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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06/18 11:26:45
Name 얼씨구
Subject [기타] 너무나 감동적이라 퍼왔습니다.
가장 감동 깊었던 그라운드!!!!(펌) 필독!!!

그대들은 축구를 보면서 감동적이었던 순간이 언제인가?
97년 동경대첩? 93년 극적인 월드컵 본선진출? 아니면...멕시코 4강신화?
프로축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여기에 포항이 우승했던 순간도 더할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 기억속에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은...
위에 열거한 그 어느것도 아니다...

어찌보면 별것도 아닌...
아니 수치스럽고,,부끄럽기까지 한 모습이지만...

난 그순간을 잊지못한다..

91년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를 기억하는가?
당시 우리는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했다....
그 대회에서 우리는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세계 최강 아르헨티나를 누르면서 말이다...

그 대회...

지금의 피구가 이끄는 개최국이었던 포르투갈이 우승했던..
그 대회...

우리는 포르투갈과 경기를 했다..

비록, 결과는 1:0 패배..

심판의 말도 안되는 편파판정의 결과였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골키퍼가 공을 오래 끈다 황당한 이유로 페널티킥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프리킥을
줬음..)

그 경기...

후반 30여분경이었다..

화면에는 그라운드에 쓰러져있는 남한선수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그 선수에게 포르투갈의 골키퍼가 달려들어..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고의라고 말할 수 있는....
태클로 선수의 가슴을 걷어찼다..

그 순간이었다..

이제는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한 선수...
북한의 어느 선수는...
저 멀리서 달려오면서..

어찌보면 부끄러운..
정말 수치스런 모습으로..
그러나, 상기되어있는 얼굴로...
누구나 확연히 알수 있는..
고의성 태클로 또 다시 포르투갈의 골키퍼를 걷어찼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다른 포르투갈 선수가 남한의 선수를 폭행하려는 그런
상황에서..
남한 선수와 같이 얻어맞으면서 보였던...

외쳤던 입모양....




"우리형 ~~ 건드리지마!!"




난 화면에서 시선을 움직일수 없었다..

그 북한의 선수는 이렇게 말했다..


"우. 리. 형!!"


14살..

겨우 중학교 1학년 녀석의 기억속에 또렷이 남아있는 이 단어..
그 중학교 녀석이었던 이가 대학을 가고 군대를 갔다와서 도 남아있는 이 느낌..

말할 수 없는 전율이 등을 타고 휘젖는 느낌...
감동에 젖어 아무말도 나오지 않은 그 느낌...
이 느낌을 아는가?

그랬다...

지구상에 모든 국가들 중에서..
대표팀 유니폼에 국기를 새기는 몇 나라되지 않는 두나라..

South, North of KOREA..

그때, 이 두나라의 선수는..
South도, North도 아니었다..
사회주의도, 자본주의도 아니었다..
한반도가 그려진 같은 문양을 가슴에 달고 있는...
그냥 KOREA였다...

그들은 "우리" 였으며..
그들은 "형제" 였다..

청소년 대표팀 해체 때..
이름이 같았던 남한의 강철과 북한의 최철의 멀쓱한 헤어짐...
그 뒤로 흐르던 두 선수의 눈물 짓던 장면....

거칠은 선수들과 몸싸움끝에 퇴장당하던 이임생의 서럽게 흘리던 눈물과
오버랩되는 북한 선수의 아리랑 구성진 가락소리...
신화를 만들어내고,,,

인간산을 쌓았던 19, 20살 청년들의 환한 모습들...


그 모든것이 다시금 새록새록 기억에 돋는 연유는무엇일까?

그 때부터 10년이 지났다..
25살 청년이 된 나...

통일.. 그리고, 북한

너무나 크고, 어려운 단어..
이 글을 쓰고 나선 곧 잊어버릴지도 모르는...
평소 운동권 애들이나...
위층 정치인 아저씨들이나 떠들어대는 말로 치부해버릴 지도 모르는 단어..


그러나,,,
그러나,,,

적어도

이때, 91년 포르투갈과 경기때..
우리 선수들은 그라운드를 마주보며 서 있지 않았고..

"우리형"

이라고 외칠수 있던...

피와 말이 통하는...

아리랑의 서글픈 구성짐에 못내 아쉬워할줄 알았던..

그들은 우리가 잊고 있던..

"형제"

였던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추신 :
형제국 터키 : 니뽄넘 (18일 15:30 미야기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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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cht1005
02/06/18 11:38
수정 아이콘
91년에 남북 단일팀의 열기가 대단했죠. 축구와 탁구.. 탁구는 세계선수권 여자단체전에서 중국을 이기고 청소년 축구는 8강에.. 축구팀에 최철 강철 이외에 북한의 윤철과 남한의 박철도 있어서 4명의 '철이'가 화제가 되기도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예선 포르투갈과의 대결 이전에 했던 아르헨티나와 아일랜드 전에서 후반 45분 거의 다 되어서 한골씩을 넣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가 돕는팀'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었구요. 아르헨티나와의 대결에서 골을 넣었던 조인철, 아일랜드, 브라질 전에서 골을 넣었던 최철 선수는 지금 뭘하고 있을지..

p.s. 터키:일본 경기는 그냥 게임을 즐기렵니다.^^
02/06/18 11:38
수정 아이콘
저도 기억이 나는군요.. 골키퍼가 누구였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만..
그 상황에서 왜 프리킥을 줬는지는 기억이 납니다.
포르투칼 선수랑 충돌이 있은 다음 공을 안은채로 쓰러져 있었죠.
공을 딴 선수에게 패스하고 나서 쓰러진 것이 아니라 충돌때문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심판이 프리킥을 주더군요...
으하.. 갑자기.. 피가.. 으허.. 끓는 느낌이.. 으허.. 이 넘들 출국 했을라나..?? ㅡ,.ㅡ
제 기억엔 그 프리킥이 굉장히 멋있게 들어갔다는것 인데여..
그 킥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brecht1005
02/06/18 19:54
수정 아이콘
그 프리킥 페널티킥과 거의 같은 자리였죠. 남북단일팀 선수들이 골라인에서 10명이 모두 담을 쌓았지만 머리 위로 강하게 때려버렸죠-_- 아마 이번에 퇴장당한 핀투일 수도 있는데-_-; 당시에는 피구보다 핀투가 훨씬 주목받는 선수였다고 합니다.
02/06/19 11:36
수정 아이콘
두 글자 였던건 확실히 기억합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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