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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6/04/23 22:08:44
Name unipol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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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스타 추리소설] <왜 그는 임요환부터...?> -62편




[스타 추리소설] <왜 그는 임요환부터...?> -62편


#1
그 남자가 오른팔을 어깨 높이로 올리는 것이 보인다.

첫째 둘째 손가락만 펴고 있는 동작이 꼭 총을 쏘는 시늉을 하는 것 같다. 총이 쥐어지지 않은 빈 손이었지만 꼭 금방이라도 총성이 들릴 것처럼.


녀석은 요환이형을 겨냥하고 있다. 순간적으로 진호가 용수철처럼 튕기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 동작은 어둠이 내린 한강변에서 내가 이미 봤던 거야.

민이야, 강민...... 역시 민이는 죽지 않았어!


그리고 그는 갑자기 다섯 손가락을 모두 폈다.

요환이 뚜벅뚜벅 걸어가서 그 손을 잡았다. 그리고 두 남자는 끌어안았다.


어떻게 된 거야 민아? 요환이형은 너를......


어리둥절하는 진호에게 요환이 뭐라고 설명하려 했지만 정감독이 그들의 어깨를 치면서 어서 차 안으로 들어가자고 손짓을 했다. 그러자 비를 맞은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살짝 젖은 민이 앞가슴의 물을 털어내면서 씨익 웃었다.

검지손가락으로 젖은 안경을 들어올리는 모습은 정말 민이가 틀림없다. 그러면 도대체 죽은 사람은 누구고 민이가 살아 돌아온 것은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시체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바로 그 위치에서 정석의 소리가 들려왔다.

"감독님예! 신분증 찾았심니더. 열쇠도 있는데예, 집 열쇠 같다 아입니꺼!"

"오케이, 일이 계획대로 돌아가는구나."


뭐가 어떻게 돌아간다는 거야?


"안 타고 뭐해?"

비 한줌이라도 덜 맞겠다며 총알같이 튀어가던 강민이 곧 삑사리 날 듯한 하이톤으로 그를 재촉했다. 멍하니 서 있던 진호를 요환이 끌어다가 정감독의 차 안에 밀어넣었다. 진호는 그 안에서 민이의 안경집과 정감독이 주문했던 그 적외선 카메라를 발견했다.


"미리 말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복수 한 건 하느라 벌인 일인데 네가 알아내고 따라왔을 줄은 정말 몰랐어.

정석이도 너한테 설명해 줄 시간이 없었을거야, 우리 전부 다 긴장하고 있었으니까. 아무튼 여기서 꾸물거리지 말고 얼른 다 떠야 돼."


"장난해? 도대체 지금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나 말해봐."

"감독님이 아까 말씀하셨잖아. 복수했다고, 범인 하나는 드디어 보내버렸다고...... 이제 다 같이 갈 거야, 범인 집 주소는 차적조회로 이미 오래 전에 알아뒀거든."



#2
"아예 케텝 밴을 동원하지 그랬어."

여전히 삐져 있는 진호가 툴툴거리며 말했다. 그 농담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요환이 '그런 큰 차는 숨기기가 곤란하잖아'라고 대답해 주었다. 정감독은 초보운전자 정석이 잘 쫓아오고 있는지 백미러로 확인한 후 히터를 틀었다. 안그래도 차 안의 네 남자 모두 비를 뒤집어쓴 채 떨고 있던 터였다.


"다 계획대로 됐는데 날씨때문에 망했어. 비가 그렇게 쏟아부을 줄 누가 알았겠어. 촬영 완전 실패야 실패."

정감독이 적외선 카메라를 흘겨보며 한숨을 내쉬자 요환이 정감독을 위로하듯 말했다.

"그래도 통화 녹음해둔 건 있잖아요."

요환의 심각한 목소리 톤을 듣고서 조수석에 앉아 있던 민이가 안 어울린다는 듯 계속 피식댄다. 저 녀석이 죽은 줄 알고 나는 거의 미쳤었는데 정작 당사자는 지금 잇몸 까놓고 웃어제끼고 있다니. 부아가 치민 진호가 쏘아붙였다.

"너 지금 웃을 때가 아니야 깡만. 너 비 그렇게 맞았으니까 이제 대머리 될거다."

