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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2/04/29 14:23:39
Name 아빠는외계인
Subject 인간 세상은 어떻게해서 지금의 모습이 됐을까 - 3권의 책을 감상하며 (수정됨)
인간은 배를 굶지 않기 위해 항상 먹을 게 필요하고, 자기 걸 뺏길 때 쉽게 흥분하는 걸 보면 동물적인 특성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것 같은데도

어떻게 국가라는 조직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은 거기에 잘 따르고 있는걸까


우리는 어떻게 해서 서양식의 의복을 입고 서양에서 만들어진 날짜 체계를 사용하게 되었을까


역사에 이름을 남긴 위인들은 그만큼 압도적인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그런 성취를 할 수 있었던 게 아니라

사회가 그걸 받아줄 수 있을 환경이었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최근에 인간 세상의 모습에 관한 이런 의문들이 자꾸 떠오릅니다

제가 오랜 배움의 길을 끝내고 이제 사회에 나가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요

불안을 달래기 위해 무의식중에 우리 세계를 머리로라도 이해하려하는 시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의도가 어쨌든 알고 싶었던 걸 배워나가는 재미는 허구가 아니죠

그래서 이 질문을 해결해줄 책들을 찾아보고 있었습니다



근본적인 대답을 내기 위해서는 한 분야의 깊은 지식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할 것 같았는데

세상이 참 넓고 대단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인지, 그리고 그동안 쌓여져온 여러 학문적 성취의 덕분인지

그렇게 어려운 일을 해내려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세계의 석학이 넓은 범위의 지식을 모아 집약시킨 이러한 책들을

지구 반대편에서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읽을 수 있는 세상의 기술발전에 감사하며 제가 읽은 3권의 책들의 감상을 써봅니다



1. 총, 균, 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저)


3가지 중 가장 먼저 나왔고 가장 유명한 책이 아닐까 싶네요



글 첫머리의 질문에 썼던대로 저는 인간 개인의 선택이나 능력을 과대평가함으로써 본질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서

자연스럽게 인간보다는 환경, 지리의 영향으로 세상을 설명하는 이 책이 끌렸던 것 같습니다



가장 먼저 놀랐던 것은, 우리가 매일 먹고 신세지는 작물과 가축들이 야생에 있던 걸 그대로 가져온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기들에게 쓸모있는 돌연변이들을 더 선택해 키워오면서 오랜 기간 개량되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생활과 정말 밀접한 것들인데도 그 본질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니 그동안 독서를 멀리한 것에 부끄러워지기까지했고

이 정도의 내용은 교과서에 들어갈만 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예전에 귀여운 외모를 가진 강아지가 잘 팔리기 때문에 강아지 자신의 몸은 오히려 덜 건강해지는 방향으로 품종 개량이 일어나고 있다는 비판글을 보고 인간이 참 잔학하다고 느낀 적이 있었는데

이러한 일이 인류 문명이 시작되기 전부터 있었고, 게다가 인류의 생존을 가능하게 해준 방법이었다는 거에 놀랐습니다

(물론 두 상황에는 저 하나의 공통점 말고도 여러가지 차이도 있을 테니, 강아지의 품종 개량을 옹호하는 것으로 섣불리 결론내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책에서는 작물화/가축화가 쉬운 동식물이 따로 있었기 때문에

그런 생물들이 많이 분포한 지역인 서남아시아, 중국 황허강 유역 등에서 문명이 먼저 발전했고

동서로 긴 유라시아 대륙의 특성상 그 방향으로는 기후대가 비슷하기 때문에 문명과 기술의 확산 또한 빨랐다고 이야기해줍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그러한 동식물이 부족해서 문명이 수천년 늦게 형성되었고

남북으로 길게 생긴 대륙의 모양 때문에 확산하는 것 또한 늦을 수밖에 없었다고도 하고요



유럽인들이 아메리카를 발견하고 정복하는 도중에 학살도 이루어지긴 했지만

유럽에서 건너온 전염병이 원주민의 인구를 줄이는데 훨씬 큰 영향을 줬다는 사실도 놀라웠습니다



왜 반대로 원주민의 전염병은 유럽인들을 많이 죽이지 않았냐면

이것 또한 다양한 가축 때문에 유럽인들은 인수공통 감염병을 일으키는 균과 그에 대한 면역이 다양했던 것에 비해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가축의 종류가 적었기 때문에 유럽인에게 퍼뜨릴 감염병균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책에서는 이러한 주장의 근거를 설명하기 위한 학술적인 부분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내용이 다소 많긴 하지만

