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6/11/01 01:44:40
Name 김연우
Subject 게임, 보는 재미를 추구하려면?
글 한편, 생각나는데로 달립니다.



  - 게임이란

과거 인간들은 풀밭을 뛰다니며 동물들을 쫓아 창을 던지며 사냥했지만, 그런 능력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책상에 앉아 꼬부랑 숫자 써있는 종이와 씨름하는 능력이 더 필요하지요.

몸이 변하기 전에 세상은 변했고, 그에 따라 과거에는 썼었지만 지금은 쓰지 않는 능력들이 있습니다. 그 능력들을 가끔씩 써주면서 본능을 달래는 것이 바로 게임, 그것이 게임입니다.


...라고 생각합니다. 근거 없이 혼자 생각하는 거니 태클 걸면 '반사!'도 안 외칠 겁니다.





- 모눈 종이

빛나는 학창시절, 좁디 좁은 교실에 책상이 다닥다닥 붙어있습니다. 뛰어놀 공간도 없고(아니 뛰어놀면 일단 선생님께 혼나죠.) 놀만한 놀이도, 게임기도 없는 상황에서도, 어린 시절의 우리들은 참 잘 놀았습니다.


그 중 하나가 오목입니다.

사각형 모눈종이 그려진 연습장에 펜 두개만 들고나면 즉석 오목이 펼쳐집니다. 검은 펜 서로 들고 동그라미 그려가며 승부를 펼칩니다.

게임은 모눈종이에서 시작됩니다.





- 장기와 바둑

장기와 바둑의 규칙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특히 바둑은 굉장히 간단합니다.


'자신의 돌로 상대의 돌을 감싸면, 상대의 돌을 따낼 수 있다.'
이 규칙 하나입니다. 바둑에 존재하는 규칙은 딱 이 규칙 하나입니다.

물론 패싸움이니, 축이니, 귀니 변이니 호구니 집이니 공제니 여러가지 규칙이나 개념이 들어가지만, 그 근본은 위 규칙에 대한 보완 또는 첨가일뿐, 근본은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토록 간단한 규칙을 가진 바둑은, 절대 간단하지 않습니다. 바둑을 우주에 빚대는 이도 있으며, 똑같은 선수가 똑같은 정석을 펼치는데도 수천 수만 수억가지 양상이 펼쳐집니다.

그 까닭은,
19x19라는 광대한 공간 속에서, 여러 돌들이 저 한가지 규칙을 바탕으로 재각기 겨루기 때문입니다.





- 테트리스

모든 컴퓨터의 기본은 CPU와 메모리입니다.
그 중에서 메모리는 오목에서 썼던 모눈 종이에 해당합니다. CPU는 규칙을 수행하는 심판이구요. 그리고 인간은 키보드와 마우스로 컴퓨터를 조작하며, 모니터로 그 과정을 읽습니다.

게임의 바탕이 되는 벌판은 메모리, 이 메모리를 모눈종이와 같이 사용한 게임, 컴퓨터 게임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게임, 그것이 테트리스 입니다.


가로, 세로, 정방의 공간에 블럭이 떨어집니다. 이 블럭을 빈 공간에 짜맞추는 것이 게임의 목적입니다.

너무나도 단순한 규칙, 하지만 거기에 가로와 세로로 이루어진 '공간'이 들어가면서, 게임의 양상은 무한대로 확대됩니다.





- 스페이스 인베이더

스페이스 인베이더?
그냥 간단하게 오락실에서 즐기는 슈팅게임(비행기 게임?)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위쪽에는 적들이 자리잡고 있고, 주인공은 밑에서 적들을 격추시킵니다. 적들의 미사일을 피하면서요.


조작은? 정말 간단합니다. 왼쪽, 오른족, 그리고 발사.
이 세가지로 게임의 모든것을 즐길 수 있습니다. 공격이 오면 피하고, 상대의 움직임에 맞춰 조준하고, 타이밍에 맞춰 미사일을 발사합니다.

이러한 사실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한두판만 보면 '당연스레'몸으로 익힙니다.





