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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6/27 14:20:50
Name 마술피리
Subject [기타] 우리 축구 정말 진보하고 있는가? - 체력축구 담론에서 벗어나자.
0. 우리 축구의 진보.

의심치 않던 명제였습니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가진 평가전에서
둔기로 머리를 가격당한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 명제였습니다.
"아, 정말 우리나라 축구 발전했구나..
월드컵 일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실제로 일을 내었구요.

2002 월드컵을 지나고, 이번 월드컵에 이르기까지 단한번 의심해보지 않은 명제였습니다.
워낙 드라마틱한 진보였기때문에, 거기서 또한 퇴보를 생각하는게 쉽지 않았죠.
또한 사회 전체의 분위기도 '퇴보'라는 개념이 거의 타부시되기도 했구요.

월드컵 경기들을 끝내고, 흥분을 가라앉히고는 돌아봅니다.
그런데, 갑작스레 이런 반문을 가지게 된건 저 혼자뿐인가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2002년만큼은 못하다라는 것에 동의하시겠죠.
드러나는 결과도 그렇구요.
그런데, 정말 2002년은 과거보다 모든면에 있어 진보였고,
2006년은 승점 4점이나 획득한, 2002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단한 진보인게 맞는건지 곱씹어보게 되네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조직력 등을 평가할 능력은 없습니다.
그냥 공격력과 수비력 이렇게 따져볼수 있을까요?

1. 공격력 - 골 결정력의 부재

수십년 내려오는 고질병이지요. 아마 지겹도록 입에 달았고, 귀에 달아온 그런 지적일겁니다. 이번 2006 월드컵 대표에게도 주어진 쓴소리였지요.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과거의 골결정력 부재 개념과 현재의 개념이 조금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2002년전의 과거에는 골결정력 부재라는 말이 최종 슈팅에 관하여 쓰였습니다. 윙이 워낙 좋았기때문인지는 몰라도 우리나라 선수들은 크로스를 매우 잘 올렸죠. 좋은 찬스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좋은 찬스를 어이없는 홈런슛이나 빗맞는 슛, 혹은 골기퍼 정면의 슛등으로 놓쳐버리곤 했고, 관중들은 그런 상황에서 탄식하고 최종 공격수를 마구마구 비난하곤 했죠.
그런데, 2002년이후는 다릅니다. 그저 점수를 못뽑아내고 있습니다. 결정적인 찬스에서 최종공격수의 실수가 나오는게 아니라, 아예 그런 결정적인 찬스를 최종 공격수에게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번 크로스가 올라가면 두세명의 공격수가 골문으로 쇄도해야하는데, 그런 장면이 매우 적습니다. 타겟이 된 최종 공격수 한명만 크로스를 기다리고, 나머지는 먼산보듯 기다립니다. 프랑스전에서는 설기현의 크로스때 조재진은 이미 골문앞에 있었고, 박지성과 안정환이 쇄도했기때문에 골을 만들어냈지요. 이런 모습 사실 보기 힘든 장면입니다. 골문 쇄도를 유일하게 잘해주는 선수가 안정환 선수인데, 이번엔 항상 조커로만 기용되는 바람에 별 소득이 없었죠.  

2. 공격력 - 세트플레이 능력

사실 코너킥은 거의 기대도 않습니다. 우리나라가 코너킥으로 월드컵에서 골을 넣은게 아마 98월드컵 유상철 선수의 골이 유일하죠? (주- 유상철의 골은 코너킥이 아니었습니다. 코너킥과 유사한 곳에서의 프리킥이었네요. Whynot님 감사합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코너킥 세트플레이는 우리선수들이 힘들어합니다. 2002년에도 이분야에서의 발전은 없었다고 봅니다.
프리킥 세트플레이의 경우, 이번에 이천수 선수가 직접 슈팅을 골을 넣었지요. 그런데 정말 잘 찬 프리킥이었나요? 골키퍼와 수비간의 싸인이 맞지 않아 시야를 놓친 골키퍼의 실수로 보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그림같은 슛이라고 칭찬일색이었지만, 해외에서는 쉬운 슛을 놓친 골키퍼를 비판했지요. 오히려 2002년 이을룡의 선수의 프리킥이 더 좋았습니다. 다만, 과거에 비해서는 진보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옛날 하석주, 홍명보 선수의 골은 수비수 굴절에 따른 운을 많이 봤었지요. 다만, 2002년보다 2006년이 낫다라고 하기는 아직 어렵다고 봅니다.

