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기간동안 일시적으로 사용되는 게시판입니다.
Date |
2006/06/14 16:50:09 |
Name |
김석동 |
Subject |
[기타] 어제의 공돌리기 |
1. 어제 한국 대표팀의 2-1 역전 후 보여준 공돌리기에 대하여 많은 분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어떤 분은 다른 축구 강대국도 유리한 상황에서 시간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자주 쓰는 전략이라며 한국의 플레이를 칭찬하시고, 다른 분은 토고가 10명이고 다 지쳐진 상황에 비겁한 플레이라고 비난하십니다.
저는 어제 한국의 공돌리기를 그다지 반갑지 않게 바라봤는데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였습니다.
2.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잠그기로는 이탈리아가 유명합니다. 세리에A의 명문팀들이나 이탈리아 대표팀은 1-0으로 앞서는 상황에 엄청난 수비력과 조직력으로 1-0으로 이기죠. 심지어 지는 상황에도 수비수를 빼고 공격수를 투입하는 전술을 구사는 적이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 잠그기는 이기고 있는 팀이 경기 종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상대방의 압박과 역습을 일체봉쇄 할려고 쓰는 작전입니다. 우리 팀이 공을 계속 잡고 템포를 정하면 상대가 공격을 할 가능성 조차 없어지는 것이죠.
유명 클럽 팀들도 중요한 경기에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혼자 드리블해서 코너킥 깃대 옆에서 공을 계속 잡고 서 있는 모습을 자주 보여줍니다. 이를 재미없다고, 짜증난다고 비난할 수 있어도 이 전술은 축구 내에 누구나 다 쓰는 전술이며 정당성을 의심할 사람을 별로 없을 것입니다.
3. 그러면 어제의 한국의 전술에는 왜 관중이 야유를 하고 심지어 한국 내의 팬들도 실망하는 다는 얘기를 많이 할까요.
그것은 바로 토고가 후반전 대부분을 10명으로 뛰었고, 더운 날씨에 체력이 완전 소모되었으며, 1-0으로 앞서가던 경기를 1-2로 역전 당하여 완전 전의상실 하였기 때문입니다.
잠그기 작전을 구사하는 상황을 보면 대부분 상대방의 거대한 압박이 이기는 팀의 수비진에 압력을 줍니다. 뒤에서 공을 돌리며 상대방의 공격수들이 공을 쫓아가기를 유도하고 상대 수비 진영에 공간을 만들어서 공격 챈스를 만들기도 하지요.
그런데 어제의 토고는 아예 이기고 싶어하는 의욕 조차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이기고 싶으면 공을 뺏으려고 수비를 압박해야 하는데 그러지도 않았지요.
한국은 이에 만족하고 대부분의 선수들이 움직이지 않으며 자리에서 계속 공을 돌리고, 토고 선수들도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니 관중이 실망하는 것입니다. 거기에 경기 종료 몇 초 전에 페널티 에어리아 근방에서 얻은 프리킥 찬스를 뒤로 돌리는 모습을 보여주면 대부분의 관중들이 고개를 돌리것입니다.
4. 한국팀의 공돌리기가 비판 받아야 하는 이유는 비겁하다, 시간 끌기 작전이다가 아니라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축구 경기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수비 진영에서 미들필드로 패스할 때 공을 뺏기는 경우입니다. 차라리 상대방이 상대 골문부터 공격해 들어오면 우리 팀은 전원 수비 위치에서 나름대로 쉽게 대처할 수 있지만, 순간적 패스미스나 빼앗김으로 인해 생기는 상대의 역습을 막기는 어렵습니다. 우리 수비 진영에서 공을 뺏기는 것 보다 차라리 멋이 없더라도 앞으로 뻥 차는게 더 안전하죠.
저도 어제 한국 공돌리기를 처음에는 좋은 시선으로 바라봤습니다. 토고가 압박 안하니 우리가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구태어 공격할 필요가 있나요.
근데 그게 아니더군요. 상대의 압박이 없는 상황에도 패스미스를 하더군요. 공을 받을 때 컨트롤이 안돼서 공을 놓치고, 공을 토고 선수에게 패스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우리나라 대표팀의 강점은 공격과 미들필드고, 약점은 수비입니다. 컨트롤과 키핑 능력이 좋은 안정환 선수나, 박지성 선수도 공격진이나 미들필드에 있습니다. 그럼 공이 그쪽에 가 있는게 더 안전하겠지요. 공을 뺏겨도 그쪽에서 뺏기는게 더 안전하겠구요.
5. 마지막으로 이 글을 마치며, 어제 토고의 모습은 마치 대량득점을 두려워하는 모습이였습니다. 전쟁터에서 적군에게 사로잡혀 체벌을 기다리는 군인 같았죠. 그런데 우리 팀은 무엇이 두려웠는지 3-1로 경기를 완전히 끝낼 생각을 안하더군요.
어제 한 골 먹었을 때 아쉬워했고, 동점골 만들었을 때 기뻐했고, 역전하였을 때 소리지르고 자리에서 뛰면서 좋아했습니다. 한국 축구 실력은 몇 년 전보다 누구나 다 인정할 정도로 향상되었습니다. 아직까지는 프랑스나 독일 같은 강팀을 상대로 경기하는게 한국에는 더 편한 것 같습니다.
져도 좋습니다. 다만 어떤 축구 선수도 꿈을 꾸는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하며 한 팀이 되어 그라운드를 뛰어 다니는 모습이 보고 싶습니다.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