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
2001/12/31 21:13:01 |
Name |
wook98 |
Subject |
[펌]임요환을 내버려두자.. |
오랜만에 요환동(까페)에 놀러갔다가
그냥................................................................................................
요즘 임요환 선수가 많이 지쳐보입니다.
스카이배 결승때 모습도 그랬고...
itv주진철 선수와의 경기 땐 정말 생전 첨보는 우울하고 심각하며 힘든 표정이더군요.
제가 프로게이머 '임요환'을 알게된건 겜큐 스타리그에서였습니다.
강도경과 변성철등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선수들을 마법의 드랍쉽으로 제압하는 모습을 보며 '테란도 저렇게 적극적이고 전략적일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온겜넷 엽기대전에서의 그야말로 엽기스런 모습...
겜큐 스타리그에서 맵의 버그를 이용하여 펼쳤던 엽기 플레이...
플토전에서의 불꽃테란...
고스트 락다운이나 메딕의 옵티컬플레어등...
그의 플레이에선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이 속출했고...우린 열광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그의 팬이 된건 그가 절대강자여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린...아니 적어도 저는 플레이에 자신만의 철학이 담겨있는 듯한...선수 임요환을 존경했습니다.
그러나 주위에선 그를 내버려두지 않았고,환경에 의해 그는 조금씩 변해가는거 같습니다.
스카이배를 돌아보면....
임요환 선수가 변한 모습을 눈치 챌 수 있을듯합니다.
물론 맵 자체가 전략적인 여지가 적은 맵들이지만...
임요환 선수는 이번 대회때 다분히 안정적인 플레이만을 고집했습니다.
팬들이 그를 황제로 만들었고...
그는 지는데 엄청난 부담을 느끼고 있진 않을런지...
10만명이 가까운 회원들...그 다양한 성격의 팬들의 말 하나하나가 평범한 22세 청년 임요환에게 엄청난 부담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커트 코베인,짐 모리슨,서태지 그리고 임요환....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모두 천재들이다.
둘...엄청난 인기의 소유자들이다.
셋...젊다...아니 어리다.
커트는 부담스러움에 자살을 택했고
주위의 기대는 짐을 알콜 중독에...그리고 죽음에 이르게했고
서태지는 매너리즘에 은퇴를 결심했습니다.
임요환이 그들과 비슷한점이 많아서 참 걱정입니다.
저는 임요환 선수와 나이가 같습니다.
80년생...
생일도 비슷합니다- -
(요환님은 9월 4일...저는 9월 5일)
전 제 나이 또래의 아주 전형적인 모습을 한 사람이죠.
자기 주장 강하고...자기 하고싶은대로 살며...남이 자길 욕하면 같이 시원하게 욕해주고...여자 친구도 사귀고...잠자고 싶은 날은 맘껏 자고...
임요환 선수의 삶은 화려하고....
전 평범합니다.
허나 저는 임요환 선수의 삶을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안나양과의 스캔들은 부러웠습니다- -)
지금 그가 서 있는 위치가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위치에서 물러났을 때의 허무함이 주는 아픔이...
너무 클것이라는 생각때문입니다.
임빠들...안티들을 포함한 요환동 회원 모두들.
임요환 선수 그대로의 모습을 지켜보는건 어떨까요.
그의 승패를 논하지 말고...
그가 보여준 경기의 재미...
그가 경기를 하며 느꼈을 재미에 대해 얘기해보는게 어떨지요.
임요환은 우리에겐 황제지만.
그 스스로에겐 스타를 좋아하는 평범한 22살 청년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그는 너무 지쳐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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