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7/04/03 15:28:27
Name 김성수
Subject 허영무. 부지런함의 미학.
코카콜라배 결승을 기점으로 스타리그에 발을 들였고 스카이배 결승, ‘가림토’와 ‘박서’의 경기를 접하면서 스타리그의 팬이 되었습니다. 굳이 짧다면 짧을 수도, 길다면 길 수도 있는 시간 동안 방영되는 모든 리그(MSL, OSL 및 각종 하부리그 포함)의 모든 경기를 빼놓지 않고 보려고 노력했었죠.

비록 아마추어지만, 나름 관록이 붙는다고 해야 하나, 모쪼록 제 자신만의 관점이 생기고 또 발전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현재 본좌 소리 듣는 몇몇 선수들의 신인 시절 ‘얘는 크겠네’라고 나름 예언하기도 했었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선수들을 간략히 정리해보면 해처리의 아버지라 불리던 주진철과 물량전해도 안 진다며 프로토스의 물량 아이콘이 되었었던 2000년 경의 ‘박정석’. 1차 챌린지리그에서 내 생애 첫 스플래쉬 토스의 진수를 관전케 해준 ‘몽상가’, 이상하게 남들보다 앞마당 조금 먼저 먹고 수비만 하더니 갑작스레 탱크 토해내던 ‘괴물’, 테란 바이오닉 상대로 저글링은 무조건 녹던 시절 저글링으로 바이오닉 다 잡아내며 박서를 듀얼에서 떨어뜨렸던 ‘투신’. 그리고 최근 본좌라 불리는 ‘마본좌’의 팀리그 대 KTF 올킬까지. 예상했던 대부분의 선수들이 한 시대를 풍미했습니다.

물론, 예상외로 성과가 나오지 않은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토스빠인 나를 잠 못 들게 했던 ‘송병구’의 온게임넷 데뷔 후 연승 행진, 그리고 좌초. 한때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히며(?) 평생 맛사지를 할 줄 알았던 ‘박경락’의 마사지 태업. 손도 크고 얼굴도 잘생겨서 금방 뜰 줄 알았던 ‘문준희’의 정체. 그리고 적어도 팀플 만큼은 21세기 내내 최강이리라 생각했던 ‘장진남, 장진수 형제’의 비운까지.

최근 토스빠인 나를 가장 설레게 하는 선수는 응당 ‘비수’여야 맞다고 생각합니다. ‘몽상가’를 3:0으로 또, ‘마본좌’를 3:0으로 제압한 프로토스 앞에 나 같은 토스빠가 열광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선수보다 더욱 나를 설레게 하는 선수가 있으니 이 선수가 바로 ‘허영무’입니다.

허영무 선수의 리플레이를 찾아보고 Afreeca 출연 경기를 하나하나 챙겨보면서 그는 내가 가장 기다리고 있던 게이머로써의 미덕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그가 가진 미덕은 다름아닌 ‘부지런함’입니다. 스타를 직접 하는 분들은 대부분 잘 알고 있습니다. 센터에서 격전이 펼쳐지는 동안 드랍을 잘하면 그 다음 싸움부터는 나의 물량이 상대를 압도한다는 것을. 그리고 언덕을 잘 활용하는 것이 전투 결과를 얼마나 다르게 가져온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잘 하지 않는, 혹은 못하는 이유는 일단 익숙치 않거나 손이 느려서이기도 하지만 정작 귀찮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마재윤 선수가 최근 역대 최고의 포스를 보여준 원인을 저는 그의 부지런함에서 찾고 있습니다. 귀찮을 텐데도 구석구석 소수 러커 스탑시켜 놓고, 멀티마다 소수 병력 대기시켜 방어할 시간 만들어내고, 끊임없이 정찰하고… 무엇하나 게을리 하는 것이 없기에 상성상 앞서는 테란의 대표 선수들 마저 그에게 무릎 꿇었던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마본좌’의 플레이를 보면서 프로토스에도 저 만큼 부지런한 선수가 나타나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왔었습니다. ‘비수’ 역시 정찰 간 프로브를 끊임없이 컨트롤하면서 물량도 열심히 뽑아내는, 최대한 부지런한 플레이를 펼쳐주기에 나를 흥분케하지만, 왜인지 ‘허영무’선수의 플레이를 보고 있으면 그것과는 또 다른 이 선수만의 부지런함을 느끼게 됩니다. 아직 나의 경륜이 너무 낮기에 구분하지 못하는 것일 테지만 도대체 이 선수가 가진 그 묘한 부지런함이 나를 들뜨게 하고 그의 리플레이를 계속 찾게하고 서바이버 예선을 반복해서 보게 합니다. ‘진짜 귀찮을 텐데 저걸 셔틀플레이를 하네’, ‘설마 저 탱크 옆에 내린 질럿 컨트롤하고 있는거야?’, ‘경기 시작한지 20분이 다 되어서 이렇게 유리한 상황에서도 일일이 랠리포인트 바꿔주고 있다니’ 하는 생각들.