근거를 쌓아가는 과정의 흐름이 재밌었기 때문에 크게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 생활에 항상 있어왔던 작물과 가축에 대한 기본적, 또한 본질적인 생물학 지식들

이걸 재밌게 습득하게 됐다는 것이 이 책의 큰 특징이자 장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리 하나만으로 대부분을 설명하려다 보니 동양에서 서양으로 주도권이 넘어가는 과정을 완전하게 해석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중국은 지리적인 요건 덕에 통일되기 쉬운 국가였기 때문에 해양으로 뻗어나가려 하지 않은 한번의 잘못된 결정이 신대륙 발견의 가능성을 완전히 지워버렸고

유럽은 반대로 통일되기 어려웠기 때문에 신대륙을 발견하려 (인도를 찾으러 간거지만) 시도하는 국가가 하나라도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것이죠



재레드 다이아몬드 자신도 이 설명이 완전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얘기하고, 저도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언젠가 이 부족한 구멍을 채워줄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죠



그러다가 PGR에서 하나의 책 추천 글을 읽게 되었고, 그 구멍은 꽉꽉 채워지게 되었습니다



2.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이언 모리스 저)


서양이 대단한가, 동양이 대단한가.. 이런 질문은 얼핏 보면 유치한 어린애 싸움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있는 세계에서, 힘이 센 국가들에게만 주목하는 것이 자칫하면 편협한 시각에 갖힐 것이라는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주도권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주변부 국가들은 핵심부 국가들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고

문명을 다음 단계로 이끌어가는 큰 사건들은 어떻게든 후자와 관련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완전무결한 진리를 찾는게 아니라, 이제 막 배워나가는 저의 입장에서는

먼저 핵심부 국가들의 모습을 이해해야 뼈대를 잡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이 책 제목에서 제시하는, 서양이 왜 지배하냐는 질문은 얼핏 보면 지엽적인 내용일 것 같지만

인간 사회의 발전을 주도한 핵심부 국가들을 비교하면서 그 모습을 자세히 다루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도 역사의 흐름에 대한 큰 그림을 가장 잘 잡아줄 수 있는 포괄적인 질문일 것입니다



이에 대한 저자 이언 모리스의 접근법은 놀라웠는데요

서양이 앞서기 시작한 1800년대 근처만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 전체로 그 범위를 넓힌 다음

모든 기간 동안 서양과 동양의 사회발전지수를 추산해 그래프를 그려놓고

반복되는 규칙들, 또한 변화하는 부분들을 분석하여 왜 그렇게 흘러가게 되었는지를 하나하나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방법을 택한 것이 서양의 지배를 더 잘 해명해줌은 물론

마침 역사 전체의 흐름을 알고 싶었던 저에게 아주 감사한 일이었죠



더 들어가기 전에, 먼저 이언 모리스가 사용한 서양과 동양의 정의를 살펴봐야겠습니다

서양 사회는 서남아시아와 이집트 -> 로마 -> 비잔틴 -> 오스만제국 -> 북서유럽 -> 미국으로 핵심부가 옮겨졌을 뿐이지 이들이 결국 최초의 서남아시아 사회로부터 유래했기 때문에 이 범위를 모두 포함했고

동양은 황허강 중앙평원에서 유래한 사회들을 모두 포함하였습니다

대신 사회발전지수는 항상 핵심부를 기준으로 계산했기 때문에 경계가 애매한 국가들이 문제가 되진 않았습니다

핵심부의 이동에 대해서는 핵심부에서 발전한 기술/제도 등을 후진적인 주변에 적응,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간혹 핵심부보다 더한 발전이 일어나는 "후진성의 이점"이라는 기전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200여년간 엄청난 속도로 기술 발전이 이루어진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눈에는 놀랍게도

사회발전이 항상 증가하는 것만은 아니라, 심지어 붕괴하는 시대들이 여러차례 있었습니다

서양인들이 로마에 대해 가졌던 동경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산업혁명이 이루어지기 직전까지는 로마만큼의 사회발전지수를 이룩했던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사회발전은 높아질수록 반대로 더 많은 자원의 필요성 등 사회발전을 저해하는 힘 또한 생기게 됩니다

