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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5/20 01:00:05
Name PG13
Link #1 fangraphs, pitcherlist
Link #2 https://www.fangraphs.com/blogs/adam-ottavino-rebuilt-himself-in-a-vacant-manhattan-storefront/
Subject [스포츠] [MLB] 34살에 리그 최고의 불펜이 되는 법(데이터)
올 시즌 최고의 불펜이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몇몇은 채프먼이라 할거고, 몇몇은 디아즈라 할거고, 또 몇몇은 헤이더 혹은 제프리스라 할겁니다. 이 선수들 모두 자신의 포지션에서 손꼽힐만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고, 불펜 스탯은 무엇을 봐야하는지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에, 이 선수들 모두 언급될만한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나이로 34살에 위 선수들과 비슷한, 아니 어쩌면 더 나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불펜이 있습니다. 그것도 심지어 쿠어스필드를 홈으로 쓰면서요.

아담 오타비노는 올시즌 25이닝동안 10홀드에 방어율 1.09를 기록하며, 리그에서 손꼽히는 셋업맨으로 활약중입니다. 올시즌 오타비노는 삼진 44개로 만난 타자의 49%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는데, 이보다 많은 삼진을 기록한 불펜은 밀워키의 조쉬 헤이더밖에 없습니다(50개, 57.5%). 또한, 20이닝을 넘긴 불펜 중 오타비노보다 낮은 방어율을 기록중인 불펜도 단 두명, 제프리스와 셰인 칼밖에 없습니다(각각 0.38, 0.72).


재밌는 점은 오타비노는 지난 시즌 5점대 이상의 방어율과 6이 넘어가는 BB/9을 기록하며, 불펜으로서 수명이 황혼기에 다다른 것이 아닌가 하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들쭉날쭉했던 노장 투수가 리그 최고의 셋업맨 중 하나로 급부상하게 된걸까요? 답은 '터널링'에 있습니다.

아담 오타비노는 언제나 좋은 슬라이더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부진했던 작년에도 10.63의 K/9을 기록중이었죠. 문제는 구위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타자들은 그의 공을 점점 잘 골라내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바로 터널링에 있었습니다. 위 트레이닝 영상에서 보시다시피, 오타비노의 싱커와 슬라이더는 둘 모두 좋은 무브먼트를 가지고 있으나, 타자 입장에서는 손에서 공이 떠나자마자 그 공이 싱커인지 슬라이더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둘다 휘긴 많이 휘는데, 타자 입장에선 슬라이더인걸 알면 배트를 내지 않아도 되니 볼넷 수는 늘어났고, 그대로 침몰하는 경우가 늘어났죠. 그래서 오타비노는 연구 끝에, 한가지 솔루션에 도달합니다. '새로운 구종을 추가하자'




구종의 목표는, '터널링'이 되야합니다. 터널링은, '구질의 유사성'을 뜻합니다. 즉, 터널링이 좋다는 건, 타자가 구질 간의 구분이 어렵다는 뜻이죠. 그러므로 터널링을 위해선 오타비노의 두개의 메인 구종인 싱커와 슬라이더와 헷갈릴만한 공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무브먼트는 싱커와 슬라이더 사이의 어딘가가 되어야 하고, 구속도 그 사이에 있어야 합니다. 오타비노의 직구는 90마일 초중반, 슬라이더는 80마일 초반에 형성됩니다. 약 15마일의 차이이니, 80마일 중반대의 변화구가 들어갈만한 자리가 남죠. 80마일 중반대의, 싱커와 슬라이더 사이의 움직임을 가져가는 공으로, 오타비노는 커터를 장착합니다. 



폴락에게 던진 커터

오타비노의 커터는 특별한 점이 거의 없습니다. 80마일 중반의 커터 치곤 느린 구속에, 무브먼트도 밋밋한 편이죠. 그러나, 싱커와 슬라이더 중간의 움직임과 구속을 가지고 있죠. 그것만으로 된겁니다. 이렇게 오타비노는 커터를 장착하고, 올시즌 10%의 비율로 던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싱커, 슬라이더, 커터 모두 +구종가치를 기록중이죠. 또한 가장 부족한 구질이던 포심을 버리고, 완전히 싱커볼러로 전향을 하죠. 그리고 트렌드에 맞게 슬라이더를 퍼스트피치로 던지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오타비노는 2개의 엘리트 구종- 싱커와 슬라이더 사이를 중재해 줄 만한 공을 찾고, 잘던지는 구질을 더 던지면서, 콜로라도 불펜의 핵으로 급부상하죠. 


