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1/11/25 19:25:02
Name Apatheia
Subject [잡설] 스타리그가 온라인 시트콤인가?
버릇처럼 들러본 온게임넷 사이트...

그러나 오늘도 여전히, 열만 받고 나와버렸다.



이번 리그 재미없다 지난 대회가 좋았다

심지어 온라인 예선 같은 건 도대체 왜 하는 거냐

재미없어 재미없어 재미없어...

마치 엄마를 따라 제사가 있는 친척집에 와서는

하나도 못 알아듣는 '어른들 이야기'에 싫증이 나버린 네살박이 어린애가

엄마의 치마꼬리를 붙잡고 빨리 집에 가자고 칭얼대는 꼴을 보는 듯 하다.

도대체 그들이 말하는 그 '재미'란 게 도대체 뭔가.

발키리에 배틀크루저까지 뽑아서 승승장구하던 테란한테

몰래 한 켠에 퀸즈 네스트 숨겨두었던 저그가 퀸 뽑아 커맨드 센터 감염시켜서

거기서 쏟아져나온 감테들한테 자폭당하고 결국은 GG치는 그런 것?

아니면 발업질럿에 드라군 대부대에

리버까지 휘젓고 다니는 프로토스에게 시종일관 끌려다니던 테란이

마지막에 핵이라도 한 방 날려서

Nuclear launch detected...라는 메세지가 울려퍼지는 그런 것?



메가웹 직접 가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 후덥지근한 공기 속에, 보기에도 숨막히는 경기복을 입고

자신의 표정 하나, 손 움직임 하나에 온통 쏠려있는 낯선 시선들 속에서

이름만 들어도 숨이 막히는 상대와 마주앉아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게 안되거들랑, 온게임넷 사이트에 올라있는

씁쓸한 패자라는 엔딩 동영상이라도 한 번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당신들이 바라는 건 도대체 뭐지?

시작에 경과에 결과까지 다 짜놓고 말만 맞추는

한편의 쇼나 시트콤을 바라는 건가?

당신들이 보기를 바라는 건 승부가 아니라 연극인가?



그들의 땀과 눈물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기욤에게 6분만에 GG를 선언한 이재항이 느꼈을 아쉬움이

40분간의 혈전끝에 김동수에게 진 김정민이 느꼈을 허탈감보다

가볍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설령 당신들이, 우리들이 그렇게 생각할지라도

선수라는 이름을 단 그들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재미없다고?

그럼 당신들이 그들만큼 해 봐라.

임요환이나, 김동수나, 기욤을 맞아서 그들만큼 버티고 싸워 봐라.

난 기꺼이 당신들을 존경하고 당신들의 의견에 목소리를 덧붙일 것이다.

선수들이 무능하고, 그래서 이번 스타리그는 재미없다고.

하지만 그럴 자신도 없는 주제에, 게시판에 자판 몇 개 두들기며

이번 리그 재미없다고 떠들 줄 아는 정도의 용기밖에 없다면

당신은 자기 일 아니라고 함부로 입 놀리는 비겁자에 다름아니다.


-Apatheia, the Stable Spi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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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날고싶다
01/11/25 19:56
수정 아이콘
냉혹하리 가혹한 승부의 현장에서 단순한 재미만을 바라는 팬들의 자세는 저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_-
나는날고싶다
01/11/25 20:02
수정 아이콘
근데..겜벅스란 회사는 일욜날은 쉬는가 보네요..--+ 다행이네요..-_-;
노란잠수함
01/11/25 20:19
수정 아이콘
저도 한마디 하고 싶었는데 대신 해주셔서 감사...^^ 날고싶다 이놈!!! 전화를 생까다니... 잡히면 죽었다~~~!!!
인터넷상에서 자유로움이 지나치는것을 볼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직접 마주대고도 그런 말들을 할수 있을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