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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08/13 14:12:41
Name 언뜻 유재석
Subject [잡담]오늘의 mvp
약속시간을 앞두고 씻는 중이었습니다...조금은 늦을지도 모른다는 전화를 받고

조심스레 리모컨을 눌렀습니다.

이리저리 돌리던 차에 봉황대기야구 중계가 눈에 띄었습니다. 충주 성심학교와

성남서고.  생소한 이름이었습니다. 성남서고는 몇번 들어본 적도 있었지만 성심학교는..

원체 고교 야구는 상위권 팀들간의 경기가 아니면 거의 보지 않지만 다른 방송도 눈길이

가지않아 리모컨을 내려 놓았습니다..

성심학교는 청각장애우들의 학교 였습니다.. 캐스터분과 해설자분의 설명과 훈련장면

등 장황한 설명을 듣고 이런 생각을 했답니다..

"이건 콜드 게임인데..." 채널을 옮기려 리모컨을  들었다 1회만 보자는 생각에

다시 내려 놓았습니다..

......

부끄러웠습니다..  리모컨을 들었던 제 손이 아주아주 미웠습니다.. 그들은 그 곳에서

저에게 뭔가를 말해 주는 듯 했습니다..

투수 서승덕...팀의 유일한 투수인 서승덕 선수.. 120대의 직구와 배운지 3주밖에 안되는

커브가 구종의 전부인 그는 조금은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을 구석구석 공략하며..

때로는 수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멋진 화인플레이를 보여준 동료들에게 수화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저의 마음속을 울렸습니다..

감독님의 작전을 수화를 한번더 통해 들어야하는...팀 전원 10명의 성심학교 선수들..

오히려 그들은 이 전국대회를 즐기러 온듯했습니다...

그들은 서로에게 수시로 고맙다는 인사와 잘했어..수고했다 등의 언어를 주고 받고

있었습니다.. 실수한 친구를 다독이던 선수들... 파울인지 모르고 전력질주해 1루에

슬라이딩한 선수들.. 동료의 실수를 자기의 실수라고 슬몃 미소짓는 선수들..

그들이 오늘의 mvp 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충주 성심학교 친구들 힘내세요.. 우리는 당신들의 이 도전을 기억할 것 입니다..

성남서고 친구들.. 많은 부담이 되었을경기를 최선을 다해 뛰어 줘서 감사합니다..

우리가 듣느라 또.. 말하느라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그들은 볼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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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땅패하는랜
03/08/13 14:15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가끔 저도 어쩌면 난 장애우보다도 훨씬 못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는데. 저도 그들의 모습을 아주 잠깐 보았지만 충분히 감동이었습니다.
충주 성심학교와 성남 서고 선수들 여러분이 오늘 경기의 주인공이자 승리자입니다. 화이팅!!!!
03/08/13 14:55
수정 아이콘
http://www.khan.co.kr/news/view.khn?artid=200307151853291&code=100306

경향신문에 기사로 나왔었습니다.
배틀꼬마
03/08/13 14:58
수정 아이콘
polaris님이 링크 걸어주신걸 보고 알았습니다;; 마음이 뜨끔 거리네요;

아까 잠깐 봤는데.. 뭐 이렇게 못해-_-;; 우리나라 고등학교 실력이랬나? 라고 생각한 제가 참 바보 같습니다........ 파이팅..
저그가되어라~
03/08/13 16:01
수정 아이콘
아 그때.. 다큐멘터리 비스무리한 프로그램에서 봤었는데;; 서승덕선수가.. 주장이라죠^^
sunnyway
03/08/13 16:42
수정 아이콘
짐 애보트가 생각나네요..
하지만 그 보다 더 힘들게 경기를 치렀을 것 같습니다. 평형감각이 필요한 뛰거나, 넘어졌다 일어나는 등의 행동이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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