"내가 머리숱 얘기 꺼내지 말라고 했지? 너도 아까 아주 웃기던걸 뭐, 가아아아앙 미이이이이인~~~ 안돼 민아~ 죽지마~"

"시끄러워. 그냥 죽으라 할 걸 그랬나 이 웬수 같은 놈."

"지노랑 깡만 둘다 서로 그만 갈궈라!"

요환과 함께 차적조회 자료를 심각하게 들여다보고 있던 정감독이 신경쓰인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진호는 다시 뾰로통해져서 물었다.

"기껏 알아온 차 번호는 숙소 안에서 도둑맞았는데 뭘 가지고 조회하신 거예요?"


"차번호가 네 손에 들어온 건 좋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정말 위험한 일이기도 했어. 네가 경찰에 알린다 어쩐다 난리치다가 발각되면 네가 위험한 건 둘째치고, 그놈이 거주지를 옮겨버릴 거 아니냐. 그러면 또 뭘 가지고 잡을 수 있겠어.

그래서 그거 내가 훔쳤어. 용호 시켜서."


민은 말을 마치고 나서, 거의 잡아먹을 듯이 째려보는 진호의 눈길을 애써 피했다. 그동안 얼마나 쌓인 것이 많았던지 진호는 말 속도가 다 느려질 지경이었다.

"내 뒤통수 삽으로 갈긴 놈도 너지?"

"그건 내가 아니라 정석이야."

"아니 어떻게 정석이까지 한패로 끌여들였으면서 나한테는 이렇게 끝까지 숨겼어?"


"정석이나 용호는 미행이 붙지 않지만 너는 붙는다고. 게다가 툭하면 나대서 스스로 사고를 자초한 게 한두번이냐. 게다가 요환형이랑 반격 작전을 짜기 시작한 후부터는 더더욱 네가 알면 안 됐어.

진호 너는 드라군 같아 드라군, 어택땅 찍어놓고 멀티 돌리고 있으면 꼭 어딘가 지형에 낑겨 있고 파일런 뒤에서 덩실덩실 그놈의 드라군 댄스 내 억장이 무너져...... 아무튼 너는 드라군마냥 도저히 컨트롤이 안돼. 그러니까 그냥 안 뽑은 거지."


"그래 너 말 잘했다. 파란 피 맛 좀 볼래, 이 자식아?"

진호는 흥분했지만 민의 댄싱 드라군 발언 때문에 요환과 정감독이 계속 킥킥대고 있어서 그의 화만 돋굴 뿐이었다.

어떻게든 둘을 말려 보려던 요환은 웃음을 참다가 거의 울고 있었다. 운전하던 정감독도 오른손을 핸들에서 떼더니 눈물을 닦았다.


"너무한 거 아니예요? 지금 저는 심각하다구요. 일단 이거나 말해 주세요. 민이는 분명히 총을 맞았는데 어떻게 흔적도 없이 멀쩡해요? 그리고 아까 강물에 떠내려보낸 시체는 대체 누구예요?"


민이 '어쩔거야 저놈의 드라군' 이라고 한 마디 던지는 순간 요환은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폭발 직전인 진호를 달래기 위해 정감독은 일부러 근엄한 목소리로 상황을 정리했다.

"기다려. 차차 얘기해 주마.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 죽은 남자의 집으로 가고 있는 거야."

















※작가 코멘트
#1의 빈 총 쏘고 끌어안는 장면은 37편 #1에 똑같은 장면이 나오는데, 회상이 아니고 강민이 똑같은 동작을 한번 더 한 것입니다. 두 번 모두 신뢰를 표현하는 행동이죠.

#2의 덩실덩실 드라군 댄스는 콩댄스를 두고 한 유머. 쪽지를 용호 시켜서 훔쳤다고 하는 내용은 지금 처음 나오는 얘기가 아니고 53편 #1에 회상을 이용해 전모를 밝혔던 바 있습니다. 밴에서 다투는 두 사람에게 "둘다 서로 그만 갈궈라!"는 대사는 14편의 코믹한 장면에 나왔던 것인데 기억하시는지. 지난 61편의 '에코'에 대해 질문이 많았는데 심장을 보는 '에코카디오그래피'라는 검사를 말합니다.

