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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06/26 01:24:21
Name 스톰 샤~워
Subject [기타] 4강에 올랐기에 기뻐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늘 경기...
참으로 아쉬운 한판이었죠.
승리를 바랬지만 결국 패하고 말았네요.
여러가지 생각들이 가슴 속을 오갑니다.
그러면서 생각해보니 이런 생각들이 드네요.

우리 팀이 4강에 올랐을 때 우린 너무나 기뻤습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우리 팀이 4강에 올랐기 때문에 기뻐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월드컵에서 우리는 너무도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지요.
그러면서 우리들 가슴 속에는 항상 세계 축구와 한국 축구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누구나 그 벽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그 벽을 무너질 수 없는, 너무나도 단단한 벽이라는 체념이 가슴 한 구석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죠.
강호들과의 평가전에서 달라진 우리 선수들을 보면서 과연 지금의 이 사실들이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프랑스라는 일류 강국들과 싸워 결코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쳤다는 사실들이
액면 그대로 믿어도 될 것인지 기쁨 반, 의심 반으로 생각했습니다.

결국 뚜껑은 열리고 폴란드에 2:0의 완벽한 승리를 거둔 우리 선수들을 보면서 이제 확신했습니다.
우리는 강해졌다. 우리는 진정 강해졌다.
이제는 정말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비록 미국과는 1:1로 비겼지만 압도했던 경기들.
그리고 포르투갈을 꺾으면서 그 자신감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그래도 혹시... 하는 일말의 불안감마저 떨쳐버리고 진정 우리는 강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태리의 비겁한 경기에 대한 통쾌한 역전승으로 그 사실은 다시 한번 우리를 흥분시켰고요...

이제는 어느 누구도 우리가 강함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우리의 핏줄을 전류처럼 흐르던 그 기쁨의 전율은
우리가 4강에 진출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강함을 확인하고
이제 세계의 어느 누구도 두렵지 않다라는 자신감이었습니다.

언제나 시달리고 짓눌리고 눈물만 흘려왔던 우리들이기에
그것은 더할 나위 없는 감격이었고,
너무나도 가슴벅찬 환희였고,
그동안의 응어리를 눈녹이듯 녹여버리고
5천만 겨레를 하나되게 할 수 있는 기쁨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4강에 들어서 기뻐했던 것이 아니었기에
우리가 결승에 가지 못해 슬퍼하지 않습니다.

왜냐 하면 우리는 강하니까요.
오늘의 패배는 너무나도 강팀과의 연속된 경기,
조배정의 불운으로 인한 대전일정의 촉박함,
그 속에서 매경기마다 마지막 남은 한방울의 에너지라도 연소시켜야 했던 우리 선수들이
제 기량을 낼 수 없었을 뿐
다음에 다시 만나면,
정상적인 컨디션에서 다시 독일과 만났을 땐
가볍게 씨~익 웃어주고
진정한 축구의 진수를 가르쳐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동안 열심히 싸웠던 우리 선수들께 너무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남은 한 경기 최선을 다해 줄것을 믿으며
언제까지나 그들은 우리의 가슴 속에 뜨거운 자부심으로,
터질듯한 감동으로 살아있을 것이라는 말을 전해 주고 싶네요.

다시 한번 파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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