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에 사는 56세의 제임스 로버슨(James Robertson)씨는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매일 총 21마일(약 33km)의 길을 걸어서 출퇴근을 해왔습니다. 그것도 10년 동안 디트로이트의 살인적 추위 속에 눈이오나 비가오나 쉬지 않았다고 합니다.
현재 그의 직장은 집에서 23마일 떨어져 있습니다. 10년전까지 그는 1988년식 혼다 어코드를 타고 다녔으나 어느날 혼다가 더이상 움직이기를 거부하면서 험난한 그의 직장 가는 길이 시작되었습니다.
* 제임스 로버슨씨의 출근길 모습
로버슨씨는 우선 아침 8시에 집을 나섭니다. 30분을 걸어서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다음 노선버스를 타고 한시간을 가서 내립니다. 그리고 3시간 동안 7마일(약11km)을 걸어서 낮 12시 30분 쯤에 직장에 겨우 도착합니다.
직장에서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기계를 조작하며 플라스틱 성형일을 한 로버슨씨는 출근보다 더 험난한 퇴근을 하게 됩니다.
밤 10시에 직장을 나선 로버슨씨는 다시 3시간을 걸어서 버스정거장에 도착하여 새벽 1시 직전에 있는 버스를 타고 출근길보다 짧아진 경로를 달려 하차합니다.
버스에서 내린 로버슨씨는 새벽 1시 30분부터 다시 2시간 이상 6마일(9.6km)의 밤길을 걸어서 새벽 4시쯤이 되서야 집에 도착합니다.
그에게는 이제 아침 8시 집을 나서기까지 단 4시간의 휴식(?)만 존재할 뿐입니다.
* 로버슨씨의 출퇴근 경로
* 로버슨씨의 출퇴근길 동영상
솔직히 총 10시간 30분(버스 1시간반과 도보 9시간)이나 걸리는 출퇴근을 곧이곧대로 믿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의 출퇴근 길을 보면 매년 겨울 40인치(약 1미터)의 눈이 쌓여있고 영하 15도 이하에 정말 코가 떨어져 갈 것 같은 미시간 바람을 맞으며 9시간 동안 마라톤 풀 코스의 80%에 이르는 33km를 걷는다는 것인데 상상이 안됩니다.
하지만 위 그림의 로버슨씨 출퇴근 경로가 사실에 가깝다는 것은 여러모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여러 언론에서 관련 취재를 했고 무엇보다 그를 고용한 사업장의 근태기록에는 그가 한번도 지각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와 있다고 합니다.
또한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은게 명확하고 인근 지역에 같이 사는 동료도 없는 상황에서 디트로이트 시의 버스시간표를 보면 히치하이킹 말고는 로버슨씨의 출퇴근길을 편하게 만들 수단이 없는 게 사실입니다.
히치하이킹도 쉽지는 않은 것이 완전히 퇴락한 도시로 한때는 미국 최고의 살인사건 도시이기도 했던 디트로이트에서 홈리스와 크게 구별되지 않는 옷을 입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중년의 흑인 아저씨를 태워줄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더 비극적인 것은 그 고생을 하고 도착한 일자리의 시급이 불과 10.55달러인 점입니다. 한화로 겨우 시간당 만천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미국사회의 착한 사마리아인들이 연출한 휴먼드라마
그러나 디트로이트를 덮친 가혹한 시스템의 붕괴 속에서도 미국 시민사회의 저력은 놀라운 휴먼 드라마를 만들어냅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UBS를 다니던 Blake Pollock(47)은 운전 중 의아한 장면을 보게 됩니다. 한 흑인이 커다란 눈덩이가 쌓인 길을 안간힘을 쓰며 걸어가는 모습인데 생각해 보니 그 흑인은 그의 운전길 곳곳에서 항상 마주치곤 했습니다.
결국 1년전 어느날 자신의 사무실을 지나가는 로버슨씨에게 폴락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말을 걸게 됩니다.
그리고는 로버슨씨의 믿기지 않는 출퇴근 여정에 대해 듣게 됩니다.
매끈한 정장차림의 백인 은행가와 이미 땀에 쩔은 흑인 노동자의 대화는 짧게 끝났지만 폴락은 큰 상념에 빠졌습니다.
그때부터 폴락은 로버슨씨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수시로 로버슨씨를 태워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디트로이트의 혹독한 겨울이 찾아오자 폴락은 우연한 만남만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온도계가 화씨로 한자리수(영하 13도 이하)로 떨어지자 폴락은 차안에서 히터를 틀어도 발에는 한기가 전해오는 것을 느끼며 로버슨씨를 기다렸다가 태워줬습니다.
