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11/11/22 21:46:20
Name parting
Subject 에프티에이 및 의료민영화 영향을 받으면 약값이 어떻게 될것인가에 대한 사견.
전직 외국계 제약회사 마케팅부서 근무 및 종합병원 근무했던 약사입니다.
현재는 의료봉사로 해외에 나와 있구요;
절대 전문가는 아니지만, 완전한 아마츄어도 아닙니다 ;-)

일단 판매되는 처방약에는 브랜드약(오리지널)과 제네릭(카피약) 두 종류가 있습니다.
국내에는 오리지널약을 개발하여 성공시킨 사례가 매우 적구요.
항암제 선플라, 항생제 제미플록사신 이런건 국내에서조차 성공한 약이 아니기 때문에.
그나마 국내에서 좀 먹힌게 동아제약 스티렌인데..천연물신약쪽이라서
외국에선 안먹힙니다.
천연물 신약쪽은 이미 독일이 꽉 잡고 있거든요;

즉, 국내제약회사는 브랜드약 경쟁력이 전혀 없으므로,
외국회사의 브랜드약을 라이센스-인 해오거나,
복제약을 개발하여 판매합니다.

여기서 첫번째 이슈는,
브랜드 약들의 약값 상승입니다.
이는 미국과 한국의 약값을 승인하는 제도 차이에서 기인합니다.
미국의 경우 제약사가 개발한 약의 판매가격을 공시를 하고
이 가격을 가지고 각 사보험사들과 협상을 해서 그 차액만큼을 보험사에 리베이트로 넘기고
보험사들은 그 리베이트 차액을 가지고 각 병원/약국에 판매마진을 떼어주고 뭐 이런식입니다.

즉, 기본적으로 공시된 가격이 높고, 그것이 실제로 거래되는 가격이 아닙니다.

여기에 비해 한국은 국가가 직접 약값을 책정을 하고, 실제 거래되는 가격에 맞춰 계속 가격을 인하합니다.
거기에다가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라고 특허만료와 동시에 브랜드 약값은 자동인하 라는
초강수를 두었죠..글로벌 제약사들은 여기에 불만이 굉장히 많을겁니다.

게다가 약값책정도 미국회사라고 미국가격을 그대로 인정해 주는게 아니고.
선진 7개국 가격 참조제라고 해서..그 제품이 미국/영국/프랑스/일본/이탈리아/독일/캐나다에
발매가 되어 있으면 각 국가별로 발매된 가격의 공장도 가격을 추산해서 그 평균가격(이라고 쓰고 사실상 제일 싼 가격)으로
약값을 매겨버립니다.

물론 7개 국가중에서 미국이 대체로 가격이 꽤 높습니다....
나머지 나라들은 전부 국가보험 하는 나라들이니까요;

근데 이걸 깔끔하게 제소가 가능하겠죠?
미국가격 기준으로 매겨라!.
세계적 제약사들중 미국에 국적을 둔 회사가 매우 많습니다.
아니..미국 국적 아닌 글로벌 제약사라고는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글락소스미스클라인,
프랑스의 사노피 아벤티스, 스위스의 노바티스, 독일의 바이엘 얘네들 외에는 거의 미국에 본사가 있습니다.
심지어 저 회사들마저도 최근에는 미국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추세입니다.

브랜드 약값 상승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죠.
미국계 제약회사들이 왜 지네 약품 가격 더 받을 기회를 놓치겠습니까?

두번째 이슈, 이번에 언급되고 있는 복제약 개발 기회가 막힌다.
세계적으로 제네릭이 대세가 되어 가고 있는것은.
유기합성화학 기반으로 신약을 개발하던 회사들의 신약 포트폴리오가 고갈되어 가고 있고,
약품의 특허가 20년이라고는 하나, 물질 자체에 대한 특허가 20년이고,
약품의 특성상 물질을 가지고 허가를 받고 제품을 만드는데
전임상시험, 임상 시험 1, 2, 3상 까지 다 하면 10년가까이 걸립니다.
실제로는 10년 약간 안되는 정도의 특허보호만 받는거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글로벌 제약사들은 제네릭 개발을 막기 위해 갖은 꼼수를 동원하게 됩니다.
허가-특허 연동제? 라고 하던가요?

