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2/03/29 09:10:01
Name 녹용젤리
Subject 만두
나는 만두를 참 좋아한다.

만두없인 못산다. 전국팔도 이름난 만두집은 다 다녀본것같다.

종류불문 어떤 만두든 다 좋아하지만 그래도 그닥 좋아하지 않는 만두도 있다.

만두소에 고기대신 무우말랭이가 들어간 만두

만들던 방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던 그 만두

엄마의 꽃같던 30대를 소다냄새에 쩔게만들고

아버지의 손가락 두개를 잡아먹은 그 만두

내 사춘기를 배달통과 함께 보내게한 그 만두

그렇게 모두를 갈아넣어 누나의 대학 학자금이 되어준 그 만두

나는 정말 그 만두가 그땐 싫었는데...

내 인생에 만두먹는 일은 절대 없을거라 수도없이 되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제일 먹고싶은 만두가 그 만두인건 이유가 뭘까

아부지... 보고싶네요.  
돌아오는 초파일에 인사나 올리러 가겠습니다.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3-12-06 00:36)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 게시글로 선정되셨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녹용젤리
22/03/29 09:11
수정 아이콘
사실 만두는 비비고 왕교자가 최곱디다.
파란무테
22/03/29 09:31
수정 아이콘
대기업의 맛
설탕가루인형
22/03/29 10:24
수정 아이콘
결혼하고 집들이 할 때 늦게 온 친구가 있었습니다. 안주가 다 떨어져서 급하게 비비고 왕교자를 구워줬죠. 비비고 왕교자를 처음 먹어본 친구가 '내 생에 이렇게 맛있는 만두는 처음 먹어본다. 대체 어떻게 만든거냐'고 너무 진지하게 물어봐서 '나만 아는 맛집이 있다' 고 얼렁뚱땅 넘어갔습니다.
사실 만두는 비비고 왕교자가 최곱디다.(2)
DavidVilla
22/03/29 09:35
수정 아이콘
아들이 저를 만두귀신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맛볼 수 없는 그 만두가 괜히 그립네요.
잘 읽었습니다.
백수아닙니다
22/03/29 09:3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어렸을 적 아버지께서 해주신 고향만두가 생각나네요
22/03/29 09:38
수정 아이콘
팔도 최고의 만두는 어디셨을까요?
22/03/29 09:38
수정 아이콘
사실 저는 지금 아내를 만두로 꼬셨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제 고향이 시골이라 결혼하기 전까지 명절마다 만두를 직접 만들었는데(소를 직접 만드는 건 물론 만두피도 직접 밀가루 반죽해서 일일이 손으로 밀어서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었죠) 그 당시만해도 그만한 맛을 공산품 만두가 못내던 상황이라 만두를 좋아하던 제 아내가 홀라당 넘어왔다고 봅니다.
이제 어머니는 안 계시지만 그때 가족끼리 모여 앉아 만두 만들던 그때가 그립긴 하네요.
李昇玗
22/03/29 10:28
수정 아이콘
아...저도 시골에서 명절때마다 직접 만들어 먹던 두부 많이 들어간 김치만두, 고기만두 생각나네요...
그 시절이 좀 그리운 거 같기도 하구요..
유로파
22/03/29 10:45
수정 아이콘
추억은 감각 기관이 닿을 수 없는 영역에 있죠.
메타몽
22/03/29 11:47
수정 아이콘
짧은 글 안에 녹용젤리님과 가족 분들의 인생이 잘 녹아 있네요 ㅠ

좋은 글 작성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공지 추천게시판을 재가동합니다. [6] 노틸러스 23/06/01 32621
3900 [에세이] 군대에서 광신자가 되는 방법 [8] 두괴즐7398 24/07/03 7398
3899 전통주 회사 전직자의 주관적인 전통주 추천 [69] Fig.17480 24/06/11 7480
3898 공군의 F-4E 팬텀 퇴역식을 담아봤습니다. [17] 한국화약주식회사7173 24/06/07 7173
3897 네안데르탈인에 대해 알아봅시다 [25] 식별8752 24/06/19 8752
3896 2024년 방콕 중심지 지도 업데이트 [30] 쿠릭8789 24/06/18 8789
3895 구직을 마무리하며 - 많은 분들에게 감사했던 시간 [33] Kaestro12410 24/06/06 12410
3894 돈과 시간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까? [57] 모찌피치모찌피치11916 24/06/01 11916
3893 [역사] ChatGPT가 탄생하기까지 / 인공지능(딥러닝)의 역사 [20] Fig.111722 24/05/28 11722
3892 [장르론] '한국풍'이라고 말할 수 있는 세계관의 방향 [17] meson10377 24/05/26 10377
3891 나는 어떤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을까 [5] 바이올렛파파10022 24/05/26 10022
3890 구축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 후기 [19] GogoGo15307 24/05/24 15307
3889 [잡담] 새로 생긴 로또 판매점 [26] 언뜻 유재석14390 24/05/22 14390
3888 조직 안의 나르시시스트들 [68] 글곰14313 24/05/22 14313
3887 재미로 코딱지 파는 심리를 통계 분석해 보았습니다. [31] 인생을살아주세요13859 24/05/19 13859
3886 [스압 & 데이터] 어제 찍은 오로라 사진 [18] 엔지니어13681 24/05/12 13681
3885 마카오에서 만난 아저씨 이야기. [22] 가위바위보16608 24/05/09 16608
3884 3년간 역사 글을 쓴 회고 [19] Fig.115574 24/04/30 15574
3883 방 문을 열자, 가족이 되었습니다 [12] Kaestro15796 24/04/29 15796
3882 슬램덩크 이후 최고의 스포츠 만화-가비지타임 [34] lasd24115950 24/04/06 15950
3881 푸바오 논란을 보고 든 생각 [148] 너T야?15620 24/04/03 15620
3880 키타큐슈-시모노세키-후쿠오카 포켓몬 맨홀 투어 [13] 及時雨13211 24/04/26 13211
3879 테일러 스위프트 에라스 투어 도쿄 공연 후기 (2/7) [5] 간옹손건미축12776 24/04/26 1277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