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눈에 따라, 그리고 기호에 따라 군나르 페데르센에 대한 평가는 각양각색임이 당연하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공통적인 의견은 적어도 그가 다른 사람의 기분을 고려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좋게 말하면 감정에 충실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못하는 성격. 그래도 그런 솔직함이 사람에 따라서는 매력으로 보일 수 있는 법이고 더욱이 비슷하게 감정의 발산에 능해도 압축에는 미숙한 10대와 20대 초반의 청년들에게는 그런 확률이 높은 편이다. 군나르가 거칠고 말을 함부로 뱉는 경향이 있다고는 해도 파티장에서 술에 취해 난장판을 벌이는 청춘들 중에서 그렇게 특출날 정도는 아니었고 열 받는다고 아무나 멱살을 부여잡고 싸움을 벌이는 망나니도 아니었으니 그러한 성격에 탁월한 게임실력과 어울러져 주변에 비슷한 연배의 청년들이 모여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할 수 있었다.
WCG유럽 최종예선 오프라인 대회가 펼쳐지는 장소에도 그런 일종의 청년들이 모여 있었다. 물론 쉽게 들어가서 관람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기에 그들은 단순한 팬이 아닌 길드원이나 팀 동료들이었지만 군나르의 플레이와 성격에 빠져든 사람이라는 점, 또 거의 확실시 되었던 예선 통과를 축하해주고 같이 기뻐하기 위해 모여들었다는 점에서 큰 차이점은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고 결국 치열한 전투가 몇 번 벌어지고 최종진출자 결정전에서 군나르의 오크가 승리를 거두자 멀리 보이는 모니터로 숨죽이며 과정을 지켜보던 그들은 자신들끼리 손바닥을 마주치면서 뛰어들 준비를 하였다. 군나르가 헤드폰을 벗고 손을 흔들면서 소리를 지르는 행동이 통상적인 신호나 다름없었기에 모두 어정쩡한 자세로 그가 그런 신호를 보이길 기다렸다.
그래서 게임이 끝난 지 꽤나 시간이 지났음에도 군나르가 여전히 인상을 찌푸린 표정으로 계속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자 그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설마 승패를 잘못 본 것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가장 먼저 떠올랐지만 종족이 같은 상황도 아니었고 승패를 표시하는 표지판에도 분명 그의 승리가 표시되어 있었다. 더욱이 침울한 얼굴로 마우스를 뜯어내는 상대의 모습을 봐도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약간의 침묵이 흐른 후, 곧바로 각종 추측들이 터져 나왔다. 경기 내용이 맘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가장 정석적이고 타당해 보이는 의견이 먼저 나왔지만 곧바로 기각되었다. 전혀 군나르의 성격과 맞지 않았다는 반론들이 거셌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깔끔하게 통과하지 못하고 최종전까지 끌려와서 화가 났다는 의견도 사라졌다. 그런 식으로 다른 선수에게 대입했을 때 신빙성 강한 추측들이 사라지자 서서히 다양한 의견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애인과 헤어졌기 때문이다(원래 애인이 없었다는 사실을 망각한 의견이었다)부터 사랑니 때문이다, 의자가 망가져서 불편했기 때문이다, 마우스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아 컨트롤이 안됐기 때문이다 등등 각자의 과거를 어렴풋이 읽어낼 수 있는 대화가 지속됐다. 실제로 직접 물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을 한 사람도 적지는 않았지만 계속해서 딱딱하게 굳어있는 군나르의 표정을 보고 고개를 살며시 흔들면서 포기했다. 군나르가 무섭기 보다는 그런 표정의 그가 너무 낯설었기 때문이었다. 화날 때는 화를 내고 기쁠 때는 기뻐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사실 군나르가 얼굴을 심각하게 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는 화가 났거나 긴장을 했기 보다는 단지 생각에 깊이 빠져있었을 뿐이었다. 만약 주변의 사람들이 WCG 진출을 축하한다고 달려왔다면 그 생각을 잠시 미뤄두고 기쁨을 내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의 정신을 외부세계로 끌어낼만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그래서 그는 계속 모니터에 집중을 하며 고민을 하였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거지.’