기존에는 특허만료와 동시에 제품 출시를 할 수 있었던 것을,
특허만료후에 제품개발을 시작하라 라는 식으로 시기를 늦추는 겁니다.
꽤 늦어지요. 특허가 공개되어 있다고 해도 그걸 보고 실제 원료를 합성하고 제품을 만드는데 시간이 걸리니까요.
그리고 물질특허 만료에 맞춰서 제형만 살짝 바꿔서 또 제형특허를 걸어버립니다.
캡슐을 속방정으로 바꾼다거나, 서방정 형태를 개발한다거나 이런식으로 말이죠;
점점 특허보호 기간을 늘려가는거죠.
결국에는 특허가 만료가 되겠지만, 지금까지처럼 쉽게 개발하진 못하죠.
이미 미국에선 비일비재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것조차도 국내 제약사에게는 기회조차 없는 일이 될겁니다.

세번째 이슈, 앞에서 약간 언급했던 것처럼
국내제약사의 경쟁력이라는게 사실상 없습니다.. 25.7%만큼이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그정도도 안됩니다...-_-;

왜냐면, 국내산업 보호라는 명목으로 브랜드 약값대비 첫번째로 출시된 5개사의 복제약의 경우 80%,
그 이후에 출시된 카피약은 80%의 80% = 64%까지 약값을 최고로 받을 수 있게 해 줬거든요.
즉..국내의 경우 브랜드 약값은 싸고, 제네릭 약값은 비싼 상황이었고,
제네릭 약품의 점유율이 큰편이었습니다.
그리고 국내에 제약회사는 200-300개 가까이 되죠.
물론 공장없이 도매나 영업만 하면서 제약회사라 이름걸고 있는 것들까지 포함해서 이지만.

그런데, 이렇게 높은 가격을 보장받은 걸로 기술개발에 매진을 했으면 좋았는데..
적절한 리베이트 제공에 돈을 쓰면서, 나머지는 자기네 이익으로 가져간거죠;

그리하여 복제약 개발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는, 즉 원료를 지네가 합성하거나,
물질을 약간 바꾸어 개량할 능력이라도 되는 회사조차 많지 않습니다.

이미 인도나 중국쪽의 원료약품 제조사들은 완성품 형태를 벌크로 약품을 팔고 있으며,
그거 사다가 포장만 다시 해서 파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철퇴가 가해집니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제네릭 연구개발 전문기업들이 이미 다수 존재합니다.
이스라엘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테바, 인도를 지역기반으로 하는 Dr 레디,
미쿡본토에 있는 밀란, 럭스비, 게다가 미국의 대형약국체인들도 자체 제네릭 생산시설을 가지고 있죠
월그린, 월마트 등등....

얘네들은 마케팅 비용이 전혀 들지 않기 때문에, 브랜드 대비 절반이하, 아니..10-20% 가격으로,
그러니까 브랜드를 보험으로 사먹는거보다 비보험으로 제네릭을 사먹는게 더 쌀 정도의 가격으로
판매를 합니다.
이를테면 허피스 바이러스 감염증 치료로 조비락스 정제를 5일분 처방받았는데
브랜드인 조비락스를 사면 50불을 코페이 하는걸, 제네릭 아시클로버를 사면 비보험으로 5달러에 사고
뭐 이런 식이죠.

얘네들도 미국에 법인 다 있고, 한국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럼 그 순간 망하는거죠, 국내 제약사들...
애초에 경쟁력이라는게 영업사원이 경쟁력인 회사들이 단가경쟁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금 걱정해야 될건, 국내제약사들의 복제약 개발 시도 차단이 아니라,
경쟁력 없는 200개 가까운 제약사들의 줄도산입니다.

시장은 브랜드 약품 위주로 재편되고, 그나마 남아있는 몫인 제네릭 시장은 외국회사들로 넘어가게 되겠죠.

간단히 말하자면, 지금 평균적으로 고만고만한 약값을 지불하던 것을,
이제는 엄청나게 비싸진 브랜드 약과, 저렴한 외국산 복제약 둘 중에 하나 선택해야 되는 시기가 오겠죠.
물론 국내회사들 다 망하고 나면, 복제약 마저도 더 이상 저렴할 지는 잘 모르겠군요 ^^;;;

* OrBef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11-24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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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oDoro
11/11/22 21:50
수정 아이콘
저는 세번째 언급하신것이 젤 걱정스러워 보입니다.
그리고 세번째 언급하신 상황은 굳이 제약업계뿐만이 아닌,
산업계 전반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보고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FTA에 대한 재계의 찬성이 잘 이해가 가지 않고,
그들이 단기적인 시선으로 사안을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라는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마바라
11/11/22 21:51
수정 아이콘
뭐 나랑 별 상관 있겠어.. 했던 FTA가