- 게임과 공간, 그리고 남자

게임은 공간속에서 돌아갑니다.
바둑은 19x19의 바둑판에서, 장기는 9x9의 장기판에서, 스타크래프트는 128x128타일, 4096x4096픽셀 속에서 돌아갑니다.


공간은 하나의 규칙을 수십배 수만배 수억배로 확대합니다.

한 지점에서 일어난 일은 바로 옆지점에 영향을 줍니다.
두 지점에서 일어난 일은 자신과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두 지점 중간은 '중앙'으로써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며, 그 밖의 지역은 '외부'라는 의미가 부여됩니다.


이런 공간에 종속된 게임의 특성은 이해하기 쉽다는 특징을 가집니다. 어차피 게임을 지배하는 규칙은 하나뿐이며, 그 규칙이 숨쉬는 2차원 공간은 현실의 규칙을 그대로 가진 익숙한 공간입니다.

특히 이런 공간 중심적인 게임은, 공간지각 능력이 뛰어난, 또 공간 지각 능력을 활용하기 즐기는 남자들에게 적격입니다.




- 스타와 워크, 스팀팩과  마나번

스타크래프트는 '공간 지향적 게임'인 RTS (real time-simulation)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유닛들의 능력은 공간에 대한 지배력을 상징합니다.
HP, 공격력, 방어력이란 기초적 개념에 이동속도, 사정거리, 시야를 더합니다. 뒤에 셋은 모두 공간적 지배력에 대한 능력치 입니다.


스킬 또한 마찬가지죠.

가장 대표적인 예가 스팀팩입니다.
스팀팩은 공격속도를 올려주는 스킬임과 동시에, 이동속도를 올려주는 스킬입니다.


그리고 워3에는 마나번이란 스킬이 있습니다. 나이트엘프의 영웅, 데몬헌터의 스킬이죠.

마나번은 상대에게 데미지를 줌과 동시에, 상대의 마나를 깍습니다.
정말 당하는 입장에서는 피눈물 나는 스킬이죠. 데미지도 데미지거니와 소중한 마나를 없애버리니까요.

두 스킬 모두 쓸만한 스킬입니다. 그리고 한때(또는 현재)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스킬이죠.
그리고 저는 두 스킬로 두 게임의 차이를 말하고자 합니다.



스팀팩을 사용한 마린은 빨라집니다. 공격속도 또한 올라가지만, 일단 빠르게 이동하는 마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스킬들은 대부분 '공간지향적' 스킬입니다.

시즈 모드는 사정거리를 확대하고, 리콜은 순간 이동시키며, 클록킹은 모습을 감추며, 사이오닉 스톰은 상대를 없애버리죠.

스킬의 효과 대부분이 공간적으로 확인될 수 있는 것들입니다.



물론 워크래프트에도 그에 대응되는 스킬이 있습니다.
스팀팩과 같은 블러드 러스트가 있고, 리콜과 같은 메스텔레포트가 있으며, 클록킹과 같은 Hide가 있고, 사이오닉 스톰과 같은 블리자드&레인오브파이어&프레임스트라이크&쇼크 웨이브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능력치'를 조정하는 buff, debuff 스킬(또는 아이템)입니다.


능력치 오르내림의 효과는 경험으로만 알 수 있습니다. 화면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모든 능력치를 +10씩 해주는 무서운 아이템, 이 아이템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직접 껴보고 몇번씩 직접 써봐야 합니다.

공격력을 30%올려주는 아이템이 왜 무서운지, 회복 속도를 100% 올려주는 아이템이 왜 무서운지는 직접 껴보고, 싸워봐야만 알 수 있습니다. 화면으로 봐서는 감이 잘 안옵니다. 그래서 워크래프트는 스타크래프토보다 훨씬 실험이 많았으며 흥미진진 했습니다.




- 임요환의 컨트롤이 가슴에 와닿는 이유

임요환 선수의 컨트롤, 하면 럴커를 잡는 마린메딕입니다.
이 컨트롤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그 장면만 보고도 이해가 갑니다.

왜? 슈팅게임에서 보여주는 그대로를 행하니까요.
럴커의 공격이 오면 임요환 선수의 마린은 옆으로 이동하여 피합니다. '너무나도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공격을, 임요환  선수의 마린은 피합니다. 보통은 멍하니 있다가 맞아 죽어버릴 공격을요.


