 틀렸다. 그리고 그 틀린 전제는 역시나 팬을 들먹인 쪽이다.
'방송국에서 e스포츠 팬들을 위해 제공한 서비스는 무엇인가.'라니. 내 입가에서 썩은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방송사가 '방송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최사의 한 축으로 참여한 리그를 열고, 협회에 비싼 돈 내고 임대를 받든, 아니면 코엑스의 일식집 자리를 허물고 조그마한 센터를 짓든, 그 크기와 좌석 수가 어찌되었든 자신이 돈을 내어 마련한 경기장 자리에 관객을 초대하고 무료로 입장시킨 것은, 그리고 그것을 전파를 할애하여 방송을 해 주고 VOD화한 것은 그럼 서비스가 아니란 말인가.
물론 내가 지금 예로 든 활동을 이 칼럼에서 나오는 말처럼 '스폰서의 투자에 부응하기 위한 집객과 경기장 유지'라는 식으로 말하며 '이것은 서비스가 아니다'라고 말할 수는 있을 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다면 나는 또 되묻고 싶다. 세상에 어느 서비스가 '고객 유치'라는 것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것이 있으며, 고객과 유/무형의 대가를 주고받지 않는 서비스는 또 얼마나 되느냐는 것이다.
SNA(국민계정)에 따르면 '서비스는 소유권이 설정될 수 있는 독립된 실체가 아니며, 그 생산과 분리하여 거래될 수 없고, 소비자에게 제공되어야 생산이 완료된다.'라고 했다. 즉, 양 방송사들이 스타리그 혹은 MSL 등의 대회를 방송 프로그램으로서 생산해 낸다면, 그것을 현장이든, VOD든, 아니면 생방송 및 녹화방송이든, 여러 경로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 자체가 서비스라는 것이다.
고로 이 칼럼을 쓴 이는, 서비스의 개념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안중에도 없고, 알지도 못한 채 서비스에 대해 논했다고 말할 수 있다. 우스운 일이다. 내가 '맞을 지도 모른다'라는 전제가 '구단과 프로게이머에게 방송국의 수익이 제대로 분배가 됐는가.'라는 것임을 생각한다면, 결국 지금의 KeSPA와 이 칼럼을 쓴 자가 양 방송사를 공격하는 이유는 너무도 간단해진다.
'우리 구단, 우리 선수들이 방송 수익이 우리에게 분배되지 않아 양 방송사에게 불쾌하다'
즉.
'방송 수익 우리가 못 가져가서 불쾌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말꼬리 잡기(技)까지......
이만한 대삽질을 몇 번 했으니 이만 삽질이 좀 끝났으면 좋겠는데 해도 해도 너무하다. "리그 운영과 마케팅. 스폰서의 투자에 부응하기 위한 집객과 경기장 유지까지 방송사가 담당하는 상태에서 타 스포츠와 같은 중계권료까지 부가하는 것은 현 시점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라는 언론 인터뷰를 인용하면서 그것을 이렇게 줄여버린다. '단지 스폰서의 투자에 부응하기 위해 들러리를 섰다'라고.
참. 국어 쉽다. 이 정도 말꼬리 잡기면 소위 말하는 일부 언론들 저리가라다. 하기야 대통령이 한 말까지 진의가 왜곡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인데 일개 방송사의 말이니 뜯기고 자르기 오죽 쉬울까. '봉 한 마리 잡아 놀고 먹고 편하게 수익 올리는데 돈 내라니 못해먹겠다'도 아니고 '우리가 만들어서 우리가 관객 모으고 우리가 방송하는 리그에 중계권료를 달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인데. 이건 완전히 후자의 말을 전자로 만들어버리는 모습이니 뭐라고 답할까?
이래 놓고 상식적인 선에서 기득권이 아니라고 하고, 이래 놓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 IEG를 중계권 사업자로 선정했다고 한다. 이래 놓고 '팬들을 스폰서에 부응하기 위해 동원하는 하찮은 존재인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양 방송사의 입장'이라고 말하고, 이래 놓고 '대다수 e스포츠팬들이 쌓아놓은 탑을 송두리째 자기들의 것인 양 포장한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수사법은 정말이지 우습고 역겹고 기가 막힌 수사법일 뿐이다.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칼럼에 상식을 대입했다는 것이 우습고. 그 동안 E-Sport라는 텃밭을 일궈 온 노고는 생각지도 않은 채 중계권료를 받아먹겠다는 발상 자체가 역겹고, 비난하기 위해 방송사 관계자의 말을 왜곡해서 팬을 스폰서 때문에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처럼 깎아내렸다가, 자기가 필요하면 '대다수 e스포츠팬들이 쌓아놓은 탑'운운하며 대단한 사람들처럼 팬을 이야기하는 심리가 기가 막히다.
칼럼 본문만 놓고 생각하더라도, 이 편집장이라는 자는 팬을 자신의 펜대를 가지고 갖고 노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즉, 팬이라는 존재에 대해 '내가 필요할 때는 최고로 대단한 권력을 가진 이들이고, 내가 필요없으면 최고로 하찮은 벌레만도 못한 존재'로 취급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대다수 e스포츠팬들이 쌓아놓은 탑을'이란 대목과, '팬들을 스폰서의 부응하기 위해 동원하는 하찮은 존재인 것처럼'이란 말을 비교해 보라. 팬이라는 존재가 어디까지 올라갔다가 어디까지 추락하는지 잘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esFORCE. 팬의 이름을 함부로 거명치 말아라.
처음에 말한 것처럼. 이 칼럼은 겉보기엔 팬을 언급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팬을 언급하는 것으로 끝난 칼럼이지만, 실제로는 '팬'의 소리는 온데간데 없고 '펜'의 소리로 시작해서 '펜'의 소리로 끝난 칼럼일 뿐이다. 언론인이라는 이름을 달고 언론이라는 서비스를 구매한 독자들을 쥐락펴락하며 능멸한 것도 죽어 마땅한 일인데, 마치 자신의 녹슬어진 펜과 기름 낀 손가락에서 나오는 소리를 팬의 소리인 양 날조하였으니 이런 중죄는 대체 어느 세월에 어느 지옥에 가서 보상할 것인가.
esFORCE. 팬의 이름을 함부로 거명치 말기를.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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