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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8/18 17:25:15
Name 퉤퉤우엑우엑
Subject [릴레이 소설]레드 팀 소설,제목미정
"으아악!"

누군가 침대에서 소리를 지르며 일어난다.안색으로 봐서,분명히 심한 악몽을 꾸고 그 악몽 때문에 일어났다는 걸 대번에 알 수 있을 만큼 그의 얼굴은 평소엔 잘 흘리지도 않는 땀이 범벅이었고 파랗게 질려있었다.그는 자신의 팔로 이마의 땀을 닦는다.그리고 양 손으로 얼굴을 움켜쥐고 중얼거린다.

"난...잘못하지 않았어.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분명히 상대가..."

하소연하듯 중얼거리더니 이내 쓸모없는 짓이라고 생각했는지 이불을 옆으로 집어던지고 침대에 눕는다.그리고 방금 자신을 잠에서 깨어나게 만들었던 사흘동안 반복된 꿈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하지만 그가 사흘전에 겪었던 일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 꿈에 대해서만 생각해 보았다.

'벌써 사흘째...밤엔 잠도 제대로 못자고 이러고 있다.도대체 그 꿈은 뭐지?왜 나한테 그것들이 덤벼드는 거야?현실에선 나한테 아무것도 못하는 것들인데,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지난번 일만 빼면 분명히 그랬다.그리고 지난번 일은 그가 생각하기에 절대 자신의 잘못은 아니었다.분명히 상대가...상대가 너무...

'내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그럴수 밖에 없었을거야.그래,절대 내 잘못이 아니라고!'

어제,그제처럼 오늘도 똑같은 생각을 하며 잠이든다.반복되는건 그의 악몽만이 아니라 그 악몽 후에 그의 행동까지 반복되어 버렸다.그는 적어도 잠자리에서는 아무런 일도 당한 적이 없었다.가위도,악몽도 그는 겪어본 적이 없었다.그런 그가 처음으로,그 일로 인해 악몽이란걸 꾸게 된 것이다.


그는 결국 아침까지 잠을 못 이루며 방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꼬박 하룻밤을 오늘도
새고 말았다.악몽을 꾼 후 다시 잠들었다가 또 다시 그 악몽을 꾸게 될것 같은 공포때문
이었다.
아침 햇살이 멍하니 쇼파에 앉아 있는 그의 눈에 스며들어와 닫고 있던 정신의 문을 열
었다.

'아침인가...'

10월 중순을 지나고 있는 가을의 아침은 따사로운 햇살과 시원한 바람의 조화로 기분좋
은 아침을 알렸지만 그의 초췌한 모습은 아침의 신선함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못한듯
온 몸의 피로감이 눈으로 보일정도로 힘들어보였다.

'그것들은 악마인가?아니면 괴물인가?'

사흘내내 자신을 악몽 속에서 자신을 괴롭혔던 '그것'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은 '그것'들에게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그동안 자신이 다뤄왔고 써 온
것들이었지만 악몽속에서의 그는 단지 '그것'들의 장난감이었다.

'사흘 전,그 날을 시작으로 뭔가가 잘못되기 시작한거야.'

사흘전의 괴상하고도 희한한 일이 있고나서 그는 자신의 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다.그는 더 이상 가만히 앉아서 고문과도 같은 현재속에 있을
수 없었다.뭔가 대책을 세워야만 한다.

"그 곳에 가야되.맨처음 이 미칠것같은 상황이 만들어진 그곳으로...!"

그 간의 일로 목소리마저 쉬어버려 거친 쇳소리로 그는 힘겹게 막을 내뱉었다.
그리고 결심한듯 덜덜 떨리는 주먹에 힘을 넣어 꽉 쥔후 힘겹게 몸을 일으켜 바닥
에 이리저리 널부러져 있는 옷가지들을 그의 몸에 걸치기 시작했다.
겨우 나갈 채비를 한 그는 피로에 절은 몸을 조금씩 움직여 밖으로 나가는 문앞에
섰다.그리고 느린 몸짓으로 문의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


집을 나서는 그의 발걸음이 무거워 보인다.
따스한 햇살,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조차 지금 그의 심정을 위로 할 순 없었나보다.



'어떡하지.. 지금 가봤자 소용없을거야. 되돌아 가자.'

'아니야 이왕 나온 거 한번 가보자..'



그는 지금 같은 자리만 몇 분 째 맴돌고 있는 중이다.



