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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7/28 11:13:27
Name 퉤퉤우엑우엑
Subject [소설] My Team-4 (완결)
이 이야기는 완전한 픽션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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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다.
창문으로는 아직 덜 깬 나를 깨우려는 듯이 햇빛이 스며들어오고, 시끄러운 자동차들의 소리가 들린다.
내 근처엔 벌써 일어났는지 자리에 없는 2명의 선배의 침대와 아직 곤히 잠들어 있는 한명의 동갑내기가 누워있다.

'아...오늘 OSL이 있었던가...?'

오늘이 몇요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머리가 OSL이 있다고 기억하니까 오늘은 수요일이나 금요일이려나. 어제 감독님이 OSL준비하라던 목소리는 내 자신도 기억하고 있다. 하긴, 원체 잊기 쉬운 목소리를 가진 분도 아니니까.
그러고 보니, 문득 가까운 곳에 있는 달력을 보는 편이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어서서 아직 풀리지 않은 팔을 붕붕 돌리며 문 옆에 있는 달력으로 다가갔다.

'...하아...오늘이 몇칠인지도 모르지.'

날짜에 대해 알기 위해선 남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좋겠어.

달력으로 간 이유는 문으로 나가기 위해서 였다며 자신을 위로하고 문의 손잡이를 돌린다. 또 하루의 시작이다.


"감독님?"
"어, 왜."

팀원들의 아침식사 자리에서-몇명은 이미 다 먹고 빠져있다-감독님을 불렀다,

"오늘이 몇칠이죠."
"오늘이 몇칠인지도 모르냐?"

감독님은 거실에 있는, 멤버들의 경기 일정이 모두 적혀 있는 달력을 하나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오른쪽 아래쯤에 빨간 동그라미 하나 있지? 그게 오늘이다."
"예에..."

오늘 OSL있는 건 맞췄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흡족했다.
...
...
아니, 그보다 왜 내가 내 경기일정도 모르는 건지부터 생각해야 해. 왜지?
마땅한 핑계거리를 찾자면...


아, 그래. 벌써 이틀이나 지났지만, 그 이틀 동안 종일 프로리그 생각만 해서 그럴거야.
그렇지. 처음으로 이겼으니까 그럴만도 할거야. 누구라도 그럴걸.
그것도 3:2로 간신히 이긴 것도 아니고 3:1로 이겼어. 이틀 내내 그 생각만 할만 한 충분한 사유가 되는거야.

"저, 오늘 제 상ㄷ..."
"뭐?"

큰...일 날 뻔 했다. 무의식적으로 내 상대가 누군지마저 물을 뻔 했다. 그랬다간 무슨 말을 들을지 모른다. 어마어마한 소리의 호통으로 잔소리를 늘어 놓는 진풍경이 나올 가능성이 농후했기에, '아무것도 아니에요'라는 말로 간신히 그 위기를 넘겼다.

그보다, 정말 오늘 내 상대가 누구인지도 기억하지 못하는건가, 나는. 그 정도로 프로리그에만 정신이 팔렸나...


메가 웹스테이션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상대가 전상욱이란 걸 알고 있었다. 비록 연습은 엄밀히 말하자면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해도 좋을 정도지만, 상대가 테란이란 점에 조금은 기대해 본다. 거기에, 개인리그니까 라는 말도 안되는 안정감이 나를 따라온다.

분명히 아주 중요한 경기다. 프로리그보다 여긴 개인리그니까.

'후우...'

짧은 기다림 후에 바로 경기가 시작된다. 작게 한숨 한번 내쉬고 시작했다.



'탈락...이라...'

16강 탈락. 그게 나의 2번째 스타리그에서 거둔 성적이다.
개인리그에서, 엄청나게 자신있어 하던 개인리그에서, 16강 탈락했다.

'내가 16탈락 따위를 할리가 없어. 여기에는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분명히. 아니, 있어야 하고, 있어야만 한다.
이유가 없다면 내 자신에게 변명이 되지 않아.
...
그래. 프로리그 때문일거야. 프로리그 때문이야. 내가 예전처럼 프로리그에 신경을 쓰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있지 않았어.'

만약 실제로는 그 때문이 아니더라도 난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내 자신이 그 1승 때문에 지나치게 그 생각만 했더라도 내 잘못보단 프로리그에 신경 쓴 잘못이 더 크다.
...분명 모순이다. 프로리그에 신경을 썼다는 것이 나 자신이니까.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변명거리가 생겨나지 않는걸.

