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을 받고 시름하는 하륜
하륜 : 언제까지 그렇게 있을거 같소? 전하께서 승하 하신 뒤에도 그럴거 같소? 자신들 손에서 자란 세자저하가 용상에 오른 다음에도 한결같이 자중할거 같소? 내키지 않아도 해야만 하오. 그게 우리가 살길이오. 우린 이미 민씨가문의 적이 되었소. 세자저하가 보위에 오르시면 민씨가문이 우릴 그냥 두진 않을거요.
민무질에게 작업들어가는 이숙번
송씨 : 둘째한테 군권까지 맡기신다는걸 보니 아무래도 그 후궁의 일은 잘 넘어간것 같습니다.
민제 : 본래 사람은 자신에게 유리한대로만 생각하는 법이오. 전하는 절대로 그냥 넘기실 분이 아닙니다.
송씨 : 자꾸 그리 조바심 내실거 없으십니다.
민제 : 뭐요?
송씨 :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은 우리 세상이 오게 되어있습니다. 우리 세자저하께서 한살 한살 더 커가실수록 힘이 우리에게 오게 되어있습니다.
민제 : 부인. 정말 큰일낼 분이시구료.
송씨 : 두고보십시오. 누구말이 맞는지.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하는 민제.
잠깐 쉬는 시간을 줬다고 해서 내관이 말리는데도 아우들 보러가려다가 이방원에게 걸린 양녕
이방원 : 세자! 왜 이리 아비의 말을 안 듣는 것이야!
양녕 : 처음엔 외웠사옵니다.
이방원 : 그런데 오늘은 왜 안 외웠느냐?
양녕 : 스승님께서 뜻을 알았으면 힘을게 외우지는 않아도 된다고 하셔서...
이방원 : 어느 스승이 그리 말했느냐?
쟤요.
이방원 : 세자를 올바르게 교육하라 일렀거늘 기껏 세자의 비위나 맞추면서 아부를 일삼았던 것이요? 이런 자가 바로 간신이다! 이런 자를 가려내기 위해서라도 글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하는 것이다. 알겠느냐!
세자를 방관한 죄로 내관은 태형 30대를 맞습니다.
양녕 : 이제 정말 열심히 하겠사옵니다.
이방원 : 그럴 사람이었으면 벌써 열심히 했을것이다.
양녕 : 아바마마.
이방원 : 아무래도 세자 니가 몸소 학문의 필요성을 깨달아야 할것같구나.
효순궁주에게 사가에서 있었던 일을 사과하며 입 단속 하는 민씨.
이방원 : 오늘부로 세자에게 양위를 할것이오.
민제를 비롯한 하륜, 이숙번, 조영무 모두 반대하지만 양위 선언을 거두지 않는 이방원.
황희 : 주상전하께서 이제 세자 저하가 보위에 오르시라는 명을 내리셨사옵니다. 국새를 받들어 주상 전하의 명을 받드소서.
손을 뻗는 양녕.
그 순간 고개는 젓는 내관을 보고
급히 손을 빼는 양녕.
양녕 : 싫습니다. 또 혼내시려고 그러시는거 아니옵니까.
황희 : 저하. 어명이옵니다.
양녕 : 싫습니다. 안 받겠습니다.
도망가는 양녕.
민씨 : 아무래도 이건 전하의 본심이 아닙니다.
민제 : 그럼 세자 저하에게 깨달음을 주려고 하시는 일입니까?
민씨 : 그런 이유도 있겠지요. 허나 그게 전부는 아닐겁니다. 틀림없이 우리 가문을 노리시는 겁니다. 우리 가문의 충심을 시험하는 겁니다. 아버지는 흠 잡을때가 없으신 분이니 분명 아우들을 노리시는 겁니다. 어서 가서 아우들에게 전하세요. 이건 전하의 본심이 아니니 절대로 괜한 기대를 갖지 말라고 하십시오. 손톱 만큼도 기뻐하는 기색을 내비쳐서도 안됩니다.
민제 : 예. 마마.
민씨 : 손바닥이 닳고 무릎이 부서질때까지 궁궐 바닥에 엎드려 있으라고 하십시오. 더는 목청이 나오지 않을때까지 울부짖으라고 하십시오. 그래야 삽니다. 어서 전하십시오. 어서요!
민제의 말을 듣고 바로 궁궐로 달려간 형제와 신하들.
밤이 되어서도 양위의 명을 거두어 달라 외치는 신하들.
황희 : 이제 상왕 전하께서 잠자리에 드셔야하니 모두 퇴궐하라는 명이십니다.
신하 : 상왕 전하라니! 지신사는 어찌하여 그런 말을 입에 올리는가!
황희 : 이제 상왕 전하시옵니다. 뜻을 받드시옵소서. 자 어서들 퇴궐하십시오.
민무질 : 어쩌면 이 양위가 전하의 진심일수도 있는거 아닙니까?
민무구 : 뭐?
민무질 : 아무래도 그런거 같습니다. 이걸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숙번이 다시 우리에게 줄을 대려고 한겁니다.
이숙번 : 여기 계시다 해서 인사나 올릴까 하여 왔습니다. ... ... 한번 더 말씀 올릴까 합니다. 제발 지난 과오를 용서해주십시오. 거두어만 주신다면 여흥부원군 가문을 위해서 충심을 다하겠습니다.