마침 이혼으로 시간적 여유가 생기자 폴락은 혹한의 퇴근길도 돕기로 나섭니다.
폴락 덕분에 평소 새벽 4시에나 도착하던 집에 일찍 오게되자 로버슨씨는 이제 따뜻한 목욕을 할 수 있게 되었다며 감사함을 전했습니다.
로버슨씨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씩 지역사회에 퍼져갔습니다. 결국 웨인주립대에서 컴퓨터사이언스를 공부하던 19살의 에반 리디(Evan Leedy)도 로버슨씨의 딱한 사정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로버슨씨를 효과적으로 돕기위해 2월 1일(일요일)에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gofundme에 그의 사정을 올리고 그에게 차를 사주기위한 자금 모집에 들어갔습니다.
당초 리디는 5천달러를 목표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목표금액은 글을 게시한 얼마 후 바로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일요일 밤 침대에 들어가기 전 펀딩 금액은 3만7천달러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차 구입을 넘어서 그에게 자동차 보험도 마련해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뒤에서 다루겠지만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보험료는 연간 만달러를 넘는다고 합니다.
크라우드 펀딩은 결국 개시 1주일만에 성공적으로 마치게 됩니다. 모인 돈이 무려 341,980 달러(약 3억 5천만원 정도)나 되었습니다.
물론 이 금액은 왠만한 자동차와 디트로이트 자동차 보험을 계약하기에 전혀 모자람이 없지만 그마저도 이제는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포드사의 지역 딜러가 2015년 Taurus 새차를 로버슨씨에게 기부하기로 했으며 AAA의 주선으로 Ledge Group Insurance Agency에서 자동차 보험도 커버해주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 상상이지만 로버슨씨가 인터뷰를 통해 자기가 그 긴 출퇴근길에 마시는 음료로 지목한 마운튼 듀와 코카콜라의 광고를 얻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생각해봐야 할 구조적 문제들
로버슨씨의 그간 고행은 이제 큰 반전을 맞은게 분명합니다.
사실 로버슨씨 이야기는 한편으로 미국 사회을 지탱하는 수많은 착한 사마리아인들의 존재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착한 사마리아인들이 미국 사회에 있어도 로버슨씨의 이야기에 숨겨져 있는 보다 구조적이고 난해한 문제들의 해결은 여전히 요원해 보입니다.
로버슨씨는 10년전 차가 고장났을 때 왜 차를 바꾸지 못했는가, 그의 직장가는 길에는 다른 대중교통 수단이 전혀 없는가 또는 왜 직장가까이 이사를 가지 않았는가 같은 질문만 생각해봐도 크라우드 펀딩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존재합니다.
그가 받는 시급 10.55 달러는 미시간주 최저임금인 시간당 8.15 달러를 2달러 정도 넘는 수준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최저임금 10.1달러에 비해서도 45센트 많은 보잘것 없는 금액입니다.
로버슨씨는 자기 임금으로 새로운 차를 장만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사실 차보다도 1만 달러를 넘는 말도 안되는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보험은 자신이 공휴일과 휴가 없이 1년을 근무했을 때 받는 이론적 금액인 2만3천 달러의 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감당이 불가능해 보입니다.
또한 그의 직장은 시외곽 산업단지로 이사를 갔으며 디트로이트시는 대중교통 증설은 커녕 있던 버스도 줄여나가게 됩니다.
이사문제도 로버슨씨가 현재 지내고 있는 여자친구의 집을 벗어나는 것이 8만채의 빈 건물이 있는 디트로이트에서는 돈 문제 이외에도 그리 만만한 문제가 아니라고 합니다.
즉, 로버슨씨 이야기의 숨겨진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디트로이트라는 지역의 특성에 대해 알 필요가 있습니다.
디트로이트의 비극: 버려진 8만채의 건물들
디트로이트시는 1950년에 인구가 185만명에 이르며 뉴욕, 시카고, 필라델피아, LA에 이어 미국 5대 도시에 들었습니다. 그럴만도 한 것이 디트로이트에는 미국 자동차 회사 빅3의 본사가 모두 모여있습니다.
특히 1위 GM은 1960년 기준으로 전체 종업원이 60만명에 달했으며 1954년에서 1969년까지 16년간 미국 기업중 가장 많은 이익을 냈습니다.
* 1960년 미국 S&P 500 편입 기업 중 연간 이익 탑 10 기업들: 순이익 1위와 3위 기업이 모두 디트로이트에 본사를 둔 대규모 고용을 책임진 자동차 빅2입니다. 여기서 이익은 2013년 환산 금액입니다.
