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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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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2/08 14:51
최근 의사관련 소설을 읽고 있는데 뭔가 그쪽은 전쟁터나 다름 없는 모양이더군요. 우리나라만 그런건지 아니면 다른 나라도 그런건지 궁금합니다.
15/12/08 16:26
저도 넓은 견문은 없지만, 어느 나라든 대개 종합병원 수련의 과정이 힘든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얼마나 합리적(?)으로 힘든지 비합리적으로 힘든지에는 차이가 좀 있는것 같지만요.
15/12/09 05:39
제가 알기로는 의사들이 훈련받는 과정이 힘든데 한국은 유달리 힘들게 하는것같아요.
저는 외국에서 사는데 이곳 인턴들 아침에 출근해서 밤 12시에 퇴근하는 일도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더군요. 위의 이야기에 비하면 양반이지요. 그리고 윗글에 일이 힘든 것도 있는데, 인격 인권이라는 것을 완전히 무시했다는 식의 (야, 혹은 야 인턴) 이야기도 있는데 이것도 한국이 장유유서 문화의 부작용이지요. 장유유서 문화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고 그것에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있지만 그중 나쁜것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 자기보다 힘이 약한 사람에 대한 무시가 될 수 도 있는 것이지요.
15/12/08 14:54
가까운분이 메이저 과에서 레지던트... 몇달 하다가 그만두고 한해 가까이 쉰 다음에 비교적 편한 과로 전공을 옮겼던 일이 생각납니다.
글 너무 재밌게 잘 읽었어요. 병원에도, 외부 사회생활에서도 좀더 사람 중심적인, 사람 냄새나는 따뜻한 세상이 되어가길 기대합니다. 그 발자욱이 너무 더디게만 느껴진다고 해도 말이지요.
15/12/08 15:02
신기한게 하루는 안가도 또 일주일 단위로 따지면 빨리가더라구요. '벌써 목요일이야?' 어차피 주말되봐야 할거 없지만요. 그런데 또 달력은 안넘어가구요. 'X나 오래한거같는데 아직 5월이여?' ㅠ
비단 신경외과 뿐만이 아니라 병원 내 다수 과들이 체력적 인격적으로 한계를 경험하게 하는 환경이고 뿌리부터 바뀌어야한다는데 동감합니다.
15/12/08 16:29
시간이 간다는 게 참 오묘한 것 같습니다.. ^^; 그 당시 한달간만의 제 경험을 서술한 거라 신경외과만 너무 집중적으로 이야기한 면이 있는 것 같네요.
15/12/08 15:11
외국도 이러다가 전공의/인턴의 피로에 의한 사고 --> 국민건강 위해 로 연결되면서 법적으로 근무시간을 규제하며 정부에서 지원금을 주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여튼 전공의 수련은 여러가지가 맞물린 어찌보면 헬조선스러움의 결정체라 어느 한곳에서만 손을 본다는게 쉽지가 않습니다.
이 PDF가 좀 길지만 잘 나와 있네요. http://www.hpforum.or.kr/spring2015/s6_2.pdf
15/12/08 15:31
헬조선스러움의 결정체란 말에 백번 공감합니다. 정말 어디에서 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도 안오죠.
기본적으로 리더들은 요즘애들이 뽀시랍게 커서 인내심이 부족하고 노오오오오오오오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지만 그런 꼰대스러움을 감추려고 대표나 개인에게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 얘기해 주면 최대한 반영해 보겠다."라고 질문을 한다음에 대답한사람의 취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대응을 통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기만 하죠.. 몇번 그런일을 겪고나면 그냥 입을 닫고 맙니다..."아...내생애에 이문제가 해결될리는 없겟구나...."라는걸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죠
15/12/08 15:38
그리고 당연 잘 아시겠지만.. 사실 병원만 욕하기도 어려운게 바로 이 모든 것의 기반에 '저수가체제'가 자리잡고 있는거죠. 병원에 줘야 될 돈은 안주고, 영리는 추구하지 못하는 데다, 적자도 아무도 보전해주지 않는 병원 입장에선, 원가를 낮추기 위해 싼 인력을 굴리는 방법 밖에 살아날 방법이 없죠.. 그리고 그 '저수가체제'를 우리나라 '건강보험'체계가 좋니 뭐니 하면서 생색내는 정부가 가장 큰 원흉인거고. 원글에 나오는 저 신경외과 주임교수도 결국 피해자일 뿐인거죠.