The Benissant. 아실 고메가 컴백 준비를 한다는 사실을 안 ESWC 이후부터 그는 생각날 때마다 배틀넷에서 그 아이디의 전적을 살펴보았다. 그가 워3계를 떠난 지가 오래되어서 아이디는 예전 전적들은 모두 사라졌지만 아이디란 자신의 이름이나 같은 것, 새로이 만들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었고 그 생각처럼 그는 다시금 The Benissant란 아이디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렇게 전적들을 살피면서 몇 몇 아는 사람에게 연락을 해서 저장된 리플을 받아서 살펴보기도 했다. 이런 행동은 왠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지만 아실의 실력에 대한 호기심은 강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스스로를 추스렸다. 어차피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일도 아니라면서.
그러던 중에 갑자기 전적이 멈추었다. 아무리 팀에 속해있다고 하더라도 같이 모여서 랜으로 연습하는 경우는 드물고 배틀넷을 통해서 하는 연습의 비중도 훨씬 크다. 그래서 그는 다른 선수들처럼 전적이 쌓이자 다른 아이디로 교체한 것으로 생각하고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 상태로 한동안 그 행동을 멈추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우연히 그가 똑같은 아이디로 칼림도어 서버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만든 지 오래되지 않았는지 전적은 10승 무패 정도였다.
‘아시아 쪽에 아는 유저라도 있는 모양이군.’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갔다. 아시아 쪽 선수와는 그리 친하지 않았기에-GreatWall, 리허처럼 사이가 좋지 않은 선수는 꽤 있었지만-리플레이를 받거나 할만한 수단이 없었고 그냥 칼림도어 서버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점에 만족하기로 했던 것이다. 하지만 며칠 후 다시 검색을 했을 때 전적을 보고 살짝 당황했다. 승은 착실히 올라가 있었다. 그리고 패는 여전히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며칠 후 검색을 했을 때는 꽤나 많이 당황했다. 승은 여전히 늘었고, 패는 여전히 낮았다.
그렇게 해서 오늘까지 그런 승리와 무패의 연속은 계속되고 있었다. 더욱이 종족은 랜덤. 여러 가지 방법들을 동원해서 그가 아시아 쪽의 선수와 이야기를 하고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배틀넷의 서치 시스템을 이용해서 무작위로 상대를 골라 전적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후에는 조금 안정을 찾기는 했지만 그래도 워3의 연승 시스템을 생각해보면 저렙의 상대에게서 얻은 승리의 비중은 낮을 것이었다.
이미 이런 기록적인 연승의 행진은 자신뿐이 아니라 전 세계의 워3유저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는 상황. 더욱이 예전부터, 워3의 초창기부터 플레이를 해왔던 소수의 선수들은 그 아이디를 보고 눈을 번뜩이기 시작했다. 저 연승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멈추는 것은 누구인가. 어느 선수는 그를 따라 새 아이디로 연승에 도전을 하기도 했고 누구는 연승을 막기 위해 아실과 대결을 벌이겠다며 떠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채팅으로 말을 걸어도 대답도 하지 않고 그가 소속되기로 한 K.D에 물어봐도 정식으로 팀에 소속된 선수가 아니라는 설명과 함께 사생활 침범이라는 말만 돌아올 뿐, 아무도 아실 고메가 사는 주소, 전화번호, 심지어는 이메일 주소조차 알아내지 못했다. 라이센이나 로이 같은 K.D팀원들 역시 ESWC 때 한 번 보았을 뿐이라는 말만 하고. 돌아온 제왕이라는 상징성(극히 일부의 팬과 선수들에게만 해당되었지만), 무작위 연승이라는 행보, 그리고 그 안에서 보여준 경기력을 통해 아실 고메라는 복귀선수는 워3계의 대대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다.
‘일종의 작전일까. 적어도 K.D나 스폰서들 입장에서는 대만족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군나르는 기억을 더듬어가 아실 고메라는 사람에 대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과거의 그는 화려하고 활기차 보이는 인물이었다. 그라면 자신의 귀환을 이처럼 대대적으로 장식할만했다. 하지만 그런 기억의 회상 도중에 다른 장면이 끼어들었다. 그것은 최근의 기억. 6월달의 ESWC, 그를 다시 만났던 그 순간의 기억.