디트로이트의 추락은 사실 산업사이클과 인구구성의 변화와 연관이 깊습니다. 인종폭동 속에도 1960년대말까지는 150만명 이상의 인구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1973년 1차 오일쇼크 이후 자동차 산업이 쇠락하기 시작하고 범죄가 기승을 떨면서(1974년에는 살인율이 가장 높은 도시가 됩니다.) 인구감소가 가속화 되었습니다. 급기야 2000년에 접어들면서 100만명이 무너졌고 빅3의 몰락(2005년 5월 GM과 포드의 정크본드 추락, 2008년 GM 구제금융) 속에 2013년 7월 미국 지자체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을 겪게 됩니다. 결국 지금은 인구가 68만 8천명으로 1910년대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 디트로이트시 인구 변화 추이와 주요 사건들
파산 당시 디트로이트의 부채는 185억 달러에 달했는데 주민 1인당 26,000 달러 규모입니다. 채권자만 해도 총 17만명 이상이고 실업율은 14.9%로 미국 전체 5.9%(작년 말 기준)의 2배를 월등히 상회합니다. 디트로이트 주민의 중위소득은 26,955 달러에 불과하여 미국 중위 소득 5만3천달러의 반에 그치고 있습니다. 주택보급률도 미국전체에 비해 10% 이상 떨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사람이 살지 않는 주택이나 버려진 상업용 빌딩이나 공장등 황폐화된 건물이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디트로이트에서 이런 황폐화된 건물은 무려 84,641채에 달하고 있습니다.
* 아래 지도에서 붉은색 거주지역과 파란색 상업용 및 공장지역은 황폐화된 건물들을 표시한 것입니다. 흑백비율, 중위소득, 주택보급율
도시의 몰락은 결국 집값의 하락으로 이어져 현재 디트로이트 집값은 미국 전체의 1/4에 불과합니다. 정말 싼 집을 찾는다면 디트로이트로 가면 됩니다. 심한 경우는 한 거리 전체를 말도 안되는 금액으로 구입하여 자신의 이름을 딴 거리와 제국을 건설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 디트로이트시와 미국전체의 중위 주택가격 추이
* 사진작가 Zach Fein의 작품들입니다. 페인은 아래 사진에 도심의 목초지대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 버려진 미시간 중앙역
악순환 그리고 남은 자들의 고통: 자동차 보험료가 비싼 이유
사실 디트로이트의 몰락은 위의 인구통계 추이처럼 하루 아침에 진행된 것은 아닙니다. 자동차 산업의 후퇴 속에 조금 이라도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떠났는데 이들은 주로 고학력의 백인들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1960년대 70%였던 백인 비중이 현재는 10.6%에 불과하고 흑인 비중은 82.7%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런 흑백비율은 미국전체와 디트로이트가 속한 미시간 주의 흑인비율이 각각 13.2%와 14.3%에 이르는 것을 생각하면 매우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시의 신주류로 부상한 사람들의 또 다른 특징은 저학력입니다. 디트로이트 인구의 82%가 고졸이하가 최종학력이라고 합니다.
하여간 저소득 저학력의 흑인들이 주민의 대다수가 되다보니 소득수준도 미국 전체의 반정도로 떨어지고 주택보유 비율도 매우 낮습니다.
결국 시의 재정수입도 급감하게 됩니다. 2008년에서 2013년까지 재산세는 20% 감소했으며 소득세는 2002년에서 파산시점까지 30%나 감소하였습니다.
또한 모럴헤저드도 범람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저소득자들이 늘면서 상수도 요금의 체납이 증가하였는데, 시가 선거를 의식하여 체납 요금 수납에 관대한 정책을 취하자 점점 더 많은 시민이 요금을 내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빈집과 빈건물이 급속히 늘어나자 빈 건물에서 수도관을 뜯어서 내다파는 사람들이 증가하였고 수많은 빈 건물에 수도가 터져서 물이 낭비되는 사례가 급증한 것도 시 재정에 이중의 부담을 주었습니다.
결국 파산이후 시 당국은 채권자와 협약을 맺고 단호하게 요금징수에 나서고 체납가구는 수도를 끊기로 했습니다. 실제 단수는 말로 그치지 않고 실행되었습니다. 그러자 그동안 체납된 요금을 가지고 오는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 체납요금이 하루이틀 것이 아니어서 이전 집주인이나 임차인의 체납요금을 대신 내야 하는 경우도 많아서 몇천달러에 이르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디트로이트 시민의 소득이 하루아침에 개선될 수 없는 상황이기에 결국 단수를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가구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답니다.
