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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욱 선수와 마재윤선수의 경기를 시작으로 히치하이커가 2006 신한은행 스타리그 시즌3의 공식맵
으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비프로스트와 백두대간 시리즈의 뒤를 잇는 전략형 2인용맵의 계보를 이
어가는 것이 목표인 '히치하이커'의 제작노트, 그리고 여러 분들의 의문점을 풀어드릴 해답을 공개합
니다.
#1 발상
사실 히치하이커는 1년 전 맵입니다. 05~06 신한은행 스타리그를 준비하는 시점에, 밀리맵에 '중립건
물'이라는 요소가 처음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 만들어진 맵들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히치
하이커 역시 그 중 하나입니다.
사실 히치하이커와 개척시대는 어찌보면 쌍둥이맵이었습니다.
"중앙의 러쉬루트와 본진 양 쪽의 또다른 입구로 연결되는 두 개의 부가 러쉬루트가 이어지는 맵."
이 한 가지의 테마를 2인용과 4인용으로 각각 만들어 본 것이 바로 히치하이커와, 개척시대의 기초가
된 'Naissance'(아래 사진)입니다. (저 사진은 가장 초기에 나온 러프버전입니다.)
히치하이커는 2인용맵 답게 좀 더 전략적인 요소가 많았고, Naissance는 4인용맵 답게 약간 더 힘싸
움적인 요소를 띄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맵을 지배하는 기본 원리는 비슷한 측면이 많고, 그래서 히
치하이커와 개척시대를 쌍둥이맵으로 볼 수도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또 하나의 히치하이커의 기초를 마련한 것은 많은 순환형(도넛형) 맵들이었습니다. 머큐리나 펠레노
르, 알케미스트 등의 순환형 전장을 가진 맵들의 연이은 실패는 순환형 맵의 한계를 실감케 했었습니
다.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려고 나왔던 맵은, '러시아워'입니다. 이 맵은 초중반 순환형, 후반 센터형 맵
을 지향하며 순환형 맵만이 가질 수 있었던 재미의 일부를 느끼게 하는 데에 성공합니다.
히치하이커는 그 반대입니다. 이 맵은 초반에만 센터형 맵이며 중후반으로 넘어갈 수록 외곽의 순환
형 전장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순환형 맵의 후반에만 볼 수 있는 병력의 갈림이나 자리잡기 싸움이
나오게 됩니다. 따라서 이 맵은 어떻게 보면 순환형 맵의 변형으로 분류할 수도 있겠습니다.
#2 지형의 활용
이 맵을 지배하고 있는 전체적인 테마는 '센스'입니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기계적인 손놀림으로 병
력을 운영하는 선수 보다는 순간순간의 재치와 센스가 빛나는 선수가 승리하는 맵이 히치하이커가 추
구하는 이상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형 하나하나, 특히 중앙의 협곡 주변의 전투에서의 병력 운용
은 승패를 가를 만큼 중요합니다.
여러분은 '삼국지'를 아시는지요. 당대의 최고의 지략가들인 제갈량과 사마의의 호로곡에서의 싸움이
나옵니다. 제갈량은 사마의가 이끄는 위군을 좁은 협곡으로 유인한 후 화계를 통해 몇 배나 되는 수
의 위군을 궁지에 몰아넣는 데에 성공합니다. 이와 같이, 스타크래프트에서 역시 협곡로에서의 지형
활용은 보통의 언덕과는 비교도 안되게 큰 변수가 됩니다. (사실 정작 실제 역사에서, 호로곡에서의
위군은 뜻하지 않게 내린 소나기에 의해 간신히 위기를 모면합니다.)
이러한 협곡을 둘러싼 초중반의 싸움이 지나면, 중후반의 난전이 시작됩니다. 앞마당 이후에 가장 먹
기 쉬운 멀티인 미네랄멀티의 배후언덕, 그리고 중립건물로 막혀 있는 섬멀티 등은 역시 견제에 불안
한 구조이며 남은 멀티인 1시와 7시의 가스멀티는 지형적인 견제는 없지만 상대방에 가까운 멀티입니
다.
