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2/03/15 00:34:54
Name 우주전쟁
File #1 Kevin_McCauley.jpg (118.1 KB), Download : 84
Subject 우리네 아버지를 닮은 복서... (수정됨)


영국 출신의 Kevin McCauley라는 복서가 있습니다. 올해 만 42세인 그는 남들보다 늦은 나이인 29세에 프로로 데뷔를 했습니다. 그때가 2008년이었습니다. 복싱을 시작한 것은 27세 때였으니까 약 2년 정도 복싱을 연마한 후 프로로 데뷔한 셈입니다. 이 선수의 전적은 말 그대로 화려합니다.

250전 15승 12무 223패...

15승 가운데 KO승은 단 한 번도 없지만 또 223패 가운데 KO패도 14번 밖에 없습니다. 생계형 복서로 평균 3주에 한 번씩 시합을 뜁니다. 2018년에는 총 33번의 경기를 가졌습니다. 불러주면 상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서 시합을 뜁니다. 시합 2주 전에 연락이 와서 체중을 맞춰달라고 하면 군말없이 맞추고 차를 몰고 본인이 직접 수백 마일을 달려서 시합장까지 갑니다. 이전 시합에서 부상을 좀 입었다고 해서 경기를 거를 수는 없습니다.

이 선수의 상대들은 주로 이제 막 프로로 데뷔한 신인들이고 전적 관리를 위해 소위 말하는 떡밥매치들이 필요한 선수들입니다. 이런 선수들에게 Kevin McCauley는 딱입니다. 기량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적고 어차피 전적에 1패가 더해지더라도 커리어에 아무런 타격이 없는 생계형 노장 복서...이 이상 더 좋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Kevin McCauley는 링 위에서는 항상 진지하게 최선을 다해 싸웁니다. 본인 말로는 본인의 전적 가운데 12 무승부는 분명하게 자기가 이긴 시합들이고 223패 가운데 적어도 20경기는 판정으로 본인이 이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선수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잡은 떡밥매치에서 떡밥에게 승리를 줄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아쉬울 때가 없을 리 없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기꺼이 전적에 1패를 더합니다. 그는 이 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두 아이와 부인이 있는 가장이고 오늘도 부름을 받으면 언제든지 링위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가 복서가 되겠다고 했을 때 그의 아버지는 그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록키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는 챔프가 될 수 없다"고. 한 마디로 재능이 없으니 다른 일을 알아보라는 것이었죠. 하지만 제 생각에 그는 이미 위대한 "챔프"인 것 같습니다. 우리네 아버지들이 모두 인생에 있어서 나름의 "챔프"들이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Kevin McCauley (우)
McCauley.jpg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3-11-28 00:21)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 게시글로 선정되셨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나미브
22/03/15 03:38
수정 아이콘
프로레슬링의 자버같은 역할을 하는 분이 복싱계에도 계셨네요. 짠하고 멋있네요
진산월(陳山月)
22/03/15 04:45
수정 아이콘
슬프지만 납득이 되는... ㅠㅠ
콩탕망탕
22/03/15 08:35
수정 아이콘
한국에도 저런 복서가 있겠지요. 본인은 진지한데 남들에게는 "떡밥"인..
어찌보면 같은 떡밥인 제게는 짠한 이야기입니다.
Cazellnu
22/03/15 08:50
수정 아이콘
그러기에 우리는 패배자를 낙오자라 멸할게 아니라 같이 살아가는 사람으로 봐야죠.
분야에따라서 모두가 패배자가 될수 있으니까요.
싸우지마세요
22/03/15 09:28
수정 아이콘
잭 머독
22/03/15 10:43
수정 아이콘
어후...3주에 한번씩 경기라...건강에 문제가 없나요. 위험할듯한데.
우주전쟁
22/03/15 10:51
수정 아이콘
KO패가 14패 밖에 없다는 것은 상대하는 선수들도 다 고만고만한 선수들이라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단지 저쪽은 어린 선수들...이쪽은 노장...ㅜㅜ...시합당 라운드 수도 아마 적을 겁니다...
세인트루이스
22/03/15 11:40
수정 아이콘
대단합니다…
서린언니
22/03/15 13:14
수정 아이콘
상처투성이 검투사 조각상 생각나네요
내우편함안에
22/03/15 13:44
수정 아이콘
저런 노장만 알바형식으로 시합하지 않고 젊은 거의 청소년급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군대있을때 후임으로 온 녀석중 중고등학교시절 권투를 배웠지만
정식선수로는 대성하기 글러서 체육관 관장님 주선으로
데뷔전이나 스파링 혹은 실전연습이 필요한 주니어급 선수들이나
타이틀전이 벌어지는 날 논타이틀전 형식으로 팬서비스 차원에서
초짜경기들 여러차례 열리는데 이런시합에 알바비 받고 출전했다고
하더군요 한시합당 거진 삼십수년전인데 십만원넘게 받았다고 합니다
말그대로 알바로 했다더군요 그래서 시합중 좀 데미지 받았다 싶으면
바로 경기중단시키고 해서 몸에는 무리가 없었는데
이것도 나이제한이 있어서 23인가 되면 사실상 그바닥에선 더이상
써주지 않았다고 들었네요
제랄드
22/03/15 14:04
수정 아이콘
이미 피지알 탈퇴하신 분의 글이지만 이 글에 어울릴만한 문구가 생각나 발췌, 소개드립니다.

