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프랑스를 얕보는 분위기가 많아서 패했을경우
누구 하나 찍혀서 작살나지 않을까 걱정되는 시기입니다.
열받아서 언론사 게시판에 올려놓긴 했습니다만.. 정말 걱정되네요.
물론..후추에 올릴 필요따윈 없는 글이라고 생각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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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민족성은 독특하다. 한경기에 일희일비하기 바쁜데다. 뭐언가 사건이 터지면 화악~ 솟아올랐다가 3초 뒤 잊어버리는 속성을 가졌다. 그것이 지난 월드컵처럼 폭발적인 힘을 내기도 하지만, 매우 안좋은 결과를 몰고 오기도 한다.
이번 프랑스전을 앞둔 한국국민들의 분위기는 '프랑스, 별거 아니다' 다. 대체 프랑스의 경기와 평가전을 얼마나 보고 분석을 해 보았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프랑스의 약점은 존재한다. 몇가지 문제점이 있지만, 뭐 이런거야 언론에서 파고 들었으니 크게 신경쓰고 싶진 않다. (언론에서 파고 든 것중 몇가지는 '사기' 에 가까운 것들도 있다,)
헌데, 프랑스만 약점이 있는가? 한국은 오히려 더 약점 투성이다. 프랑스와 비교해보면, 사실 '절대우위' 를 차지하는 부분은 한군데도 없다. 대체, 무엇을 가지고, 우리가 승리를 그렇게 자신할 수 있다는 것인가? 꽤나 준수한 미드필드와 무난한 공격을 가지고 있지만 절망에 가까운 수비력을 보이고 있지 않냔 말이다. 토고전, 한국은 전반 미드필드를 접수당했다. 대체, 그 허접스럽다는 토고에게 접수당한 미드필더를 가지고, 지금 세계 최강의 미드필드를 가진 프랑스를 이긴다고 논하자는 건가?
찬물을 끼얹고 싶은게 아니다. 냉정하게 우리의 현실을 둘러보자는거다. 물론 공은 둥글다. 그것을 우리는 2002년에 보여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둥근 공' 의 불확실성을 믿고, 우리가 '승리에 대한 열망' 이 프랑스보다 크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한국의 선전을 기대' 하는 것이다. 한국 승리가 기정사실인양 보도해대는 사람들이 썩 맘에 들진 않는다.
94년 월드컵부터 해서 한국은 '이변에 가까운 현실' 은 많이 연출해 왔지만 이변은 연출한 적이 딱 한번, 2002년 뿐이다. 그것도 홈 관중에서였다. 그리고 이번에도 이변을 기대하지만, 그것이 2002년 같이 쉽게 일어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우리의 현실은, 우리의 희망을 구체화시킨 것이 아니다.
내가 굳이 이렇게까지 '찬물을 끼얹는다'고 욕을 들어먹을 각오를 하고 글을 쓰는 것은 지나친 기대로 인해 우리의 선수들이, 행여나 실패할 경우 상처입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들 욕하는 '전술' 을 보자. 많은 이들이 '전술 만능주의' 인양 전술을 탓하는 경우가 많지만, '전술' 이란, 결국 선수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화 하는 포맷에 불과한게 전술이다. 바꿔 말해 '개인 기량' 이 뒷받침 되어야 '팀 전술' 의 성공률, 그리고 활용의 폭이 다양해지는 것이다. 당장 '한국 선수들에게는 3백이 어울린다' 는 명제 자체가 벌써 한국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3백과 4백을 자연스레 동시에 소화 못한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는가?
아무리 좋은 전술을 짜도, 그 팀이 저기 산마리노나, 네팔이라면, 브라질을 이길 수 있을까? '기적' 을 배제할수는 없겠지만, 백이면 아흔 아홉번은 브라질이 승리한다. 그 이유는 상대의 개인 기량이 전술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하도록 막아내기 때문이다. '무전술' 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상대팀이 들고나온 많은 요소들로 인해 우리가 들고 나온 전술이 '무력화' 되는 것이다. 결국, 그렇게 해서 경기의 주도권을 잡고, 골을 넣을 확률을 높여나가는 것이 축구이다. 축구는 실패의 경기다. 또한 그러면서 확률의 경기이다. 여러번 시도해 한번을 넣기 위해 90분간 수백 수천번의 패스와 십수번의 슛을 날린다. 또한 좋은 선수란, 그러한 많은 시도를 높은 성공률로 이끌 수 있는 선수다. 그런 선수들로 전술을 짤 때, 감독은 편하다. 어떤 전술을 짜도 그 선수는 높은 성공률로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토탈사커의 창시자 리누스 미헬은 이런 말을 했다. '감독이 상승시킬수 있는 팀의 역량은 1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선수가 하는 것이다.'
한국과 프랑스의 선수를 비교해보자. 물론 한국 선수들이 기량에 비해 저평가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분명 프랑스에 비해 높은 수준은 아니다. 우리는 그 감독의 전술이 반영되는 단10%, 그 10%의 차이를 통해, 우리가 뒤지는 개인 기량의 갭을 뒤집을 수 있다는데에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뒤돌아보자. 행여 그 10% 가 메워진다 해도, 선수의 갭이 더 크다면, 우리는 질 확률이 높다. 그리고, 한국과 프랑스의 선수간 개인 기량의 차는 상당히 있다고 본다.
내가 진정으로 묻고 싶은 것은 이 말이다.
" 대체 우리는 무슨 깡으로, 그렇게 무시하고 재미없다고 욕해대는 K리그에서 나온 선수들이,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뛰면서 최고의 전술을 경험하는 선수들을 이길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것인가? "
"선수들에게 그렇게 무리한 짐을 지워놓고, 기량차로 인한 어쩔수 없는 패배에도, 선수를 지목하여 씹어대고 잘근잘근 뱉어버리는가? 왜 인격 모독을 하는가?"
다.
난 지금 한국 대표 23명이 '한국에서 가장 축구를 잘 하는 선수' 라고 믿는다. 아니 그래야 한다. 아드보캇의 '전술' 하에서 '가장 훌륭한 역량' 을 발휘하는 23명을 뽑았으니 말이다.
설혹 실수를 한다 해도, 그 과정은 팀 전체의 과오이지, 절대 한 선수의 과오가 아니며, 음지에서 고독을 씹어대고 있는 우리의 리그에 있는 선수들이 처한 한계이지, 그 'ㅂㅅ'같은 선수의 한계만은 아닌 것이다.
좀 더 냉정해지자. 우리는 이길 수도 있고, 과거의 프랑스보단 지금의 프랑스가 훨씬 틈이 많다. 우리의 적절한 전술, 선수들의 정신력, 약간의 운이 따라준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거둘수 있지만, 설혹 나쁜 결과가 나온다 하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선수를 욕할 자격은 없다.
공은 둥글다. 하지만 필드는 평평하지 않다. 경사진 아래쪽에 있는 이들은 공을 몰고 저 위로 가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왔다. 그 노력을 조금이라도 인정한다면, 우리는 그 패배마저도 겸허히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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