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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2/06/19 11:21:03 |
Name |
kid |
Subject |
[기타] [잡담]Again 1966 |
아침에 여친이 전화가 왔습니다.
"오빠야.. 내가 방 예약 해 놨다.. 오늘 저녁 8시에 학교 앞에서 보자.. "
(순간 야한 상상을 하신 분들.. 자제를.. ㅡ,.ㅡ)
요즘 축구 보기가 정말 만만치 않습니다.
학교앞 비디오 방에서 축구 중계를 해 준답니다. (뭐.. 중계료 이런건 모르겠습니다. 이게 중요한게 아니니까..)
여친이 예약을 해 놓았더군요.. 으허.. 음.. 솔직히 여친은 사람 많은 곳을 별로 안좋아합니다..
뭐.. 막상 예약 시간에 가 보니 비디오방의 전 방이 다 축구를 보려고 온 사람들이더군요..
친구 넘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우린 넉터(학교의 운동장 - 넉넉한 터의 준말)다."
"오늘 붉은 악마가 새로운 응원을 보여준다 했떼이.."
뭘까..?? 다들 함께 할 수 있는 응원이 아니면 별 효과 없을텐데..
표가 없어서 1500명 정도 밖에 못갔다던데.. 응원이 고여서 분위기에서 밀리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많이 앞섰더랬습니다.
경기장의 모습이 드러나는데.. 목구멍이 뜨끔해지고 말았습니다.
Again 1966......... 붉은 색의 바탕에 너무도 선명하게 경기장의 1,2층을 수놓은
Again 1966 이라는 마스겜임을 보는 순간.. 목구멍이 뜨끔해면서..
그만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말았답니다. (솔직히 몇 방울 흘렀습니다.. ㅠ,.ㅠ)
'지면 안돼.. 지면 안돼.. 기운내라..'
그렇게 속으로 몇 번이나 되내이고.. 되내이고.. 경기 시작의 휘슬이 울렸습니다..
전반 6 분 안정환 선수의 패널티킥 실축으로 이탈리아로 넘어간 분위기는
다시는 우리쪽으로 넘어 올 것 같지가 않았더랬습니다.
거기에 선취골까지..
좀 처럼 열리지 않는 빗장 수비.. 간간히 허용하는 기습....
'단판 승부의 실축과 리그에서의 실축은 천지차이..' 라는 친구의 문자까지..
그렇게.. 그렇게 전반전이 끝났습니다..
"올라가자.. 넉터로.. 내 계속 여기서 축구 보다가는 평생을 후회할꺼 같다.."
라는 저의 말에 "얼른 가자.." 라고 여친이 반겨 줍니다.
여친 중요한 면접이 있던 날이라.. 정장이었습니다.. ㅠ0ㅠ
서둘러 학교로 올라왔는데도 후반전은 시작되어 있엇습니다.. 풀리지 않는 빗장..
사람들이 너무 많아 친구들을 찾지 못해 그냥 둘이서 경기를 보고 있었습니다.
목이 터질것 같이 외친 "대한민국" "필승 코리아" 경기는 점점 기울어 가고..
사람들이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앞에서 너무나 열심히 응원하던 여고생들을 김남일 선수가 부상으로 실려 나가자..
울부짖더군요.. (정말 대성 통곡.. ㅡ,.ㅡ) 그러다가 전반 40분쯤이 되자..
그 여고생들까지 자리에서 일어나 가려는 겁니다.
"가지 마세요.. 아직 안끝났잖아요.. 아직 이길 수 있어요.."
여친이 애들을 잡습니다.. "그래.. 아직 끝은 알 수 없잔.........."
지진난 줄 알았습니다... 설기현 선수의 왼발 슛이 상대의 골네트를 흔들었습니다..
왜 그랬었을까요..?????
다들 즐거워하며 펄쩍 펄쩍 뛰는데... 다들 대한민국을 외치는데..
정작 아무것도 못한 겁니다. 바보같이 울고만 있었습니다.. 여태까지 외친 대한민국이 몇 천번을 될껀데..
그걸 못한겁니다.. 손을 들 흉내도 못내고.. 펄쩍펄쩍 뛸 엄두도 못내고.. 바보 처럼 울고만 있었더랍니다..
나 참.. ㅠ0ㅠ
이제까지의 분위기는 온데 간데 없고..
특유의 파이팅으로 팀에 다시 활기를 불어 넣어줬던 차두리 선수의 오버헤드킥이 나오고..
교체 선수로 모두 공격수로 택한 대한민국과
교체 선수로 수비수를 택한 이탈리아의 희비가 교차되는 순간이더군요..
후반전이 끝나고 휴대폰을 보니 친구에게 문자가 와 있었습니다.
"이겼다! 수비만 해서는 이길 수 없다.!"
친구의 예언처럼 연장전에서는 거칠 것이 없다는 듯한 대한민국의 물결이었습니다.
구두까지 벗어 젖히고 맨발로 폴짝 거리며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는 여친과
눈물로 페이스 페인팅이 다 얼룩지는 지도 모르고 좋아하고 있는 여학생들을 보며..
다시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시아의 월드컵 8 강은 이제 Corea 가 유일합니다.
1966년의 월드컵 8 강도 Corea.. 그리고, 지금 이순간의 월드컵 8 강도 Corea 입니다.
Again 1966.....
멀지 않은 미래에... 아직 내가 축구라는 운동에 열광해도 심장마비로 죽을 위험이 없을때..
저는 또 하나의 코리아가 4천 7백만이 아니라 7천여만의 붉은 악마가 모든 거리에 쏟아져 나와..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는 그날을 생각해 봅니다.
영화의 장면 같은 골든골이 생각이 납니다.
그 순간은 모든 응원이 멈춰있는 순간이었습니다.
"오.. 필승 코리아"가 마무리 되고 다음 응원으로 무엇을 할까..? 를 생각하고 있던 순간..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안정환 선수의 머리에서 117분의 혈투에 종지부를 찍는 골이 나왔습니다.
누구보다도 큰 목소리로.. 어느 누구보다도 높이 뛰어 오르며.. 좋아했습니다..
비록 지금 이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는 한마디 하기가 힘들 정도로 목은 아픕니다만.. ^^;;
새벽을 그렇게 보내고.. 여친을 새벽 3시에 택시에 실어 보내고..
친구와.. 후배들과.. 어울려 승리에 취해.. 한 잔 술에 취해.. 코리아에 취해 있다가..
이제야 글 올립니다..
자랑스럽습니다..
6월 22일 광주입니다.. 정열과 축구의 나라 스페인이라죠..??
둘 중에 어느걸로 붙어도 질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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