임요환의 레이스가 이리저리 이동하며 드론을 사냥합니다. 그의 레이스는 히드라를 피해 상대의 드론만 공격합니다. 치고 빠지고, 역시 상대의 공격을 능수 능란하게 회피하며, 상대의 약점을 골라 이동합니다.


스타크래프트의 '명장면 동영상'은 보통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됩니다.

스타의 컨트롤은 T(스팀팩),O(시즈모드),U(버러우) 같은 스킬을 사용하는 '핫키'에서 오는게 아니라, 마우스의 '우클릭'에서 오는 회피기동입니다.

박성준의 뮤탈은 소위 '건맨'을 연상시키며, 서지훈의 레이스는 멋지게 산개하고, 이윤열의 벌쳐는 피함과 동시에 공격하며, 김성제 선수의 리버는 상대의 약점만 정확히 골라냅니다.




https://pgr21.com/zboard4/zboard.php?id=war3&page=2&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547

아직까지도 미안해 죽겠습니다.

누군가 꿈을 가지고 모든 희망을 쏟아붙고 있는데, 그 안전에다가

'푸훗, 쓸대없는 짓 아직도 하고있니?'라며 비웃어준 거니까요.

그의 노력을 허무로 만들며 그의 세월을 소각하는 일이었으니, 오죽 했을까요.
  
  하지만 저는 항상 스스로를 벨 정도의 날카로운 칼이었고, 상처입을 누군가를 두려워 하면서도, 여전히 힘을 다해 휘두를 겁니다.

분명 워크는 스타에 비해 방송에 적합치 않습니다.
하지만 공명을 만난 주랑이 하늘을 원망하듯, 스스로의 부족함이 아닌, 타인의 넘침을 탓해야 합니다.
스타의 장점을 이해하고 깨달아야만, 그래야 스타보다 재밌는 게임, 스타보다 방송에 적합한 게임을 만들 수 있으며, 기획할수 있으리라 생각하기에, 누군가를 상처입힌, 누군가의 피가 묻은 검을, 이 오밤중에 휘두릅니다.



덧, 프로게임계와는 별 상관 없는 글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6/11/01 01:55
수정 아이콘
오늘 W3가 있는데..
좋은 시기에 좋은글 남겨주셨네요.

게다가 맞는 말만 쓰셨고 말이죠.
이렇게 말씀하시면 누구도 반박하지 않습니다.

'재미가 없어요, 딱 봐도 보기가 싫어집니다.'
라는 투의 비방은.. 전 워3인들을 좌절의 구렁텅이로 걷어차는 말씀이십니다.

이제 워3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해가고 있으니..
많은 분들이 읽고 워3 팬들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06/11/01 02:00
수정 아이콘
음.. 요약하자면 스타는 공간지향형의 스킬과 공격형태가 주가 되어 보는 이로하여금 시각적 정보를 통해 바로 상황을 인식하게 하지만, 워3의 경우 버프와 디버프에 의한, 보는 것만으로는 상황의 인식이 스타만큼은 빠르지 않다라는 말씀인듯.

얼마전에 프로게이머와 일반인의 뇌파분석을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했었는데, 거기서도 아마추어의 경우 게임 중에 대부분의 뇌활동이 시각정보와 관련된 곳이 활성화 된 반면, 프로게이머(서지훈 선수였음)의 경우 추리와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부분이 활성화 되었다고 합니다. 이 글을 보니 왠지 그 기사가 생각이 나네요.

