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7/01/03 05:36:10
Name 信主NISSI
Subject 소모적인 공간 - PGR21.com
이 글은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그러니 비판은 환영합니다. 비난이나 태클은 맘껏 쓰시면 제가 무시하겠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판단이니까 PGR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에 영향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간에 이곳 PGR은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갖고 대회를 진행하는 가장 효과적인 언론 중 한 곳입니다. 선수들과 팀 코치들과 방송관계자들의 팬에대한 전달이 기자에 의해 한번 걸러져 전달되는 곳이 파이터 포럼이고 팬들에 의한 '가벼운 담론'적 접근이 스겔이라면, 좀 더 무거운 자기의견을 피력하는 곳이 이곳 PGR입니다.(라고 생각합니다...는 이 글 자체가 그런 생각이니까 이 이후로도 생략하겠습니다.)

예전보다 정말 많이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다른 곳에 비해선 글쓰기가 무거운 곳이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글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포기하는 대신에 코맨트를 통해 의견을 피력하는 것에 익숙해 졌습니다. 그리고 '어느정도의 규약'에 자유로운 필력을 가진 사람들에겐 자신의 능력을 쉽게 손보이는 곳이 되어버렸죠.

이젠 더이상 PGR은 전전날 글이 게시판 첫페이지에 보이는 그런 곳이 아닙니다. '다른 곳과의 비교'부분에서 만큼은 여전히 글쓰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꾸준히 글이 올라오고 있는 곳이죠. 그러다보니 '많은 글들을 모두 읽는 소수'보다 '적은 글만을 읽는 다수'가 많아졌습니다.

글쓰는 사람에겐 '자유로워질 수 없는' 조회수와 리플수라는 눈에 보이는 성과 때문에 제목과 글에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부분이 늘어났습니다. 많은 조회수와 리플수를 즐기는 사람들에 의해 '올려진 글'에 글쓰기가 무거워 글을 통한 의견개진을 포기한 리플러들이 합세하여 토론->논쟁->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유야 무엇이든, 논쟁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논쟁은 대부분 소모적입니다. 이곳에서 최근 벌어진 논쟁이 소모적이다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원래 논쟁이라는 것이 소모적이다라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워마지않는 초창기의 PGR도 온갓미화를 갖다붙여도 소모적이었습니다.

이곳에 글을 올리고 논쟁을 버리는 사람들은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즐기며, 그 즐기는 게임으로 진행되는 '방송대회'를 보고, PGR이라는 커뮤니티까지 찾아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사람들입니다. 한단계 한단계가 엄청 소모적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이곳을 찾습니다. 오랜시간 이곳을 즐겼던 분들은 아마도 저와 같을 겁니다. 소모적이다라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원래 여가생활이란 것이 소모적이라는 것을 알기에 여가생활로 이곳을 즐기는 것이죠.

그런의미에서 20대초반을 포함한 10대들은 PGR을 멀리했으면합니다. 이곳은 그들이 들인 정성만큼 어떤 것을 줄 수가 없습니다. 전 어린분들을 무시하기 위해 이런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몇몇 분들은 정말 뛰어난 글솜씨와 많은 정성으로 이곳을 빛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많이 어른스러워서 전혀 모르다가 어떻게 나이를 알게되면 열살정도 어려서 깜짝놀라는 경험을 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나이보다 어른스러운것이 과연 좋은 것인가라는 생각도 있고, 그들에게 어떠한 감사를 표할 방법도 없다는 것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과거와 지금은 '매니아'라는 사람들의 생각이 다릅니다. 예전엔 판 자체가 작았기 때문에 방송사와 프로게이머, 그리고 팬층이 모두 '스타판의 확장'을 꿈꿨습니다. 3개의 집단이 같은 목표를 향했기 때문에 시너지가 발생했죠. 팬들은 자신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는 스타판이 매우 마음에 들었으며, 방송사는 커다란 아이디어 뱅크가 있는 것이 엄청난 장점이었습니다. 그리고 팬과 방송사는 '그들의 재산'으로서 프로게이머들을 지원했고, 프로게이머들은 그러한 지지를 바탕으로 재밌는 경기를 보여줬으며, 결과 스타판이 커지는 것을 모두가 흡족한 마음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엔 그렇게 많은 방송경기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두번있는 그 날을 로또기다리듯 기다릴 수 있었고, 경기 내용과 관계없이 즐길 수 있었으며, 누구나가 다 매니아였습니다. 얼마되지 않은 경기수에 쉽게 매니아층이 될 수 있었고, 몇년간에 방송대회의 대진표까지 외워버릴 수 있을 정도였죠. '데이터'를 문서파일로 저장하기도 했지만, 그러다보니 굳이 데이터없이도 그냥 알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모든것이 과거와는 다릅니다. 이제 기존의 팬들은 '전통'을 이야기하며 새로운 팬층의 유입을 그저 좋아하지만은 않습니다. 스타는 개인대회가 전통이고, 본선은 16강이 전통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던 그 스타일이 바뀌는 것이 잘 받아들여지지가 않습니다. 그전부터 스타리그판에대해 쌓여있던 지식이 있기 때문에 이 기득권층의 발언은 영향을 줍니다. 그리고 이건 스타판의 확장에 반드시 부합하진 않습니다.

