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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6/13 11:47:20
Name The xian
Subject [스타2 협의회 칼럼] 리그 브레이커(League Breaker)가 되십시오.
* 이 칼럼은 2011년 6월 13일에 스타크래프트 2 협의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언제부터인가, e스포츠에는 다른 스포츠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특별한 용어가 생겼습니다. 바로 '리그 브레이커'(League Breaker)라는 용어지요. 신인 선수나 그 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해 인지도가 적은 선수가 e스포츠 리그에서 우승자 출신 선수나 유명 선수들을 꺾고 살아남을 때 어떤 e스포츠 팬들은 그 선수를 '리그 브레이커'라고 말합니다.

사실 쓰이는 상황을 보면 이 말이 다른 스포츠에서 사용되는 '다크호스'라는 말과 거의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리그 브레이커'라는 용어는 '다크호스'라는 말과 같다고 할 수 없습니다. 승자의 승리를 축하하고 우대하는 것이 아니라 흥행에 악영향을 미친다거나, 좋아하는 선수를 더 볼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깎아내리고 폄하하는 부정적 의미가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승리 상황이 팬들이 원하는 '깨끗하고 화끈한 전투'가 아니라면 그 비난과 폄하의 강도가 더더욱 높아지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승자에게는 축하를, 그리고 패자에게는 격려를 해 주는 것이 기본적인 스포츠의 정신입니다. 반칙이나 조작을 했다면 몰라도 정당한 승부에서 정당한 결과가 난 것에 대해 결과를 인정하지 못하고, 승자를 비난하며, 더욱이 승자에 대해 누가 이겨서 대회가 인기가 없어졌다는 식으로까지 책임을 돌리는 행동은 정상적인 스포츠에 어울리는 행동은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 중에도 이런 호칭을 내심 껄끄러워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선수들이 있으며, 저 역시 '리그 브레이커'라는 용어를 매우 꺼림칙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런 부정적이고 탐탁치 않은 용어를 칼럼의 제목부터 본문까지 전체에 걸쳐 등장시킨 이유가 있습니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e스포츠에서 새로 나타나는 선수들은 '리그 브레이커'소리를 들으며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지금의 GSL은 물론이고, 국내외의 여러 e스포츠 리그에서 기존의 유명 선수나 우승자를 꺾지 않고 신예 선수가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이 가능할까요? 잘 아시겠지만 절대 불가능합니다. 대진표가 정말 환상적으로 짜여져 유명 선수는 유명 선수끼리, 신예 선수는 신예 선수끼리 초반에 만나게 된다 해도 조금 높은 곳이냐 아니냐의 차이만 있을 뿐 언젠가는 만나게 됩니다.

'스타크래프트 레전드'로 존경받는 전설적 선수들의 시작은 어떠했을까요? 임요환 선수는 전 시기의 강자인 기욤 패트리 선수 등을 격파하고 스타리그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황제의 명성을 얻었습니다. 이윤열 선수는 홍진호, 강도경, 조용호 선수와 같은 기존 강자와 동시기의 라이벌들을 모두 꺾고 전무후무한 그랜드슬램을 이뤄내며 리그의 체계를 깨뜨렸습니다. 박성준 선수는 질레트 스타리그 진출을 가리는 듀얼토너먼트에서 임요환 선수를 물리쳐 '임요환 없는 스타리그'를 만들었고 그 대회의 4강과 결승에서 최연성, 박정석 선수를 꺾으며 전설의 행보를 시작했습니다.

이렇듯, 새로운 강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기존의 강자들이 득실거리는 리그(League)를 부수고 깨뜨리는 사람(Breaker)이 되어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고 이겨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유명 선수도 되고 새로운 레전드도 되는 것이지요. 강의 앞물결을 밀어내야 뒷물결이 흐르는 것처럼, 다수의 선수들이 정점을 목표로 향하는 스포츠는 필연적으로 기존의 강자들과 새로운 선수들간의 충돌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간단합니다. 인정받기 위해서는 상대가 누구든 꺾고 살아남아야 합니다. 프로게이머들 중 그런 선수들은 없겠습니다만, 만에 하나라도 '팬들이 이름 있는 선수의 승리를 원한다'거나 '내가 올라가 봤자 주목받지 못할텐데'라고 주저하는 선수가 있다면 매우 곤란합니다. 그런 선수들보다는 '이름 있는 선수를 정정당당하게 꺾고 내가 그 위치에 올라가겠다'는 목표와 결의를 가진 선수가 프로게이머로서 오래 살아남을 확률이 높습니다.


