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기간동안 일시적으로 사용되는 게시판입니다.
Date |
2002/06/24 00:35:24 |
Name |
분수 |
Subject |
[기타] 영웅주의와 패배주의... 그리고 민주주의 |
벌써 우리나라 4강의 신화를 쏘아 올린지 이틀이 지나갔습니다. 흥분했던 마음과 더불어 불어닥친 많은 이슈들이 제 마음을 흔들고 지나가는군요.
제가 아래에 쓴 댓글에서도 말했듯이 이번 월드컵은 정말 우리나라에게 있어 근대사에 있어 광복 이후로 기쁜 날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일이 되겠죠.
이번 월드컵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영웅으로 떠오른 사람이 있죠. 바로 거스 히딩크 감독입니다.
근대사에 있어 정말 우리나라의 진정한 영웅이 될지도 모르는 그를 보며 마음 한구석이 아프더군요. 그게 왜 우리나라 사람이 아닐까 하고 말이죠. --;
그렇다고 제가 국수주의적인 사람은 아닙니다만 그게 전 차범근 감독이 아니라는 사실이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더군요. 사실 우리나라의 사회환경을 생각한다면 영웅이 만들어지기는 정말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웅을 질투하죠. 그런면에서 히딩크 감독은 자유로울 수 있고 또 언젠가는 떠나갈 사람이기에 우리에게 영웅으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꺼내게 된 건 바로 그 영웅주의와 패배주의가 맞물려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우리에게는 믿고 따를만한 영웅이 없습니다. 특히 근대사에 있어서 우리가 영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었죠.
사실 영웅이라는 것은 타고났다기 보다는 만들어진다고 봤을때 우리의 토양이 너무 척박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새 여러게시판에서 우리 국가대표팀의 선전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많이 올라오는 걸 보면서 역시 저는 아직 우리에게는 영웅을 길러낼만한 역량이 안 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즉 다시 말하면 패배주의가 그들을 감싸고 있고 또 그들이 바로 우리의 자화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잘하는 걸 개발시키는 커녕 다른 평범한 사람들과 맞추어 살도록 강요받는 사회, 잘나는 것이 정말 힘든 것이 우리 사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이번 월드컵이 전 국민의 축제의 장이 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사실 축구의 룰도 모르는 많은 분들이 이번 축제를 기회로 인해 동질감 회복에 눈떴고 그로 인해 여러가지 금기를 깰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 주었습니다.
저는 이번 월드컵을 보면서 정치 생각이 나더군요(사실 정치 이야기는 웬만하면 안하고 싶었습니다만 그래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그동안 정치쪽을 바라보며 전 앞으로 50년 이전에는 절대로 제대로 된 정치가를 만날 수 없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에게는 영웅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전 대부분의 정치에 무관심한 분들이 그런 생각에 빠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생각이 모여 다시 패배주의로 흐르게 되고...
그런면에서 이번 월드컵의 주인공은 유럽의 유명 스타들도 아니고 우리나라 국가대표팀 선수들도 아니며 거스 히딩크 감독도 아닌 바로 우리 붉은 악마와 그 기치아래 모인 국민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진심어린 기도와 염원이 꿈에도 이루지 못할 것 같던 월드컵 4강을 이루어 냈던 것입니다.
저는 이번 월드컵의 오심 판정과 경기의 흥미성에 관해선 관심이 없습니다. 국가대표팀이 최선을 다해 뛰었고 우리 국민들은 뜨거운 성원을 보내주었습니다.
그렇기에 이젠 더이상 우리가 패배주의에 머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민주주의는 여러분 한사람 한사람이 참여할 때만이 그 진정한 가치의 빛을 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번 월드컵에서 전국민이 힘을 합친다면 꿈에서만 그리던 일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여러분, 이제 이 월드컵을 기회로 우리나라에 민주주의를 뿌리박읍시다.
영웅은 스스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우리 스스로가 만드는 것입니다. 더이상 우리에게는 패배주의란 없을 것입니다.우리가 거스 히딩크를 우리의 영웅으로 만들었듯이 우리 나라 정치에 새로운 영웅을 만들어냅시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꽃을 피웁시다.
대~한민국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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