이를 이언 모리스는 "사회발전의 역설"이라고 이름붙였고

이로 인해 좀처럼 사회발전이 높아지지 않는 특정 점수 지점을 "단단한 천장"이라고 불렀습니다

천장에 도달하면 이를 넘기 위한 시대의 요구가 생겨나, 이에 부응해 인간들은 필사적인 시도를 하게 되는데

이것이 실패하면 사회발전이 오랜 기간 하락하는 붕괴를 겪고

혁명적 발명을 통해 성공하면 더욱 사회발전이 높아지는 것이죠



첫 번째 단단한 천장인 24점 부근은 기원전 3천년경부터 동양과 서양이 몇차례 도달했다가 붕괴했고

로마나 한나라같은 거대한 중앙집권적 제국 시스템이 만들어짐으로써 돌파되었습니다



그러나 곧 서기 1세기 부근에 두 번째 단단한 천장, 43점 부근에서 로마는 붕괴했고

1100년의 송나라도 이 점수에 도달했으나 더 위를 뚫지 못하고 붕괴했습니다



다시 그 천장에 동서양이 같이 도달한 1700년대 말에는, 산업혁명이 서양에서 일어나며 돌파가 가능했습니다

산업혁명의 결과는 너무나 드라마틱해서 2000년에 서양의 사회발전지수는 무려 900점이 넘기까지 합니다



[발전 -> 천장에 도달 -> 돌파 시도 -> 붕괴 or 더욱 발전]이라는 이 보편적 패턴은 동양과 서양에서 모두 적용되고 있으나

지리에 의해 서양과 동양에서는 사회발전이 흐름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인류 역사 초기에 작물화/가축화할 동식물이 더 많았던 서양은 동양보다 약 2천년 정도 앞선 발전을 보여줬고

지중해라는 넓은 네트워크가 이를 가속화하기도 했지만

반대로 붕괴 또한 지중해를 통해 더욱 광범위하고 빠르게 퍼졌기 때문에

서양의 우위는 기원전 1000년 서양의 대붕괴를 기점으로 점차 좁혀지게 됩니다



여전히 서양이 앞서있었기 때문에 43점 천장은 한나라보다 로마가 먼저 도달했지만

유목민족에 의한 동서 교역로 네트워크가 형성되었었기 때문에

서기 1세기 서양의 붕괴는 동양의 사회발전지수도 하락시키게 됩니다



이후에는 지리의 차이가 다른 방향으로 작용하여

부유한 비잔틴 제국이 힘만큼은 센 게르만 변경 지대 등을 장악하지 못해 붕괴가 오래 간 서양에 비해

반대로 동양에선 새로운 벼농사를 개척해 부유해진 양쯔강 유역을 북부의 힘이 센 국가가 통일시켰고

추가로 황허강과 양쯔강을 잇는 대운하까지 만들면서 서기 500년대부터는 서양의 사회발전지수를 앞지르게 됩니다



그러다가 1100년대에 송나라가 43점 천장을 치고 붕괴하지만, 여전히 동양이 앞서있는 상태였죠

동서 교역로가 건재했기 때문에 동양만큼은 아니지만 서양도 같이 붕괴에 휩쓸렸기 때문입니다



이후 사회발전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지리의 장난이 한번 더 작용합니다

동방무역에 소외됐던 북서유럽 지역의 국가들이 새로운 항로를 찾기 위해 사방으로 뻗어나가다가 신대륙 발견이라는 후진성의 이점을 얻게 된 것입니다

한세기 전에 중국은 훨씬 더 대단한 함대를 가지고 있었지만, 신대륙과의 거리는 북서유럽에 비해 더 멀었고

인도양의 부를 찾아 항해하거나, 위협적이었던 유목민족에게 대처하는 중요한 문제에 비해

굳이 망망대해인 태평양을 건너야할 시대의 필요가 부족했기 때문에 신대륙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 지점에서 이언 모리스는 총, 균, 쇠에서 속시원하게 풀지 못했던 의문을 해결해줬습니다

결국 지리의 차이가 결정적이기는 했지만 사회발전, 후진성의 이점에 따라 지리의 의미 또한 같이 바뀌어가며

여기에 사회발전의 역설로부터 돌파를 시도하는 반복적 패턴까지 더해 보다 완전한 설명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명나라가 해양 무역을 축소시키기로 결정했을 때의 황제의 나이는 고작 6살이었고

이는 황제의 변덕이 아니라 자문관들의 의견을 통해서 이뤄진 결정이었을 것이며

시대의 상황이 변하지 않는 한, 황제나 고위 관료들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을지라도 결과는 비슷했을 것입니다