상향 평준화의 시대가 왔고, 누구하나 컨트롤 못하는 선수 없고 물량 적은 선수가 없습니다. 팀 체제가 완비되면서 안정된 연습이 가능해졌고 전혀 색다른 빌드를 통한 승리도 그 가능성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선수들 사이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패러다임 1%와 성실함, 즉 부지런함 1%, 딱 2%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와중에 입 다물 수 없는 플레이로 팬들을 놀래키는 ‘몽상가’, 전략적 플레이의 최강 ‘박서’, 프리스타일을 구사하며 승리를 가져가는 ‘나다’ 등은 패러다임의 측면에서 맞닿아 있는 것일 테고 안정된 플레이를 기반으로 흐르는 강물처럼 승리를 가져가는 ‘마본좌’의 경우 부지런함의 측면에서 차별화되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불과 1달 여 전 까지만 해도 패러다임의 측면에서 차별성을 갖는 게이머들이 하나같이 ‘마본좌’의 부지런함을 당해내지 못했고 그렇기에 저는 ‘마본좌’만큼 부지런한 프로토스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그만큼 부지런해 보이는 선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선수가 지금의 기세를 이어 한 시대를 풍미하는 게이머가 될지, 혹은 아쉽게도 시나브로 잊혀져 갈지 알 수는 없지만, 제 나름의 적중률 높은 예측(?)에 기인하여 판단해보면 이 선수 내년 이맘때 즈음에는 또 다른 ‘본좌’가 되어있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듀얼토너먼트, 프로리그, MSL 등이 잇달아 문을 여는 계절을 맞이하여 Dream.t)jangbi의 플레이가 많이 기다려집니다.

김성수.
* anistar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04-09 12:54)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영웅의 등짝
07/04/03 17:12
수정 아이콘
허영무 선수 매우 기대하고 있는 선수지요 ^^
달걀요리사
07/04/03 17:17
수정 아이콘
올해는 토스의 해임을 기대해 봅니다.
히로317
07/04/03 17:36
수정 아이콘
정말 공감가는 글임과 동시에 잘 쓴 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상향 평준화된 게임판에서 누가 더 부지런한가와 누구의 판단력이 더 빠르고 옳은가는 게임의 승패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봅니다.
스톰 샤~워
07/04/03 17:47
수정 아이콘
동감 가득입니다.
요즘 가장 기대하고 있고 애정이 가는 선수가 허영무 선수입니다. 이제까지 나타났던 토스 기대주 중에 가장 완성형에 가까운 선수가 아닐까 하고 지레 판단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다른 선수들 경기 보면서 '허영무라면 저런 부분도 놓치지 않았을텐데' 하며 비교를 하게 됩니다.
부지런함과 인내심. 스타를 하는데 있어서, 특히 토스에게는 절실히 필요한 미덕인데 잘 갖추고 있는 것 같더군요.
허영무 선수, 올해 안에 대박 터뜨려 주길 바랍니다.
07/04/03 17:53
수정 아이콘
'이윤열 선수의 연습 파트너 였다'라는걸 계기로 알려지지 않았나요~
정말 기대해볼만한 선수입니다.~
07/04/03 19:03
수정 아이콘
정말 공감가는 글이네요 :)
저도 정말 기대하고 있는 선수이고, 첫번째 커리어를 어디까지 찍냐에 따라서 레전드급 까지도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 선수라고 봅니다. (서바이버때 보고나서 예전의 김택용선수가 생각나더군요.)
현금이 왕이다
07/04/03 21:05
수정 아이콘
사실 서바이버리그에서 처음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김성수님의 예측이 또 한 번 적중할 거 같네요.
07/04/03 21:36
수정 아이콘
강민 이후로 느낌이 오는 프로토스네요.
swflying
07/04/03 21:39
수정 아이콘
설레발은 안좋다고해서 가만히있었지만
사실 전 영무빠입니다.
일단은 이선수 양대리그 무리한 출전보다,
한리그에 집중해서 우승했으면 좋겠네요.

저도 사실 응당 비수빠가되어야 정상인데,
장비가 있어서인지 장비에게 더 기대하게 됩니다..
둘다 글고 제가 또 기대하는 토스
윤용태.

이세명이 신3 프로토스가 이루지못한,
구 3프로토스의 업적을 뛰어넘는
프로토스의 르네상스를 가져올것이라
조심스레 예측해봅니다.
더미짱
07/04/04 01:14
수정 아이콘
저도 저그 빠이지만 플토유저들의 화이팅을 기대합니다.
(다만 저그들 너무 압살하지만 않아주신다면,,)
불타는 저글링
07/04/04 04:47
수정 아이콘
허영무 선수는 정말 부지런하다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명 "본좌"라는 레벨까지 허영무 선수가 성장하려면 단순 부지런한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역대 본좌들은 전부 그 세대를 변화시키는 패러다임을 가져왔습니다.
이윤열의 더블류(저그전의 2배럭 더블, 토스전의 원팩 원스타 더블) , 그런 더블을 더욱 극악으로 발전시킨 최연성 (원마린 더블, 토스전 트리플 커맨드), 3해처리의 재발견 마재윤, 커세어 다크의 재발견 김택용 등등 뭔가 혁신이 있어야 허영무 선수도 본좌급으로 성장할수 있을겁니다.
부지런한 것 만으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수 없습니다. 결국 그것은 한계를 가지게 되어있구요.
허영무 선수가 좀더 전략적으로도 발전을해서 토스를 한단계 더 발전시켰으면 합니다.
체념토스
07/04/04 08:59
수정 아이콘
아 정말 잘읽었습니다.