그렇기 때문에 이 맵은, 최근에 나온 맵 중에서는 가장 멀티하기 쉽지 않은 맵 축에 드는 편입니다.
그 말은 현기증나는 대규모 물량전보다는 정신없는 난전이 유도된다는 이야기이며, 그에 따라 밸런스
적인 불안 역시 내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맵을 만들면서 가장 신경 쓴 것
은 이러한 밸런스 불안을 어떤 식으로 해소하느냐에 있었습니다.
#3 이 맵을 할 때..
이 맵을 플레이할 때 마음에 두어야 하는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로, 이 맵은 개척시대나 알카
노이드 등의 중립건물 활용맵과 크게 다른 점이 있습니다.
개척시대나 알카노이드 같은 경우에는, 입구를 막고 있는 중립건물이 대부분 수비적인 장벽으로 쓰였
습니다. 이 것은 어찌 보면 수비적인 플레이를 조장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히치하이커는 입
구의 중립건물이 비슷한 방식으로 배치된 맵이면서도 정 반대로 자신의 입구를 빨리 뚫어서 상대의
멀티들을 공략하는 플레이가 필요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맵에서의 중립건물은 대부분 공격적
인 요소로 활용되게 됩니다.
두 번째는 몰래건물의 요소입니다. 이 맵을 처음 눈으로 한번 훑어보신 분들께서 많이 착각하시는 것
중 하나가 '이 맵은 몰래건물이 불가능한 맵이다'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림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이 맵은 맵의 모든 지형이 전진건물 혹은 몰래건물의 요소로 쓰일 수가 있습니다.
자신의 본진에서 이어진 길을 따라 올라가서 시전하는 몰래 로보틱스 전략은 정찰의 염려가 없어 그
위력이 배가됩니다. 그리고 자기쪽의 입구를 막고 있는 건물을 파일런이나 서플라이를 이용해 뛰어넘
어 몰래게이트 혹은 몰래팩토리 등을 시전하면 입구가 2개인 상대를 공략하는 상쾌한 상황을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4 TvsZ
시즌 들어가기 직전에, 저는 이번 시즌 맵들의 밸런스 예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직 시즌 초반이
고 하니 맞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때 저는 이 맵의 테저전을 5:5거나 테란이 미세하게 앞선다고 예
상했습니다.
[링크 클릭]
기본적으로 테란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 맵은 굉장히 행복한 맵입니다. 2인용맵이고 전진건물을
했다가 실패해도 좁은 협곡을 막음으로써 전세를 회복할 여지가 만들어집니다. 게다가 저그의 앞마당
-미네랄멀티 이후에 할만한 멀티가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에 장기전을 가면 갈수록 테란이 할만해집니
다. 전상욱선수가 마재윤선수를 이길 수 있었던건 맵의 이런 기본적인 원리를 충실히 따랐기 때문입
니다.
하지만 저그 입장에서도 내밀 수 있는 카드는 많이 있습니다. 요즘 저그의 대세인 3해처리 빌드를 시
전하면 미네랄멀티가 따라오고, 이 점은 '아카디아'에서 저그가 유리했던 점과 같습니다. 이후에 협
곡을 이용한 럴커와 뮤탈견제 등은 테란이 소~중규모 병력으로 힘싸움을 하는 데에 있어서 매우 피곤
한 요소가 됩니다. 게다가 병력을 협곡이 아닌 바깥쪽으로 돌려서 운용하자니 본진의 또 다른 쪽 입
구가 걸리고, 협곡쪽 역시 수비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수비할 포인트가 많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
에 저그 입장에서는 여차하면 엘리전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마재윤 선수와 전상욱 선수의 경기에서
도, 마재윤선수가 무리하게 공격하지 않고 멀티에서 캔 자원을 바탕으로 전상욱의 본진을 좀 더 일찍
공략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정리]
테란이 좋은 점 : 협곡이 건물 2개로 막힌다는 점, 가스멀티 먹기 어려움
저그의 좋은 점 : 먹기 좋은 미네랄멀티, 협곡에서의 전투, 3개의 입구, 3cm 드랍의 용이함
#5 ZvsP
저프전은 보통 예측이 쉽지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테저-저프-프테 중에 가장 경기수가 적으면서도
다양한 양상의 경기들이 나오는 것이 프저전이기 때문에 어떤 전략이 '대세'가 되느냐에 따라 저프전
의 밸런스는 보통 크게 달라지게 됩니다.