3. 공격력 - 중거리 슛

제가 사실 제일 실망하는 분야입니다. 우리의 힘든 월드컵 도전사에서 그나마 무승부를 안기고, 감격을 안긴 골들은 대포알같은 중거리슛이었죠. 막강한 중거리슛 능력이 없다면 수비수들을 끌어낼수 없기때문에 포스트 플레이가 안됩니다. 그만큼 중거리슛 능력이 중요하죠. 그러나 대포알 중거리슛은 90년후반부터 거의 사라지기 시작해서, 2002년 유상철 선수의 폴란드전 추가골 이후로 보기힘듭니다. 이번 토고전에서의 안정환선수 슛은 지능적인 포물선 슛이었지, 위력적인 중거리슛은 아니죠. 2002년 송중국선수의 슛도 수비수에 의한 굴절운이 있었구요. 가만 생각해보면 강한 중거리슛 능력을 보유한 선수가 유상철, 홍명보 선수 이후로 거의 떠오르지 않게되지 않았나요?

4. 수비력

전체적으로 진보했다고 보여집니다. 2002년이 최고조였지만, 그래도 과거에 비하면 우리의 압박수비력은 과거와는 비할바 못되겠죠. 체력과 체격의 발전을 근본삼아 힘의 수비쪽 능력이 많이 발전한것은 사실이라고 보여집니다. 골키퍼의 능력도 전반적으로 발전했다고 보여지구요.
이러한 수비력의 발전이 우리나라의 국제대회 성적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봅니다.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2002년은 8,90년대에 비해 전체적인 공격력의 발전은 거의 없었으나, 수비력의 비약적 발전으로 4강신화를 만들었고, 2006년은 8,90년대보다 훨씬 못한 공격력을  2002년보다 못한 수비력으로 극복하고자 하니 따라가지 못했다고 봅니다.  

5. 마무리

대부분 공감하시겠지만, 공격의 축구가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공격의 축구가 사실상 이기는 축구입니다. 수비의 축구는 운이 따라주지않으면 비길수는 있어도 이길수는 없죠. 많은 분들이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 수비의 붕괴를 이야기하는데, 저는 사실 공격의 퇴보가 더 큰 문제라고 봅니다. 시원하고 통쾌한 골을 단 하나도 만들어내지 못했고, 심지어는 결정적인 찬스라는 것도 한번 못만들었습니다. 뭔가 매끄럽게 이어지는 그림같은 공격 패스웍은 완전히 실종되었고, 시원한 중거리슛도 사라졌습니다. 이제 오로지 강인한 체력으로 뛰고 또 뛰는 끈기와 투혼만이 남은것 같아 아쉽습니다. 2002년의 성과에서 잘못된 배움을 이끈것은 아닐까요?
이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또 수비위주의 축구하면서 투혼으로 뛰고 또 뛰지만 제대로된 골은 만들지 못하는 모습의 재방송을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수비위주의 축구, 당장 국제무대에서 성적을 내기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수비와 체력 위주의 축구로는 16강입성하기 힘듭니다. 지독히 좋은 조편성이 아니라면요. 이번에 그 좋은 조편성에서도 실패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축구팬들이 먼저 우리 축구의 퇴보를 인정하고, 체력과 수비위주의 축구라는 거대 담론에서 빨리 빠져나오기를 기대합니다. 히딩크는 우리에게 4강을 주었지만, 그 그림자로 인해 우리축구가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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