명나라에서 신대륙을 발견할 가능성은 낮았고, 누군가가 발견했더라도 탐험과 개척을 지속적으로 후원해줄 가능성은 더 낮았을 것이며

해양 무역에 관심을 거둘 가능성은 항상 높아왔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이렇게 역사의 분기를 한 개인의 힘으로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으려는 입장에 저는 크게 공감했습니다

이언 모리스는 심지어 문화나 사상도 마찬가지로 독자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지리를 제거하면 서양과 동양의 사회가 거쳐온 길에는 사상적으로도 비슷한 점이 많았습니다



둘다 24점의 천장을 돌파하기 위해 왕은 더이상 신성함에만 의존하지 않고 금전적인 비용을 들여 중앙집권적인 국가를 만들었고

이로 인해 개인적 초월에 중점을 두는 사상들이 발전했습니다

(서양: 그리스철학, 구약성서 / 동양: 유교, 도교)



로마 제국과 한나라가 해체되는 붕괴의 시기에는 만인에 대한 구제를 앞세운 기독교와 대승불교가 퍼집니다

서양의 사회발전이 회복되는 1400년경에는 최근의 암울했던 시대보다는 찬란한 옛 시대에서 지혜를 찾는 르네상스가 태동하는데

놀랍게도 이는 사회발전이 더 빨리 회복됐던 1000년경의 동양에서 이미 유행했던 접근법이었습니다



이후 삼각무역으로 대표되는 대서양 경제가 창출되어 새로 생기는 수많은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서양에서는 기계적이고 과학적인 현실 모델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고

동양에서는 그러한 도전이 없었기 때문에 과학 혁명으로 미처 이행하지 못했던 거죠

오늘날 미개하다고 여겨지는 이슬람 문화권은 천년 전에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을 가장 많이 배출하고 있었습니다

"문화와 자유의지는 변화하는 시대에 대한 인간의 대응을 약간 가속화하거나 약간 늦출 뿐이고, 결코 생물학과 사회학, 지리로 결정되는 요소를 오랫동안 능가하지 못한다"는 것이 중요한 결론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매료되었던 요소 중 하나는 대담한 논리 전개 과정이었습니다

천상 이과생으로 살아온 저에게, 인문학 분야의 글 중에 많은 경우는

같은 사실을 저마다의 관점으로 정리할 뿐인것처럼 느껴져서 그 관점에 흥미를 가져야만 의미가 있고, 아니면 그만인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러나 이언 모리스는 책의 주제를 서양의 지배를 해명하는 것으로 확고히 정해놓고

이를 위해서는 수치화된 사회발전지수라는 개념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주장합니다

세상의 다양성을 설명하지는 못하겠지만, 그것까지 고려해버리면 주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죠



사회발전지수를 개발하는 과정 또한 명쾌합니다

가능한 모든 요소를 다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니 대표성을 띄는 요소들을 추려야되는데

이언 모리스가 최종적으로 고른 요소 이외의 것을 추가하거나, 다른 요소로 바꾼다고 해도 계산의 난이도만 높아질 뿐 결과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통해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합니다

특정 범위의 오차를 가정하여 그린 가상의 그래프가 실제 사회상과 너무나 동떨어져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계산의 오차범위가 아무리 커도 10% 이내라는 것을 주장하고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비판할만한 구석들이 없진 않을 것 같지만

읽으면서 빠져들 수밖에 없게 만들어놓은 논리의 흐름이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이것과 더불어 앞서 언급한대로 인류 역사 전체의 흐름을 다룬다는 것

(이 글에 쓰지 않았지만 농경의 확산, 국가의 형성, 핵심부가 이동하는 과정 등도 설명해줍니다)

개인의 선택이나 문화에 그치지 않고 그걸 만든 근본적인 시대의 요구를 다뤘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한다면



아쉬운 번역상태를 단점으로 꼽고 싶습니다

묘하게 영어식 문장구조를 직역한 티가 나서, 눈에 쏙쏙 들어오는게 아니라 한두번 머리속에서 정렬을 더 해야 이해가 되는 문장이 많더라고요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하기 이전의 역사를 설명하는 부분은 다소 지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양과 동양의 인종이 다르지 않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한 파트인데

그 결론을 보고 나니 이전까지의 묘사 과정이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언 모리스는 반복되는 사회발전지수 패턴으로 근미래의 모습을 추측하면서 충격적인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지금의 사회발전은 슬슬 다음 단계의 단단한 천장에 도달해가는게 아닐까요?

