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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6/03/18 23:06:47
Name Neanderthal
Subject 음모(陰毛)론 – 털(毛)은 알고 있다...
포식자 입장에서 보면 우리 인류의 조상들은 좋은 먹잇감이었을 겁니다. 큰 송곳니도 날카로운 발톱도 없고 두 다리로만 움직이다보니 속도도 많이 나질 않습니다. 그렇다고 사이즈가 맹수들을 압도할 만한 크기도 아니고 힘도 상대적으로 약했을 겁니다. 실제로 맹수의 송곳니 자국이 찍힌 호모 에렉투스의 두개골이 발견된 적이 있는 걸로 봐서 인류의 조상들은 맹수들의 좋은 단백질원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때 우리 조상들은 딜레마에 빠져있었습니다. 뇌가 커지면서 인지능력이 상승하고 나름 도구도 만들게 된 것 까지는 좋았는데 이 뇌가 그 대가로 에너지를 엄청나게 요구하는 것이었지요. 누가 공짜 점심은 없다고 했던가요? 뇌님에게 에너지를 공급해 드리자니 이제 고기를 먹어야 되었고 고기를 먹자니 사냥을 해야 했는데 앞에서도 말씀 드렸다시피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가 아니었던 우리 인류의 조상들은 사냥을 위해서 나름의 방법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조상님들은 기가 막힌 방법을 찾아내지요.

우리의 조상들이 선택한 방법은 오래 달리기였습니다. 먹잇감을 쫓아서 먹잇감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쉬지 않고 달리고 또 달리는 무식(?)한 방법이었지요. 여기에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했습니다. 일단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무더운 한낮에 뛰어야 했습니다. 이때가 다른 맹수들은 나무 그늘 밑에서 쉬고 있을 시간이었기 때문에 우리 조상들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무서운 포식자들이 쉴 때 그들은 사냥을 해야 했습니다.

또 다른 조건은 오래 달리기 위해서 달리면서 몸의 열을 빨리 식힐 수 있는 효과적인 시스템이 필요했다는 점입니다. 인류의 조상들은 이걸 위해서 무언가를 버리기 시작합니다. 그건 바로 털(毛)이었습니다. 즉, 체모(體毛)를 버리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털이 없어지고 맨살이 대기 중으로 노출이 되면 뛰면서 온몸에서 땀이 나게 되고 그 땀이 증발하면서 열을 앗아가면 온 몸이 시원해지게 되는 것이었지요. 사자 같은 맹수들은 이걸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이 몸의 열을 식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혀를 내밀고 헐떡이는 것뿐이었고 그런 시스템으로 뜨거운 아프리카의 기후에서 먹잇감을 쫓아 장거리를 뛴 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더운 한낮에는 나무그늘 아래에서 잠이나 쳐 자다가(--;;;) 해가 지고 기온이 좀 내려가서 선선해지면 드디어 사냥에 나서곤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조상님들은 그런 호사(?)를 누릴 처지가 아니었으니 뙤약볕이 쏟아지는 더운 한낮에 사냥을 할 수밖에 없었지요.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인류의 조상들이 사냥하는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일단 먹잇감(초식동물)을 발견하면 그놈에게 접근합니다. 그러면 그 초식동물은 포식자들(=우리 조상님들)이 다가오는 걸 보고 도망을 가지요. 인류가 직립보행을 하면서 또 하나 잃은 게 있다면 바로 스피드였습니다. 인류의 조상들은 속도로는 먹잇감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초식동물은 빠른 스피드로 금방 우리 조상님들과의 격차를 벌려놓습니다. 하지만 초식동물은 머지않아 곤란한 지경에 빠집니다. 달리다 보니 몸에 열이 발생하고 이를 발산시키려면 쉬어야 되는데 우리 인류의 조상들은 쉬지도 않고 끈질기게 쫓아왔던 것이었습니다. 달려서 떨궈버렸다 싶으면 어느새 달려오고 있고, 이제 안 보인다 싶으면 어느새 나타나니 초식동물로서는 미치는 노릇이었을 겁니다. 결국 이런 과정이 몇 번 반복되고 나면 초식동물은 탈진해서 이제 더 이상 몸이 말을 듣지 않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되고 말지요. 우리 조상님들이 다가오고 있는 걸 뻔히 보면서도 도망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못에 박힌 듯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게 되고 마는 것입니다. 뇌는 도망가라고 명령을 내리지만 몸은 말을 듣지 않는 거지요. 요즘도 아프리카의 부시맨족은 이런 식으로 사냥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인류의 조상님들은 언제부터 털이 빠지기 시작했을까요? 뼈와는 달리 피부나 털은 화석의 형태로 남아있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화석을 가지고는 이 문제를 풀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어떤 사람들입니까? 그들은 곧 문제 해결의 열쇠를 찾아내게 됩니다. 그 열쇠는 바로......이......였습니다. 네, 머릿니 할 때 바로 그 이 말입니다.

