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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6/03/11 23:20:56
Name Timeless
Subject 호스피스, 평안한 미소가 함께하는 죽음
호스피스(hospice)라는 것이 있습니다.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완화시켜주는 행위를 뜻하는데 개인적으로 휴머니즘의 결정체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보셨겠지요.

말기 암환자의 가족에게

'앞으로 6개월 정도입니다'

'이번 주말을 넘기기 힘드시겠습니다'

라고 의사가 선고하는 장면 말입니다.


제가 많이 본 것은 아닙니다만 실제로 위와 같은 선고가 있을 때,

그 엄숙한 분위기는 저에게 있어서도 정말 숨막히고, 이미 분위기에서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아는 가족들 역시 숨소리 조차 제대로 내지 못합니다. 때로는 그 자리를 이겨내지 못하여 눈물을 훔치며 피하는 가족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병원에서 더 이상 해줄 것이 없다며 퇴원 이나 다른 병원, 요양소 같은 시설로 가기를 권유합니다.


하지만 위에 제가 언급드렸던 호스피스가 관여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 부터입니다.


제대로 호스피스를 받는 말기 암환자들과 그 가족들은 놀라울 정도로 평온합니다.
(물론 예외도 많이 있습니다. 어린 자식을 차마 보내지 못해하는 부모님들이나, 배우자를 떠나 보내야 하는 경우는 끝까지 치료적 의학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제대로 된 호스피스란 '팀 접근'으로 환자를 보살피는 것을 말합니다.

의료진은 환자의 육체적 고통을 덜어내어 주는 '통증 완화' 및 '여생의 질을 높이기 위한 수단 제공' (절대로 환자의 여생을 늘리거나 단축 시키려는 목적의 시술은 하지 않습니다. DNR(do not resuscitation, 심폐소생술 거부) 서명을 받는 것도 그런 의미입니다)을, 종교 관계자는 정신적 고통을 덜어내어 주는 안식 기도 등을, 자원봉사자는 가족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환자 수발이라던가 환자의 말 벗 되어주기 등을 제공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호스피스란 개념은 아직 낯설고 의사들 중에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스피스에서 의사는 진통제(강력한 마약성이라고 할지라도) 사용에 있어 결코 주저 하지 않습니다. 정신적 평온함이 있어도, 육체가 평온하지 못하면 진정한 평온함은 아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경험해보셨겠지만 아플 때는 다 짜증나고, 일도 하기 싫고 그러지 않습니까?




제가 얼마전에 만난 호스피스를 받는 할머니와의 대화를 잠깐 언급해보겠습니다.



Timeless: "할머니, 웃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으세요"

할머니: "아유, 안 아프니까 좋아"

Timeless: "어라? 할머니 염색도 하셨네요"

할머니: "한 지 좀 되서 또 해야되는데 이제는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서 못하겠어. 하하.
그러고보니 선상님도 염색하셨구만"

Timeless: "네. 어때요? 잘 어울려요?"

할머니: "아유, 남자는 안하는 게 더 멋있어."

Timeless: "할머니 너무하세요ㅠㅠ"



40분 정도 이야기 해 보았는데 전혀 앞으로 1개월 선고 받은 환자 분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자신의 상태를 아시기 때문에 우울해하시기도 또 안타까워 하시기도 했지만 저에게 이것 저것 충고도 해주시고, 병실 분위기를 밝게 하는 농담도 하실 정도였습니다.


이제 그 병실을 떠나면 제 평생 다시는 그 할머니를 뵐 수는 없을 것을 알기에 나오면서도 뒤를 돌아보길 몇 차례 했는데 할머니는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어주셨습니다.



[호스피스란 것 정말 대단한 것 같지 않나요?]



호스피스를 하는 의사들은 "이런 말 하면 죄송스럽긴 하지만, 할머니 할아버지 너무 귀여우시다. 가서 이야기 잘 해봐" 라고 말씀하십니다. 실제로도 회진하면서 환자분들의 불평, 불만부터 해서 사소한 응석(?)까지도 다 웃으며 들어줍니다.