결국 다다른 곳은 동네 소문난 할머니 점집..


"계세요?"

"이제야 왔구려..홀홀.."


점쟁이는 이미 모든 걸 다 아는 눈치다. 그도 그걸 눈치 챘나보다.


"그래.. 이름은 사혁이라 했던가.."

"(흠칫)네.. 다 아시겠지만.. 요 몇 일간 잠자기가 무서워요.. 무턱대고 갈 수도 없고.. 전 이제 어떡하면 좋죠?"

"무릎꿇고 싹싹 빌어야지 어쩌겠어.. 홀홀.."

"아니예요! 그 상황에 놓였으면 그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거예요. 아무리 점쟁이 할머니라도요.."

"어허!! 할머니라니! 이래뵈도 아직 처녀라고.. 홀홀.. 여자들은 이벤트를 좋아하니까 이벤트로 그 처녀 마음을 풀어주는 것도 나쁘진 않겠군.. 홀홀.."

"저기..저..그게 아니.."

"복채는 조금만 받을테니까 돈 남으면 나도 이벤트 한번 해줘..아이..ㅇ콜록콜록! 푸헤헥.."


사혁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케겍..이봐 혁! 복채는 주고가야지~!"





'별 미친 할망탱이를 다 보겠네..쳇..'


'휙! 꽈직'


하필 걷어차려던 돌맹이가 땅에 박혀있었다.



'젠장.. 횡단보도 신호등도 빨간불이잖아.. 차도 없는데 그냥 건너야겠다'




...







'번쩍..'

'쾅!!'




.....




"끄아악"

"누워계세요. 아직 안정을 취하셔야 합니다."

"제가 어떻게 된 거죠?"

"빨간불인데 어딜 그리 급하게 가셨어요? 하마터면 큰 일 날 뻔했습니다."

'내가 어딜 갔다오던 길이었지..?'






'번쩍! .. 쾅!...'

"끄아악! 헉헉.. 또 같은 꿈인가.."


사혁은 병원에 입원한 후 계속 같은 꿈을 꾸고있다..


'후.. 아무래도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입원 후에 계속 같은 꿈만 꾸는 것도 이상하고..
대낮에 라이트를 키는 것도 역시 이상해.....
그러고보니 차에 타고 있던 그 사람.. 어디서 본 것 같은데....
!!!
호...혹시... 하..하하... 서..설마.. 하하... 계속 병원에만 있었더니 말도 안되는 생각이 다 나네..'


어느새 사혁의 이마엔 식은땀이 흐른다.


'아무래도 바람 좀 쐬고 와야겠다..'



"하~ 역시 바깥 공기가 좋긴하네 비록 병원에 있는 공원이긴 하지만.."


"부증부증~ 비키째요~ 자동차가 갑니다~ 빵빵~"

"아가야~ 위험하니까 멀리가지 마렴~"


'후.. 역시 아이들은 언제봐도 귀엽단말야.'

"부증부증~ 아저찌 비끼째요~ 빵빵~"



'화악!!....

헛.. 이건 내가 사고 당했던 횡단보도잖아.. 내가 언제 여기에..?

번쩍!!..

저 차는...

!!!!!!!!

차에 탄 사람.. 보인다.. 그 사람이야.. 어떻게.. 어떻게 이럴수가....

쾅!!'



....



"....헉헉..."

"아저찌 왜 그러째요? 제 자동차가 글케 무셔워요? 히히~"

"말도 안되..."

"네? 뭐라구요?"

"말도 안되.. 어떻게 이런일이.."

"아저찌 무슨 소지 하는 거예용? 난 부릉이 운전하러 가야지~"

"분명해... 그 사람이 틀림없어.. 어떻게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나에게...."



사혁의 온 몸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몸이 그대로 땅바닥에 주저앉는 것을 느꼈다. 정신적인 충격은, 혹은 정신적인 여파가 육체에게 준 충격은 마치 자신의 몸이 의지와는 다르게 움직이는 것과 같은 기분을 선사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사혁은 만족감을 느꼈다. 볼품은 없지만 어쨌든 서있는 것보다는 편한 자세였으니. 그는 자신의 몸을 억지로 움직이려는 생각을 포기하고선 자신의 처한 상황을 타개할 만한 찾아보기로 했다. 반복된 악몽을 꾸고 존재할 수 없는 그 사람이 자신을 차로 쳐버리는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하지?

‘머리가 아프군.’