스타리그를 시청한지 꽤 되었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컨트롤이 아닌 경기상황과 자원상황, 다음 공격에 대한 예상 멀티 타이밍 등을 생각해가면서 경기를 감상한 것은 2년도 채 안된것 같습니다. 아는 만큼 재미있는 것. 그것이 스포츠 이지요. 다만 직관적으로 게임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흥행성이 좌우되는 것 같습니다. 비슷한 예로 축구의 경우 승부를 가르는 요소가 매우 단순하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끄는 반면, 미식축구나 야구는 그 전파력이 축구에 비해 떨어지죠. 전파력만 차이가 있을 뿐 알고보면 위에 적은 스포츠는 모두 재밌습니다.
루비띠아모
06/11/01 02:20
수정 아이콘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거죠.
그래서 축구가 그렇게 전파력이 빠른듯.
Den_Zang
06/11/01 02:36
수정 아이콘
가장 원시적인게 가장 효과적인거죠.. 글 잘 읽었고 워3는 제가 잘 모르니 패스.. ;;
06/11/01 11:07
수정 아이콘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유닛 뭉치와 유닛 뭉치가 교전을 치룰때, 시청자들은 순간적으로 결과를 예측하게 됩니다. 경험적으로
어떤 선수가 어느 정도의 결과로 이길 수 있을지에 대해 기대하게 되는거죠. 교전이 펼쳐지고 유닛의 움직임을 확인하면서 시청자의 결과 예측도 실시간으로 변합니다. 그리고 교전이 끝났을때, 애초에 자신이 했던 예측 범위를 벗어난 결과를 보여준 선수에게 환호 합니다. (임요환의 마린 컨트롤)

워크래프트의 경우 유닛 뭉치와 유닛 뭉치가 교전을 치룰때, 결과를 예측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이유는 김연우님이 설명해주신 buff, debuff 스킬에 덧붙여 영웅이 지닌 아이템 때문입니다. 영웅이 스크롤 혹은 포션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가 변수로 작용하면서, 시청자는 교전 결과를 '확인'하는 수준에서 머물게 됩니다. 게다가 교전이 펼쳐져도 유닛과 유닛의 공방이 가시적이지 않기 때문에 누가 잘하고 있고 누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 역시 불가하게 됩니다. (워3 해설자들은 대규모 접전이 붙으면 "자! 누가 이길 것인가?"라는 식으로 해설을 합니다)

p.s 워3가 품고 있는 문제의 근본은 '3D'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3D는 시청자에게 한 차원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마술사
06/11/01 12:31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게임이란? 의 정의부터 스타와 워크의 비교까지 아주 가슴에 와닿네요
게다가 필력도 대단하시고...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추게로를 외칩니다
06/11/01 13:22
수정 아이콘
sylent 님 // 워3가 3D이고 3D가 한차원 높은 집중력을 요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른 많은 3D RTS 게임들에 비한다면 워3는 오히려 집중도가 매우 높은 편입니다. 유닛을 구별한다거나 맵에서 중요 루트의 파악이라던가 하는 면에서 매우 뛰어나죠. 워3가 3D라서 문제라면, 3D라는 그래픽 자체가 RTS와 맞지 않는다고 할수도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그만큼 워3가 3D임에도 집중도가 좋은 게임이라는 말입니다 ^^;오해할만한 문구라)

대신 그로인해 3D임에도 불구하고 고저차를 잘 활용하지 못하였고(특히나 해상전이 사라진 점은 블리자드가 잠수함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구현해낼지 결론을 도출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도 생각했었습니다.) 유닛이 너무 거대해져 버린 감이 있습니다.(영웅이라는 시스템 때문일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블리자드의 스타일 일수도 있구요.스타부터 이미 크기가 제멋대로 이죠. SCV를 한 5기 태울까 말까한 크기의 배틀크루저;; 덜덜덜)

뭐 이러한 워3의 단점을 생각할때마다 떠오르는 게임은 Total Annihilation이네요. 3D RTS는 앞으로 2가지 스타일로 나오게 될것 같습니다. 워3 처럼 스타일을 살린 3D RTS, TA처럼 현실감으로 승부하는 3D RTS. 뭐 대부분의 3D RTS들이 TA를 따라가고 있으며 흥행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하네요.
06/11/01 15:31
수정 아이콘
쿨희님 // 워3가 다른 3D 게임에 비해서 보기 쉬운 게임임에는 틀림 없습니다만, 본문은 스타와 워3의 비교이기에 드린 말씀입니다. 선택의 기회 없이,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스타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걸 간과해서는 안되겠죠.