15/12/08 16:31
다른 분들이 잘 설명해 주셨듯이 전공의/인턴이 힘든거야 어느 나라에서나 그렇긴 합니다만, 우리나라의 상황을 특별히 복잡하게 만드는 비합리적인 특수상황도 있습니다.
15/12/08 15:22
하지만 병협/병원의 반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참 치졸하긴 한데. 일단 전공의가 시간외 수련이 많은 관계로 본봉을 확 낮춰버렸습니다. 시간당 6500원~7천원 선으로.. http://www.medigatenews.com/news/2231860937 최저임금보다 나으니 괜찮잖아? 라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있죠. 뭐 결국 당직비를 합치면 기존 월급과 비슷하게 계산이 되어 있긴 하지만 계속되는 당직비 반환소송에 대한 꼼꼼한 준비인거죠. 지금 4년차 되면 어찌보면 그 동안의 '보상'으로 대략 빠른 의국은 여름부터, 늦은 의국은 10월 정도부터 드디어 '공부'란걸 하기 위해서 전문의 시험을 준비하면서 일에서 빠지는 것이 수십년 간의 관례였습니다.. 이제 이거 못하게 한다고 난리더군요. (나름 복지부와 손발이 맞고 있습니다. 진료공백으로 환자가 위험에 빠진다는) 그래서 또 준비하는 꼼수가 바로 전문의 시험 상시 지원입니다. 최소 3년차말부터 두 번 이상 볼 수있게..(반대로 말하면 시험 준비한다고 빠지지 말라는..) 요즘 꼴통스러운 의학회/병협에서 일부 인사들이 이거 주장하는데 돌아버리겠네요. 그렇게 3년차 말부터 볼 수있으면 수련을 줄여야지.. 호스피탈리스트를 많은 병원에서 대안처럼 이야기합니다만 실제로는 포스트펠로에 싼 임상교수로 부려먹기 위한 트랙인거고.. 전공의복지는 좋아지는 만큼 전임의는 그 반대로 바닥을 뚫을겁니다. 아직도 무급전임의라는 제도가 있는 병원도 있고. 음성적인 PA도 확대가 되고 뭐 그렇습니다. 그 와중에 빅4와 그 외 병원/지방병원간의 갭은 더 커지고.. 여튼 답이 없습니다.
15/12/08 16:39
일단 이 모든 것의 근원이 저수가이긴 한데, 수가를 올린다고 이 문제들이 자동으로 풀리지는 않겠지요. 저도 수련의/전공의 때 시급 계산해 봤더니 맥도날드보다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말씀해주신 대로 지금은 오히려 복지의 사각지대가 전임의가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15/12/08 15:36
필력이 좋으시네요..예전 생각하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수술방 바닥에서 널부러져 있다가 치움을 당한 애피소드에서 격한 공감이...크크 1주일에 많이 자면 20시간 자다 보니 정말 잠과의 싸움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선채로 잠들었다 정도로는 평범한 이야기 이고... 걸어가다가 잠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15/12/08 15:38
저 시절보다야 나아졌지만 지금도 대학병원 신경외과는 24시간 내내 수술방 돌아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죠.
법정 근무 시간은 40시간인데 법적으로 80시간 부려먹을 수 있게 되었고, 근무 시간 줄었다고 생색내면서 시급은 7천원도 안되고. 저야 다 끝나가지만 수련의 선생님들 고생하시고 죄송합니다.
15/12/08 16:43
이게 정말 문제인거같아요. 현실이 주당 100시간이상 근무 중이라도 이상은 주당 40-60시간으로 바뀌어가야할텐데, 최소 80시간 부려먹는 것에 법적 근거가 생겨버리니... 앞으로 전공의 인권 획득 싸움에 당장의 오아시스이지만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싶네요.
15/12/08 15:42
와 빡세네요... 작년쯤인가? 식사하는데 의대생 둘이 대화를 하고 있더라구요. 일부러 훔쳐들은건 아니지만 들리는 바로는 장래에 대한 걱정이나 진로에 대한 고민이 주 내용이었습니다. 속으로는 장래의 의사들이 배부른 소리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의사가 된다는 사실만으로 끝나는게 아니군요.
15/12/08 16:44
일단 의대를 졸업하면 95% 이상 의사로 살아가게 될텐데, 그런 면에서 남들에 비해서는 진로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대생/수련의들도 미래에 대한 고민이 참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말씀하신 대로 배부른 소리가 될 수도 있지만.. 정작 자신의 인생이 되면 누구나 거대한 도전과 선택을 넘어서야 하는 거니까요.