사혁은 그렇게 주저앉은 상태로 손을 들어 머리를 감싸는 일반적인 자세를 취하려 했으나 팔 역시 제대로 움직여 주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순순히 포기하고 눈을 감았다.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신경을 둔화시키고 이대로 계속되는 악몽과 반복되는 이상한 사건들에 익숙해져 버리자는 생각은 일단 보이지 않는 틈사이로 날려버렸다. 익숙해지기 전에 미치거나 죽어버릴 것 같으니까. 그렇다면 어떻게든 끝을 보는 수밖에는 없다. 그것이 해방이던 아니면 완결이던 간에.

‘역시 그 곳으로 가야해.’

그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악몽을 꾸게 만들었던 일도, 그리고 그 너머에 있던 그 일도 모두 그 장소에서 일어난 사건들이었다. 그리고 그것만이 그가 지금 그에게 벌어지는 미칠 것 같은 문제에 주어진 유일한 힌트. 그 장소가 종착점이 아니라 하더라도 시발점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사혁은 천천히 손끝부터 차근차근 힘을 주기 시작했다. 가위에 눌렸을 때와 풀어내는 것과 비슷한 방법으로 천천히 끝부분부터 몸에 힘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악몽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을 때 배워놓은 방법이었다. 정작 시도해보는 것은 처음이라는 것 정도가 문제이지만.
그렇게 몸을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만든 사혁은 살짝 한 숨을 내쉬었다. 다시 한 번 자신을 치고 사라진 차와 그 차에 앉아있던 사람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그리고 그 모습에서 흔하지만 가장 순수한 공포가 천천히 흘러나왔다. 그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빌어먹을, 난 하루하루 즐겁게 살려고 노력했던 보통 사람이었다고! 분노는 종종 다른 모든 감정을 억눌러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적어도, 계속되었던 이상한 사건들로 인해 굉장한 양의 답답함과 짜증이 축적되어있던 사혁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원동력으로 작동하였다. 그래서 아직 부상이 완쾌되지 않았음에도 퇴원 수속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비가 쏟아지네요. 차가 많아서 가뜩이나 운전하기 힘든데.”

택시기사는 약간의 짜증이 섞인 목소리를 툭 던져놓았다. 갑작스러운 소나기. 가뜩이나 날이 저물면서 어둑어둑해졌던 주변의 풍경은 갑자기 몰려온 구름과 곧바로 쏟아지는 비로 인하여 희미하게 사라져갔다. 비와 밤이라. 둘 다 음(陰)에 속하는 것들로 귀신이 나오기에 좋은 환경임에는 틀림없다.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군요?”

택시기사 입장에서는 갑작스런 날씨 변화에서 붕대를 감고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는 이상한 손님과 말을 나눌 계기를 발견했고, 스스로 생각해도 평범하며 일반적인 농담을 던진 것일 뿐이었다.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사혁은 택시기사가 독심술에 일가견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귀신을 보신 적이 있나요?”

“뭐, 젊었을 때는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면서 몇 번 봤었죠.”

그제야 사혁은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귀신, 유령은 흔한 공포다. 여기저기 말을 하다보면 귀신을 봤다는 사람들은 흔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조금만 헤엄쳐 다니다 보면 괴담이니 공포실화 등등의 이름으로 귀신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을 손쉽게 건질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그 존재가 가진 공포를 희석시키기 위한 노력에 불과하다. 귀신은 그 어떤 괴물들보다 무섭다. 그것들만큼 죽음에 가까운 존재는 없고, 또 가장 절대적인 순리인 죽음의 법칙에 어긋난 것들인 만큼 그것들처럼 비정상적인 존재는 없으니까.
하물며 그 존재가 차를 몰아 자신을 쳐버릴 상황이면 더더욱.

“에구, 그칠 기미가 안보이네요.”

비는 점점 거세져 어느새 폭우라 불릴 정도로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혁의 불안감은 서서히 강렬했던 분노를 머금어가며 자라기 시작했다. 그 장소까지는 멀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신호가 도움만 해준다면 기본요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리. 하지만 한가을인 10월에 내리는 것이라고는 생각되기 힘든 비는 택시의 속도를 상당히 줄여놓았고 그 잠깐 사이에 도로는 다른 차들로 꽉 차버리고 말았다. 그는 초조함까지 느끼며 약간은 애절한 기분으로 창 밖을 바라보았다.
분명 그가 있던 장소는 어머어마한 숫자의 사람들이 사는 대도시의 한 복판이었다. 하지만 엄청나게 내리는 빗줄기와 은은하게 지면에 깔린 밤안개들은 바로 옆에 있는 차의 모습마저 낡은 브라운관 너머의 다큐멘터리로 만들어버리고 있었다. 창 밖에 보이는 것은 비와 어둠과 노랗고 붉은 빛들. 흔히 볼 수는 있지만 그때의 감정은 기억하기 힘든 도심 속의 판타지. 차와 사람은 사라지고 빛과 어둠만 남아 기나긴 줄을 만든다.
그리고 그 줄이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응?’