https://pgr21.com/freedom/66462

'복서가 자신의 전적을 부끄러워해야 할때가 언제인지 아냐, 5전 0승 5패 5 KO패 전패의 복서가 자신의 전적이 부끄러워 해야 할까? 복서에게 패배는 육체적 정신적 데미지고, 그것을 극복하고 다시 링에 오르는것은 굉장한 용기와 의지를 필요로 한다. 4연패 이후에도 한번의 승리를 위해 5번째 링에 오른 용기있는 복서는 자신의 전적을 결코 부끄러워 할 필요가 없다. 복서에게 부끄러운 전적은 오직 하나. 0전 0승 0패뿐이다. 싸우는게 두려워 링에 오르지 못하면서도, 자존심을 버리지 못하고 이런 저런 변명을 일삼는 복서만이 스스로를 부끄러워 해야 한다'
페스티
22/03/15 15:56
수정 아이콘
저 분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하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551 보행자가 무시당하는 사회 [94] 활자중독자6001 22/07/26 6001
3550 중학교 수학과정을 마쳤습니다... [52] 우주전쟁6019 22/07/25 6019
3549 [역사] 일제 치하 도쿄제대 조선인 유학생 일람 [60] comet213272 22/07/24 3272
3548 MCU의 '인피니티 사가' 후속, '멀티버스 사가' 윤곽이 공개되었습니다. [164] 은하관제3694 22/07/24 3694
3547 [역사] 이순신은 정말 무패(無敗)했는가? (2) [15] meson2847 22/07/20 2847
3546 KF-21 초도 비행 기념 T-50/FA-50 이야기1 [24] 가라한1995 22/07/19 1995
3545 대한민국 출산율에 이바지 하였습니다!! [110] 신류진3793 22/07/12 3793
3544 [테크 히스토리] 다이슨이 왜 혁신적이냐면요 [33] Fig.14023 22/07/12 4023
3543 설악산에 다녀 왔습니다. [33] 영혼의공원2234 22/07/11 2234
3542 [기타] 히오스는 너무 친절했다. [138] slo starer2447 22/07/10 2447
3541 스포有. 탑건 매버릭. 미국에 대한 향수 [35] 지켜보고있다2203 22/07/10 2203
3540 단면 [12] 초모완1591 22/07/09 1591
3539 (스포) 단 1화 만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빠진 이유 [81] 마스터충달3877 22/07/06 3877
3538 소소한 취미 이야기 - 은하수 촬영 [52] 시무룩2021 22/07/06 2021
3537 관심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 - 구글 시트 공유합니다 [28] Fig.12278 22/07/06 2278
3536 이제 인간은 바둑 AI를 절대로 이길 수 없는가? [87] 물맛이좋아요3074 22/07/05 3074
3535 실시간 감동실화)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쓰다. [102] 스토리북2233 22/07/04 2233
3534 상반기에 찍은 사진들 [20] 及時雨2956 22/07/03 2956
3533 (육아) 여러가지 불치병들...ㅜㅜ [103] 포졸작곡가3559 22/06/29 3559
3532 누리호 성공 이후... 항우연 연구직의 푸념 [155] 유정2719 22/06/28 2719
3531 [웹소설] 지난 3년간 읽은 모든 웹소설 리뷰 [77] 잠잘까2784 22/06/28 2784
3530 마지막을 함께한다는 것 - 을지면옥 [49] 밤듸2493 22/06/26 2493
3529 게임사이트에서 출산률을 높이기 위한 글 [36] 미네랄은행3655 22/06/22 365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