사실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더 큰 문제는 안전의 확보입니다.
디트로이트의 인구가 줄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70만명이면 미국에서 결코 작은 규모의 도시가 아닌데 시 전체에 식료품점이 38개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식료품점이 증가하지 못하는 이유는 엄청난 범죄율로 인해 일반적 식료품점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합니다.
또한 빈집이 많아지고 범죄가 횡행하자 일반 시민이 모여사는 곳은 이웃들간에 서로 지켜주는 시스템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일견 공동체 문화가 성숙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웃들이 페이스북 그룹이나 문자로 서로 치안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범죄율이 다른 서구에 비해 높은 미국임을 감안해도 매우 이례적이고 거주민들이 느끼는 높은 스트레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만큼 디트로이트 거주민의 어려움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디트로이트 주민인 Freida가 FT에 전한 경험담은 거주민이 느끼는 삶의 고단함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4년 여름 Freida는 시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고 매우 기뻤다고 합니다. 그동안 사라졌다고 생각한 쓰레기 수거를 몇년만에 시에서 다시 하겠다는 전화였습니다. 너무 기쁜 나머지 친구에게 자랑도 했는데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며칠후 집 앞에 세워둔 그녀의 자동차가 털려 네바퀴를 도난당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그녀가 사는 거리에는 빈 집이 13%나 된다고 합니다.
그녀가 경찰에 바퀴 도난을 신고했지만 경찰의 다음 조치는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이제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보험이 왜 비싼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연간 1만달러가 넘는 자동차 보험료는 미국에서도 제일 비씬 수준이라고 합니다. 미시간법은 누가 자동차 사고를 냈던지 관계없이 보험사가 손해를 보상하도록 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디트로이트시의 높은 위험을 고려해서 보험사가 보험료를 높게 책정하자 저소득 시민들이 무보험, 무면허로 차를 몰게 되었고 이들로 인해 사고빈도가 증가하고 보험사 부담이 늘어나자 보험료가 더 상승하는 악순환을 거쳐 만달러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디트로이트 시는 미국의 도심에 자신만의 거리를 소유할 정도로 주택가격은 낮지만 실제 삶의 비용은 매우 비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싼 자동차 보험료는 말할 것도 없고 제한된 식료품점 그리고 열악한 상수도 인프라를 감당해야 하며 더 심각한 것은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열악한 치안상황에서 제대로된 직장을 주거지 근처에서 찾을 수도 없고 함부로 이사하기도 어려운 것이 디트로이트 생활의 높은 비용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디트로이트는 미국에서도 가장 위험한 도시입니다.
* 미국 도시들의 범죄율 순위
디트로이트가 얼마나 살기 힘든 도시인지 알려주는 다른 지표도 있습니다. 인구가 60년간 감소한 또 다른 도시로 볼티모어가 있습니다. 볼티모어와 디트로이트는 인구를 늘리기 위해 연방정부의 협조아래 난민을 비롯한 이민을 적극 유치하였습니다.
사실 위 표에도 나와 있듯이 볼티모어의 치안도 결코 좋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2000년에서 2013년까지 이민자의 수가 50%나 증가하였습니다. 그러나 디트로이트의 이민자는 같은 시기 결코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즉, 분쟁지역을 포함한 제3세계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온 난민과 이주민 마저 디트로이트에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로버슨씨의 말도 안되는 출퇴근은 사실 디트로이트가 처한 극한의 상황을 대변하는 면이 있습니다. 10시간을 걸려 출퇴근을 하는 것은 디트로이트에 남아있는 가난한자들이 감당해야하는 높은 비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실제 수많은 후원이 쇄도한 이유중 하나는 몰락하는 디트로이트에서 극단적인 여건에도 불만없이 묵묵히 출근부에 늦지 않게 이름을 올리는 로버슨씨의 믿기 어려운 성실성에 대한 찬사와 연민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빈부의 문제
로버슨씨의 공장으로 가는길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디트로이트라는 지역적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미국 저소득자의 보편적 문제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입니다.
로버슨씨 이야기는 미국의 저소득자들이 평균적으로 과도한 노동속에 제대로 쉬지 못하고 균형있는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해 수명이 매우 짧은 상황과 연결되어 있는 면이 있습니다.