이전 단계의 단단한 천장들은 꼭 여러번의 붕괴를 거치며 기술이 축적된 다음에야 돌파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 맞닥뜨릴 천장은 어느 시대보다도 높은 기술 발전 덕에 별 무리없이 지나갈 수 있을지

아니면 그만큼 더 커지는 사회발전의 역설 때문에 이전처럼 붕괴가 일어날지..

전세계가 글로벌 네트워크에 엮여있는 지금 붕괴가 일어난다면 그 규모는 매우 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 시대의 사회발전의 역설로 보이는 기후변화, 핵전쟁의 위험 등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무엇보다도 역사를 바라보게 되는 큰 틀을 잡았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제 어느 나라의 어느 역사를 보더라도 사회발전의 흐름, 핵심부와의 관계, 시대의 필요를 생각하면서 보게 되겠네요

이제 다음 단계로는 세부적인 그림을 채워주는 책이 찾고 싶어졌습니다





3. 지리, 기술, 제도 (제프리 삭스 저)


원제는 The Ages of Globalization으로, 역사를 특정 요소들의 세계화로 바라보는 책인데

그 중심에 지리, 기술, 제도가 있다고 해서 한국에는 마치 총, 균, 쇠와 같은 느낌으로 제목을 이렇게 번역했네요



이동진 평론가님의 책 언박싱 영상을 통해 알게 되어 구매한 책입니다

지리는 이미 많이 봤고, 기술이나 제도에 대해서 좀더 자세한 설명이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면서 봤지만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책과 비슷하게 세계사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면서 그 흐름에 관여했던 중요 요소들을 설명해나가지만

기대보다 더 깊고 세부적인 내용까지는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부분 부분들을 챙기자는 생각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특히 명나라가 해양 무역을 축소시킨 것을 그저 어리석은 결정이라고만 언급하고

반면 포르투갈의 엔히크 왕자의 탐험 정신은 미래를 내다본 혜안이라고 칭찬하는 것에서 그쳤을 때 이 책에 대한 기대를 많이 낮추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대신에 청동기 시대가 금속보다는 말의 중요성이 더 컸다고 해석하는 부분

최근에 나온 책이기 때문에 디지털 시대에 대한 내용이 더 많이 들어간 점

가난의 종식 등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점은 인상적이었습니다





4. 앞으로는..


핵심부 국가들 말고 주변부 국가들의 세부 사항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졌기 때문에

이번에도 이동진 평론가님의 책 언박싱 영상에서 봤던 지리의 힘 1, 2권을 읽어볼 예정입니다

목차를 보니 한국도 하나의 파트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드네요



그러나 그 전에 지구의 정복자라는 책을 먼저 읽고 싶어졌습니다

신기하게도 제가 가장 심드렁하게 읽었던 지리, 기술, 제도에서 소개해주는 책이었습니다



저자인 에드워드 윌슨이 "우리 인간은 석기시대의 정서, 중세의 제도, 신과 같은 기술을 가지고서 21세기에 들어섰다" 라는 언급을 했다는데 이 문장이 너무 마음에 꽂혀버렸거든요



늦게 시작한 독서이지만, 계속 재밌게 즐겨보려 합니다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3-12-1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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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29 14:36
수정 아이콘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도 좋아요
아빠는외계인
22/04/29 14:38
수정 아이콘
이것도 장바구니에 넣어놔야겠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22/04/29 14:48
수정 아이콘
몽골 기병이 휩쓸고 지나간 땅은 문명의 불모지가 됩니다. 예외는 없습니다.

