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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10/08 01:06:20
Name 똥진국
Link #1 https://v.daum.net/v/20231008002255646
Link #2 https://v.daum.net/v/20231008002255646
Subject [스포츠] 멕시코 4강 신화 박종환 감독 별세 (수정됨)
https://v.daum.net/v/20231008002255646

1983년 멕시코 세계 청소년 축구 대회에서 4강 신화를 썼던 박종환 감독이 10월 7일 별세했습니다
향년 87세
치매로 요양병원에 있다가 코로나 19에 감염된 뒤 패혈증으로 사망했다고 하는군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조금 더 덧붙이자면...

집안의 친척 어르신이 교사로 재직할 당시에 박종환 감독이 축구 감독으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 어르신이 축구를 좋아하는 분이라서 훈련하는걸 봤는데 전술훈련 이런거 없고 달리기 훈련만 하더랍니다
이게 무슨 훈련인가 하면서 속으로 우려했는데 부임하고 몇달 후에 축구대회에서 우승해서 놀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르신은 축구 훈련은 안하고 달리기 훈련만 했는데 어떻게 우승이 가능했냐고 박종환 감독한테 물어봤답니다
박종환 감독의 답변은 간단했습니다

공이 있는 곳에 우리 선수가 많이 몰려있으면 우리가 이긴다

지금의 전술 기조로 바라본다면 공을 확보하고 점유율을 높이면 우리가 이긴다로 볼수있겠죠
박종환 축구의 특징 중 하나인 벌떼축구는 이때 이미 기본적인 전략이었던겁니다

제가 어릴적에 83년 청소년 축구 4강이었는데 박종환 감독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는 기술이 안되기 때문에 체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나중에 이런 저런 기사를 접하고 인터넷 검색으로 알게된건 멕시코에서 적응하기 위해서 마스크를 씌우고 달리기 훈련을 시켰고
벌떼축구라는 말을 만든 전술도 그 안에는 여러가지 전술이 있었더군요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멕시코에서 4강의 신화를 이룩했고 그때까지 국제무대에서 우리 축구가 뭔가 성과를 낸적이 없었기에 박종환의 성공은 뭔가 세계에 대한 컴플렉스라고 해야 하나 어딘가 자신감이 없던 한국 사회에 자신감을 줬을겁니다

박종환의 축구는 구타와 체벌이 있던 시절 그리고 그게 아주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용인되던 시절의 축구였습니다
이게 청소년 레벨까지는 어찌저찌 통했지만 성인 레벨인 국대 축구에서는 한계가 뚜렷했습니다
나중에 알게된거지만 84올림픽 축구 대표팀 감독을 맡았는데 그때 선수들의 반발과 태업이 있어서 예선탈락하는 일이 있었더군요
기억이 나는건 88올림픽 축구 대표팀 감독을 맡았지만 선수들의 반발로 결국 김정남 감독으로 교체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언론에도 보도될 정도라서 제가 기억을 하게 됩니다

당시에 어머니가 축구에 대해서 잘 모르는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티비를 보면서 박종환 감독이 맡았을때 대표팀 경기력이 별로였는데, 김정남 감독이 맡으니까 대표팀 경기력이 좋아졌다는 말을 했는데 그건 그만큼 박종환 감독에 대한 선수들의 반발이 컸다는걸 의미할겁니다

그래도 대중들이나 사회의 시선은 박종환 감독에게 여전히 우호적이었죠
언젠가 월드컵 대표팀 감독을 하길 바라는 그런 마음이 있었습니다

90년대 초중반에 일화 천마 감독을 맡았을 당시에 3연패 리그 우승으로 인해서 국대 감독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더 강해졌다고 봅니다
95년 코리아컵 감독을 맡았던 것도 그런 국민적 열망이 한몫했을 겁니다
이때도 박종환이 얼버부렸지만 선수들의 반발과 태업이 있었을 정도로 국대에서 박종환의 성적은 좋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에 저는 루키라는 스포츠 잡지를 즐겨봤습니다
그때 루키에서 독자 설문 조사를 했는데 2002 월드컵 감독은 누가 맡으면 좋겠냐는 조사였습니다
당시 올림픽 대표팀 감독인 비쇼베츠 감독, 차범근 감독이 순위에 있었는데 1위는 박종환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잡음에도 국민들의 박종환에 대한 인기는 여전했던겁니다

