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회원들이 연재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연재를 원하시면 [건의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Date 2012/07/28 16:18:21
Name VKRKO
Subject [번역괴담][2ch괴담]몰랐던 진실 - VKRKO의 오늘의 괴담
몇 년 전 여름, 내가 아직 고등학생이던 때 겪은 일입니다.

그 날은 몹시 찌는 듯이 더운 날이었습니다.

여름방학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별로 할 일도 없던 나는, 에어콘을 빵빵하게 틀어놓고 낮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밤에 잠을 자고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반쯤 깨어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누워있자니 갑자기 몸이 움직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나는 귀신 같은 건 본 적이 없었지만, 그 무렵 이상하게 가위에 눌리는 일이 잦았습니다.



하지만 낮이기도 했기에 그다지 무섭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잠시 후, 나는 이상한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덮고 있던 이불이 천천히 침대 아래로 끌려 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이불 같은 건 처음 떨어질 때는 느려도, 나중에는 무게 중심이 옮겨져 스르륵 하고 한 번에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 때는 이상하게도 이불이 일정한 속도로 천천히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아래에서 천천히 잡아 당기는 것처럼요.



나는 위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눈조차 뜰 수 없는데, 몸은 여전히 움직이지를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불이 완전히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 때, 침대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졌습니다.

눈을 감고 있다 해도 인기척은 느끼는 법입니다.

그리고 [우... 우우...] 하는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나는 정말로 겁에 질려, 눈을 꽉 감고 가만히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갑자기 가위가 풀리면서 인기척도 사라졌습니다.



나는 조심스레 눈을 떠서 방을 둘러봤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침대에서 일어나자 역시나 이불은 침대 밑으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분명히 에어콘을 틀어놨었지만, 내 몸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너무 무서웠던 나는 옷을 갈아 입고 근처에서 음식점을 하는 부모님의 가게로 달려갔습니다.

방금 전 겪은 일을 말할까 생각했지만, 믿어주지 않을거라는 생각에 밥만 먹고 가게를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은 그 날 밤에도 일어났습니다.



잠이 잘 오지 않아 침대에서 뒹굴거리는 사이 슬슬 졸려져 잠을 청하려는 무렵이었습니다.

갑자기 낮처럼 가위에 눌리고 말았습니다.

[쾅쾅쾅쾅! 쾅쾅쾅쾅! 쾅쾅쾅쾅!]



그리고 엄청난 기세로 발 쪽의 벽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누군가가 내 방 벽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부모님을 부르고 싶었지만, 목소리조차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너무나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아침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공포 때문에 정신을 잃었던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기억만은 방금 전에 일어났던 것처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1층으로 내려가 부모님에게 [혹시 밤 중에 내 방 벽 두드렸어요?] 라고 물었습니다.

[그럴리가 없잖아. 그것보다 뒷집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대. 이따가 그 집 들러야 하니까 준비 좀 해라.]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끼쳤습니다.

나는 부모님께 전날 낮에 겪었던 사건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이상한 일도 일어나는 법이다.] 라고 말한 뒤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 모습이 무척 부자연스러웠기 때문에 [뭔가 있는 거에요?] 라고 몇 번이나 물었지만 결국 아무 이야기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친구와 부모님까지 4명이서 함께 식사를 하던 도중 이 이야기를 했더니, 어머니가 이런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지금도 이 집에 살고 있지만, 원래는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이사를 왔던 곳이었습니다.



이전에는 이 집에 4인 가족이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중에는 아들 형제가 있어서, 뒷집 할아버지와 자주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었습니다.

뒷집 할아버지에게는 손자가 없었기에, 친손자처럼 무척 귀여워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가족은 어떤 사정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할아버지도 아이들도 무척 괴로워했던 것 같습니다.

그 후 이 집은 1년 가량 빈 집이었는데, 마침 우리가 입주할 무렵 뒷집 할아버지가 건강이 나빠져 입원을 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어머니는 [마지막에 그 아이들을 만나고 싶어 네 방에 찾아오셨던 게 아닐까?]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때의 공포는 지금도 잊을 수 없지만, 조금 마음이 따뜻해진 기분이었습니다.





영어/일본어 및 기타 언어 구사자 중 괴담 번역 도와주실 분, 괴담에 일러스트 그려주실 삽화가분 모십니다.
트위터 @vkrko 구독하시면 매일 괴담이 올라갈 때마다 가장 빨리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티스토리 블로그 VK's Epitaph( http://vkepitaph.tistory.com )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 http://cafe.naver.com/theepitaph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유리별
12/07/28 16:50
수정 아이콘
무섭다가 은근 반전있네요^^
사티레브
12/07/28 23:57
수정 아이콘
연재게시판 댓글에 피드백을 해주시면 더 흥할수도?!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447 [번역괴담][2ch괴담]타 버린 책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6654 12/05/19 6654
446 [번역괴담][2ch괴담]네 명의 조난자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6808 12/05/18 6808
445 [선비와 구렁이 6편] [1] 지옥의마검랑5405 12/05/18 5405
444 [선비와 구렁이 5편] [2] 지옥의마검랑5570 12/05/18 5570
443 [선비와 구렁이 4편] 지옥의마검랑5641 12/05/17 5641
442 [선비와 구렁이 3편] 지옥의마검랑5624 12/05/17 5624
441 [선비와 구렁이 2편] [4] 지옥의마검랑6141 12/05/16 6141
440 [선비와 구렁이 1편] [11] 지옥의마검랑10165 12/05/16 10165
437 [번역괴담][2ch괴담]장님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6886 12/05/16 6886
435 [번역괴담][2ch괴담]돌핀 링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6903 12/05/14 6903
434 [번역괴담][2ch괴담]새벽의 엘리베이터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6760 12/05/13 6760
433 [번역괴담][2ch괴담]한밤 중의 관찰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7385 12/05/11 7385
432 [번역괴담][2ch괴담]저주의 편지 - VKRKO의 오늘의 괴담 [6] VKRKO 7113 12/05/10 7113
431 [번역괴담][2ch괴담]쾅, 쾅. 그리고...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6824 12/05/09 6824
430 [청구야담]중을 벤 이비장(鬪劍術李裨將斬僧) - VKRKO의 오늘의 괴담 VKRKO 6391 12/05/07 6391
429 [번역괴담][2ch괴담]긴 소매 아래에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6642 12/05/06 6642
428 [번역괴담][2ch괴담]사람이 사람을 먹다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22952 12/05/04 22952
427 [번역괴담][2ch괴담]죽음의 신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7280 12/05/02 7280
426 [번역괴담][2ch괴담]이세계로의 문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8555 12/05/01 8555
424 [번역괴담][2ch괴담]흑백사진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7352 12/04/21 7352
423 [청구야담]인술을 베푼 조광일(活人病趙醫行針)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7065 12/04/20 7065
422 [번역괴담][2ch괴담]문방구의 괴한 - VKRKO의 오늘의 괴담 [8] VKRKO 7667 12/04/18 7667
421 [번역괴담][2ch괴담]지각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7942 12/04/12 794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