‘도대체 무슨 속셈인거야.’
그는 다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예전에도 그랬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의미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결과는 같다. 그는 보이지만 잡히지는 않고 가깝지만 동격이라 느껴지진 않는다. 결국 군나르는 기다리다 못한 진행요원이 장비 회수를 요구할 때까지 모니터를 바라보면 생각에 빠졌고 그제야 추측에 추측의 꼬리를 물면서 장대한 환상의 세계로 빠져들던 그의 친구들도 현실로 돌아왔다. 환호를 해야 하는지, 멋쩍은 듯 웃어야할지 고민하면서.
워3 게임 안에서는 가끔씩 인류의 범주를 벗어난 플레이를 보이는 군나르였지만 현실에서는 그도 별 수 없는 한 명의 인간이었기에 그의 중얼거림에 가까운 생각들이 전파를 타고 날아가 아실의 머리에 전달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그 것을 아실이 들었으면 무뚝뚝한 표정과 말투로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아무 생각도 없다.]
프랑스 파리. 전 세계적인 상징물이 된 에펠탑, 다 빈치 코드로 유명세를 더욱 높인 루브르 박물관. 좀 더 나아가서 낭만의 거리인 셍 제르망 대로와 못생긴 꼽추가 나타날 것 같은 노트르담 성당, 그리고 예술가들의 혼이 서린 몽마르트 언덕이 있는 도시. 화려한 프랑스의 색깔이 가장 선명해 보이는 장소이며 역사와 예술이 살아서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과 같은 곳이 이 파리지만 다른 대도시와 명소들과 마찬가지로 이 도시 역시 화려한 빛에 반대되는 어둠이 존재하였다. 톨레랑스의 정신도 완전히 지우지 못한 문화 갈등으로 인해 외부로 밀려난 이주자들, 그리고 장기적인 불황으로 늘어난 빈자들로 가득한 뒷골목의 어두운 그늘 밑.
아실의 집이 있는 그런 장소였다. 에펠탑의 불빛이 닿지 못하는 어느 단칸 방. 창문을 열면 밤새도록 술에 취해 떠드는 주정뱅이의 곡조와 젊음을 발산하다 못해 폭발시키는 싸움소리가 언제든지 들려오며 간혹 가다 들려오는 총소리에 살며시 잠을 깨는 곳이었다. 덜컹거리는 자물쇠에 열쇠를 억지로 돌리고 들어가면 나오는 것은 녹물이 세어 나오는 작은 화장실과 요리를 해서 먹었다가는 상당히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은 부엌, 그리고 어른이 큰 대자로 누우면 더 이상 서있기도 힘들 크기의 방 하나였다. 그리고 그 작은 방은 역시나 낡아 부서질 것 같은 침대와 덜덜 거리는 모습이 꽤나 힘차 보이는 소형 냉장고, 그리고 의자와 컴퓨터를 바치고 있는 작은 책상으로 가득차 있었다. 말 그대로 낡고 좁은 단칸방의 집. 그래도 전체적으로 폐가나 흉가의 분위기가 나지 않는 것은 주인의 성격이 집에 반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워낙에 어지럽힐만한 물건이 없기는 했지만 집의 전체적인 상황에 비해서 말끔하다는 느낌이 드는 내부였다.
아실은 그런 방 한가운데에 곧은 자세로 앉아있었다. 물론 그가 명상과 참선에 일가견이 있어서 벽을 보고 좌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헤드폰으로 세상의 소리와 자신을 차단한 후에 눈을 컴퓨터 모니터에 고정시킨 상태로 빠르게 손을 움직이고 있는 중이었다. 다만 그 재빠른 손동작마저 기계가 작동하는 것처럼 절도가 있었기에 크게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고 있을 뿐.
[후......]