15/12/08 15:47
전공의때는 구르느라고 힘들었는데
전임의가 되니 전공의 복지 어찌하며 일이자꾸 넘어와서 힘듭니다. 물론 전공의랑 다르게 밤에 자는 동안 전화는 거의 안옵니다만..
15/12/08 16:46
과도기적인 때에 '누군가는' 또는 '어느 세대는' 손해를 감수해야 될 텐데, 현재 전임의들이 대표적으로 그렇지 않나 생각합니다. 하는 일 모두 잘 풀리시기를 기원합니다.
15/12/08 15:47
예전 생각나네요. 인기과 지원했다가 떨어진 인턴 동기가 있었는데 3일동안 숙소에 안들어와서 아 때려치고 나갔나보다 라고 생각했는데 3일내내 신경외과 수술방에 있었던... 끼니도 수술방 옆에서 대충 먹고 잠도 수술 사이사이에 수술실 침대에 누워 자면서 2박3일을 일했다고 하더라구요. 다함쳐서 한 두세시간 잔거같다고.....
15/12/08 16:04
안녕하세요? 신경외과 전문의 2년차 사라다스입니다..
일단 폭언등은 용서될수 없지만 그당시엔 정말 날카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루에 2시간 정도 자고, 저녁 한끼먹으며 살았으니까요. 지금도 가끔 꿈에 나오지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하고 싶어서 했거든요.
15/12/08 16:51
정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앞으로 하시는 일 모두 잘 되고, 많은 분들에게 도움 줄 수 있는 좋은 선생님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제가 인턴 생활의 어두운 면을 부각하면서 지나치게 '신경외과'라는 한 과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했던 것 같아 송구스러운 바가 있습니다. 흉부외과, 일반외과 등 외과 계열의 다른 힘든 과들도 있었지만 한 달의 시간을 대표적으로 뽑아 서술하다 보니 우연히 이렇게 된 것으로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힘들고 부조리함이 없는 수련의 생활이 어디 있겠습니까. ^^;
15/12/08 16:53
신경외과 전공의들 중에 irritable 이라는 형용사 안붙은 사람이 없었죠. 환경이 그렇게 만드는거였습니다. 학생때 다들 좋은 선후배들이었고, 또 막상 수련 끝나면 지금도 선한 사람들인데.. 그 시스템안에서 살아남을려면 별 장사없죠. 이해합니다.
15/12/08 16:12
친구가 서른셋인데 펠로우로 대학병원에 다시 들어갔습니다. 과목은 마취통증...
6개월만 임상보고 나오는게 목표였는데 지금 후회란 후회는 다 하는 중이랍니다. 내가 여길 왜 다시 왔을까 하고... 학교 병원에서 인턴하고 레지던트는 삼성서울병원에서 마치고선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면서 유럽여행 한달 다녀오고 여러 고민하다 들어갔는데 엄청 후회중이랍니다. 제가 그래도 이제 펠로우면 전보다야 좀 괜찮지 않아 라고 하니 물론 괜찮긴 한데 당직과 회식이 아주 살인적인 스케쥴이더라구요. 저는 당직하고 나면 그 다음날은 오프인줄 알았더니 의사선생님들은 또 그대로 일해야 한다네요? 허허.. 존경합니다 의사선생님들 모두.. 아참 글 잘읽었습니다.
15/12/08 16:54
보통 대학병원을 떠나 있다가 다시 전임의로 들어가신 분들은 매우 힘들어하시는 경우가 많죠..^^;
앓는 소리 하시지만 아마 친구분도 뜻한 바가 있어 들어가신 것이니 잘 해내고 계시겠지요. 댓글 감사합니다.
15/12/08 16:59
그 친구도 어지간했었던 모양입니다. 병원 수련의/전공의 환경이 실제로 가출(?)이 심심찮게 일어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생각해 보니 다른 직군에서 그런 가출(?)이 벌어진다는 이야기를 못 듣기는 했네요.
15/12/08 16:16
걍 의료쪽 인턴 문제(+기타) 보면 저수가 문제로 쌓인 폭탄이 퍼퍼퍼퍼펑 하고 한방에 터지던가 터지기 직전에 액티브X를 EXE 설치 파일로 해결 같은
한국식(..?)해결방법으로 해결하든가 둘중 하나일것 같네요...
15/12/08 16:38
글을 실감나게 써주셔서 다시 그때일이 떠오르면서 부들부들 하게 되네요. 전 첫 인턴이 PS였거든요.... 역대 가장 저체중을 기록했던 때였던듯 합니다.