아래 표에도 나타나고 있지만 미국 저소득자들은 고소득자들에 비해 평균 10년정도 일찍 생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 1920년과 1940년에 태어난 남자와 여자의 55세 시점의 소득별 잔여 기대수명
참고로 이글은 이코노미스트, FT, WSJ, USA Today, Detroit Free Press 등의 관련 기사를 참조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솔직히 디트로이트 상황은 미국의 매우 어두운 면을 보여주고 있고 내재된 문제점이 복합적이어서 좀 더 시간을 두고 정리해 보려고 했습니다. 아마존에 나와 있는 디트로이트의 비극을 전문적으로 다룬 책도 여러 권입니다. 하지만 로버슨씨의 믿기지 않는 이야기가 갑자기 나오면서 우선 급한대로 써 보았습니다.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미주리 퍼거슨에서 디트로이트까지 미국사회의 주변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주류사회를 직접적으로 위협하지는 않지만 외곽에서 침식이 조금씩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습니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좀 더 심층적인 글을 올려 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여러 극한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디트로이트의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2014년 11월 디트로이트 파산을 담당한 Steven Rhodes 판사는 디트로이트의 채무재조정을 승인했습니다.
작년 9월에 검토한 70억 달러의 부채를 탕감해 준 것인데 시에서는 14억 달러를 들여 도시를 부흥시킬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물론 이번 채무재조정에는 연금과 의료지원 삭감도 포함되어 더 힘들어지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재건을 위한 마지막 몸부림으로 보이기에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그리고 로버슨씨가 갑자기 유명해지고 후원금이 몰려오자 이를 두고 집주인이었던 여자친구가 돈을 요구하는 등 갈등이 빚어졌다고 합니다. 결국 다른 곳으로 주거를 옮겨야 했고 후원금은 연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뒷소식을 들었습니다.
* 라벤더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6-06-13 18:42)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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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시차가 있는 글이어서 보충 설명 드리면 미국 내수가 성장하고 있고 자동차 빅3가 나름 선방하고 있어서 디트로이트 상황은 2015년부터 좋아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다만 본문에서 언급하고 있는 8만채나 되는 빈 건물을 빨리 처리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헐어내는 것이 경제적으로 낫다는 시각이지만 주인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백인과 흑인 비율만 봐도 알수 있겠네요.
치안이 무너지고 인프라가 무너진 상황에서도 선거를 하고 누군가를 뽑는다는게
대단합니다. 대표자를 뽑는게 희망과 개선에 대한 바램 일텐데요.
중앙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응은 할 수가 없나요? 강제적으로 철거를 한다던가 폐가로 두면
세금을 왕창 물리다던가 공권력을 투입해서 치안을 안정 시키다던가. 흑인이 대다수라
외면 당하는건지 정부차원에서 할 거 다 해봐도 안되는 건지 궁금하네요.
너무 배고프면 빵 훔치고, 그래도 안 훔치고 꾸역꾸역 살다가 병 걸려 죽고, 그래도 살아 남은 사람들이 같이 모여 살다보면, 빵 훔치는 사람들이 찾아들고, 가난한 사람들 끼리의 분노가 충돌하여, 싸우고 또 죽고. 그렇게 무관심하다 보면 멸종하죠. 사실 모두가 문제라고 하지만 집단이 희생하여 관심을 주자 외치면 다양한 문제들을 빌미로 지금 이대로를 살죠. 그래서 개인의 선행이 최선일 때가 많은데 아이러니 하게도 돈 많은 사람들은 가난을 믿지 않을 때가 많더라고요. 결국에는 가난한 사람들 끼리 돕고 싸우고 죽는 거죠.
글 잘 읽고 갑니다.
저는 순환근무 덕분에[?] 전국을 떠돌게 되고, 단속하러 여기저기 구석을 쑤시고 다니게 되는데....
규모가 작아서 그렇지 우리도 폐가/폐건물들이 여기저기 많더군요.
그런 동네 근처에 공장이라도 몇 있을라치면, 불체자들이 몰려들게 됩니다. 말 그대로 불체자들이 득시글거리는 동네가 되죠.
어느 골목에서는 집도 몇채 없는데 불체자가 너댓씩 있는 집이 두셋씩 있습디다.
저희가 가니까, 주민들이 여럿 나오셔서 여기도 있다/저기도 봐달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어떤 사람들은 반이민정서를 그냥 '못배운 사람들의 제노포비아'쯤으로 몰아버리기도 하던데, 저런 동네 안 겪어보면 모릅니다.
불체자들도 사람이니 친구/동료들과 함께 다니게 되죠. 그걸 우리 입장에서 보면 '서넛씩 몰려다니는 것'이 됩니다.
성인 남자도 잘못 걸리면 대책안서는데, 마누라 마트 갔다오고 딸아이 등하교하는 길에 저런 녀석들 몰려다니면 기분 참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