이제 매니아 층이라는 것도 바뀌었습니다. 일주일 내내 경기가 있는 스타리그 입니다. 이젠 '스타경기'에 대해서 목말라할 필요도 없으며 '선택적인 시청'이 가능합니다. 이젠 매니아란 사람들은 일주일 내내 방송되는 그 수없이 많은 스타리그를 모두 시청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없다면 모를까 매일보는 사람들이 있기에 '매니아'를 자청하기 위해선 모든 경기를 시청할 수 밖에 없습니다.(그렇기에 더더욱 10대들의 매니아성향이 지양되었으면합니다.)

팬층도 변화했습니다. 이젠 스타크래프트를 하지 않는 스타리그 팬도 생겼습니다. 이제 더이상 스타를 안하는 것이든, 할 줄을 모르는 것이든 말입니다. 그보다 조금은 더 나가서 스타도 이따금씩 몇경기씩하고, 방송도 모두는 아니지만 일정 조건에 부합하는(어느 방송사, 혹은 어느 팀, 혹은 어느 선수의 전경기등...) 방송에 대해서 꾸준히 시청하는 '일반팬층'은 예전 매니아들이 바라던 선수들의 개인화면 같은 것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자신의 스타실력 향상을 바라지 않기에 어떻게 해야 그런 것이 가능한지에는 별 관심이 없죠. 방송자체는 많이 봐 왔기에 굳이 전투장면을 보지 않아도 '예상'되기에 어떤 특정상황에선 선수들의 플레이보단 선수들의 표정이나 팀의 감독의 표정이 더 궁금하기도 합니다.

분명히 말할 수 있지만, PGR은 소모적입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다양하게 품을 수 있는 포용력도 부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은 더 이상 스타리그 팬층의 대표성도 잃었습니다. 매니아들이 바라는 것과 방송사와 협회에서 바라는 것이 갈린 지금 진행측에선 이제 더이상 매니아들의 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습니다.

전 소모적인 토론을 좋아합니다. 원래 토론이란게 발전적이긴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발전적이길 바라면서 그것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상대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건 즐거움입니다. 그래서 이곳을 좋아했습니다.

이젠 이곳이 소모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만 왔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즐기고 있는 것이 뭔가를 소모하며 즐기는 것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와서 뭔가를 소모하며 즐기는 것이기에 좀 더 아끼며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이곳이 더이상 여론몰이의 장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좀더 다양한 의견이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읽는 분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싶습니다. 아까운 시간을 할애하는 만큼, 좀 더 즐거운 장소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7/01/03 07:12
수정 아이콘
그렇습니다~ :^)
07/01/03 07:39
수정 아이콘
멋있는 글이네요.. 와..(부럽다..)
PGR을 왜 내가 오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글이네요..
07/01/03 07:56
수정 아이콘
좋은글이네요
그러나 저는 계속 여기 들락할거라는거~
Saturday
07/01/03 08:21
수정 아이콘
추게로
눈물이나
07/01/03 09:51
수정 아이콘
추게로~
내가 좋아하는 사이트에 온다는것 자체가 즐거운 일인것 같아요^^
식초~!
07/01/03 09:55
수정 아이콘
늘 느끼는 생각입니다만, 모든 이의 의견개진에 있어 선직적인 면을 많이 가지고 있는 PGR이지만 큰 이슈가 되는 글이나 유머게시판 등에서 볼수 있는 심상치 않은 리플들은 저로 하여금 아쉬움을 크게 합니다. 웹상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첫째가야 할 덕목중의 하나가 '타인의 배려'라고 할 때,리플을 다시는 분들은 단순히 자신의 리플이 감정적 배설인지 (결과적으로 남을 배려하지 않는 리플인지)를 잘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양한 생각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좀 수위를 거스르는 리플들이 많이 보이더라구요. 굳이 예를 들지 않더라도 그러한 리플들이 '소모적 논쟁'의 소위 만년떡밥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sway with me
07/01/03 11:22
수정 아이콘
공지에도 나와 있지만, 저도 10대와 20대 초반의 분들이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소모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여기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훨씬 발전적으로 시간을 보낼만한 일들이 널려 있습니다. 적어도 그 나이에는요.
'소모'라는 것이 아쉬운 나이입니다.

