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조]
스페인 70%
우크라이나 55%
튀니지 50%
사우디 25%
<스페인>
(+)플러스 요인 - 78년부터 8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한 전통의 강호이다. 역대 월드컵과 비교했을 때 가장 해볼만한 조 편성을 받았다. 우크라이나는 유럽국 중에서 특별히 전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 없고, 튀니지와 사우디는 스페인 입장에서는 확실한 1승 상대에 불과하다. 때문에 토너먼트에 초점을 맞추면서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4강 이상의 좋은 성적을 기대해도 좋은 이유이다. 유럽의 힘과 남미의 기술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팀컬러를 가지고 있다. 토레스, 비야 등의 신예 스트라이커들의 기량이 절정에 달한 공격진은 파괴력이 있고, 특히 신구조화가 잘 이루어진 미드필드진은 세계 최고로 꼽힐 만큼 짜임새가 있다. 푸욜과 카시야스를 앞세워 유럽 7조 예선 10경기를 3실점으로 틀어막은 철벽 수비진도 든든하다. 아라고네스 감독은 특유의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팀을 장악하고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아주는데 성공했다. 이제 스페인은 더 이상 월드컵에서 우승 후보들의 들러리로 남지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마이너스 요인 - 항상 우승 후보 혹은 다크호스로 꼽히면서도 4강에 든 적이 딱 한 번 밖에 없을 정도로 월드컵과는 인연이 없었다. 역시 스페인 특유의 지역감정에 따른 조직력의 문제가 여전하다. 다혈질적인 성격이 중요한 고비에서 항상 스페인의 발목을 잡았다. 그동안 ‘무적 함대’라고 불릴 정도로 유럽 예선에서 최강의 모습을 보여줬었지만 최근에는 그런 강력함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유로 2004 예선에서 그리스에 밀려 플레이오프를 거친 후 본선에서도 예선 탈락한데 이어 이번에는 5승 5무로 세르비아-몬테네그로에 밀려 플레이오프를 거쳐서 올라왔다. 10경기에서 19골을 넣었지만 그 중 11골이 최약체 산마리노전에서 기록된 골이다. 결정적일 때 제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확실한 스트라이커가 없다. 라울은 전성기의 기량을 아직 되찾지 못하고 있고, 토레스와 비야는 큰 무대에서 아직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았다. 좋은 선수들을 하나의 팀으로 묶는데 성공하지 못한다면 이번에도 스페인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는 힘들 것이다.
<우크라이나>
(+)플러스 요인 -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빠른 역습을 주무기로 하는 동유럽의 신흥 강호이다. 덴마크, 터키, 그리스 등이 포진했던 유럽 예선 죽음의 2조에서 7승 4무 1패를 기록, 일찌감치 1위를 차지하며 유럽국 중 가장 먼저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지역 예선에서의 인상적인 플레이로 인해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돌풍 가능성이 높은 팀으로 지목받고 있다. 일찍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기 때문에 그만큼 월드컵을 준비할 시간도 많이 벌었다. 역시 우크라이나 최대의 자랑거리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 세브첸코의 존재이다. 그의 능력은 이미 클럽 경기를 통해 충분히 입증되었고, 이제 그 능력을 월드컵에서 보여줄 일만 남았다. 수케르를 앞세워 98 대회에서 돌풍을 이끌었던 크로아티아의 경우처럼 우크라이나도 세브첸코를 앞세워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하다. 세브첸코 외에도 보로닌, 후신, 구세프 등 좋은 선수가 많다. 우크라이나의 전설 올레흐 블로킨 감독은 카리스마 있는 지도력으로 팀을 잘 이끌고 있어 선수들 사이에서 신임도가 높다.
