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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07/13 16:23:00
Name 낭천
Subject 켈트인들의 꿈 : 에린의 신들(누아다편)
  kama님 요청으로 글 하나 올립니다.^^;

  --티르 난 오그, 영원한 젊음의 신화
   --켈트인들의 꿈 : 에린의 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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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켈트인들이 생각했던 신은 투하 데 다난 일족을 가리키는 것이다.  에린의 다섯 번째 지배자였던 이들은 결국 인간의 선조인 밀레족에게 패해 티르 난 오그로 사라졌지만 켈트인들은 세상이 끝날 때 그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 믿었다.  꼭 돌아온다는 약속과 함께 아발론 섬으로 떠났던 아더왕은 그런 켈트인들의 믿음이 빚어낸 가장 유명한 영웅인 것이다.  한때 신이었고 다시 신이 될 티르 난 오그의 주인들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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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켈트인들은 그리스인들처럼 대단히 많은 신들을 믿고 있었다.  다만 올림푸스의 거주자들과 달리 투하 데 다난들은 특정한 자신의 영역을 갖지 않았다.  예컨대 바다의 신 포세이든, 저승의 신 하데스, 태양의 신 아폴론과같은 개념이 투하 데 다난들에게는 없었던 것이다.  혹은 있었지만 후세의 우리들에게 미처 전해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들은 신이라기보다 일종의 영웅들이었고 또한 전쟁의 영광을 쫓는 뛰어난 투사들인 견우가 대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시와 예술의 수호자들로 불렸던 '에크네(Ecne)' 는 1차 모이투라 전투에서 팔이 잘린 왕 누아다를 지키며 무수한 적들을 살육하는 용맹한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상 오늘날 우리에게 알려진 투하 데 다난의 전승은 대개가 타종족과의 전쟁에 관련된 것이고 그 중 클라이맥스가 바로 1,2차 모이투라 전투다.  1차 모이투라 전투는 투하 데 다난 vs 피르 볼그족, 2차 모이투라 전투는 투하 데 다난 vs 포모르족 사이에 일어났다.  두 전투에서 투하 데 다난은 모두 승리를 거두었고 에린의 패권을 장악할 수 있었다.
  지면 관계상(-_-;) 투하 데 다난의 모든 신들을 다룰 수는 없다.  따라서 이번 달에는 대표적인 신인 누아다와 루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누아다(Nuadha)
  누아다는 1,2차 모이투라 전투 때 투하 데 다난의 왕이었다.  Nudd, Lludd, 또는 Lud라고 불렸으며 그가 쌓은 성은 오늘날 영국의 수도인 런던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런던(London)의 명칭은 바로 그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다.
  누아다는 투하 데 다난의 4가지 보물 중 하나인 마검 클라흐 솔레이스(Claimh Solais)의 보관자였고 전쟁터에서는 그 검을 뽑아 적을 물리쳤다.  하지만 '절대 패하지 않는 검' 이라 불렸던 클라흐 솔레이스의 위력에도 불구하고 누아다가 무적의 용사였던 것은 아니다.  뛰어난 용기와 왕으로서의 자질, 인품을 지니고 있었지만 전사로서 그를 능가하는 이들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이 점에서 누아다는 아더왕과 비슷하다.  아더왕 역시 엑스칼리버를 갖고 있었지만 결코 란슬롯과 트리스탄을 이길 수 없었다.  그럼에도 모든 기사들이 그를 존경하고 가신으로 그를 섬겼던 것처럼 누아다 역시 가장 고결한 존재로 불리며 투하 데 다난을 다스렸다.
  누아다에 관해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그가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는 치유의 샘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왕은 자신이 다스리는 백성들의 병을 치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은 이후 영국인들 사이에 하나의 신앙으로 굳어졌고 톨킨은 '반지의 제왕' 제 3권인 '왕의 귀환' 에서 이런 믿음을 고스란히 인용해 아라곤의 왕위를 복권시켰다.