언젠가 곪을데로 곪은 것들이 터질겁니다 전공의 특별법 제정은 매우 환영하지만 저걸로 끝이 아니길 바랍니다
15/12/08 16:46
요즘은 의사도 서비스직이죠...고객을 응대해야하는...일은 일대로 힘든...감정 노동같네요. 저는 의사 하라고 해도 못할것 같습니다..대단하십니다..
15/12/08 16:50
읽는것으로도 토나올정도로 빡시네요.
구타및가혹행위 폭언등등 날이 서있을때 군생활하고 나중에 군생활을 되돌아봤을때 이런집단이 유지될수 있는건. 사회를모르는 어린 학생?들이 주축이라는것과. 비교적 배움이 부족해서 항의하는법을 몰라서그러는게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머리가 다큰? 교육받은 사회인집단이 이렇게 유지되고있다니;;; 놀랍네요.
15/12/08 17:15
제가 인턴 때 수련받았던 열두달 중에 육체/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한 달을 추려내서 이야기하니 저런 거지, 사실 살만한 때도 많았습니다. 편차가 큰 1년이었지요. 이전에 수련받았던 저보다 선배이셨던 분들은 구타, 가혹행위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적어도 저는 신체적 폭력은 당한 적이 없으니 그것도 진보라면 진보이겠지요. 그리고 아마 점차 나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15/12/08 16:55
얼마전 80시간 이야기 듣고, 천국이네 라고 한 망언 반성합니다.
신경외과는 여기저기 뭣같군요.. 저도 10년전 하필 2월에 NS였던 관계로 떨턴된 동기들이 도망가서 죽어라 고생했던 기억이 나네요.. 다 끝났는데 도망갈까 매일매일 되네이며, 왜 추우면 쓰러져오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거냐 원망하던 하루하루가 있었는데, 어느샌가 너네들만 80시간하면 억울하잖아.. 라는 못된 맘을 품는 악질인간이 다 되었네요..
15/12/08 17:22
저런 에피소드들이 현재진행형으로는 더이상 안 벌어지고 '야, 우리때는 이랬어' 하는 꼰대질에만 써먹을 수 있는 '전설의 이야기'가 된다면 한편으로는 억울하지만, 한편으로는 훌륭한 꼰대 생활을 즐기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크크
80시간이 잘만 지켜지면 천국(?)일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갖은 편법을 다 동원해서 수련의/전공의/전임의를 쥐어짜내지 않으면 대학병원이 적자 없이 굴러가기 어려울테니, 아마도 당장 잘 지켜지지는 않겠지요.
15/12/08 17:33
2000년도에 인턴을 했으니 벌써 15년 정도 다 되어가네요
후배님 필력이 대단합니다 그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우리땐 pacs가 없어서 새벽 3-4시에 병동이랑 창고 돌아다니면서 필름 찾던 게 젤 서러웠습니다 힘내시고 건승하십시오
15/12/08 17:36
이런 글을 볼때마다 난 왜 이렇게 부끄러운가...
전 진짜 편하게 인턴 돌았거든요. 알러지 내과 돌때는 하루에 40분 일하고 배드민턴 치고 놀고, 수술장을 11월에 처음 들어가고 힘든 적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전반적으로 핀 군번이라고 하나요? 딱 그짝이었음. 그래서 인턴 이야기 하면 데꿀멍.. 그래도 인턴동안 그 시간에 연애는 못했습니다.
15/12/08 17:41
제가 대학 다니던 시절 잘 모르는 인턴?과 우연히 자취방을 같이 썼는데... 병원이 코앞인데 일주일에 한번 자취방에 오더군요. 토요일에 올 때마다 과자를 한아름 사들고 와서 저 하나 안주고 혼자 다 먹으며 TV를 봅니다. (거의 20여봉지를) 그런 후에 전화를 걸어 힘들다고 친구에게 하소연. 군대 휴가나온 사람보다 더 힘들어보였는데 실상은 이랬었군요!!
15/12/08 18:05
인턴스케쥴이 신경외과 vs 정형외과 + 성형외과로 나뉘었는데
정형외과+성형외과…. 거의 날 새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벌써 10여 년 전 이네요 참 감칠맛 나게 글 잘 쓰시네요. 감사합니다.
15/12/08 18:57
비슷하게 ENT 2주 돌고 났더니 혁대 단추가 3칸정도 줄어있는 일이 생기더군요.
위에도 써있지만 진짜 먹을 시간이 없어서 밥을 못먹죠.