민무구 : 그럼 하나만 묻겠네. 솔직하게 대답해주게. 양위가 전하의 진심인가?
이숙번 : 네. 진심이십니다. 가까운 신하들에겐 미리 밝혀 두셨습니다.
이숙번이 나가고 웃는 민씨 형제.
이방원 : 그대가 잉태하였다는 사실을 알고나서 그 집안이 그대를 어찌 대했소?
효순궁주(가비) : 잘해주셨사옵니다.
이방원 : 어떻게 잘해주었소?
효순궁주 : 좋은 방으로 옮겨주시고 좋은 옷에 좋은 이불을 내어주시고 그리하셨습니다. 참말이옵니다. 황송할정도 극진하게 보살펴주셨사옵니다.
이방원 : 헌데 얼굴이 왜이리 까칠한 것이오? 누가 봐도 오랫동안 고초를 겪은 얼굴인데?
효순궁주 : 그건 아이를 낳은지 얼마 안 돼서 그럴것이옵니다.
이방원 : 흠... 그래. 알았소.
민씨 : 너에게 다 말해줄 수는 없지만 이건 전하께서 외숙부님들의 마음을 떠보시는거다. 헌데 외숙부님들은 심지가 굳지 못하여 금방 실수를 할거다. 그럼 전하께서 외숙부님들에게 아주 큰 벌을 주실거다.
양녕 : 외숙부님들한테 왜요?
민씨 : 그런게 있단다. 허니 제발 용기를 내거라. 외숙부님들이 실수하기 전에 니가 이 일을 끝내야 한다. 이 어미의 부탁이다. 어서 저 국새를 들고 전하께 가져가거라. 제발 외숙부님들을 구해주거라.
양녕 : 전하. 소자는 아직 학문이 미흡하여 이 나라를 잘 이끌어 갈 수 없사옵니다. 부디 양위의 명을 거두어 주십시오.
이방원 : 그런 생각은 어찌해냈느냐?
양녕 : 곰곰히 생각해 보았는데 아무래도 저한테 주신것이니 제가 돌려드려야 할것 같았사옵니다.
이방원 : 그래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
양녕 : 아바마마...
양위의 명을 거뒀다고 하자 천세를 외치는 신하들 가운데서 어리둥절해 하는 민씨 형제들.
이숙번 : 아니 근데 두분은 어째 하나도 기쁘지 않은것 같소?
하륜 : 그러고 보니 두분은 천세도 외치지 않으시더군요?
당황하는 민씨 형제.
조영무 : 숙위병. 저 두분을 사헌부로 모시어라.
끌려가는 민씨 형제.
신하 : 전하께서 양위를 거두신다는 말씀에도 오직 두사람만이 기뻐하지 않았사옵니다. 이는 필시 마음속에 불충한 음모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옵니다.
신하2 : 민무질은 일찍부터 세자 저하를 등에 업고 권력을 독차지하려는 역심을 품고 있었사옵니다.
신하3 : 민무구는 충녕군의 총명함이 널리 알려지자 세자 저하 이외에는 똑똑한 왕자가 필요없다는 말을 한적이 있사옵니다. 이는 필시 다른 왕자들을 해치려는 역심이옵니다!
이방원 : 그래서 어찌했으면 좋겠소?
신하 : 극형에 처하시옵소서!
결국 귀양을 가게 되는 민씨 형제.
방과 : 주상은 이제 보이지도 않는 적하고도 싸우는구려. 존재하지도 않는 적을 만들어서 베는구려.
이방원 : 빼앗은 자의 숙명이옵니다. 남의 것을 빼앗은 자는 제것도 빼앗길까봐 늘 두려워하는 법이옵니다.
방과 : 그리 불안해서 어찌 살아가오?
이방원 : 모르겠사옵니다. 허나 멈출수는 없사옵니다. 이제 제가 가야할 길은 우리 세자는 절대로 이런 일을 겪지 않도록 해주는것 뿐이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아역들이 다 성인이 되었습니다.
이방원 : 세자. 너는 남은 글 공부는 다 하고 잤느냐?
양녕 : 네.
이방원 : 그럼 한번 외워보거라.
양녕 : 외우지는 않았사옵니다. 대신 그 뜻을 가슴에 새겼사옵니다. 언제든 필요한 때가 되면 제 속에서 튀어 나올것이옵니다.
이방원 : 하... 그리 되는 사람은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 나도 그런식으로 글 공부를 한적이 없고 충녕도 그런식으로 글 공부를 하지 않는다.
양녕 : 왜 자꾸 전하와 충녕처럼 되라고 하시옵니까? 저는 저만의 길이 있사옵니다.
이방원 : 세자. 니가 지금 아비의 말을 거역하겠다는 말이냐?
양녕 : 저를 인정해 달라는 말이 옵니다.
이방원 : 세자!
두둥.
민무구 민무질이 귀양을 가게되면서 민씨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네요. 이렇게 처세를 못해서야... 그리고 양위 파동이 끝나고 바로 세자교체로 넘어왔습니다. 첫씬부터 뭔가 껄렁하게 보이는 양녕. 여전히 공부도 안하고 뭐 다음주부터 피터지는 부자 싸움이 벌어지겠군요. 충녕의 역습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