온 몸이 털로 덥혀있는 포유류들은 거의 다가 다 이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느 한 포유류의 털 속에서 기생하고 있는 이는 다 같은 한 종류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우리 인간만이 몸에 두 종류의 이가 기생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머리카락에 기생하는 머릿니이고 또 다른 한 이는 바로 은밀한 그곳의 털에 기생하는 이(사면발이)입니다. 이 둘은 서로 다른 종류라고 합니다. 학자들의 이론에 따르면 우리 조상님들이 전신에 털이 수북한 수북청년단 출신이었을 때 몸에 기생하던 이는 현재의 머릿니와 같은 종류였다고 합니다. 그때는 당연히 머리에만 살고 있던 게 아니라 팔, 다리, 은밀한 부위, 겨드랑이, 배, 등, 종아리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기생하고 있었지요.



머릿니(왼쪽)과 사면발이(오른쪽)...서로 다르다...


그런데 몸에서 털이 점점 사라지면서 이들은 결국 털이 남아 있는 머리 쪽으로 이동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은밀한 부분의 털에 살고 있는 이는 어떻게 된 거냐?"라고 물어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이놈들은 다름이 아니라 우리 조상님들이 털이 빠지기 시작할 때 다른 동물로부터 옮겨온 놈들이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 자비로운 도너(donor)는 누구였냐? 바로 고릴라(!)였다는 거지요. 고릴라의 이와 우리 사람의 음모 속에 기생하는 이는 아주 비슷하다고 하네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이 두 이들의 DNA를 분석했습니다. DNA를 분석하면 이 두 이들이 언제 서로 갈라져 나왔는지 (즉, 언제 고릴라의 몸에서 인간의 음모 속으로 들어왔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었죠. 분석 결과는 약 300만 년 전에 이 둘은 서로 다르게 분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타나났습니다. 즉, 우리 인간의 조상들은 적어도 약 300만 년 전부터 몸에 있는 털을 잃기 시작했다고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때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속들이 활동하던 시기로 우리의 직접 조상이 되는 호모속이 아직 등장하기 이전이었습니다. 즉, 우리 조상들은 유인원들과는 달리 꽤 일찍부터 털을 잃기 시작했고 결국 이것이 나중에 뛰어난 장거리 주자로 진화하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뛰어난 마라토너들 가운데 가슴털이 수북한 선수는 지금까지 못 봤던 것 같습니다. 또 한가지 더. 이제는 뛰면서 사냥할 일도 없는데 왜 민두노총들은 자꾸 생기는 건지...이제와서 효율을 그렇게까지 올려서 뭘 어떻게 하자는 건지 모르겠습니다...ㅠㅠ...


본문의 내용은 아래의 동영상을 참고로 하여 작성되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uT7N5aoP48&t=1830s