'하아...지금 내 자신이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건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모순이느니 뭐니, 평소에 잘 쓰던 말도 아니던걸. 그렇게 생각하니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게다가 아직 기회는 있어. 시드로 올라있던 OSL에서 떨어졌지만 서바이버와 듀얼 토너먼트가 남아 있다. 이젠 그저 프로리그에서 나 자신의 좋은 성적을 내면 된다. 그걸로 어느 정도는 개인리그의 부진을 만회 할 수 있겠지.
물론 많이 힘들겠지만.

결국, 수분 간 더 진지해진 끝에 개인리그 부진이 프로리그 탓이라고 하고 있지만 그것과 앞으로 내가 가장 신경써야 할 활동하고는 별개, 라고 단정지었다. 나 자신에게 내가 프로리그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게 하기 위해 핑계하나를 만들어 준 것이다.
그리고 그대로 실천하면 되려나.
한편으로는 내 랭킹을 위해서도.



우리가 이기는 경기는 거의 일정했다.
우선 내가 나간 1경기, 혹은 2경기에서의 1승과 3경기에서의 1승, 간혹 이겨주는 4경기의 선호의 1승까지 포함해 3:1로 이기는 것. 하지만 이 패턴에서는 너무도 지나치게 이길 확률이 도박에 가까웠기 때문에 11경기 중 단 두번만 나왔을 뿐이다.
당연히 3:2 승리가 많을 수밖에 없었고 에이스 결정전 3연패를 뿌리친 나는 연승을 해 나갔다.
'부담없이 경기하라' 라는 따위의 말은 이미 나에게 사라진지 오래다. 바로 그렇게 부담없이 경기하다가 진 것이 내 개인리그 였고, 에이스 결정전이었으며, 그들이 부진한 성적을 내는 이유라고 여겼다.
부담없이 경기하는 것은 모두에게 있어 '오만'에 그칠 뿐 마음이 비워져 좋은 경기가 나오고 하는, 공상적인 것이 실현되게 만드는 말이 아니다. 게다가 바로 그렇게 부담을 가지고 경기를 한 것이 바로 지금.

우리의 준플레이오프를 결정 지을, 아니 결정 지은 오늘의 경기. 우리는 6승 5패라는 성적으로 4위에 입성했다. 사실 상위 3팀의 성적이 너무 좋았기에(9승 2패(+18), 8승 3패(+15), 8승 3패(+13)) 6승으로도 그 바로 뒤에 따랐던 것이겠지. 그들의 수많은 3:0경기가 우리의 승점으로 인한 진출을 도와줬기도 하다.

"준플레이오프라구요! 플레이오프!"
"1승이 목표였는데......"

일상적인 대화는 나누지 않고, 시끄럽게 떠든다. 당연히 모두가 기쁘겠지. 당연한거야.
'딱 1승'만을 바라보던 우리가 그걸 6번이나 이루고, 거기에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건 충분히 엄청난 일이니까.
...개인리그 탈락도 이를 위해서였다고 생각해본다. 나름대로 위로가 되는 것 같다. 휴우, 한숨을 쉬고는 밴에 올라탔다. 벌써 22번째 타는 밴이지만 항상 느끼는 바로는 문이 잘 안닫힌다는 것. 마지막에 타는 사람은 괴력을 소비해야 한다.
밴 안에서의 모두는 조용하다. 그 동안의 긴장이 풀려서인지 말을 많이해서인지는 몰라도 대부분 눈을 감고 잠든 것 같다. 차 안에서 자는 건 별로 내 취향은 아니었기 때문에 난 그저 창 밖을 보고있다. '숯불갈비', '김가네 보쌈' 따위의 간판이 보인다. 아아, 내가 고기에 메말라 있는가 하고 실감하다가 이내 머리를 흔들고 다른 생각에 빠진다.
프로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는 게 썩 기분 좋은 일만이 되지는 않지만-왜 인지는 나 자신도 알지 못하겠다-일단은 가만 있는 게 좋겠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감독님이 뭐라고 외치셨지만 모두의 귀에는 그것이 들리지 않는 듯 했다. 흡혈귀처럼 피대신 자신의 방과 침대를 찾아 스믈스믈 기어간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몇명은 '씻는다' 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의무를 찾아 반쯤 감은 눈으로 화장실을 찾아 배회하지만 대다수의 인원은 그 차림 그대로 직행하거나 뱀처럼 허물을 벗으며 자신의 방으로 돌입한다.

