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09/21 11:22:16
Name 마술사얀
Subject AI 이야기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은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예전에 몇년간 AI 관련일을 공부하고 연구했던 사람이라.

일반인보다는 조금은 AI 를 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몇년전 IBM 에서 내놓은 딥블루라은 AI 머신으로 세계 체스 챔피언을 제압한 기사가 난적이 있습니다.

전세계에 일제히 타전된 이 뉴스는 전인류에게 기이한 전율을 안겼는데. 그 전율의 정체는 바로 기계가

인간을 추월하기 시작했고 우리는 기계와 경쟁을 해야 한다는 공포와도 같았습니다. 더구나 허약한 팔 다리를

극복하고 두뇌 하나로 만물의 영장의 지위에 오른 인간으로서는 같은 종목에 도전해오는 존재는 낯선 공포임에

틀림없었지요.

그러나 실상은 일반인이 느끼는 우려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체스 AI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필요할듯 한데요. 일반적으로 체스나 바둑 게임 같은데 사용되어 지는 AI 는 MIN-MAX라는

알고리즘입니다. 이른바 적대적 탐색이라는 기법인데.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와, 상대가 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를 일일히 탐색하여 최적화된 수를 선택하게 됩니다. 쉽게 장기를 예로 들자면. 내가 차로 졸을 먹으면

당장은 좋지만 그 다음수까지 계산해보면 차를 뺏기게 되니 이 수는 좋은수가 아니다란 식으로 경우를 탐색하게 되는

것입니다. AI 입장에서는 수십수 앞까지 모든 경우를 탐색하면 좋겠지만 이 경우 탐색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져

(트리를 생각해보면 연상이 쉬울듯 합니다. 아래로 트리가 뻗어갈 수록 그 크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죠)

CPU 의 성능과 계산 속도등을 고려해서 탐색 범위를 좁힙니다.

체스 AI 는 현재 인간을 완벽하게는 제압하지 못하고 있는듯 하나. CPU 의 연산능력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체스에서

벌어질 모든 수를 탐색할수 있기 때문에 종국엔 인간이 결코 AI 를 이길수가 없습니다. 인간이 어떤

기발한 수를 쓰더라도. 이미 그것은 AI 의 탐색 범위에 들어가게 되니까 말이죠.

그러한 면에서 바둑은 AI 가 인간을 이기는 날이 한참 후가 될것입니다. 체스에서 둘 수 있는 범위의 수와 바둑에서의

범위의 수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니까요. 가로 세로 19줄씩 361 수가 나올수 있습니다. 그것을 3수만 모두 탐색한다고

생각해보세요. 47,045,881 가 나옵니다. 3수 앞을 보는데 4천만이 넘는 경우를 탐색해야 하니. 지금 바둑 AI 가 한참

뒤떨어져 있는 이유가 설명될것입니다.

이와 같이 AI 는 우리가 즐기고 있는 체스나 바둑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두고 있는것입니다. 인간이 온갖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하여, 상대의 의중을 읽고 기만하며 사용하는 시간과, AI 가 모든 경우를 탐색하는 탐색하는 시간과의 간극.

결국 체스판을 사이에 두고 인간과 기계는 전혀 다른 게임을 벌이고 있는 셈입니다.


일반인들은 AI 가 엄청나게 대단한 기술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이렇게 실상을 이야기 해주면. '애걔 겨우 이거였어?'

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물론 적대적 탐색은 AI 에서 차지 하고 있는 비중에서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목적에 따라 거의 수십 수백개의

알고리즘이 있고. 그중 일부분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대단히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왠만한 전문의보다 훨씬 높은 진단 정확도를 나타내는 전문가 시스템 부터 집집마다 사용하고 있는 fuzzy 밥솥, 세탁기.

심지어 음성인식도 AI 의 한 범주로 포함되고 있습니다.

반지의 제왕이나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본 대규모 전투씬도. 그 원거리 촬영에서 잡힌 하나하나의 병사가 모두 AI 캐릭터이며

사람이 움직임을 프로그래밍 해서 넣은게 아니라. 스스로 판단해서 움직인다는 사실은 전혀 새로운게 아닙니다.