스타에 비해 워3가 보기 힘든 측면은, 단적으로 유닛의 액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타의 모든 유닛은 공격 직전에 취하는 예비 동작이 적습니다. (대부분의 유닛은 아예 없습니다. 드래군이 입을 벌리거나 질럿과 저글링 혹은 다크 템플러가 손/발을 휘젓는 정도입니다) 최소한의 프레임으로 액션을 표현하기 때문에 굉장히 직관적입니다. 하지만 워3의 모든 근접 공격 유닛은 팔을 들었다가 내려 찍으며 칼질을 하고, 모든 원거리 공격 유닛은 날개짓을 하든 에너지 덩어리를 던지든 합니다. 그리고 공격력을 지닌 객체들과 공격을 받은 유닛은 미려한 그래픽 효과로 치장되어 있습니다. 이 작은 차이가, 시각적인 인지의 용이성을 떨어뜨리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어떤 유닛이 어떤 유닛을 공격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순간, 시청자들은 참기 힘들어지는거죠. (여기서 시청자는 워3를 하지 않고, 보기만 하는 라이트 유저들을 말합니다)

축구를 할 줄 몰라도 룰 만 알면 축구 경기가 재밌듯, 스타를 할 줄 몰라도 룰 만 알면 스타 경기가 재밌습니다. 워3는 할 줄 모르면 워3 경기에서 재미를 느낄 수가 없습니다. 포스트 스타크래프트가 어떤 게임이 될 지 모르겠지만, 최소한의 필요 조건은 알아 보기 쉬워야 한다는 겁니다.
06/11/01 16:32
수정 아이콘
저는 스타와 타 RTS 게임들의 가장 큰 차이를 '박진감'으로 봅니다. 여기서 박진감이란, 빠방한 사운드 효과나 화려한 이펙트를 말하는게 아니라 순식간에 치고박고 싸우고 나면 금새 결과가 나와버리는 그런 것을 말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시즈탱크 한부대 가량이 상대방 병력 근처에서 시즈모드를 하면 '퍼퍼펑' 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상대 병력은 피떡(- -;)이 됩니다. (아... 질럿들은 그냥 산화해버리는군요;;;) 시즈모드된 탱크들 사이로 질럿들이 달려들어서 붙는 순간 시즈탱크는 전부 사라지고 벌쳐들만 남아있게 되고요. 마린메딕 2부대가 스팀팩을 쓰면서 저글링 히드라에게 달려들면 저글링 히드라는 녹아버리지만, 박성준 선수가 저럴을 컨트롤 하면 한순간 마린들은 사라지고 메딕들끼리 치료놀이(- -;)를 하고 있기도 하고요... 이런게 박진감이고, 이런 장면에서 팬들은 열광합니다.

타 RTS를 그렇게 많이 해본 적은 없지만, C&C나 TA나, 홈월드 같은 경우에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죠. 워3도 마찬가지고요. 대규모 병력끼리 전투가 붙었다 싶으면 대략 10초 이상 싸우고 있는건 대부분이고, 승산이 없다 싶으면 언제든지 퇴각(또는 타운포탈)할 수 있습니다. 스타의 경우였다면 퇴각할 새도 없이 한쪽이 전멸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말입니다. 다른 구기종목들도 마찬가지지 않습니까, 테니스나, 축구나, 배구나, 농구나... 단 한번의 슛, 단 한번의 결정적인 스트로크로 점수가 뒤바뀌고, 이런 것에서 박진감을 느끼죠. 골프나 야구도 상당히 정적인 스포츠이긴 하지만, 짜릿한 이글샷이나 통쾌한 만루홈런 같은게 있기 때문에 열광하는거 아닐까요?
06/11/01 16:41
수정 아이콘
sylent님 // 님이 지적하신 준비동작에 대한 것도 썼었는데 처음 쓴글이 너무 두서가 없어서 중요내용만 간추리다 빠졌었는데 지적해 주시네요.(읽는 순간 엇! 소리가 나왔어요) 전 그 준비동작 때문에 보기힘든건 둘째치고 플레이가 너무 짜증나더군요. 전 확팩나오기 전까지 워3를 어느정도 즐겼는데(정말 어느정도;;) 하면서 느낀점이 '이건 뭐 유닛이 다 드래군 같아'였었죠.스타에 익숙해져버린 탓인지 답답함때문에 손을 놓았었습니다.(가뜩이나 저그 유저라 느끼는 답답함이....) 님이 지적해주신 준비동작과 유닛의 거대화가 서로 맞물려 정말 유닛들이 죄다 드래군 같이 되버렸죠. 이동하는데에도 불편함을 느꼈었으니까요.