두 짤방 모두 <왜 그는...>을 읽으시는 분들이 보내 주신 것입니다. 첫번째는 '할롱' 님, 두번째는 그림 안에 써 있네요.^^(그런데 진짜 제목은 '왜 그는 임요환부터'가 맞습니다. 그 이후에 붙는 말은 없어요.ㅠㅠ)


※다음 편 예고
"실제로 보면 훨씬 무서워, 진호야."

"하지만 우리가 죽였지."

한쪽 구석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강민이 차갑게 말했다.
* 메딕아빠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4-2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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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미
06/04/23 22:15
수정 아이콘
나이스, 역시 살았다! 유니폴라님 고맙습니다! (……-_-;;)
jjangbono
06/04/23 22:18
수정 아이콘
역시...
음 다음 편 예고도 기대 되는데요 +_+
그런데 너무 오랜만에 올라온듯..
시험 기간 이셨나 보네요 ^^;
(낼 부터 셤 인 저는 계속 노는 중..OTL)
대장균
06/04/23 22:19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올라왔는데 짧다 ㅠㅠ
김연우
06/04/23 22:19
수정 아이콘
강민 선수, 2승 하시더니 살아나네요.

홍진호 선수 우승하면 드래군->캐리어로 레벨업?
가루비
06/04/23 22:23
수정 아이콘
그럼요!!! 덩실덩실 유머를 해야하는 우리의 강민은
죽어선 안됩니다.!!!!

나른한 느낌으로 두들기던 인터넷이었는데
갑자기 반짝반짝하네요. 히히

묵직하게 다가오던 '왜 그는..' 이 이번편은
그저 '덩실덩실'합니다. ^^ 히히
저도 아케미님 처럼 (__*) 그럼요 몽상가는 살아야지요.
unipolar
06/04/23 22:29
수정 아이콘
아케미//원래 스토리상 살아나기로 되어 있었으니(안 그런 척 하느라 힘들었습니다.-_- 강민팬분들 던지는 돌에 맞을까봐 비굴하게 드래그의 반전으로 '안 죽어요'이런거나 써 놓고 아~ㅠㅠㅠㅠ)

jjangbono//시험기간이었고 집의 컴퓨터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리플 하나 못 달았지만 읽긴 다 읽었습니다. 님도 시험 잘 보세요!

대장균//제가 보기에도 좀 짧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3, #4로 들어갔을 내용이 분위기가 다른지라 그냥 빼버렸어요.
unipolar
06/04/23 22:38
수정 아이콘
김연우//못감고 못씻고 못먹고 잠올까봐 찬 바닥에 앉아 있는데 홍선수가 이겼다는 문자가 오더군요. 강의실 컴퓨터를 부여잡고 피눈물을;; 정말 그 경기를 봐야 했는데 말입니다.

이번 방학에는 원 없이 보러 다닐까 합니다만, 그나마 그것도 제 학교 생활 마지막 방학이 되겠기에...... 온게임넷 24강 체제 소식 처음 들었을 때는 남들처럼 어이없어하기도 했었지만, 이젠 좀더 많은 스타리그 경기를 볼 수 있다는 게 좋으니 이 이기심을 어쩌겠습니까.

(그나저나 연우님, 홍선수는 뮤탈리스크로... 어허~)

가루비//스릴러, 비극, 지난 편의 로맨스에 이어 이번편은 코믹한 분위기를 오랜만에 살리는 것 같네요. 다음편부터 분위기가 바뀌는지라 이어 쓰지 않았습니다.
쪽빛하늘
06/04/23 22:41
수정 아이콘
ㅠㅠ 오래 기다렸어요~~~~
그나저나 누가 죽은걸까요 대체... 정말 누가 죽은거에요???
06/04/23 22:43
수정 아이콘
아아.. 정말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시험이 끝나신 건가요? 공부도 열심히 하시고 소설도 빨리 완결내주시길.. ^^ 강민 선수는 안 죽을 줄 알고 있었어요~ 하하.. 왠지 모를 예감이랄까 드래그의 반전을 해두셨었군요 ; 몰랐죠. 허허 아무튼 화이팅입니다 ~
화염투척사
06/04/24 00:26
수정 아이콘
왠지 오늘쯤 업로드 될 것 같아서 오래간만에 피지알 왔더니 역시나 있네요~
강민은 안죽었을거라 생각은 했어요 ㅡ.ㅡ; 방탄복이라도 입었나? 안젖은걸로 봐서
어쨌든 즐겁게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한동욱최고V
06/04/24 01:23
수정 아이콘
드디어오셨군요! 시험기간인데 공부하느라 지친 저에게 좋은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unipolar
06/04/24 01:43
수정 아이콘
쪽빛하늘//다음 편에 대충 윤곽이 나옵니다.