이런식으로 저한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수도 있겠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성에꽃
11/11/22 21:52
수정 아이콘
사실 우리나라 회사들에게 신약을 개발하라고 말하는 것도 회사규모를 생각하면 웃기죠. 화이자 같은 경우 박사급 연구원 몇천명이 근무하는 연구소가 전세계적으로 몇개씩 퍼져있고 들어가는 돈만 몇 조 단위로 투입하고 있어도 블럭버스터급 신약이 나오기가 어려운데 우리나라에서 연구하는 박사급 연구원 수 다 합쳐도 화이자 연구소 하나 수준도 안되는데 무슨 신약개발인지..
Mithinza
11/11/22 21:53
수정 아이콘
저같이 지병이 고질적인 사람은...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잖아도 약값 올라서 걱정인데.
올빼미
11/11/22 21:53
수정 아이콘
사실 국내 제약회사가 아예없다고 해도..복제약값이 터무니 없이 비싸지지는않죠. 독점이라도 하지않는 이상 가격은 결국 적정선에서 결정되니까요. 제 사견으로는 가격문제는 대동소이할것이다. 국내 제약회사는 좀 힘들어질것이다 정도입니다.
거북거북
11/11/22 21:53
수정 아이콘
잘 읽고 갑니다. 의료봉사로 해외에 나가 계신다니 대단하시네욤! >_<
저도 뭔가 사람들한테 도움이 많이 되는 일들을 해야할텐데. 어허헝.
선데이그후
11/11/22 21:57
수정 아이콘
FTA이야기나오고 카피약 제조업체중에 수혜를 보는 제약사들이 상당하다고 본것 같은데.. 삼성이 바이오시밀러에 대규모투자한게 FTA를 염두에 두고 한게 아닌가요? 오리지널약값은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개밥바라기별
11/11/22 21:57
수정 아이콘
이런 면이 있군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피로링
11/11/22 22:03
수정 아이콘
의약,농업쪽이 특히 타격이 큽니다. 농업쪽은 그야말로 호흡기 때는거구요.
컨셉상품만 살아남겠죠. 발아현미니 각지역 특산품이니 하는것들만...
11/11/22 22:07
수정 아이콘
약사 국가고시 준비중인 4학년 약대생입니다. 내년 2학기에 대학원 진학 후 연구하며 사는게 목표인데 앞으로의 상황들이 심히 걱정되네요. [m]
이름과 숫자
11/11/22 22:13
수정 아이콘
그럼 우리나라 제약회사들은 FTA협상하는 동안 손가락 빨고 있었던건가요?;
힘 없나요;
DoroDoro
11/11/22 22:18
수정 아이콘
그나저나 parting님 말씀대로 이뤄진다면...
(저는 100% 그렇게 될거라고 확신합니다만..저의 개인적인 예상이니 차치하고)
인상된 약값들로 인해 건보재정 악화가 뻔히 예상되는 군요.

그리고 악화로 인한 건보요금 상승 -> 언론의 건보흔들기도 예상되구요.
켈로그김
11/11/22 22:47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알았던 몇가지 사실관계도 수정했고요.
그나저나 건보재정에 연연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 갑갑하네요;
비보험 시장이 어떤 식으로 형성이 될지는 모르겠는데..
여태까지 해 온 공부량의 몇 배를 앞으로 더 해야하는 상황이 올까 겁나네요..
(아니.. 그럴 기회라도 온다면 감사해야 할지도;;)
(Re)적울린네마리
11/11/22 22:5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몇가지 첨언하자면, 현재 약가제도는 심사후 선별등재방식입니다.
이를 바탕으로한 약제비적정화방안 도입이 한참 FTA협상중이던 시기에 정책수립되었고 미국이 협상중단등 크게 반발하였으나
당시 미 협상대표부에서는 현재 국가가 독점시행하는 약가등재방식을 투명성과 독립성의 보장을 강화하는 수준으로 수용하였습니다.
또한 약가재평가방식(위에 언급한 선진7개국의 약값을 평균하여 약가조정하는제도)도 전체적인 맥락에서는 수용되었으나
다국적제약사가 독점하는 "혁신적의약품"에 대한 비차별을 우리가 수용함으로 신약에 대한 약가는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제네릭문제에서 약가만으로 시장진입이 수월하다고 보진 않습니다.
최근 쌍벌죄시행등 리베이트의 단속이 강화되지만 제약회사들의 영업부서가 사라지지 않는한 영업력의 영향도 무시할 순 없습니다.
최저가 약가등재로 얼마나 인센티브를 처방권자에게 부여할지 모르지만 기존 이와 같은 방식이 있었음에도 한계가 있었지요.
(이전에 최저가로 약가등재되어 퇴출방지약으로 책정약가보다 더한 인센티브를 주었어도 시장에서 사라지기도 했죠.)

