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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06/24 15:22:45
Name 탄야
Subject [기타] [펌] 이천수선수의 글
이천수선수가 쓴 글을 보기 편하게 약간 편집했습니다.

이천수선수가 직접 쓴 글인지는 확실치는 않는데(아마 아닐 가능성이 더 높게 보임니다만), 이탈리아전을 떠올리면서 보시면 공감가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 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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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수 선수의 글 (설기현선수 까페에서 펌)

.. 내가 말디니 선수의 뒤통수를 깐걸 두고 말들이 많은 것 같다.
청소년 대표로 뛸때나, 유럽국가들과 시합을 할때 느끼는게 있다.
이상하게도 아시아 국가들하고 상대를 할때면 유난히 유럽선수들은 반칙을 심하게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 대표 시절, 이탈리아와 시합을 하는데, 경기시작부터 난 심하게 가격을 당했다.
그놈들은 일부러 그러는 듯 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전반 내내 그런식으로 교묘하게 가격을 당하고 나니, 내 플레이가 위축되고 자신감이 결여되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결국 우린 그 경기에서 졌다.

난 이탈리아 선수 한명을 붙들고, 왜 너희들은 그런식으로 거칠게 반칙을 하느냐고 물어봤다.
그의 입에서는 충격적인 대답이 나왔다.

"아시아인들을 거칠게 다루면 다룰수록 스스로 혼란에 빠지고 결국 무너진다."

이 뜻은 노예를 부리듯, 우리를 거칠게 다루어서 길들이면 주저 앉힐수 있다는 인종차별적인 말이었다.
난 그때서야 유럽선수들이 왜 우리와 경기를 할때는 그토록 심하게 반칙을 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솔직히 감독님도 이 사실을 잘 알고 계셨다. 그래서 가끔씩, 상대에게 위협을 줄만한 킬러가 우리팀엔 없다면서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런데 교묘한 반칙을 제일 잘하는 나라가 바로 이탈리아다.
더군다나 독일과 잉글랜드 이외의 축구는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정도로 자존심이 센 나라다.
그러니, 우리 아시아 축구쯤은 자기네들 연습상대, 심지어는 노리개감으로 생각을 한다.

우린 16강전에 그런 이탈리아와 만났다. 예상대로 이탈리아는 처음부터 그들의 계획대로 우리를 길들이기 위한 반칙을 하기 시작했다.
시작 몇분만에 그 효과는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비에리의 반칙솜씨는 완벽했다.
팔꿈치로 얼굴에 잽을 날리는 반칙기술은 과거 비에리가 헤비급 복서출신이란걸 충분히 증명하고도 남았다.
결국 태영이형이 코뼈가 주저 않고, 남일이형도 내동댕이 쳐지고, 전담마크가 캡인 진철이형도 나가 떨어졌다.
사실 처음 비에리에게 헤딩골 먹은것도 그 때문이다.

난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미칠것만 같았다. 이대로 굴욕적으로 당해야만 하다니...
더군다나 우리의 주장 명보형 얼굴에까지 그놈들은 팔꿈치 잽을 날리고 있었다.
참다 못한 명보형은 주장의 권한으로 "너희들 똑바로 하라"며 주의를 주었다.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우리가 농락당하는 것 같았다.

벤치에서 더럽게 반칙을 일삼는 토띠의 미소를 볼때마다.
"너희들은 길들이면 스스로 무너지지. 그래서 축구만큼은 우리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어." 이렇게 우리를 조롱하는것만 같았다.
그러나 난 굴복할수 없었다. 도저히 참을수 없었다.
드디어 나에게 기회가 왔다. 교체되어 경기장에 들어간 것이다.
난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호시탐탐 반격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우린 결코 그러한 더러운 길들임에 굴복당하지 않는다. 우리 한국인은 거칠게 다루면 다룰수록 더 강해진다. 내가 너희들에게 그런 반칙에 굴욕을 받느니, 차라리 분투중에 쓰러짐을 택할 것이다. 내가 오늘 그걸 증명해줄 것이다."

내가 이렇게 마음을 가다듬는 사이, 공이 날라왔다.
센타링한 볼이 이탈리아 문전에서 어디로 갈지 몰라 방황하고 있었다.
주장 말디니는 걷어 내려 슬라이딩을 하려는 듯 했다. 아~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다.
그것이 축구공인지, 머리통인지 구별할수 있는 이성적인 판단은 그 순간만큼은 나에게는 사치였다.
난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냅다 질러버렸다. 그리고 외쳤다.

