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6/02/11 00:14:13
Name My name is J
Subject 미안합니다. 근데 잘 안되네요.

음.......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니까 이제서야 듣게 된것 같은데-
사실 기사 났을때 봤었지요.




내가 가장 처음 좋아한-은 아니었지만
내가 가장 많이 좋아하는- 인 당신이 이제는 정리를 한다더군요.

상상해보지 않았다는 건 아닙니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당신도 살고 있을텐데..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지 그 내용은 몰라도 그 무게는 잘 알지요.
그러니까 상상해 보지 않았던것은 아닌데...
그래서 당신의 결정이 이해가 안된다던가 받아들일수 없다던가 그런건 아닌데 말입니다.

머리에서는 이해가 되었는데
그게 머리에 안남아 있어요.

그러니까 말이지요.
당신의 결정이 어떤 고민의 결과물인지..어떤 의미인지 알고는 있고 이해도 했는데
그게 자꾸 잊어먹는단 말입니다.
늘 있어줄것 같고 프로리그가 시작하면 볼수 있을것 같단 말입니다.


기억하고 안하고-
어떤 의미이고 뭐고...
이런게 아니라 나 잘 안됩니다.
미안한데- 이해는 되는데- 잘 안되요.



내가 진짜 마음을 다해서 응원하던 선수가 이제는 아니라는 사실이.
늘 믿어왔던 그의 플레이를 더이상 바래서는 안된다는 사실이.
심지어 그의 팀에 더이상 그가 있지 않을것이라는 사실까지도....

그러니까- 속상하고 아쉬운게 아니라 그냥 멍-합니다.








언젠가 다른분의 글에 댓글로 달았던...
제 첫번째 러브레터-를 붙입니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제 애정을 드러낸 이야기죠.


[내가 그를 처음 본 것...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스타리그를 보기 시작했고 그런 나에게 '강도경'이라는 이름은 매우 익숙해져버렸습니다.
그가 누구인지를 인식하기도 전에 그의 경기를 보았고
그 경기들을 곱씹을 시간도 없이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보았습니다.

그가 안 좋은 성적을 냈고..예선에서 탈락했을 때도
난 그저 실력 있는 게이머 하나가 떨어졌다고 생각했고 아쉬워했을 뿐입니다.
그의 패배가 안타깝기보다는 다른 선수의 승리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바빴으니까요.

그러다 그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오래된 게이머의 컴백이 반가웠고 그의 경기들이 재미있었습니다.
16강을 통과하고 8강, 4강 그리고 결승까지..
고비도 있었고 미친 듯이 질주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또다시 결승에서 패배했고 나는 그의 패배를 아프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생전 처음 승리한 선수가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그의 팬이 되었습니다.
사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 후로도 꽤나 한참동안...나는 내가 '강도경'이라는 게이머의 팬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 다음 시즌 영웅의 우승과 황제의 패배를 보면서
내가 다시 한번 그 자리에 서있어 줄 그를 꿈꾸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다음 시즌 또다시 재경기에서 탈락하는 그를 보면서
'아..내가 이 사람의 팬이구나..내가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새로운 시즌.
그는 다행히 재경기를 거치지 않고 8강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다시 패배했고..그 패배는 듀얼..그리고 챌린지 예선까지 이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슬럼프를 말하며 그를 소홀히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것이 너무나 속상하고 억울했지만 나조차도 그런 말을 떠올리며 그를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W.C.G.예선날.. 대진표발표와 경기결과를 지켜보면서..
나도 모르게 나를 위로 하고있었습니다.
'여기까지 와준것만으로도 좋다..'였던 것이..
64강...32강..16강...8강을 거치며 '조금만 더..조금만 더..'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그는 4강에 올랐고..공개로 치러진 경기에서 승리했습니다.
하루종일 기다려서 그의 경기를 보았습니다.
나도 모르게 비명 같은 환호성이 터져나왔습니다. 그에게 축하한다는 한마디를 할 용기가 없었지만 내가 할수있는한 가장 기쁜 마음이 담긴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프로리그..그의 팀은 패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당당하게 무대에 서서 '우승컵을 찾아오겠다'고 말했습니다.
경기 내내 떨렸던 가슴이..그제야 진정이 되었습니다.
'이거다..이런 거야..'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날 새벽 감독님의 글을 읽으며..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스타를 보면서..멋진 경기를 보았기 때문에 울었던 적은 있었지만..
진게 억울하고 속상해서 울어보는건 처음이었습니다.
그 날의 결승전에 함께 하지 못한 게 왠지 모를 죄책감이 되어 나를 눌렀습니다.
실은 그래서 그 다음 월요일 낮에 충동적으로 서울행 기차를 탔습니다.
가까이에서 본 그는 여전히 당당했고 그 날의 경기는 멋있었습니다.