여기는 프로게임과 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겁게 소모하는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김재훈
07/01/03 11:28
수정 아이콘
아주 소모적이지만은 않다고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전처럼 전략/경기 분석등이 안올라오는건 좀 아쉽군요.
KuTaR조군
07/01/03 12:17
수정 아이콘
10대 후반을 여기서 통째로 날려먹은 제 사견을 들자면, 발전적인 부분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눈팅만 하고, 논쟁이나 하는 리플을 다는 것은 소모적이겠지만, 직접 글을 써보는 것은 충분하게 발전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는 글을 하나 쓸 때마다 보통 몇일동안 그 글 내용을 머리속에서 생각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고가 확장되는 것이죠. 그게, 논술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앞으로 논술이 정말 중요할 08학번 이후의 학생들을 보면) 정말 큰 도움이 되더라구요. 물론 이것은 스갤이나 파포를 제외한 다른 사이트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요.
LoveActually
07/01/03 15:03
수정 아이콘
추게로~~^^
무아지경
07/01/03 16:30
수정 아이콘
추게로~~~~
아레스
07/01/03 16:58
수정 아이콘
이런글은 정말 막 써내려가는겁니까..
아니면 몇시간씩 머리 싸매고 쓰는겁니까..
잘읽었습니다..
설탕가루인형
07/01/03 17:33
수정 아이콘
크게 공감가는 글입니다. 소모적 논쟁이라는 잽을 하도 많이 맞아서,
흰 수건을 던지셨던 분들을 이제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죠.
약간 비겁하다고 생각했지만 유게만 슥 읽고 가는 것이 마음은
편할 수도 있다는 것을 요즘 깨닫고 있습니다.
07/01/03 21:44
수정 아이콘
'소모'라는 말이 너무 신랄하긴 하지만,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글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댓글잠금 통합 규정(2019.11.8. 개정) jjohny=쿠마 19/11/08 375743 0
공지 게임게시판 운영위원회 신설 및 게임게시판 임시규정 공지(16.6.16) [3] 노틸러스 15/08/31 446317 4
공지 공지사항 - 게시판 글쓰기를 위한 안내 [29] 항즐이 03/10/05 609161 13
79734 [LOL] lck 최초 디펜딩챔피언 매치업 성사 카바라스92 24/06/16 92 0
79733 [LOL] 스카너, 과연 그 정도인가? (LCK) [33] 제라그6144 24/06/15 6144 1
79732 [LOL] 리플레이3 공개!! [28] 본좌6406 24/06/15 6406 0
79731 [LOL] 첫 우승과 마지막 우승의 텀이 햇수로 5년 이상인 선수들 [5] Leeka4527 24/06/15 4527 0
79730 [기타] 요즘 할만한게임 머있나요? [29] 나라미5497 24/06/15 5497 0
79729 [LOL] 전설의 전당 : faker [48] 리니어7658 24/06/15 7658 15
79728 [LOL] Peyz, LCK 올타임 펜타킬 2위 달성 [78] Leeka7621 24/06/14 7621 4
79727 [LOL] [단독] ‘베트남 한국 여성 살인’ 전직 프로게이머 L 씨, 마약까지 검출 [30] 아롱이다롱이8710 24/06/14 8710 0
79726 [LOL] 아레나 신 칭호를 따보았습니다. [5] 2차대전의 서막4403 24/06/14 4403 0
79725 [LOL] 광동 프릭스, 쾌조의 스타트 [45] Dunn7849 24/06/14 7849 3
79724 [콘솔] 발매후 거의 10년이 지나고 처음 접해본 위쳐3 후기 [39] 퓨어소울7166 24/06/13 7166 7
79723 [LOL] 페이커 아리 판매중입니다.(선착순 이벤트도 있네요.) [26] 본좌9332 24/06/13 9332 0
79722 [LOL] 서머 개막전 후기 [16] 말레우스8194 24/06/13 8194 3
79721 [LOL] DRX 최상인 대표 사임 [42] Leeka8941 24/06/13 8941 4
79720 [LOL] 한화생명 서머 개막전 잔혹사 [16] SAS Tony Parker 6175 24/06/12 6175 2
79719 [LOL] LCK 서머 오프닝 [14] Leeka4412 24/06/12 4412 1
79718 [LOL] 점점 쇠락해가고 또한 고인물이 다되어가는 LOL 근황 [89] 보리야밥먹자10310 24/06/12 10310 2
79717 [LOL] 2024 LCK 서머 프리뷰 [47] 키모이맨5100 24/06/12 5100 20
79716 [LOL] 무신사 LCK 스폰서 합류 [4] SAS Tony Parker 4018 24/06/12 4018 1
79715 [LOL] 2025 LOL 이스포츠 APAC 지역 개편안 [3] BitSae2269 24/06/12 2269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