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03/06 16:18:15
Name 항즐이
Subject [현주베이커리에 드린글] 배부른 향기의 행복
사람은 살면서 이것저것에 시달리고, 또 때로는 앓아버리기도 하지요.
그래서 다들 조금씩은 힘을 주고 긴장된 신경을 세우면서 길을 걸어다니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어딘가를 황급히 찾아가는 길에는 그런 사람들이 가득했던 일안지, 조금씩의 짜증섞인 소리와 시끄러운 발걸음 소리가 서로 엇박을 내면서 왕왕 울려대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또 많은 사람들은 서로를 부딪혀가며 가야 할 곳을 생각하고 있었을 터인데, 그곳이 쉴 곳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다지 기대를 품은 표정은 보이지 않아 쓸쓸했습니다.

골목을 나서고, 귀퉁이를 돌아 저는 조금 넓은 길에 이르러 숨을 고르고 다시금 길을 재촉하려 했었습니다. 그리고 크케 들이쉰 숨을 급히 닫아 가두고 흠뻑 가슴을 그 향기로 적셔 보았습니다.

귀퉁이를 돌아서자 마자 만난 작은 빵집의 작은 연통에서는 갓 구워낸 빵들이 저마다의 웃음으로 방긋거리며 지나는 이들의 코를 간질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어릴적, 어머니의 손을 잡고 시장길을 다녀오면, 하나 둘 씩 지나치는 빵가게를 헤아리며, 마지막 집에서는 기어코 어머니의 옷자락을 끌던 맛난 식빵 냄새들 처럼. 배부름 내음이 그 길 앞의 모든 긴장을 다 가져가 버리고 사람들을 나른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후우~ 후우~. 서너 번, 곧 배가 불러오고 힘이 들어가 있던 어깨는 삐딱하게 풀려서 약간은 멍한 어린애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는 또 걸어가야 했지만, 사람들은 저를 보고 의아해 했을지도 모르지요.

애써 예쁜 말을 가려하기 보다는, 서로가 이야기하면서 배부를수 있는 것. 꼿꼿이 세워진 우리의 신경이 바라는 곳은 아마 그런 자그마한 빵가게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문을 열면 딸랑이는 종소리가 들리고 시원스레 웃는 아주머니가 작은 의자를 내 주시며 빵 고르는 동안을 쉬라고 권할것만 같습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이제 빵을 고르러 일어나봐야 겠지요. 배부른 향기가 오늘도 가득한 것만 같습니다.



====

현주님 까페 "현주 베이커리"에 손님으로 놀러가서 남긴 글입니다.
현주님이 황공하게도 친히 손님으로 초대해 주셔서 ^_^
http://cafe.daum.net/SprinG

pgr도 이런 맛난 빵집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_^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2/03/06 23:18
수정 아이콘
아아.. 멋진 글이네요. 항즐이님 말씀대로 pgr도 그렇게 정겨운 빵집이 될거라는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학원 휴게실의 인터넷. 상당히 빠르군요..^^;
나는날고싶다
02/03/07 00:57
수정 아이콘
형..멋져..ㅠ_ㅠ;
Apatheia
02/03/07 00:59
수정 아이콘
암튼 pgr21 최고의 인기작가라니까... ^^
항즐이
02/03/07 03:20
수정 아이콘
ㅇ_ㅇ;; 왜그러세요 전 스타계 최고의 인기 작가 아파테이아님 황공스러운 말씀을 !
이제 우리 항즐이가 전국구 작가로 나설날이 멀지 않은 듯...Apatheia님도 더 좋은 글 많이 써 주시면 두 인기 작가로 인해 더욱 읽을거리가 풍성해질 듯...^^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528 2002 온게임넷 스타리그 1차시즌 [1] 이지환1169 02/03/08 1169
1527 [잡담] '그런 사람'의 아름다움 [2] 수시아1150 02/03/08 1150
1526 잼나서 인사모에서 퍼온글입니다. [5] 마린1149 02/03/08 1149
1525 [TPZ - 임진수] 꽤 재미있는 프로더군요.. [7] 목마른땅1440 02/03/08 1440
1524 [잡담] 그런 사람이니까. [7] Apatheia1222 02/03/08 1222
1523 KPGA 최종 8강 멤버 [5] 이재석1175 02/03/07 1175
1520 기성세대의 관점에서보는 게이머라는 직업..... [4] 286Terran1342 02/03/07 1342
1519 이번 kpga대회에서 임요환선수 ㅇㅇㅇ1155 02/03/07 1155
1518 파이팅 정일훈님...... [6] ESP1217 02/03/07 1217
1517 [2002kpga] ChRh 8강 진출.... 축하.. [8] 목마른땅1139 02/03/07 1139
1514 [잡담]이번 온겜넷 첫 시즌 예선 진행 문제 있다?? [8] 나는날고싶다1410 02/03/07 1410
1516 [re] 지적 감사합니다. 게임앤컴퍼니 이지환입니다. [2] 이지환1108 02/03/07 1108
1513 itv 랭킹전 이번 예선 결과를 보고 나서.... [3] 황당한1605 02/03/07 1605
1512 itv에서... [6] ㅇㅇㅇ1139 02/03/07 1139
1511 Homy님, 수시아님 [7] pgr211185 02/03/07 1185
1510 와..커프리그.. [5] 나랄라1181 02/03/07 1181
1507 [펌] 현재 우리나라가 세계 1위인 것들..... [10] canoppy1587 02/03/06 1587
1505 왜이리 마음이 심란하고 삶이 무엇인지.........ㅜㅜ [2] 성원이1114 02/03/06 1114
1504 [현주베이커리에 드린글] 배부른 향기의 행복 [5] 항즐이1267 02/03/06 1267
1503 [펌]아름다운 이별 [1] 분수1132 02/03/06 1132
1502 안녕하세요. 예전에 게임큐에서 성원이라는 필명을 쓰던 사람인데요... [3] 성원이1138 02/03/06 1138
1508 다음 게임큐카페가서 보세요 ^^ 겜큐사랑1020 02/03/06 1020
1501 ghemTV 입니다...^^;; [7] -=Kara=-1787 02/03/06 178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