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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10/16 01:24:39
Name kicaesar
Subject 이윤열 선수에 대한 기억... 그리고
제가 처음 스타 방송을 접하게 된 것은 2001년입니다. 접었던지 2년이나 되었던 스타크래프트, 그것을 아직도 재미있게 즐기는 녀석들이 있구나 하고 놀랐고, 그 녀석들이 보던 스타방송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한참 임요환 선수의 전성 시대였죠. 마린 한마리로 러커도 잡는다는 말에 무심코 '마린으로 러커를 어떻게 잡냐?'며 코웃음쳤었지만, 그때당시 임요환 선수의 화려한 모습을 보곤 팬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임요환 선수를 알아가면서, 다른 VOD도 보기 시작했고 홍진호, 김정민, 김동수, 강도경.... 그당시에 프로게임계를 주름잡던 선수에게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때 처음 알게 된 이윤열 선수. 방학테란이라는 별명으로 게임아이 주장원전에서 우승도 했지만, 그때까진 그렇게 관심 없었던, 적에도 저에게는 '프로게이머 한 명'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윤열 선수가 임요환 선수가 버티고 있던 IS에 입단을 하게 되고, 또 '천재' '토네이도'라는 화려한 수식어들을 달고 다니며 서서히 자신의 존재를 알려 가기 시작했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로템의 원팩 원스타 플토전, 임요환 선수와는 또달랐던 투팩의 저그전... 종족 최강전에서 그 플레이에 반해서 팬까페에도 가입하고, 리플레이도 받아보는 '팬'이 되었습니다.(거의 예전 IS, 오리온, 지금의 티원 선수들은 다 좋아해요 ^^)

그후로, 앞마당 먹은 이윤열이라는 말처럼, 그는 한동안 프로게임계를 평정합니다. KPGA 3회연속 우승, 파나소닉 온게임넷 우승, 프리미어리그 우승, 아이옵스 우승,.....
그런 이윤열 선수도, 이제는 양대리그 피시방 예선으로 가고 말았군요.

개인적으로, 프로게이머중에 천재가 있다면 전 단연코 이윤열 선수를 꼽고 싶습니다.(임요환 선수도 있지만요 ^^) 게임에 임하는 센스, 과감함, 유연함 등은 정말 어떤 동료와 비교해도 발군이더군요.  

어떤 분은 이윤열 선수의 부진 원인에 대해 알수없는 스타일 추구가 원인이다라는 분석을 하시더군요. 하지만, 초창기부터 이윤열 선수를 봐온 사람으로서 그런 견해에는 공감하지 않습니다.

물론, 전략 노출도 패배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한두번의 리플레이 공개도 꺼릴 정도로 정보전이 되어가고 있는 프로게임계에서, 한가지만 고집하는 것은 패배의 지름길일 것입니다. 하지만, 나다의 최근 게임에서는, 고집 이외에 다른 어떤 것이 느껴집니다.  다름아닌 마음가짐이란 것이요.

스타크래프트는 멘탈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기가 아무리 좋아도, 연습을 아무리 많이 해도, ... 자신감 혹은 확신, 또는 든든함이 없이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없습니다. 나다의 게임들에서 이런 것을 느낄 수 없다고 하는 건 저뿐일까요?

게임에서는 그렇게도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던 나다지만, 이 선수의 맘은 본디부터  여린 것 같았습니다. 어느 정도 부담감도 많이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이윤열 선수 일기장에 보면, 그런 고뇌감도 많이 드러나 있죠. 예전 스니커즈에서 임요환 선수와의 경기가 미루어졌을 때도, 어떤 사람들의 비난에 괴로워했던 나다입니다. (임요환 선수가 이윤열 선수를 적극적으로 옹호했던지라, 실제 게임에선 명랑한 모습으로 돌아왔지만요).SG시절 프로리그에서도, 지나친 부담감으로(혹사라고 표현되기도 하지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구요...

억지주장이라 하실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다의 전성 시절에는 나다에게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주는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IS시절부터 시작된 임요환 선수와의 관계는 유명하죠. 지금도 이윤열 선수는 가장 존경하는 선수를 임요환 선수로 꼽습니다. SG시절까지 이어졌던 홍진호 선수의 존재도 보이지 않게 나다에게 힘이 되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지금의 나다는 지치고 부담스러운 듯합니다. 이제 팀의 리더로서 팀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병민 선수가 이적하면서 특히나..),아버님 상, 등등.. 안그래도 여린 윤열선수의 심성에 힘겨워하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멋지고 인상적이며 때론 감동적이기도 한 게임을 보여주는 이 선수도, 이제 22살의 어리면 어린 청년이기 때문이죠.

나다의 팬들, 그리고 스타크래프트 팬들, 이윤열 선수를 질책하시는 마음, 또 그런 글들.... 이해합니다. 그만큼 능력있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던 선수이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그런 방향으로의 관심보다는, 믿음을 가지고 윤열 선수를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네요.  아울러 윤열 선수가 잠시 게임을 멈추고, 여행을 다녀오든지 하는  방법으로 자신을 추스리고 다시 돌아왔으면 합니다.

어떤 선수든지 항상 이길 수만은 없습니다. 임요환 선수도, 박정석선수도, 홍진호 선수도, 버스기사 최연성 선수에게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자신과의 싸움에서 결국 이기고 이자리에 서 있지 않습니까?

비온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윤열 선수는 더 굳어지기 위해, 지금 시련을 겪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잠시 쉬시는 동안 앞으로만 달려왔던 지금까지의 여정을 돌아보시고, 좀더 굳어져서 돌아오세요 윤열 선수.

- 윤열선수의 양대리그 예선 추락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팬이...

PS1. 그런면에서, 6년간이나 꾸준한 임요환 선수의 마음가짐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느 다른 게이머의 글들에서도 인용되는 임요환 선수는, 정말 진정한 프로의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PS2. 개인적으로, 이윤열 선수가 임요환 선수와 같은 팀이었다면, 이런 정신적인 어려움을 좀더 덜 겪었으려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렇게 선수 개인적으로 힘든 입장에서 팀의 리더로서, 다른 일에도 신경을 써야하는 윤열 선수의 중압감을 생각해 볼때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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