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스승이라 할 수 있는 한 선생님께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분의 할아버지께서, 손녀는 학교 안 보내도 된다고 하시며,
학교가는 걸 반대했다고 하시더군요.
하지만 막상 손녀가 비온 뒤 지렁이들 때문에 징그러워하거나 하면
빗자루를 들고 나와 쓸어주시고 하면서, 막상 학교 가는 것은 방해하긴 커녕 도와주셨죠.
처음에는 그 얘기 듣고 이해가 안 갔습니다.
할아버님은 그럼 손녀가 학교 다니는 걸 사실은 반대 안하신 것인가??
아니면 내 손녀만은 예외라고 생각을 바꾸신 것인가?
...
할아버님은 손녀는 학교갈 필요가 없다고 진짜로 생각하시면서도,
막상 아끼는 손녀가 학교를 다니고 싶어하는데 못가면 속상해 할까봐 도와주고 싶어했던 것입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에 입각해 남을 저지하거나 강요하는게 아니라...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너머서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기뻐하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먼저 움직인 거죠.
처음에는 좋아하는 사람에게든 싫어하는 사람에게든 "옳은 건 옳은 거"
딱 구분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생각했었습니다.
옳고 그름이 기준이 되는 게 가장 타당하다고 믿었지요.
하지만 이 얘기를 곱씹던 어느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옳고 그름의 기준에 사람이 희생된다면 그게 뭐가 타당하다는 말일까 하고요.
다 사람들이 행복하고 즐겁게 살자고 그러는 것인데, 신념에 사람이 희생당하면,
그 신념이 왜 있어야 하는 것일까.
어떤 집단이든,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지켜야 할 최저선"은 꼭 있어야 할테지요.
그렇지만, "교사든 학생이든 학교에 무단으로 결석하지 말기"라는 규칙이
있다 하더라도 아픈 학생을 위해 교사가 직접 수업을 째고 학생을 태워서 병원에 간
이야기는 훈훈한 미담으로 인구에 회자되듯,
규칙보다 앞서는 "좋은 것"이 있다는 걸 점점 이해하게 되더군요.
지금은 망설이지조차 않고 확고하게 생각합니다.
옳고 그름의 규칙보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기뻐할 방식으로 행동하는 게 진짜 사람살이라고요.
심지어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이, 그 선생님의 할아버지가 믿은 신념처럼,
남에게 충분히 옳지 않은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이런 제 이야기를 듣고, 그 말은 규칙을 무시하고 감정대로만 행동하는 것일수도 있는데,
그게 타당하다는 말이냐고 묻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 하지만 사람이 자신을 기만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솔직하다면,
자신이 지금 타인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자기 권리만 찾기 위해 핑계를 대고 있는건지,
아니면 진정으로 모두를 위해 기쁘고자 그 행동을 하는지
"스스로" 구별하는 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피지알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모인 집단에서,
옳고 그름을 규정한 규칙에 의해 운영한다는 건 필수적이고 유일한 방식이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하나하나만큼은 "규칙을 안 어기겠다"라는 생각보다
"모두를 기분좋게, 혹은 생산적이게 해줄 일을 하고싶다"고 생각하며 움직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모 사이트에서
< 규칙은 이렇다, 어긴 건 아니지 않느냐, 이건 내 권리다, 나는 옳은 말을 했다, 이런 것도 안 되느냐...... >
이런 종류의 논쟁을 보고나서 씁쓸함을 느끼고 - 또 그런 논쟁을 흔하게 보기 때문에 -,
규칙 지키기와 더불어 "타인을 배려하는 인간미"를 다시 좀 챙겨보았으면 하는 생각에서 글을 남깁니다.
ps. 여기가 문제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