의사들 뿐만 아니라 간호사, 자원봉사자, 종교 관련자들도 다 마찬가지로 환자를 대합니다. 그 웃음과 손길들은 곧 죽음이 다가 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하는 단순히 동정 어린 행위도, 가식적인 행위도 절대 아닌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처음에는 동정하는 마음 뿐이었지만 병실을 나오면서 받은 느낌은 그냥 보통의 할머니와 손주 뻘의 아이의 더 나아가서는 그냥 인간 대 인간의 40분간의 만남이었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잘 정립되어 있지는 않습니다만 알아는 두셨으면 합니다.


장래에 우리 부모님도, 우리도 또 주위 아는 분들도 모두 평온하게 눈을 감을 권리가 있고, 그 방법인 '호스피스'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호스피스를 하는 의사도, 간호사도, 자원봉사자도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할머니 정말 만나뵙게 되서 반가웠습니다ㅠㅠ 계속 평온하시길!
* 천마도사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3-1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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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돌돌이
06/03/11 23:34
수정 아이콘
호스피스 운동, 원래 천주교에서 비롯되었지만 이제는 탈종교적, 범종교적 운동이 되었죠

개인적으로 적극적 안락사보다 호스피스 운동을 권면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정말 어려운 운동입니다, 우리는 내일 죽을 수도 있지만 그것을 모르기에 지금 웃을 있는 것인데, 시한부인생 환자분들은 우리는 언제 죽는다 하는 것에 절망하는 것이지요

모쪼록 한국에서도 호스피스 운동이 대세가 되기를 바랄뿐입니다

인위적으로 생명을 단축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남은 여생, 웃으면서 존엄하게 생을 마칠 수 있는 준비를 하도록 하는 것이 좀 더 나을 것 같습니다(무슨 차이냐 하실 수 있겠지만요...^^;;;)

호스피스 운동의 주체와 객체분들 모두에게 평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Timeless
06/03/11 23:43
수정 아이콘
종교나 자원봉사자들의 관심보다 필요한 것은 의료진의 관심입니다.

나야돌돌이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시작이 비의료계에서 또 해외에서 된 것이라 의사들 중에 호스피스의 개념이나 원칙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너무 적습니다.

저희같은 경우도 호스피스 6년간 딱 1시간 강의가 있었으니 이대로 졸업해서 의사가 된다면 결국 기억 속의 저편이 되었을 수 밖에 없었을 텐데 저는 다행히 좋은 기회를 잡았습니다(물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예 그런 수업 조차 없었지요).

지금은 계속적인 홍보 밖에 방법이 없겠네요^^;;

(왜냐하면.. 일단 돈이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홍보 이외에는 특별한 방법이..)
나야돌돌이
06/03/11 23:47
수정 아이콘
Timeless님...^^

그래도 천주교에서 관심을 갖고 하는 운동이니 비의료계에서 시작되었다 해도 다른 부분들보다는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저는 반갑습니다, 개인적으로 호스피스 운동을 지지하는 편인데 피지알에서 이런 글을 만나게 됨에 대해서 정말 기쁘고 반가운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Timeless님, 의대세요?
맞다면 노벨 의학상 및 평화상 수상자가 되시길 빌겠습니다...^^;;;;;
Timeless
06/03/11 23:49
수정 아이콘
어쩌다 보니 이제 졸업반이 되었지만 저에게 그런 과분한 짐을 지어주시다니..ㅠㅠ

저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은 열심히 키우고 있긴 하지만^^;;
나야돌돌이
06/03/11 23:52
수정 아이콘
이히히, 그러하시군요
과분한 짐이라 생각마시고 분발해주세요

설사 못받아도 어쩌겠습니까, Timeless님같으신 의료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모쪼록 실무 의료진으로 활동하시면서도 그런 마음 잃지 마시길 바랄 뿐입니다