'아까는 생생하던 것들이 갑자기...'

뭐, 지금까지 플레이오프라는 말은 들어보기만 하던 말일테니까. 긴장이 완전히 풀릴만도 하겠지.
감독님과 내가 의식이 있는 유일한 '인간'이라고 해도 좋겠지만 다른 점이라면 나는 의식이 있음에도 다 귀찮아 그저 양치질과 세수만 하고 자고 있다는 것 뿐이랄까. 아무튼, 일단은 자야겠지.


하루가 지났다. 별 의미없이 지나갔던 것 같다. 평소에 하던대로 연습을 했으니까.

이틀째가 지났다. 이번에도 평소처럼 연습을 했을 뿐이다.

사흘째. 역시 특별한 일은 없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그리고...대망의 준플레이오프. MBC와의 경기날.
모두들 잔뜩 긴장해 있었-다기 보단 겁먹어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
그들의 긴장이 풀린 이유와 긴장을 하게 된 이유가 같은 이유라는 점이 어딘가 이상하긴 하지만.

"1경기, 규준이 경기 맞지? 준비해라."

감독님의 목소리. 오랜만에 나가보는 1경기다. 1경기 상대는 박성준. 저그라는 것도 꺼림칙한데, 거기에 박성준이라는 건 더 싫다. 하지만 뭐 어떤가. 난 그저 내 경기를 이기면 될뿐이야.

가장 먼저 하게 될 러쉬아워에서의 내 경기에서 상대와 어떻게 할까에 대한 생각으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사실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말을 할 분위기가 나지도 않았긴 했다. 대기실에 있다가 세중 게임월드로 나갔을 때 관객들의 그 작은 웅성거림이 나를 깨워줬을 정도니까.

하지만 깨어있는 시간도 얼마 가지 않았다. 내가 생각을 그리 오래 했는지 어느새 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이제 생각할 시간은 없다. 몸으로 행동할 뿐이다.

내 위치는 11시. 내가 그 시간 동안 생각했던 것은 포토 러쉬였다.
저그전에서 나 자신이 즐겨쓰는 전략이고 러시아워에는 특별함이 있으니까.

러시아워의 특별함이란, 바로 앞마당의 미네랄 뒤에 포토를 지을 수 있는 점에 있다고 봐도 되겠지.

정석적인 빌드에서 게이트가 아닌 포지를 올렸다. 이 경기를 보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내심 기대한다.
그리고 정찰 간 프로브로 운좋게 7시를 발견. 더 운이 좋은거라면 상대가 선스포닝이 아닌 앞마당부터 먹고 있다는 것 정도.
빠르게 앞마당의 미네랄 뒤에 파일런 하나를 짓는다. 그리고 비비기로 지상으로는 올 수 없는 미네랄로 쌓인 사각지대로 들어왔다. 이제 파일런만 완성되면 이 앞마당은 날아가고 승리는 나에게 가까워 지겠지.

파일런 완성. 바로 캐논을 짓고 상대 본진으로 들어가 본다. 저글링 두기. 그걸로는 이걸 막지 못해.
드론 한기가 앞마당으로 내려간다. 해처리가 펴지면 바로 성큰을 박겠지. 본진에 무언가 건설하고 있었지만 클릭하지 않았다. 우선적으로 앞마당에 캐논을 하나 더 짓기 위해서.
캐논이 해처리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이제 끝났어. 지금 성큰을 지어도, 그 사정거리 안에 캐논하나를 새로 지으면 되니까.

해처리의 HP는 반으로 줄었다. 내 캐논은 둘이었고-때리는 건 하나였지만-앞마당은 포기한 듯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그때,
성큰이,
내 캐논을,
때리기 시작했다.

어디서...?

언덕 위였다.

그때서야 생각했다. '짓고 있던 건물' 을 왜 보지 않았을까 하고.
그래. 그건 크립을 넓히기 위한 콜로니였을거고, 넓어진 크립에 또 성큰을 박았겠지.

언덕 위의 성큰을 캐논으로 상대하기란 무리다. 이러면...막힌다.
막히고, 승기를 상대에게 기울겠지.