반대로, 현재 400여개로 난립되어 있는 제약회사의 구조조정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당연히 도태되어야 하고 국민건강에 별 도움이 안되는 제약사가 너무 많다고 봅니다.

FTA에서 약가문제에 대해 국가정책에 관한 것 지적재산권에 관한 부분이 더 크다고 봅니다.
대표적으로 허가-특허 연계조항이고
제네릭회사들이 주로 레퍼런스로 이용하는 약자료에 대한 신약개발자의 자료독점권이 부여된 것이고
또한 제형및 전달시스템만을 살짝 바꿔 신약의 특허를 유지하는 등의 조항이 신설된 것이죠.

한미FTA로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쓰나미같은 파고보다는 점진적인 변화가 있을거라 봅니다.
당장 내일부터 미국이 각종 정책을 FTA조약으로 제소할 이유는 없거든요. 그들의 이익이 그리 크지 않기에...
너만을사랑해
11/11/22 23:01
수정 아이콘
제가 알기로는 지금 국가적으로 제약회사 top15위 빼고 통합을 시키려고한다고 알고있는데요(무슨용어를 들었는데 기억이 잘...)
그래서 제약회사 통합으로 대규모화 되어 경쟁력이 생기는 등 새로운 계기가 될거라고 형들이랑 이야기했었는데
너무 장밋빛으로만 바라보는건가요...
P.Caulfield
11/11/22 23:12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 제약업계가 안일한 것이었죠 1995년에 인도 람박시와 동아제약의 매출규모나 구조가 비슷했었습니다. 16년동안 동아제약은 1.6배 크는동안 람박시는 4배이상 성장했고판매구조 및 r&d는획기적으로 변했죠. 제약산업이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리베이트로 잘 먹고 잘살게 해준 댓가 엄청나게 오른 보험료와 인도 기업도 상대할 수 없는 형편없는 경쟁력입니다. [m]
Mithinza
11/11/23 00:01
수정 아이콘
유한양행 같은 경우는 어떻게 될려나요....
하이브
11/11/23 00:18
수정 아이콘
과연 외국 제약회사가 약값을 더 받기위해 ISD소송을 걸 것인지 의문입니다.

ISD는 외국투자자가 국가의 정책에 의해 큰 손해를 볼 경우 그 손해를 보전해달라고 재소하는것인데, 기업이 승소하더라도 손해액만 보전하면 될 뿐 정책 자체를 바꿀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실제로 기업이 승소할 확률도 낮고, 어지간히 불합리한 정책이 아니라면 국가가 승소합니다.
게다가 외국기업이 한국에서 장사를 계속 하려면 한국정부의 정책에 반발하는 소송을 거는것은 부담스럽겠죠? 그래서 보통 '이 나라에서 더이상 장사 못한다' 싶을때 기업에서 소송거는게 ISD 입니다.
http://economy.hankooki.com/lpage/industry/201111/e20111122132206120180.htm
이 기사를 보면 ISD가 생각만큼 위험한 것은 아니고요, 또 차후 ISD에 관한 세부사항을 추가로 논의할 예정인만큼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을것 같습니다.
갈치더맥스
11/11/23 09:57
수정 아이콘
제가 3년정도 근무했던 중소기업 규모의 제약회사가 있는데, 연락해보니 요새 매일 회의라더군요..
마치 김밥천국 처럼 이약 저약 다 만들고 영업사원 및 사장님 인맥으로 운영되던 회사인데,, 타격이 클건 눈앞에 불이고.
아마 연매출 500억대 이하 제약회사들이 줄줄이 도산할거 같습니다.
안그래도 나라에서는 이런기업들 잡으려고 GMP 빡빡하게 보는데,, 향 후 10년안에 아마 다 사라질지도 모르겠군요 -_-.. 기우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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