그럼에도 AI 는 80년대 이후로 지독한 답보상태에 빠져있습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알고리즘은 80년대 이전에 나온것, 혹은 거기서 개선시킨것에 불과하며. 아직

혁신적인 알고리즘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인공지능이란 학문은 애물단지처럼. 돈 안되는 학문으로 인식되어지기

시작하고. 더불어 투자도 이루어지지 않는. 그럼에도 수많은 천재들이 달라붙어 또 한번의 혁신을 꿈꾸고 있는

비운과 열정의 학문입니다.(어느 학문이나 정체기는 있고. AI 도 물리학처럼 또 다른 아인슈타인이 나와서 전혀 새로운

지평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가 공부했던 분야는 인공생명이라는 부분이었습니다. 국내 AI 주류 학파는 이단처럼 여기며 그다지 긍정하지 않고 있습니다만

많은 젊은 학자들은 그곳에 가능성을 보고 연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에서는 정식으로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아직 한국에서는 교수님한테 말을 꺼내기도 어려울 정도로 보수적인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객체를 만들어서 그 객체에게 자유도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그 객체는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스스로 학습을 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연구했었는데. 고작 3초 동안 걷는것을 스스로 학습시키는데 2.5기가 cpu 10대를 묶어서 무려 5시간을 쉬지 않고

연산을 해야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는 말도 안되는 작업을 반복해야 했습니다.

그런 결과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제 개인적으로는 AI 는 혁신적인 알고리즘이 나오지 않는 이상. cpu 의 성능 개선이

앞으로 AI 의 성패에 중요한 열쇠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스타크래프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이 말씀해주셨지만. 컨트롤로 극복할 수 없는 부분이 운영이며. 그 운영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cpu 나 AI 로는 도저히 인간 흉내도 내지 못합니다.

기껏해야 말씀드린 적대적 탐색 알고리즘으로 운영을 해야 할텐데. 시시각각 변하는 전장의 상황에서 그 모든 경우를

탐색하는것은. 19 by 19 바둑판보다 훨씬 탐색범위가 방대하며. 결정적으로 스타크래프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이므로.

탐색에 허용되는 시간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어려울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일점사 컨트롤이나. 생산, 전투 등 동시  멀티 태스킹은 현재 나와 있는 AI 로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그것이 운영까지 극복할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부족한글 마무리 지으면서. 설명드리면서 부득이 하게 알고리즘 설명을 압축해서 왜곡 시켰다던지. 용어상에 오류가 있었다면.

양해부탁드리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봄눈겨울비
05/09/21 11:27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잘 봤습니다^^
05/09/21 11:28
수정 아이콘
글을 읽다보니 링 3 가 생각나네요...
이거 말고도 영화도 많았던 것 같은데, 영화들은 기억이 잘 안나서..
재밌는 (재미있어보이는...실제로는 어떤지 모르니까요~) 공부하셨네요^^
05/09/21 11:34
수정 아이콘
유익한 내용이 꽉꽉 차있네요. 잘 읽었습니다 ^^

