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기간동안 일시적으로 사용되는 게시판입니다.
Date |
2002/06/27 16:16:42 |
Name |
이세용 |
Subject |
[기타] 영웅들의 비난 그리고 악마의 즐거움 |
영웅들의 비난 그리고 악마의 즐거움
달력을 보았는데. 이런! 벌써6월 26일이다. 6월이 언제 이렇게 빨리 지나갔던가? 곰곰히 한번 생각해 본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5월 31일날 있었던 이변의 시작을 알리던 그 날도 아련한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첫승을 올렸다고 알지도 못하던사람을 부둥켜 안았고 수백명의 가시나들과 하이파이브 했던날이 엊그제 같기도 하다. 아뭏튼 길고도 짧은 6월이라고 할까?
월드컵은 세계적 축제이며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즐기는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잔인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약한자는 떨어지고 강자만이 남는곳, 서로가 서로를 죽이면서 올라가야만 하는 것, 바로 월드컵이 지닌 잔인함 이라 할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승리를 위해 남들을 밟으며 죽이며 정말 피터지게 싸우지 않았는가? 혹자는 우리의 응원구호인 fighting을 문제 삼는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싸우지 않았는가? 우리는 싸웠고 다쳤으며 수많은 강자들은 우리를 때리기고 하고 맞기도 했으며 서로가 서로를 상처입으며 우리는 그렇게 4강이라는 자리에까지 올라서게 되었다.
외국의 기자들과 축구 평론가들 또한 우리의 정신이 정말로 fighting이라면서 한국의 강한 정신력을 높이 사기도 했다. 그래 그렇게 우리는 싸워왔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고 스페인 그들이 얼마나 강팀인지.. 그리고 그들이 한국에게 생각지 못한 패배를 겪은후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더이상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들은 상처입었다. 아주 깊은 상처를... 우리와 그들과 다른점이 있다면 우리는 이기고 그들은 패배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육체적으로도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상처입었다.
그들은 아직도 자신들의 패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더군다나 상대방은 영원한 약체로 여겼던 개최국이 아니였다면 솔직히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 그런팀이 아니였는가? 솔직히 이런 결과가 나타나게 된것에 스스로 창피하게 생각될 것이다. 또한 너무나도 분할것이다. 게다가 바로 그 석연치 않은 그 심판의 판정. 이 얼마나 열받는 일인가? 하지만 이것은 또한 좋은 핑계 거리가 아닐수 없다. 그 심판들을 비난하고 피파를 비난하고 그리고 한국을 비난함으로써 그들은 자신의 패배에 대한 여러가지 나쁜 기분들을 조금이나마 위로받을수 있다. 그래 그들은 그렇게 했다. 또한 시간은 약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런 모든아픔은 이젠 서서히 서서히 사라지게 될것이다. 이것은 자기자신들을 위해서 아주 당연한 처방이다. 만약 우리가 비슷한 방식으로 경기를 지게 된다면 우리또한 모든 신문과 뉴스가 난리를 치면서 우리 국민들의 아픈 가슴을 치료하려고 난리를 칠 것이다.
자. 하지만 우리의 모습엔 그들이 마치 떼쓰는 것 처럼 보인다. 말도 안되는 소리처럼 들린다. 우리는 승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모든 말들이 기분이 나쁘게 들린다. 하지만 한발자욱 떨어져서 그들을 다시한번 바라보자. 여유를 가지고 말이다. 왜 그 있지 않는가 승자의 여유라는거 말이다. 물론 알고 있다. 승리를 해본 경험이 미처 없었기에 그 승자의 여유라는거 어떻게 생기는 건지 모른다는거. 암튼 한번 생각만이라도 해보자..
화끈한 태양 아래서 살아온 라틴계 유럽인들 포루투갈, 스페인 그리고 이탈리아 이 사람들에게는 심판과 피파와 그리고 우리를 비난하는 행동들이 너무나도 생각없이 서슴치 않고 튀어나온다. 당사자 중의 하나인 우리 입장에서는 조금은 당혹스럽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반응을 보면서 우리의 승리에 대해서 한번씩 더 생각해 보고 승리의 기쁨을 취하기전에 한번씩 망설이게 된다.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그들의 그 비난과 야유 이런것들 너무나도 자연스럽지 않은가? 믿기지 않는 언론 플레이 피파를 고소하겠다고까지 하는 모습 이건 말이지 너무나도 그들 다운 뜨거운 정열을 가진 사람들의 행동이 아닌가? 나는 결코 그 사람들을 비난하는게 아니다. 그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며 자신들의 패배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라이다. 그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 자국의 승리에 대한 확신이 강했으며 그 누구보다 낙천적인 사람들이다. 당연히 그들은 자신의 패배를 잘 받아들일수가 없다. 아니...그들의 패배를 믿지 못한다. 상대가 누구라도 말이다. 아마도 그들은 자신의 엄청난 역사속에서도 자신들의 패배가 있었다면 다들 그런식으로 받아들여 왔었을것이다. 나는 그래서 한편으로 그 나라 사람들이 부럽다. 우리가 이겨놓고도 이렇게 떳떳하지 못하고 남들의 눈치를 살피고 있을때 져놓고서도 떳떳하고 혹은 뻔뻔 스럽게 피파와 블레터와 상대방 나라까지 비난하는 그 사람들 말이다. 그들이 부럽다. 우리는 결코 하지 못하는 그 뻔뻔스러움이 너무나도 부럽단 밀이다.
