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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컵 기간동안 일시적으로 사용되는 게시판입니다.
Date |
2002/06/24 17:52:47 |
Name |
p.p |
Subject |
[기타] 결승까지 갈 것 같다 |
제주도에 있는 대표적인 유명한 호텔의 마케팅 담당자들과 점심을 같이하면서 자연히 월드컵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근데 그 중 한 양반 하는 말이 "우리 축구 이번 월드컵 이후로는 절대로 4강까지 못 올라 갈 것이다" 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전 웃으면서 아니 왜 '절대' 못 올라 간다는 말을 하느냐고, 어려울지 모르지만 절대라는 말이 어디 있느냐고 브레이크를 걸었지만,
이 양반 남의 기분도 모르고 계속 '절대'란 단어를 쓰면서 못 올라 간다는 겁니다.
그래서 은근히 열이 오르기에 "그래, 우리가 지금 4강까지 올라 온 것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고 운이 많이 따랐다. 어쩌면 심판의 오심도 있었을지 모른다.
외국과 국내의 전문가들도 기적이라고 한다. 나도 기적같은 일이라는데 동의한다. 기적이 뭐냐? 사람의 힘으로만은 안 되는 것,
신의 손길이 닿아서 일어나는 일이 기적 아니냐? 그래 그 단어에는 나도 동의한다. 그리고 앞으로 개최 될 월드컵에서 또다시 4강 이상에 오르는 일이 어려울 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번 월드컵이 끝나면 또다시 K리그 축구장은 텅텅 비고 국민들은 축구에 관심 접을지도 모른다.
또다시 선수들은 아무도 없는 경기장에서, 그리고 잔디구장이 아닌 맨땅에서 연습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 팬들은 조금이라도 늘어 났을 것이고, 전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가져 줄 것이다.
분명히 우린 좋은 감독을 붙여 주고, 열심히 뛸 환경만 만들어 주면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결과를 보여 주는 것을 목격하고 있지 않느냐?
우린 2006년 이후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월드컵에서 또다시 4강에, 그리고 결승에, 우승 할 수도 있다. 왜 '절대'로 안 된다는 말을 하느냐"
밥풀이 튀게 열을 냈더니 이 양반 웃으면서 자기 말을 취소하더군요. 인터넷에 이런저런 글을 읽다 보니 자신도 좀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구요.
못 올라 갈 4강에 올라 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뭔가 편파 판정이 있었나 싶고, 그러다 보니 괜한 자격지심이 들어 좀 찜찜 했었다구요.
호텔 사람들 원래 대화를 잘 풀어 나가지만, 선선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대화가 풀리니 새삼 이 양반 잘 생긴 얼굴이 돋보였습니다. ^^
(원래 호텔 쪽의 사람들이 생기긴 멀끔하게 잘 생겼지요)
사실 이번 월드컵에 저도 내심 놀라고 있습니다.
선수들의 선전에 놀라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열두번째 선수인 국민들의 응원에 놀라고 있습니다. 저 말고도 모두들 그러시겠지요?
젊은이들이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도대체 언제 또 입을 일이 있다고 아주머니들도 붉은악마 티를 사 입고, 길거리의 아이들도 빨간 티에 빨간 스카프에...
엄청난, 몇 백만명이 길거리에 쏟아져 나왔어도 큰 사고 하나 없다는 것 또한 너무도 놀랍습니다.
외국 같으면... 우리가 금과옥조처럼 입에 올리는 외국 같으면, 분명 자잘한 난동 몇 건은 일어 났을 것입니다. 상점 약탈사건 역시 몇 건 발생 했을겁니다.
외국의 매스컴, 그리고 우리 동포들의 반응 역시 상상을 초월합니다.
캐나다 토론토 거리에서 한국인들이 거리를 모두 점령하고 태극기 흔들며 행진해도 박수 쳐 주며 축하 해 주는 그나라 사람들과 경찰들...
워싱턴, LA,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에서도 그랬다지요? 그 쪽 나라들 역시 사전 신고없는 집회나 도로 행진은 안 되는... 거... 아니었나요?
감히,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조그만 나라의 교민들이 집단적으로 도로를 점령하고 태극기를 흔들고 자기들 나라 말로 고래고래 고함지르고...
그걸 그냥 봐줄 뿐만 아니라 더불어 축하의 박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워 주는 그 나라 국민들... 월드컵이 아니었다면 어딜, 언제 그래 보았겠습니까?
브라질에 사시는 어느 동포 분이 올린 글에서는 그만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저도 나이가 중년을 너머 조금 있으면 할아버지 소리 들을 때가 다가 오는데, 감동받아 눈물 흘려 본적이 언제인가 싶은데...
슬픈 일에도, 속 상한 일에도, 기쁜 일에도, 이렇게 까지는 감정이 격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만 혼자서 흐느껴 울었습니다.
그 나라에서 태어나서 한국말도 잘 못하는 우리의 어린 청소년들이 길거리를 뛰어다니며 대~한민국 을 외치고 있다는...
조국이 저들을 위해 해준 것이 뭐가 있는데... 해준 것 하나 없는 조국을 저들은 뭐가 그리 자랑스러워서 저리도 좋아서 지치지도 않고
온종일 대~한민국을 외치고 다니고 있다는 통신원의 글에서... 그만...
월드컵으로 인해 우리는 감정과 행동의 동기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좋은 동기화는 키워 나가고, 나쁜 동기화는 축소 시키고 싶습니다.
옆에서 하품을 하면 같이 하품하고 싶어집니다.
오심이다, 편파판정이다 하는 말에 괜히 흥분해서 반박하고 하는 건,
그런 말들이 지속적으로 퍼져 나가면 괜히 그렇지 않던 사람들까지 진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큰 길에 호랑이 나타났다'고 누가 그러면 에이! 하며 믿지 않을 사람들도 세 사람 이상이 같은 말을 하면 '그런가?...' 하며 믿는다는 옛말이 있지요.
이탈리아와 스페인 제외하면 전 세계가 모두 우리의 승리를 인정 해 주고 축하 해 주는데,
괜히 우리 스스로 오금이 저려 심판 매수설이니 편파판정이니 하는 음모설을 퍼뜨릴 필요 없다 싶습니다.
물론, 기쁠 때에도 정신 못 차리게 날뛰지 말고, 앞뒤 살펴가면서 신중하게 다가올지도 모를 어떤 액을
사전에 감지하는 것도 필요 할 것입니다.
이번 월드컵으로 인해 느낀 또 다른 즐거움 하나!
그 동안 pgr에서 뜸하던 분들의 글을 발견하는 재미입니다.
(지환이아빠님이나, 식용오이님의 아이디를 발견하곤 무척 반가웠습니다 ~)
암튼, 우리 모두 우리의 역사상 일찌기 없었던 이 엄청난 축제를 마음껏 즐겼으면 합니다.
걱정 : 혹시나 이전의 제 글에서 상처 받으신 분이 있으시다면... 용서 바랍니다.
ps : 제목엔 결승까지 갈 것 같다... 고 적어 놓고 엉뚱한 소리만 늘어 놓았지요? 그치만, 우리 국대, 독일도 물리칠 것 같지 않나요?
우리팀 피로가 쌓인 게 문제인데, 히딩크감독이 용병술을 잘 부릴 것 같습니다.
독일팀 고공 헤딩 슛이 너무 가공스러워서, 솔직히 무섭지만, 과연 우리 선수들 헤딩 막으려 같이 뛰어 오르기나 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그래도 미드필드에서 허점은 많은 것 같더군요. 느려 보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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