차세데 3DRTS가 풀어내야할 숙제... 그런것에 대해 토론해 보는것도 좋을 것 같네요.
히로하루
06/11/01 17:56
수정 아이콘
아직 대중적으로 성공한 E-Sports는 스타크래프트 밖에 없습니다.

성공한 표본이 하나밖에 없는 상황에서 타게임들의 실패 요인을 분석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되네요. 스타만큼 성공하는 게임이 하나 더 탄생한다면, 두 게임의 공통적 특성을 분석해보기 용이하겠지요. 그리고 그 특성이 바로 대중적 성공의 요인일 가능성도 높구요.

어쨌든 스타크래프트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기준으로 다른 게임은 어떠어떠한 점 때문에 실패했다 라고 말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언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스타크래프트에서의 짧은 전투 시간이 어떻게 보면 대중적 성공에 대해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다른 더 큰 장점(예를 들어 우수한 공간성)에 가려진 것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06/11/02 11:22
수정 아이콘
안군님 TA어느정도 해보셨는지 궁금하네요 박진감으로 따지자면 오히려 스타보다 한수위 평가받을만합니다만. 많이해보시지 않았다고 스스로 말씀하셨으니 타게임에 대한 직접비교는 좀 더 신중해야할듯 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1437 포모스 펌] 개인리그의 소멸 -by 김연우 [165] 不平分子 FELIX11184 07/07/11 11184 0
30788 박성준선수가 소속될 팀이 발표되기까지 1시간남았습니다. [77] 김연우28682 07/05/21 8682 0
29886 빌드오더로 보는 2006 공식맵 [11] 김연우4498 07/03/07 4498 0
29870 어차피 밥그릇 싸움. [15] 바람소리4747 07/03/05 4747 0
29711 주력으로 보는 PvsZ [40] 김연우6256 07/03/02 6256 1
29659 6인 테란의 3색 저그전 [26] 김연우5689 07/02/27 5689 0
29647 국민맵 후보들 [26] 김연우5280 07/02/27 5280 0
29598 스카우터가 있다면 측정하고 싶은 선수 [26] 김연우7069 07/02/25 7069 0
29539 신이 그를 버리기 이전에, 그는 이미 신이 되었다 [8] 김연우5074 07/02/24 5074 0
29491 나다의 선택은? [12] 4030 07/02/24 4030 0
29479 이해가 되기에, 답답한 상황 [15] 김연우4230 07/02/23 4230 0
29394 happyend - 나이더스 커널의 비밀 [54] 김연우6982 07/02/21 6982 0
29334 마재윤vs진영수<곰TV배 4강전 5경기> - Longinus II [36] 김연우7878 07/02/19 7878 0
29254 큰일 났네요.... 어떻게 하죠? [12] 김연우6291 07/02/16 6291 0
29008 잃어버린 MSL의 혼 [34] 김연우6996 07/02/05 6996 0
28852 팀배틀의 귀환 [74] 김연우7182 07/01/30 7182 0
27060 스타는 과연 팀의 경기인가... [14] 박중언3809 06/11/14 3809 0
26976 단체전에 랭킹전을 도입하면? [26] 김연우4372 06/11/11 4372 0
26840 pgr운영진과 매니아들의 의견 충돌, 무엇을 의미 하는걸까??? [71] NeverMind4530 06/11/07 4530 0
26693 2007 프로리그, 최악 중의 최악, 더이상 최악일 수가 없다. [47] 김연우5912 06/11/03 5912 0
26642 게임, 보는 재미를 추구하려면? [12] 김연우4392 06/11/01 4392 0
26351 서바이버 리그~ [58] 김연우4717 06/10/17 4717 0
26147 밥통 신의 싸움 붙이기 [25] 김연우4721 06/10/07 4721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