(-)마이너스 요인 - 45위로 아직까지 H조에서 가장 낮은 피파 랭킹을 기록하고 있다. 월드컵뿐만 아니라 유럽 선수권 대회에도 출전한 경험이 없는 메이저 국제대회의 새내기이다. 게다가 세브첸코, 보로닌을 제외하면 유럽의 빅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가 없어 큰 경기에 대한 경험 부족이 우려된다. 특히 팀 전력의 핵심인 세브첸코가 월드컵을 한 달 앞두고 부상을 당했다는 것은 너무나도 뼈아픈 소식이다. 부상 후 복귀하더라도 그가 제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의 공격 파트너 보로닌은 지역 예선에서 한 골 밖에 터뜨리지 못했다. 역습을 노리는 팀컬러 치고는 수비가 매우 견고한 것도 아니며, 미드필드진도 경기 주도권을 쉽게 쥐지 못하는 편이다. 지역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사실 경기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터키전 3대0 승리를 제외하면 매 경기마다 주도권을 쉽게 쥐지 못하고 고전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런 우크라이나가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튀니지>
(+)플러스 요인 - 아프리카 대륙의 월드컵 첫 승 주인공이 바로 튀니지다. 78년 월드컵에 출전해 멕시코에 3대1로 이기고, 서독에 0대0으로 비기는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지역 예선 5조에서 6승 3무 1패를 거두며 3회 연속 월드컵 진출에 성공했다. 이번 월드컵에 참가한 다른 아프리카국들이 모두 첫 출전인 점을 감안한다면 튀니지의 풍부한 월드컵 경험은 상대적으로 큰 강점이 될 수 있다. 자국리그 선수들 위주로 구성됐던 지난 대회와는 달리 이번 대회에서는 유럽에서 뛰고 있는 기량 좋은 선수들이 많아졌다. 공격의 핵 자지리가 건재한데다가 브라질에서 귀화한 도스 산토스의 결정력이 절정에 달해 투톱의 무게감이 상당하고, 미드필드의 핵 부아지지와 수비의 핵 트라벨시, 자이디의 기량도 세계적이다. 로저 르메르 감독은 이러한 선수들을 잘 조련해 조직력이 뛰어난 짜임새 있는 팀으로 완성시키는데 성공했다. 대회 직전 감독이 바뀌어서 어수선했던 지난 대회의 전철을 이번 대회에서 다시 밟을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마이너스 요인 - 78 월드컵 첫 승 이후에는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98, 2002 월드컵에서 연속으로 1무 2패로 탈락했고, 경기 내용도 그렇게 인상적이지 못했다. 3번 연속 출전이라고 해서 첫 출전한 다른 아프리카 팀보다도 특별히 전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 없다. 아프리카 팀 치고는 개인기가 그렇게 뛰어난 것도 아니고, 기술과 스피드가 그렇게 특출 나지도 않다. 오히려 공격수들이 지나치게 쓸데없는 개인기를 부리는 경향이 있어 좋은 찬스를 무산시키는 경우가 많고, 수비수들은 순간 집중력이 떨어져서 종종 결정적인 수비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투톱 자지리와 산토스는 모두 단신의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들이기 때문에 공격시 제공권 장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격과 미드필드 쪽에서 선발 명단의 변화가 너무 많아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2006 네이션스컵에서는 잠비아에 4대1 대승을 거뒀지만 기니에게는 0대3으로 완패하기도 했다. 첫 경기 사우디전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허무하게 예선 탈락할 수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플러스 요인 - 남미 스타일을 접목한 유연한 플레이가 강점인 중동 축구의 강호이다. 94년에 첫 출전해서 모로코, 벨기에를 꺾고 16강에 오른 바 있으며, 이번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도 한국과의 두 차례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는 등 4승 2무의 좋은 성적으로 조 1위를 차지하며 무난히 4회 연속 본선진출에 성공했다. 선수들의 신체 조건이 지난 대회와는 달리 상당히 좋아졌고, 특히 2005 아시아 최우수 선수인 알 몬타샤리를 축으로 한 수비라인은 최종 예선 6경기에서 단 1실점만 허용했을 정도로 탄탄해졌다. 지난 대회에서는 수비진이 무너져서 고생했었지만 이제는 충분히 해볼만한 상황이 되었다. 게다가 알 자베르와 알 카흐타니로 이어지는 신구 조화가 잘 된 공격진은 역습 성공률이 매우 높아 상당히 위협적이다. 선수들의 개인기가 뛰어난데다가 경험 많은 선수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어 스페인, 우크라이나와의 대결에서도 좋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팀들과 많은 평가전을 치렀기 때문에 실전 경험도 풍부하다.
(-)마이너스 요인 - 지난 대회에서 독일에 0대8로 대패하는 등 한 골도 넣지 못하고 3패로 예선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제 사우디는 월드컵 출전국들의 확실한 1승상대로 지목되는 동네북 신세가 되어버렸다.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사우디는 여전히 수비 쪽에 가장 신경을 써야할 팀이다. 특히 수비수들의 스피드가 떨어지기 때문에 상대의 빠른 역습에 쉽게 돌파를 당하는 경향이 있다. 세브첸코 같은 세계적인 공격수를 제대로 막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모든 선수들이 자국리그에서 뛰고 있어 세계 수준의 축구를 접할 기회가 아직 많지 않다. 더군다나 다른 팀들에 비해 유난히 잦은 감독 교체로 인해 팀의 조직력을 다지는데 있어 항상 문제점이 노출되곤 한다. 지나치게 많은 평가전 일정은 오히려 선수들을 지치게 할 뿐만 아니라 정작 본선에서 100%의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차질을 줄 수도 있다. 94 월드컵 벨기에 전 승리 이후에는 월드컵에서 만난 유럽 팀들을 상대로 5패에 1득점 19실점을 기록하는 최악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이번에도 스페인, 우크라이나에게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예상>