잠시 후, 그는 작은 한숨을 내쉬면서 헤드폰을 컴퓨터 위로 올려놓았다. 그리고 배틀넷에서 나와서 저장해 놓은 리플레이를 보기 위해 폴더를 이동하였다. 5연전이었다. 그리고 5연승이었다. 하루에 딱 5판, 그 뿐. 그 이상의 시간을 게임을 하는데 소비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게임 리플레이, 혹은 다운 받은 다른 선수들의 리플레이를 몇 번이고 보고 연구하며 전술들을 개발할 뿐이었다. 아니, 단지 컴퓨터를 이용하는 시간을 그렇게 보내는 것만이 아니라 자는 시간을 제외한 눈이 떠있는 시간을 모두 그렇게 보내고 있었다.
물론 모든 것을 그 혼자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메일이나 채팅과 같은 일상적인 작업은 하지 않는다고 해도 여러 워3관련 커뮤니티나 사이트에는 정기적으로 출입하면서 정보를 얻고 있었기에 그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불러온 파장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자신은 그런 파장에 무관심하기도 했고 그의 행동 자체가 별 의미가 없었기에 특별한 의미 없이 받아들였다. 하루에 딱 5판만 하고 있는 것은 실전 감각만 유지시켜주는 정도로만 진행을 하는 것이며 랜덤으로 하는 것은 각 종족별로 상대에 대한 대응과 기본 빌드 등을 몸에 익히기 위한 수단 정도의 의미만 가지고 있었다. 말하자면 프로즌 쓰론 들어와서 새로워진 종족끼리의 전술과 빌드, 진행 양상들이 얼마나 몸에 익었는지, 자신의 현 실력이 예전에 비해서 어느 정도 되는지를 알아보는 일종의 테스트라고나 할까. 굳이 서버를 칼림도어로 옮겨서 백지의 전적에서 시작한 것도 성적을 눈에 확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였다. 렉이 심한 상황에서의 시합 적응도 겸할 겸하기도 하고. 한 마디로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별 생각 없이 하고 있는 일이라는 말이다. 정확히는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는 연승 행진마저 지금 그에게는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조금 쉴까.]
그는 손을 뻗어 냉장고의 문을 열어 안에 있는 생수병과 통조림을 꺼냈다. 쉰다고 스스로 말하기는 했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는 전혀 휴식으로 보이지 않을 광경이었다. 그건 간식이 아니라 식사이었다. 처음에는 있는 부엌이라고 간단한 요리를 해먹었지만 시간적인 문제로 인해 최근에는 그마저 포기한 상태였다. 기구로 통조림을 딴 그는 묵묵히 식사를 시작했다. 그 와중에서도 식사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리플레이를 실행하고 초시계를 바라보며 종이에 뭔가를 계속 적는 등 양손을 바쁘게 움직이면서 통조림을 비워나갔다. 좁은 방안과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계속 모니터를 바라보며 식사와 운동까지 모두 해결하며 하루를 보내는 일은 결코 권장할 만한 행동이 아니며 건강에 좋지 못한 일임에도 분명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누군가가 그를 말리려 다가왔다 하더라도 쉽사리 그런 말을 꺼내지는 못할 것이다. 적어도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는 아실의 표정을 쳐다봤다면. 그건 단순히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중독된 사람처럼 너무 몰두해서 초점이 흐려져 있지도 않았다. 그 뭔가 설명하기 힘든 인상을 자신에게 익숙한 화면으로 변경을 한다면 그 자는 비슷한 표정을 다른 장소에서 봤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음 속 깊이 우러나오는 의문감에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처음 찾아왔던 목적에 대해 고심할 것이다. 물론 누군가가 파리 뒷골목에 위치한 낡은 단칸방을 찾아왔을 시에나 그러겠지만.
라이센 신은 평소에 우연은 운명과 연관되어 있는 단어라고 여기는 부류 중 하나였다. 어차피 운명이란 사람의 인생 전반을 표현하는 단어고 그 인생이란 반은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그리고 나머지 반은 개인은 예상할 수 없는 만남과 사건으로 이루어지는 법이라는 뭔가 이상한 논조를 바탕으로 하는 생각이었다. 그래도 그런 그였기에 지금 눈앞에 있는 폴더를 보고서 큰 놀라움 없이 태연하게 바라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라이센은 자신의 입가가 살며시 올라가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그는 그렇게 황당하다는 웃음을 지으면서 좀 전부터 40화음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던 자신의 핸드폰의 슬라이더를 위로 올렸다.