오타비노의 싱커-96마일



오타비노의 우타자 상대 프런트도어 슬라이더-79마일



오타비노의 좌타자 상대 슬라이더-80마일



커터




이렇게 34살의 은퇴 기로에 섰었던 불펜은, 본인 스스로에 대한 자기객관화와 기술을 동원한 노력 끝에 쿠어스에서 1.08의 방어율을 기록하는 마법사가 됩니다. 이렇듯 약물같은 수단에 의존하지 않은 변화도, 노장의 선수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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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탈파닭
18/05/20 01:06
수정 아이콘
멋있네요. 스연게는 추천이 없는 게 아쉽습니다.
rei hiro
18/05/20 01:07
수정 아이콘
물론 이런 것도 야잘잘이어야 가능 한 것...
18/05/20 01:07
수정 아이콘
??(텍사스) : 34살이 노장이라고??
18/05/20 01:08
수정 아이콘
진짜 커터 밋밋한데 딱 그 사이에 알맞는 구종이라 시너지 효과를 내버리네요.
18/05/20 01:08
수정 아이콘
슬라이더 첫번째 짤은 진짜 볼 때 마다 짜릿하네요
18/05/20 01:1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올해 변화를 도모한 투수 중 제일 자세하게 기사화된 사례인데, 잘 정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런 뒷이야기를 보는건 언제나 재밌네요.
그런데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과 이노 새리스가 커터 습득 과정을 잘 포장해서 그렇지, 커터는 올해 오타비노의 진짜 성공 포인트라고 보기 힘듭니다.
커터 구사율은 그렇게 높지 않고, 링크로 거신 글에 보면 오타비노 본인조차 제구력의 개선을 부활의 비결로 꼽고 있습니다.

While his cutter development has been well documented this spring, including a piece by Eno Sarris, Ottavino said the revelation hasn’t been his cutter.
Jeff Sullivan has also written a interesting adjustment Ottavino made in slider usage by count.
But what Ottavino said has been key is his improved command.

올려주시는 글과 영상 항상 너무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18/05/20 01:30
수정 아이콘
정성스런 피드백 감사합니다. 커맨드를 찾는 과정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싶었는데 크로스 스트라이드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하면 글이 길어질까봐 가장 직관적인 변화를 골라서 썼는데 본인이 커맨드라니 더할말은 없네요 크크
18/05/20 01:25
수정 아이콘
항상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싱커속도 미쳤고 슬라이더 무브먼트 장난없네요

포심을 포기한 투수라니
낯설지만 불펜투수여서 가능한거겠죠?
18/05/20 01:33
수정 아이콘
포심 대용으로 싱커(투심)을 던지는 투수들은 선발도 많습니다. 알렉스 우드나 아리에타같은 투수들도 포심은 거의 안던지고 투심을 던지죠.
18/05/20 13:14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제가 무지해서 ㅜㅠ
요슈아
18/05/20 01:43
수정 아이콘
한마디로

살짝떨어지는 공
많이 떨어지는 공 사이에
조금 떨어지는 공 을 장착한거군요.

이것은 마치 격겜의 상 중 하단 삼지선다(?)
BlazePsyki
18/05/20 01:54
수정 아이콘
좋은 비유인거 같네요. 정확히는 상중단만 장착해서 상대가 앉을 필요도 없이 막다가 하단이 추가되서 너 안앉을거야? 안앉으면 계속 맞는다? 하는 느낌이네요. 물론 이 글에서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중단을 장착한 거지만(중간 떨어지는 구종) 효과는 이렇게 설명하는 쪽이 격겜으로 비유하면 더 맞는거 같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18/05/20 02:24
수정 아이콘
무브먼트가... 그야말로 예술이네요..
18/05/20 03:44
수정 아이콘
슬라이더 프런트도어도 예술이지만 그래도 좌타 몸쪽으로 파고 드는 각도가 예술이네요
싱커 짤 보고 있으니 투심인데? 라고 생각이 드는데
요즘은 참 구종 구분 짓기가 힘든거 같아요
싱커, 투심 그리고 일본에서 아직도 쓰이는 용어인 슈트까지.
흔히 말하는 떨어지는 공은 더 그렇구요
18/05/20 16:46
수정 아이콘
그래서 미국 해설 듣다보면 그냥 패스트볼, 브레이킹볼로 퉁치는 경우도 많더군요. 게임이 아니면 분류의 의미도 크게 없다고 보이구요.
미키맨틀
18/05/20 07:24
수정 아이콘
라니안
18/05/20 08:26
수정 아이콘
뭔가 신체구조도 특별해 보이는데... 팔이 진짜 기네요
링크의전설
18/05/20 09:02
수정 아이콘
일반적으로 말하는 투심패스트볼이 싱커랑은 같은 구종인가요?
18/05/20 10:16
수정 아이콘
구분의 의미가 없습니다. 무브먼트로도 구속으로도 구분하기 불가능하다고 봐야해서.. 이름만 다르다 보셔도 됩니다. 투심은 공을 잡는 방법이고 싱커는 말그대로 궤적이죠.
처음과마지막
18/05/20 09:12
수정 아이콘
싱커가 96마일이요?
치토스
18/05/20 10:51
수정 아이콘
슬라이더 각도 아름답지만 싱커 구위가 후덜덜 하네요.
투심이상의 구속에 꺾이는 무브먼트가;
18/05/20 12:00
수정 아이콘
??? : 34살 노장 투수의 노력을 보니 제가 MLB에서 뛸 때가 생각나는군요. 먼저 LA 다져스 시절 선배 투수였던...
이시하라사토미
18/05/20 13:36
수정 아이콘
PG13님 글은 언제나 정독할 가치가 있습니다. 기다려집니다. :D

그나저나 2번째 움짤의 우타자상대 슬라이더는 진짜 쩌네요... 와......
18/05/20 14:03
수정 아이콘
롯데왔으면 좋겠네요...
살려야한다
18/05/22 08:40
수정 아이콘
자주 댓글을 달지는 않지만 항상 흥미롭게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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