허영무 선수...
아프리카경기 정말 인상적이였죠
Garyryry
07/04/04 14:09
수정 아이콘
부지런함의 허영무, 전투의 윤용태, 무결점의 김택용

드디어 토스의 시대가 도래하는건가요?
다크드레곤
07/04/04 23:10
수정 아이콘
앗 저위엔 완소 체념토스님..^^ 허영무 선수 좋은 성적 내길 바랍니다~~
07/04/09 14:51
수정 아이콘
허영무선수 실력과 가능성은 말할것도 없고 매너도 참 좋습니다
의식적으로 만들어진 매너라기보다는 플레이에서 보여주는것처럼
사람을 상대할때도 성실함 꼼꼼함과 함께 타고난 겸손하고 착한품성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소위 뜨기 전 이나 뜨고난 후 나 .......늘 한결같은 모습
그래서 더 애정이 가고 기대가 되네요 ^ㅁ^
07/04/09 20:18
수정 아이콘
허영무 윤용태 김택용의 토스시대가 온다면 얼씨구나 춤사위를~
윤용태의 전투를 보면 낭만이 느껴져서요. 저는 이 선수 경기를 놓칠수가 없네요
구경플토
07/04/09 22:45
수정 아이콘
삼성칸에서 가장 화려하게 날아올라줄 토스로 생각했던 송병구 선수...하지만 지금은 ㅠㅠ
허영무 선수, 꼭 쓰러지지 말고 정상에 올랐으면 좋겠습니다.
信主NISSI
07/04/09 23:44
수정 아이콘
강민선수는 아무런 성적을 내지 않던 시절에도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했는데, 기대에 비해 늦게 성적을 낸 케이스였죠.

글 정말 잘 쓰시네요. 전 이런 글 쓰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워요.
꿀호떡a
07/04/10 19:26
수정 아이콘
편의점토스(...) 허영무 선수 화이팅입니다-
그나저나.. 방장님 오셨군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976 The Loki's Behind Story.. [14] CarlSagan8143 07/05/05 8143
975 어느 일병의 눈물 [90] 임태주15810 07/05/06 15810
974 김택용, 대저그전 심시티를 개선하라 [36] ArcanumToss11184 07/05/05 11184
973 낭만에서 현실로, 청년에서 어른으로 [31] OrBef10935 07/05/02 10935
972 The Irony Man, NaDa [67] The xian8497 07/05/02 8497
971 Force Point Ranking - 4월 [21] ClassicMild5819 07/05/02 5819
970 목동전설을 찬양하다 [23] 하성훈7972 07/04/30 7972
969 스타크래프트의 팬과 안티 [33] keidw7604 07/04/28 7604
968 [설탕의 다른듯 닮은] 저그리와 마홀딩 [9] 설탕가루인형7101 07/04/26 7101
967 프로리그, 조금 더 분발 합시다. [44] 종합백과9506 07/04/25 9506
966 [sylent의 B급칼럼] 그리고 박정석 [47] sylent10928 07/04/24 10928
965 Survivor, Freedom.WeRRa [17] 누리군™7364 07/04/22 7364
964 PGR. 그 빛나는 이름에 묻어가며 쉽게 쓴 글 [14] 信主NISSI7510 07/04/20 7510
963 난 동족전이 좋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26] Zwei7086 07/04/18 7086
962 "이 멋진 세계로 나를 초대해줘서 고마워요." [15] 네로울프8791 07/04/15 8791
961 FP를 이용한 게임단 평가입니다. [19] ClassicMild7343 07/04/14 7343
960 허영무. 부지런함의 미학. [19] 김성수12126 07/04/03 12126
959 3인의 무사 - 오영종, 박지호, 김택용 [20] 나주임8604 07/04/02 8604
958 양방송사 개인대회 순위포인트를 통한 '랭킹' [27] 信主NISSI10264 07/04/01 10264
957 FP(Force Point) - 선수들의 포스를 측정해 보자! [40] ClassicMild10547 07/04/01 10547
956 김택용 빌드의 비밀 [42] 체념토스15754 07/03/31 15754
955 광통령, 그리고 어느 반란군 지도자의 이야기 (3) - 끝 [35] 글곰11577 07/03/11 11577
954 [추리소설] 협회와 IEG는 중계권에 대해서 얼마나 준비를 했을까? [40] 스갤칼럼가9802 07/03/10 980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