지금 치러지는 슈퍼토너먼트에서 '파이널 포'(Final Four)가 가려졌습니다. 한 쪽에는 문성원, 이정훈 선수가, 다른 한 쪽에는 최성훈, 김정훈 선수가 올라와 있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지금 슈퍼토너먼트의 '파이널 포' 선수들은 모두 GSL 정규 투어 우승이 없는 선수들이며, 따라서 누가 우승을 하든 GSL 투어의 새로운 우승자가 됩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이번 슈퍼토너먼트가 진행되는 동안 많은 예상이 깨졌습니다. 그런 이유로 - 지금 남은 선수들 중에는 달갑지 않아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 지금 남아있는 선수들을 팬들 중에서는 '리그 브레이커'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런 이야기는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리그 브레이커'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번 리그에서 살아남은 '우승 후보'들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기억할 것이 있습니다.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젊음을 바치고, 시간을 바쳐 달려온 길에 지금은 네 명의 선수만 남았지만 이 선수들이 다음 대회에서도 확실히 남는다고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프로게이머 여러분들께 앞으로 치러지는 GSL 투어를 위시한 국내외의 대회는 매 대회마다 '이번 한 번만 빛나기 위한 대회'라기보다는 프로게이머로서, 그리고 인생의 한 페이지에서 더욱 오래, 그리고 찬란하게 빛나기 위한 교두보이고 시금석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멀리 바라보시고, 만일 여러분들의 프로게이머 생활 중 누군가가 여러분들에게 '리그 브레이커'라는 달갑잖은 칭호를 붙인다 해도, '누가 올라가서 흥행이 어떻다'는 소리를 하더라도 프로게이머 여러분들께서는 절대로 주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것은 여러분들이 드디어 기존의 틀을 깨고, 프로게이머 세계와 이 세상에서 자신의 세계를 새롭게 만들어 가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 스타크래프트 2 협의회 자문위원 The x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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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데드네버다��
11/06/13 13:52
수정 아이콘
이번 4강이 리그브레이커 소리를 많이 듣는 이유는, 아마 올라간 선수들의 면면도 있겠지만 종족이 제일 문제가 아닌가 싶네요...

테테테테...
염력의세계
11/06/13 18:13
수정 아이콘
임재덕선수가 유명하지 않던시절 (뭐 그닥 옜날도 아닙니다 GSL Jan.)에 상금1억원짜리의 오픈시즌을 끝내고 GSL 정규리그가 시작하는 날이었습니다. 큰 체육관도 빌리고~ 빠밤밤밤도 했습니다. 하지만 까는 분들은 오픈경기인데 선수들은 누구냐. 임재덕은 누구냐 첨들어본다. ~~~~ 상대선수였던 최성훈, 곽한얼, 김찬민 . 모두 같은 입장이었습니다. 스2망을 외치던 분들은 선수도 망, 리그도 망이라며 까기 바빴죠.
하지만 임재덕선수는 이제 당당히 명성과 실력을 탑클래스로 올려놓았고, 최성훈 선수또한 우승을 노려볼만한 위치까지 왔습니다. 선수들은 실력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거죠. 임재덕선수가 우승컵을 쉽게 쥔적도 없으며, 또한 이번 4강 선수들이 단순히 운이 좋아서 올라간것도 아니죠. 운도 실력입니다. 좋은경기력을 보여준다면, 팬들은 그 플레이를 모두 알아봅니다~ 정말 4강 선수들 열심히 하시길 기원합니다.^^
sleeping0ju
11/06/14 00:37
수정 아이콘
탄탄한 실력이 받침되는하에 우승자를 꺾는 선수는 리그브레이커 소리를 안듣습니다. 하지만 실력이 아니라 날빌류나 올인성으로 모든걸 해결하려는 선수들은 리그브레이커 소리를 듣죠.

예로는 시즌 2 때 이정훈 선수가 있겠네요. 시즌 1 우승자인 김원기 선수를 완벽하게 제압했지만 그 때 플레이엑스피의 반응은 이정훈 선수를 비난하기 보다는 반대로 칭찬하는 글이 더 많았습니다.

이번 슈퍼토너먼트에 남은 4명의 선수들은 정말 실력이 출중한 선수들입니다. 어느 한 선수 부족한 선수가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아쉬운건....... 모두 다 테란이란게 아쉬울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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