A.I에 대해서 좀 알 것 같아요
레지엔
05/09/21 11:46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질문사항이 있는데요.
1. 자원과 물량의 최적화 타이밍을 연산하는 작업이 현 알고리즘과 컴퓨터의 수준으로 불가능합니까?
2. 모든 빌드를 이른바 정석 빌드로 타면서 컨트롤과 최적화에만 중점을 둔다면 운영이나 수싸움에서 인간이 이기더라도 결국 스타의 승패 조건인 '상대 진영의 모든 건물 파괴'에 있어서 AI가 압도적으로 이기지 않을까요?
05/09/21 11:55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전혀 모르던 분야니...재밌네요
김영대
05/09/21 12:20
수정 아이콘
우와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AI라는 분야에 전혀 지식이 없었는데도 읽다 보니 그래도 굉장히 이해가 쏙쏙 잘되내요. :)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여자예비역
05/09/21 12:37
수정 아이콘
하.... 컴공을 전공해서 그런지.. 남의 일 같지 않군요... 체스AI 리포팅하던일이 떠올라서요...ㅡㅜ
말씀하신데로 현재 AI는 80년대 이후 혁신적인 알고리즘이 나오지 않았죠...한때는 연구에 매진해서 획기적인 알고리즘 하나 만드는게 꿈이 었습니다만..^^;
먹고살기힘들
05/09/21 13:14
수정 아이콘
상대 유닛과 컴퓨터 유닛의 숫자, 멀티의 숫자, 진출 타이밍, 유닛간의 상성, 업그레이드 타이밍 등등...
이 모든 것들을 실시간으로 쉬지않고 돌리려면 지금의 cpu로는 불가능합니다.
My name is J
05/09/21 13:15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관련 내용은 정말 무지한지라..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뱃살토스
05/09/21 13:34
수정 아이콘
좋습니다.
저 역시 공대 대학원생으로서 간접적으로나마 AI를 접해본적이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항즐이
05/09/21 13:45
수정 아이콘
정말 재미있네요. 나중에 훌륭한 공학자가 되셔서 관련 입문서 꼭 내세요 +0+ 베스트셀러가 될듯~ 저도 꼭 살께요. (흐흐흐)
WizardMo진종
05/09/21 14:25
수정 아이콘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지금의 기술력으로는 ai인공지능을 만드는게 문제가 아니라 그걸 실시간으로 돌릴수가 없습니다. 뭐 최대한 프로그램크기를 줄이면서 최적화시킨다면 어느정도 고수수준까지는 ai를 향상시킬수있겠지만 그이상은 무리입니다. 어느정도 고수라고 해봐야 사람이 몇번 연습하면 이길수있을수준이죠
적절한GG
05/09/21 14:34
수정 아이콘
좀 딴소리이기는 한데,
오목 분야에서는 적대적 AI가 이미 완성 단계인것 같습니다.
잘해야 바둑알로 판 꽉채워 무승부...OTL...
05/09/21 14:45
수정 아이콘
그렇죠.. 말이 A.I.지 컴퓨터에게 모든 경우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준 다면 이미 인간은 컴퓨터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게 되는겁니다..
마술사얀
05/09/21 14:46
수정 아이콘
심심이라는 메신저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아실지 모르겠네요. 연구실 제 뒷자리에 앉아 있던 친구가 개발했던건데. 인공지능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빈약한 알고리즘이죠. 그냥 데이터베이스 구축해서 사용자가 이런말을 하면 이렇게 대답하란식의. 그렇지만 혁신적인 인공지능 운운 하면서 언론에 소개되는거 보면서. 일반인들에게 알려지는 과학, 기술의 진실이 바로 이런것이구나 씁쓸하기도 하고. 제가 모르는 분야에서도 제가 이렇게 속고 살겠구나 생각도 들고. 제 친구는 AI 한계를 느껴서 심심이 손뗐는데.. 지금은 어떻게 되가는지 모르겠네요. 뭐 암튼 조금만 알고 언론 플레이만 잘하면 이바닥에서도 눈먼 뭉칫돈 만지는거 어렵지 않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TheInferno [FAS]
05/09/21 15:28
수정 아이콘
심심이 비슷한 프로그램은 386시절이던가 아무튼 꽤 오래 전에도 나왔죠
'맥스'라는 프로그램인데 컴퓨터와 채팅이 가능했습니다.
공개프로그램으로 어떤 대학생이 만든걸로 아는데 아무튼 대화패턴 만들기도 가능하고 좋은 프로그램이었죠
물론 정해진 패턴 외에는 헛소리만 반복하는 프로그램이었지만... -_-;;
지바고
05/09/21 15:43
수정 아이콘
스타크래프트의 길찾기 인공지능이 A star 알고리즘이죠?