* 라벤더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6-05-24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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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18 23:12
수정 아이콘
메인 화면에서 제목만 보고 '성인 만화인가보군. 광삭해야지' 하고 들어왔다가 글 잘 보고 갑니다.
오리엔탈파닭
16/03/18 23:17
수정 아이콘
메인 화면에서 제목만 보고 '성인 만화인가보군. 잘 보고 신고해야지' 하고 들어왔다가 글만 잘 보고 갑니다.
파란아게하
16/03/19 00:01
수정 아이콘
메인 화면에서 제목만 보고 '성인 만화인가보군. 잘 보고 가야지'하고 들어왔다가 잘 보고 갑니다.
켈로그김
16/03/19 10:45
수정 아이콘
메인 화면에서 제목만 보고 '성인만화인가 보군. 잘 보고 저장해야지' 하고 들어왔다가 실망하고 갑니다..
16/03/19 17:13
수정 아이콘
메인 화면에서 제목만 보고 '성인 만화인가보군. 나는 건전한 지성인이니 안 보고 바로 신고해야지' 하고 들어왔다가 글 잘 보고 갑니다.
스파이어깨기
16/03/18 23:14
수정 아이콘
이거 흥미로운 얘기네요 이를 통해 털 여부를 판단하다니 허허
Waldstein
16/03/18 23:14
수정 아이콘
제가 어디선가 읽은기억이 있는데 인간 남성의 일정비율의 탈모현상은 사냥감들이 사냥할려고

낮은 자세로있는 인간을 구분할때 인간이 머리에 수북하게 털이 있는걸로 구분하니 머리털이 없는 인간은 아무래도 사냥 성공률이 높게 되서 생겼다고

들었는데 근거가 있는 소리인가요?
16/03/18 23:31
수정 아이콘
만약 그런식으로 진화했다면 태어났을때부터 탈모인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이 없는걸로 봐서는 아닌 듯 합니다.
아케르나르
16/03/19 08:23
수정 아이콘
탈모는 보통 20대부터 진행되기는 하지만, 눈에 띌 정도로 비는? 때는 40대쯤이라... 해당이 안될 것 같아요. 문명 이전 인류의 평균 연령이 40대쯤이었을테니까요.
16/03/18 23:29
수정 아이콘
음모는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16/03/18 23:29
수정 아이콘
우와 재밌어요.
태엽감는새
16/03/18 23:32
수정 아이콘
음모는 구불구불 하죠
CoMbI COLa
16/03/18 23:36
수정 아이콘
그러면 고릴라는 애초부터 머릿니와 사면발이 두 종류의 이가 기생하고 있던건가요?
Neanderthal
16/03/18 23:39
수정 아이콘
고릴라는 인간의 음모에 기생하는 이와 같은 종류의 이가 몸 전체에 있다는 얘기입니다...
자연스러운
16/03/19 13:38
수정 아이콘
고릴라는 전신에 사면발이가?!!! 있는거네요! 그게 뭔진 모르지만 끔찍합니다.
Neanderthal
16/03/19 13:46
수정 아이콘
그냥 이 입니다....털 달린 동물들은 거의 다 이가 있다고 보면 된다고 합니다...
카미너스
16/03/18 23:38
수정 아이콘
기대했던 내용은 아니지만 흥미로운 글이네요.
홍승식
16/03/18 23:45
수정 아이콘
그럼 은밀한 곳의 털은 피부의 털이 사라질 때 같이 사라졌다가 나중에 다시 나기 시작한 것일 수도 있겠군요.
Neanderthal
16/03/19 08:57
수정 아이콘
학자들은 처음 얼마 동안은 음모에는 이가 없는 상태였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고릴라가 금방 사용했던 둥지를 인간의 조상들이 사용했다거나 아니면 고릴라를 사냥해서 고릴라 고기를 먹다가 이가 옮아왔을 거로 보고 있습니다. 머리에는 기존의 주인이 여전히 남아 있었으므로 무주공산이었던 그곳(!)으로 간 게 아닌가 하는 거지요...
신의와배신
16/03/20 12:56
수정 아이콘
붕가붕가설도 있을 법한데요.
16/03/18 23:45
수정 아이콘
호모사피엔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도 민두노총이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만일 있었다면 앞으로도 계속 그냥 그런갑다 해야할지도.. 시무룩..
16/03/19 00:12
수정 아이콘
글 읽으면서 머릿니랑 사면발이가 원래 한 종류였다가 털이 빠지면서 길이 끊겨서 다르게 진화한 줄 알았네요...마치 판게아가 쪼개져서 인간이 다양한 인종으로 진화한 것처럼..
16/03/19 15:10
수정 아이콘
판게아는 2억년 전에 쪼개졌어여...
Titleist
16/03/19 02:38
수정 아이콘
네덜란드님 잘 읽었습니다 !
16/03/19 08:13
수정 아이콘
유전이 아닌분들은 열성탈모...
전광렬
16/03/19 09:20
수정 아이콘
어쩌다가 고릴라에게 사면발이가 옮겨질 수 가 있는건지... 흠.... 크흠....
Neanderthal
16/03/19 09:25
수정 아이콘
학자들은 처음 얼마 동안은 음모에는 이가 없는 상태였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고릴라가 금방 사용했던 둥지를 인간의 조상들이 사용했다거나 아니면 고릴라를 사냥해서 고릴라 고기를 먹다가 이가 옮아왔을 거로 보고 있습니다. 머리에는 기존의 주인이 여전히 남아 있었으므로 무주공산이었던 그곳(!)으로 간 게 아닌가 하는 거지요...
전광렬
16/03/19 09:40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제게 음란마귀가......
종이사진
16/03/19 09:24
수정 아이콘
보통 사면발이는 같은 생활공간을 공유하면서 얻기도 하지만 성교를 하는 과정에서 옮겨오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사면발이가 고릴라에서 왔다는 부분에서, 저의 상상력은 스스로가 음란마귀임을 다시한번 일깨워주더군요...
16/03/19 09:31
수정 아이콘
잘 보고 갑니다! 제 탈모는 먼 옛날부터 이어온 진화의 흐름의 관성이군요? 우와아앙?ㅠㅠ
-안군-
16/03/19 09:50
수정 아이콘
제목보고 씨익(?) 했다가 글쓴이보고...??!!
역시 알파고를 만드신 M탈모 아저씨는 최상위 포식자인걸로...
아지다하카
16/03/19 10:15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16/03/19 10:29
수정 아이콘
제목 크크크크
항상 연재해주시는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루크레티아
16/03/19 10:56
수정 아이콘
역시 우등한 종족 탈모인들..
하등한 수북충들은 우등한 탈모인들을 본받아야 합니다??
기니피그
16/03/19 10:56
수정 아이콘
근데 머리털과음모는 왜남아있는거죠?
Neanderthal
16/03/19 10:58
수정 아이콘
잘은 모르지만 머리털은 아마도 거의 확실하게 두뇌 보호의 의미가 있을 것 같고...그렇다면 음모는 성기보호? 내지는 성기은폐?의 의미가 있을 것 같가도 하네요...--;;;
16/03/19 11:38
수정 아이콘
음모는 겨털과 같은 이유죠 살끼리 서로 쓸려서 짓무르는걸 보호하는 일종의 완충제 역할도 겸합니다
16/03/19 11:02
수정 아이콘
와, 참 재미있네요!!!