아니, 지금부터라도 이길 수 있어. 이건 나 자신의 경기다. 여기서 질 순 없다.

여기서 내가 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앞마당. 상대도 자원을 많이 썼다. 수비형으로 나가면 충분히 이길 수 있어.

상대는 분명 테크를 빨리 타겠지. 옵저버가 늦을 나에게 럴커로 조이거나 뮤탈 다수로 흔들거나. 둘 중 하나일거다.
그런 건 나중에나 올 것. 넥서스부터 짓고 캐논은 천천히 박으면 된다.

일단 앞마당에 넥서스부터 워프했다. 그리고 파일런. 본진엔 이미 두개의 캐논이 있다.

그런데, 앞마당에 빨간 점이 보인다.

'설마!?'

오버로드. 속으로 한숨을 몰아 쉰다.

'잠깐, 오버로드라고? 지금, 내 앞마당에 뭐가 있는지 다 봤단 말이...'

설마.
설마 투해처리에서 저글링만 계속 찍어서 보내겠어.
설마...

하지만, 설마라는 가능성을 믿고 있기엔 이미 늦은 듯했다.

...저글링이 올거다.
급하게 앞마당에 있던 프로브로 캐논을 지어본다.
...저글링이 온다.
캐논은 지어지기도 전에 당연히 파괴.
...저글링이 왔다.
앞마당이 사라진다.

진다.
지고 있다.
이러다간 져버린다.

『우린 그렇게 믿고 있어』

감독님이 하셨던 말씀이 떠오른다.

진다.

『넌 개인전에서 모두 이겼어』

이건...재혁이가 했던 말이었지.

진다.

『몇대몇으로 지느냐가 크게 중요하지 않아』

진다...?
아니...'진다'가 아냐.

『이게 네 개인전이라고 생각을 해봐』

지겠지만.
그래. 지겠지만.

『팀을 신뢰하면, 팀은 곧 너 자신이 된다.』

난...지겠지만...

『팀을 믿어봐』

그런거지...
난...지겠지만...말이야...

『팀은 나야. 난 팀을 신뢰하고 있으니까.』

아니. '내가' 지는게 아니지...
'1경기'는 지겠지만...



나머지 경기는 지지 않아.
남은 '나'의 경기는...지지 않아.


GG.


후회는 없다.
후회가 있다면, 깨달은 것이 늦은 것에 대한 책망일 뿐.
어디까지나 나의 잘못으로, 나의 실수로 졌고,
그 부분은 나 자신이 아닌 다른 '나'가 덮을 것이다.
믿지 않는다.
믿는 것이 아니라, 확신에 차 있다.

"이길 수 있어."

작은 소리로 중얼 거리며 내 자리에 돌아왔다.

자리에 앉아 있는 재혁이가 보인다.

"재혁아."
"...?"
"나, 이길 수 있는거지?"

모르겠다는 듯 가만히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내 알았다는 듯 웃는다.

"이길 수 있어."

이번엔 모두가 듣도록 크게 말했다.
8명의, 내가 듣도록.









The End



p.s드디어 연재가 끝났군요. 아아, 겨우 4부작인데 드디어랄 것도 없습니다만.
처음엔 2부작 정도로 끝내려다가, 내용이 자연스럽지 않아 4부작으로 늘렸습니다. 이 4부작 My Team이 제 데뷔작...정도가 되려나요. 데뷔라기보단, 복귀가 어울릴수도 있겠습니다만, 제가 그리 기억에 남는 사람은 아니었으니 데뷔라고 표현하겠습니다.
앞으로는 소설이 아닌 다른 글로는 라이트 버튼을 여간해선 누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 찾아 뵐 소설...이라면 제가 항상 쓰고 싶었던 판타지가 될 것 같습니다.
사족이 길군요. 그만 줄이고, 다음 작품에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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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츠좋아^^
06/07/28 11:28
수정 아이콘
수고요^^~
06/07/28 12:37
수정 아이콘
재밋네요 ^^
요즘 프로리그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가운데
모든 선수들이 저런 마음가짐으로 리그에 임한다면

질높은 리그로써 계속 발전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가브리엘
06/07/28 13:58
수정 아이콘
아 감동이네요 멋진 소설 이라고나 할까요 다음에도 부탁드립니다.
06/07/28 21:57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수작이 나왔네요.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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