"우리형들 건들지마 씹쎄야"

한번 더 질러버릴려고 했는데, 심판이 봐서 꾹 참았다.
말디니는 어리둥절 했다. 사실 자세히 보면 난 발등으로 말디니를 가격했다.
그건 선수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고, 단지 위협만 주려는 고도의 기술적인 반칙이었다.
난 그놈들처럼 더러운 반칙은 절대 안한다. 어쨌던 나의 발길질에 충격을 받았는지 아니면 진짜로 아팠는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난 그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야 쓰바놈아, 우리형들 코뼈를 주저앉혀? 한번만 더해봐라...너희들 목뼈를 박살낼테니까"

내 말을 들었는지 말디니는 손으로 목을 감싸며 얼굴을 좌우로 흔들어 보며 목뼈가 괜찮은지 확인했다.
그런데, 아무런 이상이 없는걸 확인하더니, 말디니는 손으로 목을 가로 지으며 위협을 보냈다.
그리고 절규에 가까운 소리로 외쳤다.

"You Death"

한마디로 나를 죽여버리겠다는 뜻이었다. 난 큰소리로 맞받아 쳤다.

"Zip up your mouth, I am a King of Taekwondo"

하지만 가슴속으로는 뜨끔했다. 더군다나 심판도 나에 대한 눈빛이 달라졌다.
반칙 한번만 더하면 퇴장을 주겠다는 표정으로 날 감시하고 있었다. 도움이 필요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인간 폭격기 두리가 교체되어 들어온 것이다.
다 아다시피 두리에게 한번 걸리면 전치 4주는 기본으로 나온다.
우리 코치도 그냥 살짝 한번 부딪혔다가 갈비뼈 두 개가 아작이 났던적이 있었다.
난 두리에게 한명만 박살내면 된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것은 우리둘만의 신호였다.

두리는 들어오자 마자 그라운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난 이탈리아 수비수들이 제발 두리와 부딪혀 주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그들은 교묘하게 피했다.
아마도 직감적으로 인간 폭격기란걸 아는 모양이었다. 또다시 기회가 왔다.

한국이 코너킥을 얻었다. 센터링한 볼이 날라왔다.
수비수 한명이 헤딩으로 걷어내려는 것 같았다. 심판도 정확히 주시하고 있었다.
두리가 수비수와 함게 떠주기만을 고대하고 있었다.
그렇게만 한다면 수비수와 부딪힐것이고 수비수는 갈비뼈 두세개쯤은 작살이 날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리는 갑자기 몸을 뒤로 젖히더니, 공포의 오버헤드킥을 시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수비수가 달려들었다. 난 외쳤다.

"질려버려!"

그러나 이탈리아 수비수는 헤딩 대신에 발로 볼을 걷어내려 했다.
만약 그때 수비수가 볼을 걷어내려 헤딩을 시도했다면, 두리의 킥에 목뼈가 아니라, 머리통이 날아갔을 것이다.
역시 두리는 인간 폭격기였다.

말디니와 수비수들은 무언가 공포에 질린 듯 했다.
그리고 수비수들에게 싸인을 보냈다. 그건 헤딩할 때 조심하라는 신호였다.
전후반이 끝나고 연장전으로 들어갔다.
난 형들에게 이탈리아 수비수들이 헤딩을 잘 못할테니까, 무조건 헤딩슛을 시도하라고 요청을 했다.
연장 전반 선홍이 형이 먼저 시도를 했다. 아깝게 실패를 했다.

그러나 후반, 영표형의 높은 볼이 올라왔고 정환이형과 말디니가 동시에 떠올랐다.
그러나 말디니는 머리를 뒤로 젖히며 몸을 사리는 듯 했다.
정환이형은 아주 자유롭게 헤딩슛을 했고 결국 그 골은 우리가 8강에 진출하는 골든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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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6/24 16:12
수정 아이콘
이천수선수의 글은 아닌듯 하고... 누군가가 단편소설을 썼군요 ^^ 어쨋든 재미 있습니다.
이천수선수 어젠가? 물론 녹화겠지만 TV 인터뷰에서 자기는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은데
몸이 안되기 때문에(체격이 작다는 말인가?) 때로는 반칙도 한다고, 반칙을 해서라도 절대로 지고 싶지 않다고...
생김새는 장난꾸러기 같이 귀엽게 생겼는데, 역시 깡다구? 가 있더군요. ^^
그렇다고 해서 설마 일부러 말디니의 머리통을 찼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독일전에선 이천수와 차두리가 펄펄 나는 모습이 보고 싶습니다. 신진들 화이팅! GO GO KOREA
02/06/24 16:18
수정 아이콘
^_^ 아마도 이천수 선수의 마음이 이랬으면 하는 글이겠지요..
02/06/25 03:29
수정 아이콘
이천수 선수가 차두리 선수를 실제로 어떻게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이천수 선수는 1981.7.9생 차두리 선수는 1980.7.25생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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