그는 지금 MBC게임 마이너 리그의 16강 토너먼트와 팀리그 결승, W.C.G를 준비하고있습니다.
그 결과는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습니다.
나는 그가 이겼던 경기든 진 경기든 그가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는 무수히 이겼고 또 무수히 패했지만
아직도 그의 승리가 감격적이고 그의 패배가 익숙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그의 경기들은 나에게 내내 그럴 것 같습니다.
꼭 그가 최고여서가 아닙니다.
그가 내게 보여주는 모습들...그걸 좋아합니다.

믿는다는 말...그에게는 해주고 싶지 않습니다.
나의 믿음이라는 것은 그 바탕에 깔린 애정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니 굳이 그걸 강조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니까요.
그냥...지금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는 당신의 팬이고..팬으로서 당신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
지금 이렇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에 대해서...가끔은 나도 내 애정을 마구 표현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참 어렵더군요. ^_^;(이것보다 어떻게 더 티내고 표현 하냐..라고 물으시면 부끄러울 것 같습니다..으하하하)

제가 이상으로 생각하는 그 무언가의 모습...
죽지 않는 남자...태양 같은 남자..그것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내게는 바로 그입니다.

-미소와 냉소가 순간에 공존하고...(이런 러브레터에는 안어울리나요?--;;)
----------------------------------------------------------------
여러번 댓글을 썼다가 지우고 또쓰고 또 지웠습니다.
댓글이 본문보다 길지도 모르겠군요.. 다른 게시물로 작성할까..했지만 그것도 이상한 일이여서 이렇게 댓글로 답니다.
(그리고 사랑한다고 쓰고싶었는데..참 어렵습니다..)]









늦었지만-
많이 사랑합니다. 도경선수.....


(우울하고 정신없는 글로 우울하고 정신없게 만들었다면 죄송스럽습니다.
그렇지만 아직은 잘 안되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6/02/11 00:23
수정 아이콘
저도 제가 몰래몰래 응원하는 어떤 선수가 이렇게 은퇴를 한다면, 참 마음 아플거 같네요. 사실 그 선수도 어쩌면 은퇴의 기로에 서있을 거 같아 한편으로는 마음이 참 불안한데...

도경선수, 아니 이젠 도경씨인가요? 군 생활 잘하시고, 꼭 멋진 모습으로 돌아오세요. 기다리겠습니다.
스트라포트경
06/02/11 00:24
수정 아이콘
많이 아쉽죠... 아직도 사실같지가 않아요....
비롱투유
06/02/11 00:25
수정 아이콘
한 두명씩 우리 곁을 떠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네요..
한빛이라는 가장 좋아하는 팀의 기둥이 사라지는 것도..
언젠가 다시 그의 웃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리고 이 멋진 글이 추게로 가길 희망합니다..
말없는축제
06/02/11 00:42
수정 아이콘
정말T_T 이런건 정말 상상도 못했지말입니다;
마다마다다네~
06/02/11 00:46
수정 아이콘
이젠 추억으로만 남는건가요.... 후우-
06/02/11 00:50
수정 아이콘
가장 먼저 알게 된 선수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게이머입니다
그 때문에 한빛팀을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언젠가는...하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닥치니 멍~합니다
안그럴 줄 알았는데 인터뷰 보고 눈물이 흐르더군요.