  --누아다와 스렌그(Sreng)
  피르 볼그족과의 결전이었던 1차 모이투라 전투가 일어나기 전 누아다는 파국을 피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때 까지만 해도 피르 볼그족은 투하 데 다는을 수적으로 훨씬 압도하고 있어 정면 대결을 한다면 승산이 없었기 때문이다.  누아다는 피르 볼그족의 왕인 에오카이드(Eochaid)에게 사자를 보내 에린을 둘로 나누어 통치하는 현 상태 그대로 평화롭게 지낼 것을 제안했다.  에오카이드는 누아다의 요청을 거부했지만 대신 석 달 후 동일한 수의 병사들로 전투를 치르는데는 동의했다.  1차 모이투라 전투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두 종족은 자신들 중 가장 뛰어난 전사들을 선발해 정예 부대를 구성했고 6일간 사투를 벌였다고 전해진다.  그 넷째 날 누아다는 적의 장수들 중에서도 첫 손가락에 꼽히는 스렌그와 맞붙게 된다.  스렌그는 양군을 통틀어 대적할 자가 없는 용사였고 누아다는 클레흐 솔레이스의 힘을 빌리고서도 그를 이길 수 없었다.  결국 스렌그는 누아다를 제압하고 그의 오른팔을 잘라 버렸다.
  하지만 왕의 패배는 오히려 투하 데 다난군의 전의를 불태우는 결과를 가져왔다.  충격 속에서도 투하 데 다난군은 분연히 피르 볼그족을 몰아붙이기 시작했고 마침내 승리를 목전에 두게 되었다.  스렌그의 무용에도 불구하고 피르 볼그족이 패전으로 몰리게 된 것은 그들의 왕이었던 에오카이드가 죽어 혼란에 빠진 때문이었다.  누아다는 스렌그와 싸우기 전 계칙을 세워 에오카이드에게 어떤 종류의 물도 인식할 수 없는 마법을 걸었던 것이다.  지독한 갈증에 시달려 에오카이드는 물을 찾아 전선을 이탈했고 얼마 후 투하 데 다난군을 만나 목숨을 빼앗겼다.
  전투가 시작되고 6일째 되는 날 에오카이드의 뒤를 이어 피그 볼그족의 왕이 된 스렌그는 누아다에게 다시 1:1 전투를 신청해 왔다.  외팔이가 된 누아다는 도저히 스렌그의 도전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였고 결국 피르 볼그족에게 에린의 땅 일부를 주는 조건으로 평화 조약이 체결됐다.
  전쟁이 끝난 뒤 누아다는 왕좌에서 물러났다.  투하 데 다난은 자신들의 왕으로서 불구자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아다의 뒤를 이어 1차 모이투라 전투에서 큰 공을 세운 '브레아스(Breas)'가 투하 데 다난의 왕이 되었다.