물론 노벨 의학상 및 평화상 받으시길 바란다는 제 소망은 변함없습니다...^^;;;;;;;
김평수
06/03/12 11:42
수정 아이콘
작년에 호스피스에 봉사활동여러번 간적있었는데..
저번주에 계시던분이 이번주돼니 안계시고 그러더라구요..
슬펐어요 그때마다 ㅠ_ㅠ
전복사세요
06/03/12 12:02
수정 아이콘
호스피스, 매우 좋은 움직임이죠.
허나 제가 경험했던 호스피스 병원의 행태를 보면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치가 털립니다.
아직도 그 호스피스 병원 근처만 가도 두드러기가 날 정도입니다.
종교의 이름과 호스피스란 허울좋은 이름으로 포장된 그 공간...
무책임한 의사들이 행태와 간호사들..
가끔 오시는 자원봉사자들만이 그 의미를 실천하시는듯 했습니다.
물론 모든 호스피스 병원,의사,간호사들이 그런한 것은 아니지만
거기에 있던 동안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모든 의사와 간호사에
악의를 품기에 충분햇습니다.
여유로운 근무 환경으로만 인식하시던 그 의사와 간호사들 제발 그들이
개과천선하시기를 바랍니다.
Timeless
06/03/12 12:16
수정 아이콘
10년 전에는 지금보다도 더 열악했겠네요..

그런 안 좋은 경험을 하셨다니 안타깝네요.

그냥 일반적인 이야기인데 병원에서도 불합리한 점이 있으면 냉정을 찾고 컴플레인 하시길 바랍니다.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의료진, 환자측 모두 안 좋은 영향만 가져와요.

남에게 이야기할 때는 자기 주장, 자기 유리한 쪽으로만 이야기하는 것 아시죠?

환자측도 나가면 병원 욕하기 바쁘고, 의료진도 안에서 그 환자측 욕하기만 바쁩니다. 자기 잘못 인정하는 것이 정말 힘든 일 중에 하나죠.
아레스
06/03/12 18:07
수정 아이콘
호스피스.. 아직은 익숙하지않은 단어라그런지..
호스티스와 착각하시는 분들이 없길바랍니다..
비밀편지-kity
06/03/12 21:52
수정 아이콘
저희 어머님도 암투병을 하셨는데... 호스피스 병동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셨습니다. 돈이 많이 들긴 했지만... 어머님께서 정말 평온하게 가셨죠. 끝까지 '치료'를 하다가 고통스럽게 가시는 것보다 훨씬 환자분을 위해서 좋습니다. (어머니 생각하니 눈에 폭포수가 또 뜰려고 하는군요T.T)
물빛노을
06/03/12 22:01
수정 아이콘
어랏, 호스피스가 천주교에서 시작한 운동이었습니까? 제가 알기론 그동안 의학계, 종교계 모두 결사반대였다가(생명의 존엄성...) 얼마 전에야 긍정적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긍정적으로 돌아선 후에 천주교가 우리나라에서 주도하기 시작한 건가;
저도 호스피스 운동에 찬성합니다.
highheat
06/03/12 23:28
수정 아이콘
물빛노을//
1995년 로마 교황은 안락사를, “모든 고통을 없애려는 목적으로 그 자체로써 그리고 고의적으로 죽음을 가져오는 행위나 부작위”로 정의하고, 이를 하느님의 율법에 대한 중대한 위반으로 규정한 바 있다.
- 주로 종교계에서 반대한 것은 안락사였습니다. 오히려 물빛노을님께서 말씀하신 생명의 존엄성을 위해 호스피스가 대안으로 제시되었죠.

밑의내용은 백과사전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호스피스는 1815년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채리티수녀원의 수녀들이 거리에서 죽어 가는 가난한 환자들을 수녀원으로 데려다가, 임종준비를 시킨 데서 유래한다. 그 뒤 1967년 영국 런던 교외에 세운 성(聖)크리스토퍼 호스피스가 시초가 되어, 세계적으로 보급되었는데, 현재 영국에서는 약 200개, 미국에 약 1,200개가 넘는 호스피스가 있다. 한국에서는 강릉의 갈바니병원에서 1978년 6월에 호스피스 활동을 시작한 것이 최초이다. 1982년 4월 서울의 강남성모병원을 중심으로 본격화되어, 대부분의 가톨릭계 병원에서 실시하고 있다.
물빛노을
06/03/12 23:43
수정 아이콘
호오 그렇군요. 친절한 답변 감사드립니다^^
Timeless
06/03/13 01:15
수정 아이콘
많은 분들이 호스피스에 대해서 아셨으면 하고, 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나루호도 류이
06/03/14 20:17
수정 아이콘
음.. 이게 '돈이 안되는 일' 이 아닌 '돈이 되는 일' 이 된다면 급격한 발전이 일어날텐데 말이죠. 대다수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문제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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