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경기당 0.5골만 넣어도 리그 정상급 스트라이커였다."
이러한 말 자체도 나오기 시작한게 예전이라고 불릴만큼 꽤 오랜 명제가 되었습니다. 사실 단순하게 따져봐도 0.5골 수준의 페이스로 풀시즌을 치르면 리그 20골에 근접한 공격수가 되죠. 지금 기준으로도 당연히 정상급 스트라이커입니다. 하지만 메날두의 시대가 오고 이 둘이 한 시즌에 40-50골은 커녕 60-70골 씩 넣어버리는 시즌을 만들어버리고 나서는 사람들의 이러한 고정관념은 도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것은 메날두에 국한된 이야기만은 아니게 되었습니다. 이건 당장 저번시즌 유럽 5대리그 득점 순위 표인데, 시즌 40골을 넣은 선수가 무려 7명이나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경기당 골 수는 0.5는 커녕 0.8을 넘어서는 수준이죠. 유럽 축구가 현대에 정립되면서 자본이 투입된 결과 메가 클럽들의 등장과 그로 인한 전력의 집중화, 양극화 등을 논거로 예전보다 골이 많이 나오게 되었다는 주장은 메날두의 등장과 함께 힘을 얻기도 했습니다. 메날두라서 그만큼 넣은 것이다, 메날두가 아니더라도 그 정도 골을 넣을 스타는 탄생했을 것이다 등으로 갑론을박이 이어지곤 했죠. 요즘에야 뭐 여론은 메날두의 연차도 꽤 쌓였고 그들의 업적을 존중해주는 쪽으로 나아가긴 하지만.
사실 이러한 배경을 달고 글 제목처럼 골이 예전보다 많이 터지고 있다의 주장을 하려면 조사 방법은 굉장히 다방면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리그 전체의 팀 골 수 변화라던가, 그중에서도 빅클럽들의 득점 수 추이, 더 많은 표본 등등등 하지만 전 그럴만한 여유는 없고 이걸로 밥벌어먹는 사람도 아니기에 간단히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그래서 몇몇 선수들이 예전보다 훨씬 많은 득점을 올리는 요즘의 추세가 과연 예전이랑 얼마나 차이나는건지 알아보는 것을 목표로 삼아봤습니다. 본격 메날두 저격글.
제가 조사한 기간은 1996-1997시즌부터 지난 2017-2018 시즌까지의 기간입니다. 편의를 위해 1996-1997 시즌을 1996년으로 표기, 그 이후의 시즌도 마찬가지로 표기하였습니다. 그리고 유럽 빅 5 리그(스페인, 잉글랜드,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를 기준으로 시즌 득점 Top 10에 들어가는 선수들의 평균 득점을 조사해보았습니다. 그러니까 위에 2017-2018 시즌을 기준으로 하면 딱 아구에로까지 10명의 평균 득점말이죠. 그리고 그 결과는 바로 아래와 같습니다.
이렇게보면 2007-2008시즌까지는 거의 큰 변화가 없다가 2008-2009시즌부터 32.골대를 돌파하면서 낌새를 뵈더니 그 이후로 점점 평균 골 수가 상승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2011-2012시즌은 아웃라이어고... 무튼 그 이전에 30골 언저리 혹은 그 밑으로 잡히던 평균 골 수가 35골 근처 혹은 그 이상으로 올라 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확실히 최근 10년간 최상위권 득점을 올리는 선수들의 골 수는 늘어났다고 보는게 맞겠네요.
다만 한가지 느낌이 쎄한게 있다면... 2007-2008 시즌의 최다 득점자는 호날두였고, 그 시즌 이후 2008년 발롱도르를 탄 것도 호날두였죠. 그리고 그 다음 시즌 전체 득점왕은 메시. 본격 메날두 시대의 시작이 딱 2007년입니다. 그 이후로 메날두는 다른 선수들과는 아예 궤를 달리하며 10골 이상 격차를 벌리는 신계 시즌을 여럿 보냈고 심할 때는 3위 그룹과 20골 가까이 격차를 벌리기도 할 정도로 골 기록에 있어서는 압도적인 시즌을 보내왔습니다.
그래서 이놈의 메날두를 제외하고 다시 평균 득점 그래프를 그려보기로 했습니다. 방법은 2가지. 메날두를 제외하고 나머지 8명으로 평균 득점을 계산할 수도 있겠고, 메날두를 빼고 차상위 2명을 넣어서 다시 10명으로 평균 득점을 낼 수도 있겠죠. 미리 조사한 데이터가 있으니 별로 번거로운 작업은 아니기에 그냥 둘 다 해봤습니다.
그래서 나온 그래프는 바로 이것. 마찬가지로 2011-2012 시즌의 아웃라이어를 제외하면 의외로 2014-2015 시즌까지 그래프 추이가 일정합니다. (도대체 11-12 시즌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그리고 저 시즌은 메날두의 최전성기 끝물... 실제로 2015-2016시즌 최다 득점자는 근 10년만에 메날두가 아닌 루이스 수아레즈입니다. 나름대로 소름이 돋네요.
2015-2016 시즌은 또다시 역대급 아웃라이어 시즌을 찍었으나 이것은 한시즌 반짝이 아닌 실제로 흐름 자체가 바뀌었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이후로 조금씩 완화되어가긴하지만.. 저시즌에 무슨 일이 있었나 대강 알아봤는데 즐라탄이 PSG에서 50골을 넣은 시즌입니다. PSG가 본격적으로 리그 앙의 여포 자리를 떠나서 유럽의 강호로 자리잡은 시즌이 아닐지(그리고 리그 앙에서는 여포가 아니라 항우가 되었다던가) 개인적으로 생각을 해봅니다. 정작 다른 리그들에서 이것과 관련된 큰 이슈는 없었습니다. 레알의 챔스 3연패 시작은 별 연관성이 없어보이고, 프리미어리그는 오히려 빅클럽이 몽땅 다 부진하면서 동화가 쓰여진 레스터 시티의 우승 시즌이죠.
그리고 여담이지만 저 2011-12 시즌에 뭔일이 있었나 했는데 저 시즌이 디 마테오의 첼램덩크... 시즌입니다. 이 무슨.. 세상의 아이러니함이란 크크크크 훈텔라르와 마리오 고메즈가 미쳐 날뛰며 뜬금없이 시즌 40골을 찍은 시즌이었네요.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덧붙이자면 2017-2018 시즌은 지난 20년간 40+득점자가 가장 많이 배출된 시즌이기도 합니다. 웃긴게 뭐냐면 40골+는 많은데 정작 40골 바로 밑에가 31골이네요. 중간층이 아예 없어서 득점 랭킹 Top 15 컷으로 짜르면 예년이랑 비슷비슷합니다.
결론적으로 "예전보다 지금이 더 골이 많이 터지는 시대인건 맞다. 하지만 의외로 그렇게 되기 시작한 시즌은 우리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나중이다." 정도로 요약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