빛의 행렬들이 점점 어둠에 하나 둘씩 사라져간다. 피리 부는 사나이를 쫓아가는 아이들처럼. 말도 안돼. 좀 전까지만 해도 도로를 가득 메울 정도의 차들이 있었는데, 무슨 톨게이트도 아니고 도심 한복판에서 차들이 갑자기 빠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혁은 창문에 좀 더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소용없는 짓이었다. 그나마 남아있던 빛의 도움이 사라지자 쏟아지는 비와 어둠은 한 치 앞의 광경도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당황한 그는 고개를 돌려 택시기사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러려고 했지만 그 동안의 어둠을 모조리 덮어버리는 엄청난 빛이 쏟아졌기 때문에 그는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벼락? 짧은 순간 그런 결론을 내보았지만 곧바로 부정적인 대답이 나왔다. 자연적인 빛이 아니다. 원형에 점점 빠르게 커져나가는 빛......헤드라이트?
소리는 나지 않았다. 정확히는 들을 상황이 아니었다. 사혁은 자신의 몸이 비틀리고 튕겨나가는 느낌을 받으며 눈부신 헤드라이트의 잔영 뒤에 비친 한 여자의 모습을 보았다.



사람은 매일, 적어도 이삼일에 한 번은 잠을 잔다. 그 말은 살아온 나날만큼 잠에서 깨어난다는 소리가 될 것이다. 하지만 사혁은 자신이 눈을 뜨는 행동에 이상할 정도로 낯설음을 받았다. 그렇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쏟아지는 빗방울과 심난하게 흔들리는 이 각도에서 보기 힘든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잠을 깬 적은 없었으니까 낯설 만도 하겠네. 사혁은 살짝 고개를 옆으로 뉘였다. 정확히는 쓰러트렸다는 표현이 적당하겠지만 어쨌든 그러면서 그는 또 하나의 낯설음을 느꼈다.
악몽을 꾸지 않았다.
기절과 잠은 다른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악몽으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고 부상까지 입어 몸이 상해있던 그에게 둘은 연이어서 일어난 일이었다. 기절한 김에 잠도 잤다고 해야 할까나. 그리고 그 결과로 분명 교통사고를 당해 아스팔트 위에 드러누운 상황임에도 상쾌한 개운함을 느끼는 자신을 어떻게 해석할 방법이 없었기에 사혁은 그저 한 마디의 말로 축약하기로 결정했다. 신기한 일이군. 중얼거림이었지만 충격 때문인지 입술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의미 없는 신음소리처럼 들렸다. 주변의 웅성거림이 좀 더 강해졌다. 그는 억지로 고개를 움직여서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택시기사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어떤 사람에게 몸을 기대고 있기는 하지만 슬픈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구겨진 차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면 건강에는 큰 문제는 없는 듯싶다. 그리고 그 주변을 가득 메운 구경꾼들. 꽉 막힌 도심 한 가운데까지 구급차가 올 때까지 나를 보면서 기다릴 생각인가. 차에서 튕겨나가 뻗어버린 사람은 흔히 할 수 있는 구경거리가 아니니 열심히 봐두시길. 사혁은 주변 인물들에게 관심을 끊어버리기로 했다. 그리고 그는 과거를 바라보았다.

‘며칠 전이었지?’