clover//시험은 어찌어찌 해서 적절하게 본 것 같습니다. 드래그의 반전은 제 블로그에 했었는데 알고보니 주인 아니면 드래그가 안 된다더군요. 다들 "드래그도 안 되는데 왜 낚았냐"면서 항의하시거나, 저도 모르는 어둠의 방법으로 소스보기해서 알아내셨더군요.;

화염투척사//본문에 보면 정감독의 차에서 강민의 안경집이 나왔다는 부분이 있습니다. 젖지도 않았구요. 즉 강민은 처음부터 정감독의 차를 타고 와서 차 안에서 나오지 않고 대기만 했던 겁니다. 어떻게 이런 상황이 가능할 수 있는지는 잘 생각해 보시거나 차차 소설에서 그 상황에 대한 서술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시면 됩니다.^^

한동욱최고V//다들 시험 보느라 바쁘신 듯 했습니다. 저도 아직 숨 고르는 중입니다.ㅋ
아이마녀
06/04/24 02:07
수정 아이콘
늦게까지 딴짓하다가..바로 컴퓨터 안끄고 이곳에 들어온 보람이있군요^-^;; 59편 편한 마음으로 다시 한번 읽고 자야겠네요.
06/04/24 02:48
수정 아이콘
으아.. 못 봤었습니다 ;ㅂ; 요즘은 게릴라 업뎃인가요 ㅠㅠ
월요병을 앞두고 있는데, 정말 고맙습니다. ^^ 뜻밖의 활력소였어요!
Dark_Rei
06/04/24 11:07
수정 아이콘
왠지 정수영 감독님...안습...
06/04/24 13:55
수정 아이콘
이번 회는 좀더 밝은 분위기 군요.
좋네요 ^^
진호 선수의 승리와, 개그컷도 세트인듯.
06/04/24 17:58
수정 아이콘
난 항의도 안했어욧...
.... 하아. 그냥 볼뿐. 볼뿐.
unipolar
06/04/24 23:08
수정 아이콘
아이마녀//좀 더 일찍 올렸어야 했는데, 일요일에 올린다고 블로그 메인에 써놓은 것을 보고 한시간마다 들어와서 체크한 분도 있단 얘길 듣고 반성했습니다. 공백이 너무 길었어요.

캐럿//일요일에 올리겠다고 메인 바꿔 놓은 게 한 수요일인가 그랬었죠.^^ㅋ

Dark_Rei//저도 작가 코멘트에 그 말 쓰려고 했었습니다. 정수영 전 감독님은 아직도 소설 속에선 감독님으로...안습
unipolar
06/04/24 23:10
수정 아이콘
silence//그동안 어울리지도 않는 비극모드에 읽으시는 분이나 쓰는 사람이나 짓눌려 온 것 같아서 한번쯤 짧은 희극을 연출해 보고 싶었습니다. 다음편부터는 대체 이게 다 어떻게 된 것인지 처음부터 되짚어 나가겠습니다.

spin//강민 진짜 죽는 척 하느라 힘들었다니까요.-_-ㅋ
Dark_Rei
06/04/25 11:54
수정 아이콘
아...이제 정리 들어가시는 겁니까? 그럼 저도 처음부터 다시 읽어볼 때가 되었군요....댁알이가 날이 갈수록 나빠져서...쿨럭..ㅡ"ㅡ
06/04/25 14:40
수정 아이콘
왠지 이것이 반전의 끝이 아닐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건
유니폴라님을 믿기 때문인가요? -_-; 재밌게 읽고 갑니다~
06/05/06 11:39
수정 아이콘
예상해보자면 절대로 선수들은 범인이 아니다 라고 생각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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