생각보다 더 많이 좋아했나 봅니다. 아마도...........
사고뭉치
06/02/11 05:22
수정 아이콘
후.. 절 바로 이 바닦에 빠뜨린 장본인이십니다.
그래놓고, 그 긴 7년이란 시간동안 절 이곳에서 허우적대도록 했으면서..
이렇게 가버린다니..

밉습니다.
너무너무 밉습니다.
J님처럼 저도 상상은 했었지만, 그래도 너무 밉네요. ㅠ_ㅠ


하지만, 그가 앞으로 어떤길을 걷더라도 아마도 지금처럼 잘해가겠죠?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겅강히 잘 다녀오세요. ㅠ_ㅠ
자리양보
06/02/11 12:24
수정 아이콘
아...정말 슬픕니다...J님의 글을 읽으면 더 슬플것 같아서 자세히 읽지 않으려다가 그래도 읽어버렸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그냥 슬프고, 아쉽고, 미련이 남네요...
부활저그대마
06/02/11 22:26
수정 아이콘
미치겠네요 정말.... 후 ㅜㅜ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0874 스타리그 주간 MVP (2006년 2월 둘째주) [33] 일택3546 06/02/11 3546 0
20872 번역연습 - 인테르의 전설 이반사모라노 [12] 라이포겐5651 06/02/11 5651 0
20871 해쳐리 버그에 대한 임시방편... [31] SEIJI6556 06/02/11 6556 0
20870 조용호 인터뷰에서 본 의문점... 뮤탈로 배슬 잡는 플레이 [27] SEIJI9392 06/02/11 9392 1
20868 배려라는 것. [5] 김홍석3539 06/02/11 3539 0
20867 해처리버그원인이밝혀지고 난뒤에 최초의 해처리버그..방송경기 [62] 나둥나둥7184 06/02/11 7184 0
20866 남자의 로망과 여자의 작은 행복은 공존할 수 없을까요? [32] 벙커구석마린4077 06/02/11 4077 0
20865 개념이 달라도 너무다른 프로토스 김성제선수 -_-; [17] ika_boxer6051 06/02/11 6051 0
20864 맵? 상성? 승리는 준비하는 자에게 오는 것. [7] 산적3448 06/02/11 3448 0
20863 K.SWISS 2005 3차 듀얼토너먼트 2Round B조 관전평 [54] 나도가끔은...4837 06/02/11 4837 0
20862 10부작 칼럼 - e스포츠가 스포츠로 거듭나기 위하여(4) [1] KuTaR조군3397 06/02/11 3397 0
20860 최연성의 언론 플레이. [63] 바카스8017 06/02/11 8017 0
20859 스타팬으로서 이것 저것 적어봅니다.. [3] stardom4144 06/02/11 4144 0
20858 Farewell.... 저그대마왕 [2] KTF3730 06/02/11 3730 0
20856 강도경..그를 떠나보내며... [11] 조윤호3622 06/02/11 3622 0
20855 내 기억속에 H.O.T486 [31] onfishing3650 06/02/11 3650 0
20854 미안합니다. 근데 잘 안되네요. [9] My name is J3346 06/02/11 3346 0
20852 떠난 가림토와 남아있었던 포에버... 그리고 뒤바뀌는 운명? [9] 워크초짜6085 06/02/10 6085 0
20851 조금은 낯선 경우...... [20] 狂的 Rach 사랑3414 06/02/10 3414 0
20850 이번 OSL 어떤결승대진을 원하시나요~~~ [69] 초보랜덤4219 06/02/10 4219 0
20849 임요환선수의 문제점. [31] WindKid7250 06/02/10 7250 0
20848 죽음의 듀얼 2R...... 제 2막(B조) [23] SKY923865 06/02/10 3865 0
20847 스타리그 8강 3주차 종료. 듀얼2R 대진표 96% 완성되었습니다. [27] 수경4370 06/02/10 4370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