그동안 악몽 때문에 날짜관념이 정확하지가 않다. 그냥 며칠 전 정도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일상. 하날 없이 돌아다니던 도중에 사혁은 자신이 무료함은 인간 최고의 적 운운 거리면서 길가에 흔히 있는 PC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언제나와 같이 아무 자리에 앉아서 습관적으로 스타를 켜고 들어갔다. 불규칙한 손놀림으로 아무런 ID를 만들고 남아도는 시간을 미네랄과 가스로 어떻게 환산시킬지를 고민하면서 방을 검색할 때까진 아직 그는 일상의 범주에 속해있었다. 하지만 마우스를 클릭하지 않았음에도 자신이 어떤 방에 들어갔음을 알아낸 순간, 인생의 방향은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그가 본 것은 원한이 가득 찬 말의 릴레이였다.
마구잡이의 욕설은 아니었다. 그랬다면 사혁은 쓴웃음을 지으며 방을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은 단순한 욕설이 아닌 증오가 신경에 파고드는 것들뿐이었다. 더욱이 아무에게나 하는 말이 아닌 사혁이라는 한 인간에 대해서 퍼붓는 소리였다. 처음에 느꼈던 황당함, 곧바로 이어지는 분노, 그리고 마지막에 모든 것을 점령해버린 두려움. 그 상대는 그를 알고 있었고, 그를 대상으로 그 글들을 써내려갔다. 그리고 그 내용은 그의 머릿속에서 어떤 하나의 기억을 꺼냈고 그 기억은 그를 기겁하게 만들었다.
일년 전 같은 날, 같은 장소. 사소한 오해와 공감된 방관. 한 여자의 죽음.
이어진 악몽의 시작.

‘그 점쟁이, 완전한 사이비는 아니었나 보네. 어떤 이벤트로 기쁘게 해줘야할지는 막막하지만.’

비슷하지만 다르다. 나무속에 숨어있는 나뭇잎나비처럼 사람들 사이에 부드럽게 자리를 잡고 있지만 그는 알 수가 있었다. 공포? 분노? 사혁은 지금 자신이 그런 감정들을 느끼지 않고 있음을 알고 의문을 품었지만 그 대답은 손쉽게 나왔다. 정말로 자신을 죽일 생각이었다면 두 번이나 실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람도 아닌 존재가 그런 실수를 한다면 앞으로는 스릴러가 아니라 코메디가 됐을 것이니까. 그래서 그는 다른 감정을 가지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입술은 여전히 힘겹게 떨렸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된 단어가 만들어졌다.

“미안......”

그녀는 어떤 분노나 증오도 들어있지 않은, 오히려 슬픈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미안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 자신의 의도가 아니었다는 의미? 그곳도 아니면 무엇인가를 하지 말라는 의미? 그도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싶어졌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말없이는 의사전달이 힘든데 하물며 사람과 영혼 사이에서는.
와, 하는 소리가 물결치듯 도로를 메웠다. 그리고 사혁은 자신이 몸을 일으키는 하나의 행동만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냥 무시해버렸다. 상반신을 세우고 팔을 한 번 움직여보고, 용기를 내서 다리로 대지를 딛고 곧게 선다. 근육과 뼈와 신경이 아우성을 치는 사이에서도 그는 완전히 서서 걸음을 떼는데 성공을 했고 그는 자신이 움직인다는 사실에 충분히 만족했다.

‘어차피 달라진 것은 없다.’

그가 생각했던 것과는 어긋났지만 어쨌든 1년 전 사건과 증오의 메시지, 그리고 악몽과 죽었던 여자의 출현은 뭔가 연관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아마 그 연관성 안에는 자신이 모르는, 혹은 기억하지 못하는 뭔가가 있을 것이고, 그 것에서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의 결론이 나올 것이다.
사혁은 발을 땅에 디뎠을 때 신경을 타고 올라오는 고통에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밑이 아닌 앞을 향하고 있었다.


레드 팀 분들 빨리 제목을 정해주세요-_-;;아니면 제가 내용과 관련있는 걸로 붙이겠습니다.


p.skama님이 이 글의 반 이상을 쓰셨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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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5/08/18 18:18
수정 아이콘
레드팀도 화이팅! ^^
05/08/18 18:23
수정 아이콘
제목을 어떻게 해야 할지;;;일단 내용에 따라서 제목이 달라지니...
그래도 대충 분위기와 스토리전개상으로 보자면
유령,그림자,폴터가이스트,귀신,악마 등등....
이런 종류가 좋을듯?
울 팀분들의 의견을 보고 결정해보죠.
05/08/18 19:58
수정 아이콘
제가 사이에 껴서 완전 못 하는 티가 팍팍 나네요 ㅠㅠ
강은희
05/08/18 21:11
수정 아이콘
제목 만들려고 머리 쥐어뜯으며 별 생각을 다 하고 있습니다-_-좋은 제목 없을까?
강은희
05/08/18 21:18
수정 아이콘
미궁!-_-...령! ...; 한몽...;;;끄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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