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4/03/29 10:48:48
Name 총알이 모자라.
Subject [잡담] 삶을 가볍게 하는 법
아! 정말 사는 게 힘듭니다.

처음 졸업을 하고 작은 영농조합으로 갔습니다. 저의 전공이  그쪽이라 현장에서 열심히

해보자 뭐, 그런 마음이었죠. 한 3개월쯤 됐는데 이런저런 문제로 남자직원들이 다 나가

고  사장님과 저, 둘이서 번갈아 가며 야근을 했습니다. 대략 4∼5개월 정도 그런 것 같은

데, 피곤은 하고 벌이도 시원치 않으니 여친도 떠나고 참 속상했습니다. 결국 1년쯤 됐을

때 사장님과 운영 문제로 충돌하고 그만두었죠.  그리고는 수원에 가서 술장사를 했습니

다.  술집말고 주류백화점이었죠. 아시겠지만 그런 곳은 명절 대목 장사입니다. 한달 벌어

1년을 먹고살죠. 그때 IMF가 터지면서 말 그대로 쫄딱 망했습니다. 뭐, 그래도 먹고 살아

야하니 여기저기 알아보다 목장으로 갔습니다. 한우 목장으로 우리나라에서 손꼽힐 정도

로 큰 목장이었죠. 일도 괜찮았고, 벌이도 그럭저럭 먹고 살만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직

원들과의 문제가 발생하더군요. 그곳에는 수의사를 빼놓고는 대학  출신자가 없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눈칫밥도  많이 먹었지만 오히려 독기가 생기더군요. 열심히 했습니다. 새벽

4시부터 밤 11시까지 죽어라 일만 하기도 했었죠. 그래도 소용없더군요. 사장이 일주일마

다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얼마나 뒤통수가 간지럽던지 결국, 등쌀에 밀려났습니다. 한번은

열이 올라 시비거는 놈을 자빠뜨리고 밟으려다가 참았습니다. 저보다 한 살 위인 사람인

데 애가 둘이었죠. 잔뜩 웅크리고 있는 모습에 정말 불쌍해 보이더군요. 그리고는 그곳을

나와 다른 곳에 취직해 일하다가 결국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고 일을 벌렸습니다. 조그만

출판업을 시작했죠. 그러다 이번엔 일종의  사기를 당했습니다. 몇 백 만 원짜리 일을 맡았

는데 그 사장이 무슨 일로 구속되고 결국은 돈도 한푼 못 받고 그것이 원인이 되어 접어야

만 했습니다.  빚도 지게되고 의욕도 없어 죽고 싶었습니다. 참, 힘들구나 그런 생각  많이

했습니다. 한달 인가를  거의 노숙자처럼 살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일어났습니다. 한 일년

을 밑바닥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다 아는  지인께서 일을 좀 도와달라고 하셔서 지금은 조

그만 건설업체에 근무하죠. 솔직히 일하는 시간보다는 노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PGR에도 거의 죽을 치고 살죠. 죄송한 맘도 있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챙기는 일도 좀 있

고 해서 욕은 안 먹고 있습니다.^^

힘들다고 느껴질 때마다 지난 시간을 돌아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참 많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그때 조금만 참았더라면 혹은 조금 더 열심히 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

회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은 법, 후회보다는 반성하

고 체념하기보단 진지하게 바라보려 노력합니다. 제  삶의 앞날에 또 어떠한  어려움이 닥

칠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삶의 무게보다 삶의 여유에 주목하며 살아갑니다.  너무 무거웠

던 삶의 무게에 숨막히던 때 조용히 빛나고 있던 밤하늘의 별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저 별들이 그곳에 있다는 것조차 잊고 살았구나..."

이젠 잊지 않고 살아가려 합니다.





PS. 개인적인 잡담 때문에 시간을 내주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4/03/29 10:51
수정 아이콘
파란만장하시군요. ^^
총알이 모자라시 다는게 사업 자금이 부족하단 소리였나요 ? ^^
총알님을 보니 전 아직 격어야 할 단계가 많이 남은듯 한 느낌이 들어 힘이 되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The Drizzle
04/03/29 10:55
수정 아이콘
인생 경험담은 성공기가 아니더라도 인생초보자들에겐 꽤나 큰 도움이 된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04/03/29 11:02
수정 아이콘
음... 총알이 모자라...님에 글에는 님의 파란 만장한 경험이 살아 숨쉬는 글 이였군요. 어쩐지 느낌이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삶을 가볍게 살기 위해서는 살빼는 요가가 필요하죠....