강호 스페인의 16강 확률이 그렇게 많이 높지는 않은 상황이고, 최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우크라이나도 좋은 조 편성에 비해 그렇게 높은 16강 확률을 부여받지는 못했다. 이것은 바로 튀니지의 상승세로 인해 생겨난 현상이다. 즉, 스페인과 우크라이나가 쉽게 16강에 동반 진출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H조는 튀니지까지 가세한 3파전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세 팀 모두 최근 페이스가 상당히 좋기 때문에 H조도 다른 조와 마찬가지로 물고 물리는 치열한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인은 그 어느 때보다도 미드필드진과 수비진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이전의 월드컵과는 달리 매 경기 기복 없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게 되었다. 때문에 공격력만 어느 정도 살아준다면 스페인의 16강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98년에 이변의 희생양이 됐던 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절대 방심해서는 안되며, 만약 첫 상대인 우크라이나를 잡지 못한다면 튀니지와의 경기 결과에 따라 탈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더욱 16강행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이다. 특히 세브첸코가 부상에서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점은 우크라이나에게는 매우 아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며, 결국 세브첸코가 얼마만큼 회복할 수 있을지의 여부가 H조 전체의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코스타리카에 4대0으로 승리하고, 이탈리아에 0대0으로 비기는 등 최근 세 번의 평가전에서 실점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매우 희망적인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세브첸코의 부상으로 인한 공격력의 공백은 본선을 앞둔 현 시점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기는 축구를 구사할 줄 아는 끈끈한 팀이기 때문에 제 실력만 발휘한다면 충분히 16강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스페인이나 우크라이나가 떨어진다면 이변의 주인공은 튀니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트라벨시, 자이디, 도스 산토스 등 지난 대회와는 달리 세계적인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많아진데다가 명장 르메르 감독의 뛰어난 용병술로 조직력이 탄탄한 실속 있는 팀으로 변모해가고 있어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팀으로 손꼽히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특히 첫 경기가 사우디라는 점은 튀니지 입장에서는 큰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은데, 만약 사우디를 잡기만 한다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충분히 16강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마지막 게임인 튀니지와 우크라이나전은 16강 진출팀을 결정지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전이 될 것이다.
지난 대회의 동네북 사우디는 적어도 지난 대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비록 16강에 진출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혹은 1승도 거두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경기 내용에서 만큼은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튀니지와 사우디의 첫 경기는 양 팀 모두에게 기회가 될 것이다. 여기서 승리한 팀은 16강을 충분히 노려볼 만 하며, 양 팀 모두 비기는 경기가 아닌 이기는 경기를 하기 위해 상당히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다. 때문에 튀니지와 사우디의 경기는 두 팀의 이름값과는 달리 매우 흥미진진한 놓쳐서는 안 될 게임으로 필자가 강력히 추천한다.
지난 대회에서 슬로베니아가 월드컵 사상 첫 경기에서 스페인에게 1대3으로 패했는데 우크라이나는 스페인을 맞아 어떤 경기를 할지도 관심거리다. 스페인은 미들에서 주도권을 쥐는 스타일의 팀이고, 우크라이나는 수비 후 역습 위주의 경기를 하는 팀이기 때문에 스페인이 6대4 정도로 점유율에서 우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축구는 역시 골을 넣어야 이기는 경기이기 때문에 어느 쪽이 좀 더 찬스를 잘 살릴 수 있느냐가 승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최근 세브첸코 없이도 좋은 골 결정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며, 따라서 골 결정력에서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스페인을 상대로 충분히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크라이나는 스페인전에서 최소한 비기기만 한다면 16강 진출이 상당히 희망적일 것이며, 스페인이 이긴다면 여유 있게 토너먼트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주목할 만한 선수>
▶다비드 비야 (David Villa, 스페인, 1981, FW, 174cm, 69kg, 발렌시아)
=> 이번 대회 스페인 대표팀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선수이다. 라울이 컨디션 난조를 보이고 있지만 스페인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바로 비야의 존재 때문이다. 이번 시즌 발렌시아에서 큰 활약을 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비야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유연한 몸놀림을 바탕으로 한 과감한 슛이 일품인 선수이다. 중앙 공격수와 윙 포워드가 모두 가능하고 아라고네스 감독의 신임을 듬뿍 받고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주전으로 기용될 확률이 높은 상황이다. 비야가 있는 한 스페인의 공격진이 약하다는 소리를 함부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템 트라벨시 (Hatem Trabelsi, 튀니지, 1977, DF, 179cm, 81kg, 아약스)
=> 튀니지의 경기를 관람할 때는 6번을 단 오른쪽 윙백 트라벨시 선수를 눈여겨보기 바란다. 빅리그에서 뛰고 있지 않다는 점 때문에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실력만큼은 세계최고의 오른쪽 윙백으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파워, 기술, 스피드를 고루 갖춘 그는 1대1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철벽 수비를 자랑한다. 그러나 그의 진정한 힘은 바로 오버래핑에 있다. 뛰어난 개인기와 돌파력을 바탕으로 상대의 오른쪽 라인을 거침없이 파고드는 그의 날카로운 오버래핑은 어떠한 상대라도 부담을 가질 만큼 위협적이다. 월드컵 이후 빅리그 입성이 유력시되는 트라벨시의 이번 대회의 활약을 눈여겨 지켜보자.
<최종 예상>
1위 - 스페인
2위 - 튀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