저그 입장에서 이 맵은 기본적으로 토스상대하기 괜찮은 맵에 속합니다. 멀티들이 지키기 어렵다는
것은 저그의 후반전 기동력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며, 좁은 협곡은 러커조이기의
가능성을 타진해 줍니다. 또한 3개의 입구를 통해 상대의 더블 넥서스를 3해처리 땡히드라로 공략하
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프로토스 입장에서도 카드는 있습니다. 몇 개의 건물과 캐논으로 완전히 봉쇄가 가능한 협곡,
그리고 더블넥서스 이후 가져가기 용이한 두 번째 멀티, 히드라 위주의 운영에 있어서 동선이 매우
길어 커세어-리버를 하기 좋은 지형 등은 프로토스에게도 '할만한 맵'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정리]
저그의 좋은 점 : 지키기 어려운 멀티, 러커조이기의 용이성, 3개의 입구
토스의 좋은 점 : 좁은 협곡, 미네랄멀티 확보의 용이성, 커세어리버의 활용
#6 PvsT
사실 히치하이커에서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이르키고 있는 것은 프테전입니다. 프테전 첫경기에서 벌어
진 오영종선수의 무기력한 패배는 많은 프로토스 팬들의 마음에 불을 지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글
이 많이 올라오는 모 커뮤니티에서 '히치하이커'로 검색해보시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하실 것 같습니
다.)
사실 밸런스를 맞추는 방향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초반도 5:5, 중반도 5:5, 후반도 5:5 이렇게 맞
추는 방법과, 초중반에는 특정 종족이 약간 유리하게, 그리고 중후반에는 상대 종족이 약간 유리하게
하여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추는 방법이 있죠. 전자의 방법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정말 아주아주 무난
하게 생긴 맵이 아니라면 초-중-후반의 밸런스를 모두 잡기는 매우 힘든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
는 주로 후자의 방법을 이용합니다.
이 맵의 테프전에 있어서 초중반은 분명 테란의 우세가 맞습니다. 하지만 중후반에 많은 길이 뚫리고
결정적으로 캐리어가 나오게 되면 게임의 분위기는 토스쪽으로 급격히 쏠리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토스 입장에서는 최대한 초중반에 자기가 손해를 조금 보더라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필요
하며, 테란 입장에서는 초중반에 조금 무리해서라도 최대한 피해를 많이 주어 후반에 캐리어가 나온
후에도 게임을 쉽게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겠죠. 이성은선수가 이런 마인드를 정말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토스 입장에서는 셔틀활용이라던가 초중반을 무사히 넘길 수 있는 신중한 병력운용이
요구됩니다. 센터 협곡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갈색 선이 있는데, 이 선의 의미는 이 선 안으로 들어오
면 언덕드라군 혹은 언덕러커의 공격에 노출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테란의 타이밍전진은 언
덕드라군 플레이에 의해 운신의 폭이 다소 좁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형적인 러쉬
거리보다도 이러한 시간벌기에 의한 체감 러쉬거리는 더더욱 멀어지게 됩니다.
또한 멀티를 해가면서 최대한 시간을 벌며 앞마당과 본진을 내주는 도망자토스 역시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전반적으로 이 맵이 토스가 다소 유리한 상황에서 테란들
이 여러 가지 해법을 찾는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리]
토스의 좋은 점 : 초반 전진건물/몰래건물 공략, 후반 캐리어 활용
테란의 좋은 점 : 미네랄멀티의 언덕공략, 싸우기 좋은 좁은 협곡 지형
#7 마치며..
이 것으로 히치하이커 맵에 얽힌 이야기 중, 제작자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다 끝난 것 같습니다. 나
머지 이야기들은 선수들이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최소 2006년 3차시즌, 길게는 2007년 중순까지를 책
임지게 될 '히치하이커' 맵에서 재미있는 경기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Forgotten_ 드림.
* homy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01-03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