음모에 이런 음모(?)가 숨어있었는줄 몰랐네요!!
고래상어
16/03/19 12:03
수정 아이콘
어느 순간 사면발이가 옮겨왔다고 해도 그 다음 세대의 음모에도 사면발이가 살게 된다는 것은 잘 이해되지 않네요. 다시 머릿니가 올겨갈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Neanderthal
16/03/19 12:28
수정 아이콘
사면발니는 주로 성적접촉을 통해서 옮는 것으로 얼고 있는데 아무래도 머리카락과 음모보다는 음모대 음모의 접촉 빈도가 더 많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16/03/19 12:46
수정 아이콘
민두노총은 진화의 산물(?)이군요...ㅠ
16/03/19 14:41
수정 아이콘
재밌는글 잘 보고갑니다. :)
16/03/19 18:50
수정 아이콘
민두노총은 지구 온난화 때문일런지도?!
기후에 따른 대머리 유병률을 조사해보는 것도 재밌겠군요
인생의 마스터
16/03/19 21:18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그렇다면 탈모는 신인류의 상징일수도...
빛돌군
16/05/25 23:33
수정 아이콘
털없는 원숭이의 시작이 300만년 전!!
마브라브
16/05/27 16:18
수정 아이콘
원래 두 종류의 이가 인간의 몸에 있었고, 그것이 고릴라에게 옮겨갔다고 볼수도 있지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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