러-우 전쟁만 보아도 알 조이지요. 서유럽인들은 대체 왜 저런 전쟁을 벌이는지 이해 못 할 겁니다.
아빠는외계인
22/04/29 15:18
수정 아이콘
이 전에는 우리가 농경민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에 유목민 문화를 하등하게 바라보는 편견이 있었다는 의견에 더 마음이 가고 있었는데 이 책들을 보고 나니까 사회발전의 측면에서는 몽골 지배기에 후퇴한 부분이 더 많은것 같긴 하더라고요
22/04/29 15:00
수정 아이콘
이런 책 읽으면 갑자기 시드 마이어 문명이 하고싶어지더라구요. 크크 추천해주신 책 언젠가 꼭 사서 읽어보겠습니다.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는외계인
22/04/29 15:21
수정 아이콘
아 그럴수 있겠네요 크크 이런 게임 만드려면 지식도 많이 필요할것 같아요
22/04/29 15:01
수정 아이콘
후기에 대한 글 잘 쓰시네요 와.. 감사합니다. 총균쇠라는 책읽었을때가 새록새록하네요
언급된 나머지 두책도 읽어봐야겠습니다.
아빠는외계인
22/04/29 15:19
수정 아이콘
그런데 왜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네요 한문단 쓸때마다 뭔가 느낌이 아닌것 같고 다시 읽을때마다 고치고싶은건 계속 생기고.. 글 빨리 쓰는 사람이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네요 크크
율리우스 카이사르
22/04/29 15:20
수정 아이콘
전염병의 역사 라는 책도 크게 유명한 책은 아니지만 감명 깊었어요. 사실 인간의 역사는 벌어지고 난 다음에 갖다붙인 것일 뿐 우리 큰 틀을 결정하는건 전염병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명한 책들 중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 도 읽을만 합니다.
아빠는외계인
22/05/01 17:23
수정 아이콘
추천 감사합니다 한번 살펴볼게요^^
제랄드
22/04/29 15:48
수정 아이콘
총, 균, 쇠가 워낙 유명한 저서다보니 교보문고 갔을 때, 책을 찾아서 읽어보... 려던 순간 두께와 활자 크기에 지레 겁먹고 포기했습니다. 반면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는, 역시나 읽기 어려워 완독은 못했으나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제법 있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총, 균, 쇠를 탐독하실 만큼의 능력이 부럽네요. 안 될 거야 난... 너무 텍스트가 많고 어려워...
아빠는외계인
22/05/01 17:24
수정 아이콘
마침 그때 책읽는거 말고는 할게 없는 상황이었던 덕도 있었던것 같네요 총균쇠는 말하고자하는 맥락을 눈치채고나면 세부사항 늘어놓는 부분은 슥슥 넘기면서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22/05/01 13:07
수정 아이콘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사놓고서 초반부 읽다가 도저희 못 읽겠어서 그만 두었는데
덕분에 무슨 내용인지 알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아빠는외계인
22/05/01 17:25
수정 아이콘
하필 초반부가 좀 지루해서.. 사회발전지수 설명하는 파트나 그 직후파트부터 보셔도 될것같아요 지루해보이는 부분은 일부 슥슥 넘겨도 괜찮을것 같기도 하고요
22/05/02 19:28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총, 균, 쇠는 정말 훌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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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1 오늘은 날씨가 참 좋았어요 [12] 及時雨2065 22/06/06 2065
3520 몇 년 전 오늘 [18] 제3지대2001 22/06/05 2001
3519 [15] 아이의 어린시절은 부모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24] Restar3603 22/05/31 3603
3518 [15] 작은 항구도시에 살던 나의 어린시절 [7] noname112640 22/05/30 2640
3517 이중언어 아이와의 대화에서 느끼는 한국어의 미묘함 [83] 몽키.D.루피3397 22/05/28 3397
3516 [테크 히스토리] 한때 메시와 호날두가 뛰놀던 K-MP3 시장 / MP3의 역사 [49] Fig.12611 22/05/25 2611
3515 [15] 할머니와 분홍소세지 김밥 [8] Honestly2590 22/05/25 2590
3514 [15] 빈 낚싯바늘에도 의미가 있다면 [16] Vivims3043 22/05/24 3043
3513 [15] 호기심은 목숨을 위험하게 한다. [6] Story2998 22/05/20 2998
3512 [15] 신라호텔 케이크 (부제 :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9] Night Watch2893 22/05/18 2893
3511 [15] 1주기 [10] 민머리요정2588 22/05/18 2588
3510 나른한 오후에는 드뷔시 음악을 들어봅시다 [19] Ellun2775 22/05/17 2775
3509 [15] 다음 [3] 쎌라비3515 22/05/17 3515
3508 늬들은 애낳지마라.....진심이다... [280] 런펭7236 22/05/16 7236
3507 착한 사람이 될 기회를 박탈당한 이들이 있는가 [27] 아빠는외계인3878 22/05/13 3878
3506 [15] 꽃으로도 때리지 않겠습니다 [18] 나래를펼쳐라!!3073 22/05/12 3073
3505 러브젤 면도 후기 [47] speechless4649 22/05/12 4649
3504 우리에게는 화형식이 필요하다. 그것도 매우 성대한 [33] 12년째도피중5239 22/05/12 5239
3503 [15] 어느 여자아이의 인형놀이 [19] 파프리카너마저4617 22/05/12 4617
3502 나는 어떻게 문도피구를 우승하였나? [77] 임영웅4344 22/05/10 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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