오늘의 요가.
"다리를 모우고... 허리를 굽힌 후... 맘대로 하세요..."
Ms.초밥왕
04/03/29 11:08
수정 아이콘
'이제는 삶의 무게보다 삶의 여유에 주목하며 살아갑니다...'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이 한 문장때문에, 오늘 저도 주변 구석구석에 웅크리고 숨어있는 여유란 놈을 찾아보려 합니다..^^
요즈음 저를 옭아매고 있는 이 시름들이 저 한문장으로 싹~달아나는 느낌이네요... 날씨 또한 화창하니 정말 이런 좋은 글에 맞는 하루인것 같아요~ 총알이 모자라...님 감사합니다~^^
04/03/29 12:35
수정 아이콘
어제 제 친구들과 술을 한 잔 했는데 술자리중에 책 한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저와 제 친구들이 모두 20대 후반의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 각자의 요즘 생활이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은 상황이었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그런 심각한 고민이나 음울함따위등은 한방에 날라가 버린다고 하더군요. (저는 아직 못 읽었습니다.)

"치기 싫어하는 공은 치지 않고, 잡기 싫은 공은 잡지 않으면서..."생활하는 삶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책이길래 오늘 저도 살려고 마음먹고 있는 중에 총알이 모자라...님의 글은 저에게 아직 제 인생은 본격적으로 열리지도 않았는데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시네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04/03/29 12:53
수정 아이콘
갑자기 기분이 편해지네요.
지금 꺼 노력는 안하고 걱정만 하고 산 것 같습니다.
어김없이 개나리는 피는데........
리부미
04/03/29 13:25
수정 아이콘
가슴아픈고 시간이였겠지만 지나간 모든일이 지울수 없는 좋은추억이겠지요..?
안전제일
04/03/29 14:03
수정 아이콘
살아가는 일 만큼 중요하고 힘든일도 없을것 같습니다.
날씨 좋은 봄입니다. 잠깐이라도 햇볕을 즐겨보셨으면 합니다.
그럼 아주조금은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04/03/29 14:07
수정 아이콘
만득 님//
수고스러우시겠지만,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이란 책에 대해서 간략하게나마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당시 삼미 구단주와 지인이신 관계로 81년 창단이전 부터 관심있게 지켜본 팀입니다. 재일교포 출신 장명부 선수 3x승 3x 패라는 말도 안돼는 혹사를 당하면서 선수 생활을 마감했었죠.
총알이 모자라.
04/03/29 16:47
수정 아이콘
Paul님//출처는 모르지만 책 소개네요..한권 사야겠네요. 저도 삼미 팬이었다는...
그랬거나 말거나 1982년의 베이스볼

그리고 우리는 모두 삼미 슈퍼스타즈 팬클럽의
자랑스런 어린이 회원이 되어 있었다.
가입비 5,000원을 손에 쥐고, 인천체육관 앞에 늘어선 길고 긴 줄을 기다려 마침내 삼미의 스포츠가방을 받아 쥐던 그 순간의 감격을 나는 잊지 못한다.

너무나 재미있는 책이다. 전철에서 읽으면서도 혼자 킥킥거리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누구든 놓지 않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를 발랄하고 때론 아름답게 풀어내는 요시모토 바나나양과 닮아서 박민규(저자)는 바나나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지.
가슴속에 삼미슈퍼스타즈라는 별을 품고 그들의 실패(?)를 함께 경험했던 유년시절에 대한 회상도 흥미진진하고, 첫사랑의 희고 아름다운 얼굴을 처음 본 순간을 '마음속의 일곱 난쟁이들이 일제히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라는 표현은 절묘하고도 감칠맛이 나서 오래오래 기억될 것 같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돈돈해도^^) 죽어라 일만하다가 회사와 가정에서 밀려난 30대의 그의 쓸모있는 방황과 삼미슈퍼스타즈 팬클럽을 만들고 자신을 새롭게 구성해나가는 -비로소 자신의 야구를 시작하는- 끝부분은 미소를 자아내면서도 살짝 눈물이 나올만큼 아름답고 위로가 된다.

중간중간 월초부터 나름대로 계획했던 월차와 생리휴가와 같은 너무나 당연한 요구도 상사 눈치를 보느라고 말하지 못하고 끙끙 앓던 일, 스트레스때문에 훌쩍 증발해버리고 싶던 무수한 나날들(실제로 내 심장은 탈이 났었다), 일중독 증상이 심각한 S선배와 H선배, 시간이 안되면 밤을 새라는 상사...그리고...무수한 얼굴들이 마구마구 떠올랐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알고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

필요 이상으로 바쁘고, 필요 이상으로 일하고, 필요 이상으로 크고, 필요 이상으로 빠르고, 필요 이상으로 모으고, 필요 이상으로 몰려있는 세계에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

삼천포에 갈 수 있는가?
2루타성 타구를 잡으러 갔다가 발견한 노란 들꽃이 너무 아름다워서 공을 던지지 않은 삼미슈퍼스타즈 선수(실은 팬클럽)가 될 수 있는가?