96년 아시안컵은 다들 기억하시는 것처럼 박종환의 국대 감독 커리어의 마지막이었습니다
역시나 선수들의 반발과 태업이 있으면서 이란에게 6대2로 대패하는 참사로 박종환의 국대 감독 커리어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너무나 큰 패배였고 게다가 국민들이 믿었던 박종환이라서 충격은 컸습니다
선수들의 반발과 태업이 있었다는게 제대로 알려지기도 했기에 박종환의 지도 방식은 이제 안된다는 인식이 생기게 되었던겁니다

박종환의 축구는 최대치가 프로팀 감독 그것도 90년대 중반까지 가능한거였던거죠
2002 월드컵 감독으로 히딩크가 부임하고서 계속해서 부진한 결과를 보이자 한국의 여러 감독들이 그러했듯이 박종환도 히딩크를 비난했습니다
빨리 선수들 뽑아서 조직, 전술 훈련을 해야 한다
하지만 히딩크가 4강 신화를 이룩하면서 박종환으로 상징되는 한국 축구는 세계 무대에서 통하지 않는 축구였다는게 입증되었고 우리가 너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박종환에 대한 우호적인 시선이 이때부터 완전히 돌아서게 되었고 이제 박종환의 축구는 안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한국축구를 바라보는 결론은 박종환과 히딩크가 동일했습니다
박종환은 선수들의 기술이 축구 선진국 선수들에게 안되기 때문에 체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히딩크는 선수들의 기술은 좋은데 체력이 떨어진다
체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결론은 동일했는데 왜 체력으로 승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관점이 달랐던겁니다

그리고 선수들을 대하는 태도와 훈련방식이 달랐기에 박종환의 축구는 더 이상은 통하지 않았던겁니다
게다가 시대가 변했고 시대가 변하면서 축구도 변했습니다
하지만 박종환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성남 fc 4개월만의 사퇴로 나타난건 당연한 결과였던겁니다

저는 박종환이라는 존재를 한국축구의 역사적 흐름과 시대의 변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라고 봅니다
강한자만이 살아남는 80년대라는 밈처럼 어찌보면 무식한 축구, 강압적인 축구로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80년대 축구에서 성인 국대로 눈에 보이는 성과를 이룬건 박종환 감독보다는 김정남 감독입니다
김정남 감독은 월드컵 본선 진출과 아시안게임 우승이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박종환 감독은 청소년 국대말고는 성과를 거둔게 없습니다
그래도 국민들은 뭔가 뚜렷한 개성과 색채가 있는 박종환의 축구를 더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축구도 변하고 국민들도 변하면서 그의 축구는 도태되기 시작했고 몰락할수밖에 없었습니다

국가와 국민에게 자신감을 준 감독이었기에 그의 축구가 서서히 몰락하고 있음에도 계속 응원해줬지만 2002월드컵을 기점으로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그의 축구에 그 응원은 사라졌습니다
이것도 실망감보다는 시대의 변화라고 봅니다
그때 대한민국과 지금 대한민국은 많이 다릅니다
자신감이라는 부분에서 박종환의 축구가 응원받던 시절은 자신감이 많이 부족했지만 지금은 정반대입니다
박종환 축구를 응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우리가 많이 성장한거라고 봐야겠죠

이런 비판적인 요소가 있지만 박종환과 그의 축구가 대한민국 축구와 사회분위기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준 것은 부정할수없는 사실입니다
대한민국 축구의 변화를 상징하는 하나의 역사적 아이콘이었던 박종환 감독은 앞으로도 대한민국 축구에서 여러 관점에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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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미드
23/10/08 01:11
수정 아이콘
아.. 코로나 ㅠ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편히 쉬시길..
23/10/08 01:14
수정 아이콘
찾아보니 지인들에게 사기를 당해서 2,3년간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태였다더군요.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합니다.
마르세유
23/10/08 01:16
수정 아이콘
아버지가 20여 년 전에 서초동 골프연습장에서 몇 번 뵌 적 있다시는데
초면에도 다른 사람들 폼도 잘 봐주시고 호인으로 기억하시더군요.
말년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알파센타우리
23/10/08 01:18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서린언니
23/10/08 01:26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지금이대로
23/10/08 02:00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3/10/08 02:31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롱띠
23/10/08 05:20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3/10/08 05:34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데몬헌터
23/10/08 06:48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닐리리야
23/10/08 07:20
수정 아이콘
'패'혈증이요
우주전쟁
23/10/08 08:34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VictoryFood
23/10/08 10:06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3/10/08 11:30
수정 아이콘
그래도 말년이 너무 안좋았네요
안타깝습니다
Starlord
23/10/08 12:33
수정 아이콘
멋진 헌사입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국수말은나라
23/10/08 12:48
수정 아이콘
아시아의 호랑이...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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