  --누아다의 귀환
  브레아스는 대단한 용맹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지만 결코 왕으로 적합한 인물은 아니었다.  더구나 그는 포모르 마족의 피가 섞인 혼혈이었다.  그의 아버지인 '엘라하(Elatha)' 가 바로 포모르족의 왕 중 하나였던 것이다.  7년에 걸친 브레아스의 통치기간 중 투하 데 다난은 포모르족의 반노예 상태로 가흑한 억압을 받아야 했다.
  한편 그 동안 누아다는 뛰어난 의술사인 '디안 케트(Dian Cecht)' 와 세공사 '크레이드네(Creidne)' 의 도움을 받아 잘린 팔을 치료했다.  비길 데 없는 명공이었던 크레이드네는 은을 이용해 7년의 걸친 세월에 걸쳐 누아다에게 붙여줄 인공 팔을 만들었고 디안 케트는 이 은 팔을 누아다의 어깨에 붙여 주었다.  이후 누아다는 '아케트라브(Airgetlamh : 은 팔이라는 뜻)' 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누아다의 상처는 완전히 치유된 것이 아니었는데 그것은 그 은팔에 생명력을 빨아먹는 투구벌레인 '다르브 다올(Darbh Daol)'  이 숨어들어 기생했기 때문이다.  후에 디아 케트의 아들인 '미아흐(Miach)' 가 다르브 다올을 제가하고 스렌그에게 잘린 누아다의 원래 팔을 찾아 붙여주자 누아다는 그때서야 완전히 기력을 되찾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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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안 케트와 다이달로스
  켈트인들의 전승을 살펴보면 다른 지역의 것과 비슷한 얘기들이 많이 발견된다.  누아다와 아더왕의 유사성에 대해서는 위에서 살펴봤거니와 그밖에 전쟁터를 누비는 세 여신들 '바드흐 카흐(Badhbh Cath)' 는 북유럽 신화의 발퀴레와 비견된다.  또 전지전능한 광명의 신 루그가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범인들에게 황금의 사과 수색을 비롯한 여러 고행을 명령하는 것은 그 유명한 '헤라클레스의 12 고행' 과 너무도 닮아있다.  계모의 마법에 걸려 백조로 변하는 '리르의 네 아이들' 에 대한 전설은 후일 안데르센과 셰익스피어에 영감을 주어 '백조왕자' 와 '리어왕' 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디안 케트의 얘기도 그리스의 다이달로스 신화와 비교해 볼 수 있다.  디안 케트는 자신이 7년이나 걸쳐 치료한 누아다의 팔을 아들인 미아흐가 며칠만에 완전히 고쳐놓자 화가 치밀어 자신의 손으로 죽여 버렸다.  미노타우로스 미궁과 하늘 높이 날 수 있는 날개의 창조자였던 다이달로스 역시 자신의 조카인 페르딕스가 자신보다 더 뛰어난 솜씨를 보이자 이를 시기해 절벽에서 떠밀어 살해했다.  둘 모두 자신들의 기술에 지나친 자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생긴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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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모이투라 전투와 누아다의 최후
  거듭되는 폭정으로 백성들의 신망을 잃은 브레아스는 결국 누아다에게 왕위를 돌려주어야 했다.  그는 비밀리에 복수를 맹세하고 자신의 아버지인 엘라하가 있는 포모르족을 찾아간다.  엘라하는 모든 포모르족의 맹주인 사안의 발로르(Balor)에게 브레아스를 소개했고 둘의 결합이 훗날 2차 모이투라 전투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누아다가 다시 왕이 됐지만 투하 데 다난은 여전히 포모르족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때문에 발로르는 당장 투하 데 다난을 공격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고 브레아스는 때가 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20여년을 기다리고 나서야 브레아스는 마침내 기회를 잡게 된다.  포모르족의 세금 징수원들이 에린에서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 범인은 바로 2차 모이투라 전투가 끝난 뒤 누아다의 뒤를 이어 투하 데 다난의 왕이 되는 광명의 신 루그(Lugh)였다.
  발로르는 대노해 즉시 군사를 일으켰고 마침내 2차 모이투라 전투가 벌어졌다.  그리고 이 싸움에서 누아다는 마침내 그의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누아다는 포모르족의 총사령관인 '인디흐(Indich)' 와 대결해 그를 쓰러뜨렸지만 같은 날 밤 발로르가 소환한 사룡 '크롬 크루아이흐(Cromm Cruaich)' 에 의해 파란만장한 일생에 종지부를 찍고 말았던 것이다.


  여지껏 누아다에 관해 옮겨 적었습니다..  타이핑만 하는데도 힘드네요. ^^; 그리고 제가 잘못 알고 있던게 누아다는 패전의 책임을 진게 아니라 불구의 몸이 된 것으로 인해 왕위를 넘겼군요..
  
  끝까지 읽으신 분들께는 수고하셨다는 말을 드립니다.  RPG나 판타지 쪽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 재밋게 읽으셨으면 좋겠네요 ^_______^

ps: kama님은 끝까정 읽으셔야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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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7/13 17:23
수정 아이콘
네 잘읽었습니다^^ 도움이 됬군요. 검은 무적의 검이지만 사용하는 사람이 무적이 아니었다는......마음에 드는 내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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