[연승이 깨졌다!]
전화를 걸어온 이는 자칭 팀 K.D의 2인자라고 주장하는 나이트엘프 유저인 로이 앤더슨이었다. 라이센은 그런 로이의 목소리에 약간의 기쁨이 섞여있는 것을 눈치 채고서는 다시 한 번 입가를 올렸다.
[알고 있어. 드디어 1패가 생겼더군.]
알고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구보다 그 사실을 빨리 알아낼 수밖에 없는 인물, 즉 아실 본인이 리더에게 연락을 했었고 리더는 곧바로 그에게 전달했으니. 그의 앞에 있는 것이 리더를 통해 전달받은 바로 그 게임의 리플레이였다.
[아, 누군지 궁금하네. 완전 서치로만 상대를 결정하니 누가 이긴 건지를 알 수가 없네. 자신이 The Benissant의 연승을 막았다고 자랑할 줄 알았는데 소문만 많은 상황이야.]
[아아, 굉장히 놀라운 인물이야. 특히 나에겐 말이지.]
[뭐, 뭐야. 뭔가 알고 있는 거야?]
[응.]
[......뜸들이지 말고 말해봐.]
[메일 찾아봐. 리더가 리플레이 보냈을 거야.]
[응? 리더가? The Benissant는 다른 사람들과 대화도 안하고 연락하지도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어떻게......아아, 우리 팀과 가계약 상태였지. 리더와는 연락을 하고 있겠구나.]
[이제 정식으로 입단을 했어. 거취문제로 리더와 이야기 하고 있는 중이니 며칠 안으로 다시 인사를 하게 될 거야.]
[헤에, ESWC에서 처음 들었을 때는 모험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는 대성공인 영입이네.]
[그래.]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차피 이런 배틀넷 상의 화제는 일부 계층에만 한정되어 있는 일이고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과거 초고수의 귀환이라고는 하지만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도 그리 많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연승이 가능했다는 소리는 그만한 실력이 있다는 소리. 정말 오랜만에 복귀한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운영과 컨트롤을 아실은 리플레이를 통해서 다른 이들에게 보여줬다.
‘자, 그럼 그런 그를 어떻게 이겼는지 알아볼까.’
어차피 시간을 끌 이유도 없었기에 로이와 통화를 마치자마자 라이센은 곧바로 리플레이를 재생시켰다. 확실히 기대는커녕 아예 상상도 하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일은 일어났고 상대는 전혀 예기치 못한 상태로 그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사실상 따지고 보면 같이한 기간은 길지 않았고 여러 가지 의미로 친근함보다는 경계심이 더 일어나야 정상인 관계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게 처리되지는 않는 법. 리플레이가 재생되는 짧은 순간에 그는 일단 그런 자기증명을 환영하기로 했다.
‘와라, 진희.’
1부 : Romance
1. Boy meet Girl
2. Boy meet Guy?
3. 남매
4. 데이트
5. 발을 내밀다
6. 예선 7일전
7. 끝과 시작
8. Log Bridge
9. 그리고
2부 : Daydreamer
prologue
1. new challenger
2. 각자의 이유
3. 한국으로
4. meet again
5. 한여름날 어느 복도
6. 東과 西
역시나 늦었습니다......라고 때울 기간이 아니군요. 한 달이나 걸릴 줄이야. 원래 중간에 막히면 오랫동안 손을 놓아버리는 나쁜 글쓰기 버릇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런 버릇이 도진 것 같습니다. 썼다 지우기도 하고. 사실 아쉬워할 사람도 없겠다 그만 둘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처음에 썼던 것처럼 남에게 보여주기 보다는 자기만족을 위해서 쓰는 글이니 만큼 그러지는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왕 시작한 거 끝은 봐야겠지요~ 그나저나 워3게시판이 첫화면에서 내려간다니 약간 죄책감도 듭니다. 최근 들어 다른 글은 쓰지도 않는 상황이라도......차라리 이 연재라도 워3게시판에서 할까 하는 후회도 드는군요. 이런 푸념을 늘어놓느니 글 하나 더 쓰는게 도움이 되겠지만......
* 메딕아빠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5-26 1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