넌 프로야, 프로가 되어야 해, 프로가 왜 그래?...네 손에 달렸어! ....
욱긴 소리 하지마라!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
04/03/29 17:52
수정 아이콘
Paul님// 이미 윗글에서 총알이 모자라...님이 책소개를 하셨네요.. 저는 온라인서점의 서평을 링크시키겠습니다. 저도 이제 막 보기 시작한 관계로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가 껄끄럽네요..^^

http://www.morning365.com/book/book_detail.asp?class_number=1&object_number=2010000112123&type=bookread
04/03/29 23:50
수정 아이콘
총알이 모자라님///
힘내세요!!!!!!!
인제 내리막길만 남았어요^^
포켓토이
04/03/30 00:48
수정 아이콘
영농조합과 한우농장에서의 퇴직사유가 둘다 다툼때문이니,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상당히 격한 성정을 지니고 계신 것 같군요. 밑바닥까지 굴러 떨어졌다가 다시 자신의 의지만으로 서신걸 보니 의지도 강하실 것 같고.. 총알이 모자라님을 뵌적은 없지만 어떤 분일지 눈앞에 그려집니다. 부디 좋은 인연을 만나서 멋지게 성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댓글잠금 통합 규정(2019.11.8. 개정) jjohny=쿠마 19/11/08 386213 0
공지 게임게시판 운영위원회 신설 및 게임게시판 임시규정 공지(16.6.16) [3] 노틸러스 15/08/31 455790 4
공지 공지사항 - 게시판 글쓰기를 위한 안내 [29] 항즐이 03/10/05 620992 13
80293 [LOL] 스카웃, 극적으로 롤드컵 참가?! [14] mehndi1623 24/09/27 1623 0
80292 [뉴스] 2024 일본 게임 어워즈 수상작 목록 [19] EnergyFlow3537 24/09/27 3537 1
80291 [디아블로] 디아블로 시네마틱 오케스트라를 하네요. [8] 무적전설3222 24/09/27 3222 0
80290 [PC] 노스포) 메타포 리판타지오 데모 후기 [4] 김티모3228 24/09/27 3228 4
80289 [LOL] 다시는 북미를 무시하지 마라!?! [46] Leeka8217 24/09/27 8217 7
80288 [모바일] [말딸] 우마무스메 패러디 이미지, 학교 성매매성인지 교육에 사용되어 물의 [10] Nacht4016 24/09/26 4016 4
80287 [기타] [철권8] 투쌍장 빼고 다 돌아왔습니다. 헤이하치 게임플레이 트레일러 [18] 어강됴리3694 24/09/26 3694 0
80286 [LOL] 월즈 플인 개막전 중국제외 100만 돌파 [24] Leeka8922 24/09/25 8922 1
80285 [LOL] LPL 해설자 + 팬들이 뽑은 월즈 파워랭킹 TOP 20 [74] Leeka9588 24/09/25 9588 0
80283 [콘솔] [PS5] 고스트 오브 요테이 트레일러 [28] 아서스5594 24/09/25 5594 3
80282 [PC] 몬스터 헌터 와일즈 PV 4, 발매일 공개 [21] 김티모5280 24/09/25 5280 0
80281 [모바일] 젠레스의 정상화.(젠레스1.2버전 불지옥 라이딩) [12] 대장햄토리4957 24/09/25 4957 1
80280 [LOL] 2024 월드 챔피언십 뮤직비디오 Heavy Is The Crown 공개! [215] 반니스텔루이11935 24/09/24 11935 1
80279 [모바일] 랑그릿사 모바일 최초 LLR 등급 영웅인 빙멜다가 내일 옵니다!! [40] 통피3752 24/09/24 3752 5
80278 [LOL] 롤드컵 메타 프리뷰 14.18버전 [12] 말레우스4082 24/09/24 4082 5
80277 [LOL] 내일부터 시작되는 롤드컵 2024 플레이인 정리 [39] 매번같은8585 24/09/24 8585 3
80276 [LOL] 현 시점 기준 월즈 우승 배당 순위 총 정리 [64] Leeka6982 24/09/24 6982 2
80275 [모바일] [블루 아카이브] 9/24 업데이트 안내 [6] 캬옹쉬바나2869 24/09/24 2869 1
80274 [LOL] 처음으로 롤 스위치를 끈 데프트 [24] Leeka8869 24/09/23 8869 5
80273 [LOL] 쉽 이스포츠 파워랭킹 7~30위 정리 [58] Leeka8281 24/09/23 8281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