.. 역시 컴퓨터가 인간을 따라오기란 불가능한걸까요;;
양창식
05/09/21 17:18
수정 아이콘
심심이..한 때 재밌게 했는데..그걸 만드신 분의 친구분이라니..^^;;
비엔나커피
05/09/22 12:52
수정 아이콘
가장 가능성 있는 A.I는 유전알고리즘이라고 봅니다.
의도가 배재된 순수 유전 알고리즘이죠.
스타의 예를 들자면 이것저것 이런저런것중에 가장 승률이 좋고
가장 적합한 타이밍을 스스로 진화하면서 체험하게 되는것이죠.
그러나..프로그램이 그정도의 진화를 마칠 시간이면 제 손자들이 저를
위한 제사를 지내고 있을것 같네요.

에이스타의 경우는 사실 인공지능이라고 불리는 것이 안스러울 지경입니다.그저 프로그래머가 지정해줘야할 패턴을 프로그램이 찾는 다는 것일뿐.. 모든 경우의 수의 계산..한마디로 낭비고 삽질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거의 모든 게임에 쓰이고 있으며 우리의
씨피유 발열량에 일조를 하고 있지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댓글잠금 통합 규정(2019.11.8. 개정) jjohny=쿠마 19/11/08 377885 0
공지 게임게시판 운영위원회 신설 및 게임게시판 임시규정 공지(16.6.16) [3] 노틸러스 15/08/31 448439 4
공지 공지사항 - 게시판 글쓰기를 위한 안내 [29] 항즐이 03/10/05 611597 13
79820 [LOL] 7월 5일 금요일 오늘의 EWC 일정 [1] 발그레 아이네꼬182 24/07/05 182 0
79819 [콘솔] 해답을 찾아가는 즐거움 GOAT! 파판7 리버스 600시간 후기 [17] 아빠는외계인2144 24/07/04 2144 1
79818 [LOL] 정규시즌 17승이 밥먹듯이 나오는 LCK [46] Leeka4430 24/07/04 4430 0
79817 [모바일] [마블스냅] 이번 신카드 '아리셈' 재밌고 쎄네요!! [26] 청운지몽2384 24/07/04 2384 0
79816 [LOL] 달라진 패치 버전 14.13 사우디컵 메타는? [24] 말레우스5759 24/07/04 5759 7
79815 [LOL] [LOL] 7월 4일 목요일 오늘의 EWC 일정 [23] 발그레 아이네꼬5878 24/07/03 5878 7
79814 [기타] 포켓몬 인피니티 팬게임 소개 [1] 아드리아나4500 24/07/03 4500 1
79813 [LOL] 재미있는 사우디컵 트로피 시스템 [71] 종말메이커9439 24/07/03 9439 7
79812 [모바일] 드디어 오픈한 젠레스 존 제로(게임 소개) [45] 대장햄토리7474 24/07/02 7474 0
79811 [스타2] 오랫동안 스1 vs 스2 모드 해보고 쓰는 후기 [9] 원장6280 24/07/02 6280 9
79810 [LOL] 울슐랭가이드 3주차 [10] 1등급 저지방 우유6849 24/07/02 6849 0
79809 [LOL] 클탬 3주차 찍어 feat.광동,dk,kt +사우디컵 [44] 아드리아나8324 24/07/02 8324 1
79808 [LOL] 사우디컵 롤 공식 포스터 [16] Leeka8144 24/07/01 8144 2
79807 [모바일] 에버소울 1.5주년이 눈앞입니다 [8] 비오는풍경3332 24/07/01 3332 4
79806 [LOL] 사우디컵 참가팀 서머시즌 성적 [12] Leeka5545 24/07/01 5545 0
79805 [기타] 마운트앤블레이드2 배너로드 할인 및 기본 공략 [9] 겨울삼각형3633 24/07/01 3633 4
79804 [LOL] 4대리그 최초 롤드컵 탈락팀이 나왔습니다. [24] BitSae7277 24/07/01 7277 0
79803 [기타] 신작 RTS 배틀 에이스 클로즈베타 간단후기 [7] 원장4744 24/06/30 4744 0
79802 [LOL] 딮기 5승 1패로 단독 2위.. 젠지 이번엔 진짜 죽이러 간다 [76] Leeka10079 24/06/30 10079 5
79801 [LOL] LPL 그룹스테이지 종료 시점, 양대리그 라인별 챔피언 밴픽률 순위 [9] gardhi5192 24/06/30 5192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