내 소중한 이탈리아의 친구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바로 한국과 이탈리아와의 경기가 끝난 순간이다. "말도 안돼! 한국이 이기다니! 치사한 경기야! 이탈리아의 승리는 도둑맞았어! 으아아아아악악악악악!!!" 이 메일을 받고 순간 너무나도 유쾌했다. 정말 그들다운 반응이 아닌가?
그렇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들의 반응을 결코 악의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우리나라는 이제 앞으로 그 어떤 국제 경기에서도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이탈리아라는 나라의 견제를 받는 묘한 위치에 처하게 되었다. 우리한번 기억을 한번 거슬러 올라가 보자 우리는 한때 아시아 최고의 축구 강국이였다. 물론 아시아 안에서만 강국이였지만 당시 일본은 결코 우리나라의 상대가 아니였다. 아니 아니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순간 일본이 우리나라를 이기게 되었고 우리는 그로 인해 상처받았고 그 이후 우리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관계를 라이벌관계로 셍긱히면서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지 않았던가? 처음으로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졌던 그 순간 월드컵 진출이 좌절 된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 우리는 얼마나 슬퍼했었고 얼마나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었는가? 마치 우리가 이 유럽의 나라들에게 패배를 안겨준것처럼 밀이다. 그들은 아직도분하게 생각할 것이고 무엇보다도 꼬리아 라는 나라를 때려부수고 싶을 것이다. 바로 우리가 일본에 가지고 있던 그 라이벌 의식이 이제 자연스럽게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고 포르투갈 같은 나라에게 펼쳐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들이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자연스러운 라이벌 관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그 피파 랭킹 5위 6위 하던 국가와 우리 축구 변방의 국가가 말이다.....
아직 월드컵이 끝나지도 않았건만 벌써부터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같은 나라에서 우리나라축구협회에 국가 대항전을 벌이자고 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아마도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다면 우리나라와 우리에게 패전한 이 유럽의 나라와 경기를 가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겠는가? 다들 복수의 칼날을 갈면서 우리를 밀어 붙이지 않겠는가? 모든 신문과 뉴스는 "복수의 날이 왔다!" 라는 제목을 달고서 말이다. 만약 경기가 상대방 진영에서 경기가 벌여지게 된다면 상대방 진영의 그 운동장은 수많은 관중으로 꽉 차게 될것이다. 그리고 그 관중들은 아마도 일부러 붉은 악마를 의식해서라도 자기 나라의 유니폼을 다 챙겨 입게 될 것이다. 그리고 또 붉은 악마를 의식해서라도 엄청나게 큰 소리와 각종 도구를 챙겨와서 응원전을 펼칠 것이다. 우리나라 선수들 기를 죽이기 위해서....
그들은 아마도 그렇게 할 것이다. 피구, 비에리, 토띠 그리고 라울이이 이런 선수들 아마도 경기에 참석하기 위해서 갖은 방법을 다 쓸지도 모른다. 그들은 그렇게 우리에게 이기고 싶을 것이다. 경기는 거칠어 질지도 모르고 친선 경기라 할지라도 부상 선수가 많이 나올수도 있겠다. 복수를 성공하기 위해서..우리는 그런 그들을 상대해야 할 것이다. 생각해 보니 앞으로 우리가 상대해야 할 나라는 이젠 다 그런나라들 뿐이다. 생각해 보면 무시무시하다. 정말 무시무시 하지 않은가? 비록 딴지일보에서 우리는 강팀이야 내말들어! 하면서 계속해서 주입식 교육을 시키고 있지만 난 아직도 그들이 두렵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무시무시한 세상속에서 앞을 향해 빠르게 가고 있는 나라는 바로 코리아 우리가 아닌가? 그러고 보니 우리는 정말 강팀이 맞긴 맞는가 보다.
행여나 한국이 축구의 세상에서 영웅이 되길 바라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오래된 축구세상에서 수많은 유럽나라들과 몇몇의 남미강국에 수많은 영웅이 존재하고 있다. 우리가 그 사이에서 또하나의 새로운 영웅으로 낄수 있는 방법은 결코 없을것이다. 또한 그 유럽과 남미의 영웅들을 결코 우리를 같은 영웅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요즘에는 인터넷에도 한국을 비난하는 많은 패러디 그림들이 넘나든다. 혹시 이글을 보는 사람들중에는 그 패러디 그림 중에서 한국의 태극기에 있는 해골 마크를 본 사람도 있을것이다. 그 사진을 보고 기분이 나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난 그 그림 마저도 유쾌하다. 이제서야 드디어 그들도 그 사실을 알아 차린거 같다. 그래! 우리는 바로 악마들이다. 우리가 악마인지 미처 몰랐지? 우리가 바로 그 악마들이다.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영웅들이여 어서 우리를 잡아 봐라. 우리가 당신들을 잡아먹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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