15/12/08 20:19
아.. 전 신경외과 인턴 정원 3명인데 바로 전달에 한 명이 선배와 싸우고 도망치고 그 사람의 일감이 모두 저한테 왔었는데... 정말 이보다 힘든 인턴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이나믹한 한 달을 보냈었는데, 다행히도 신경와괴 레지던트 선생님들이 모두 너무 착하고 좋은 분들이라 더 추억이 많았습니다. 필력이 안되는게 한이네요. 수술방에서 25시간 동안 계속 c-arm 잡으면서 주머니에 혹시나 하고 넣어둔 멘톨x로 하루를 버티던 날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15/12/08 20:53
제일 짜증났던 건 알에서 온갖 잡일은 다 하는데 인정도 안 해주고, 일이 안 되면 욕만 먹는다는 거죠.
심한 치프는 같이 밥시켜 먹는데 제 몫으로 볶음밥을 시켰더니 쌍욕을 하면서 어디 인턴이 볶음밥을 먹냐고 하더군요. 그때는 정말 짜증나서 제가 제 돈 천원 더 내고 볶음밥 먹겠습니다 선생님 이라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우씨 생각해보면 왜 그런 대접을 받았나 싶어요. 인턴 지나고 나서부터는 우리과 파견 인턴선생한테는 항상 이름을 불러주기로 결심하고 그대로 했습니다만, 연차가 올라가면서 병동에서 인턴을 만날 기회가 잘 없어져서(내과입니다) 그것도 쉽지 않더라구요...
15/12/08 21:52
저도 인턴시절이 생각나서, 순간 먹먹했었네요.
그냥저냥 순간순간을 견디고 견뎠는데, 몸이 아플땐 정말 서럽더라구요. 아프다고 일을 안할래야 안할수 없는 상황이.. 물론 레지던트 생활이 인턴보다야 훨씬 더 힘들었지만;; 후배님들은 조금이라도 덜 불합리한 수련생활하시기를 바라네요.
15/12/08 22:06
요즘 병원 가보면 의사선생님들이 놀랄만큼 친절하셔서 - 예전에 비해서 설명도 잘 해주시고, 개중에는 약간 의무적으로 한다 는 느낌을 확연히 주시는 분도 계시지만 -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깁니다.
드라마보면 인턴, 레지던트 시절 선배의사선생님에게 쪼인트 까이고 막말 듣는 장면이라던가 '응사'보면 잠도 못자고 고생하는 장면이 많아서 다른 직업보다 유난히 정말 유난히 도제? 가 심한 직업이다 생각했었습니다. 그래도 일단 의사면허? 선생님 되면 좀 편할테니까 참고 견디시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저 과정은 너무 심하군요. 정말 개선방법이 없는겁니까? 글 감동, 쇼크 먹고 추천합니다 원, 이런 글은 처음 읽습니다.
15/12/08 22:11
모든 일의 원흉은 조직의 최상부에 있죠. 흐흐.
조직이 바뀌려면 네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기에 그랬습니다. 내가 바꾸기는 뭘 바꿔요. 사장이 생각이 바뀌면 사장을 따라 이사들도 바뀌고 이사들이 바뀌면 부장이 바뀌고 과장이 바뀌고 그러면 조직이 바뀌는 거지. 밑에서부터의 변화는 세기에나 일어나는 개혁이고 실상 가능한 변화라는 것은 오너인 당신이 바꾸는 거요. 라고...속으로 말이죠.
15/12/09 01:22
아.. 정형외과 인턴때 사이다 마시다 잠들어 근무복 갈아입으며 눈물훔쳤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정말 먹고싶어 병원지하편의점까지 가서 사온거였는데 ..크크
그땐 정말 이런 지옥이 없겠다 싶었는데 요즘 후배들 이야기들어보면 더 힘든거 같더라구요.. 모교 병원에서 월급가지고 장난친다는얘기도들리고.. 윗분 댓글중 말씀처럼 수련병원은 헬조선의 결정판인곳 같습니다.
15/12/09 01:32
인턴 생활을 하면서 느낀것이, 다른사람 처지가 되보지 않으면 쉽게 이야기 하면 안되겠구나 하는거였어요.
지금도 생각하면 나라는 사람이 그렇게 'irritable' 할 수가 있구나 한느걸 새삼 느껴요. 나는 내가 좋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구요. 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옹졸하고 작은 사람인지 느끼게 해준 한해였죠. 에고 지금은 치프가 되었는데, 쌍욕하고 그런건 아니어도 저도 인턴쌤들에게 아주 친절하지는 못한 것 같네요. 정글속에서 헉헉대고 있을 때 2년차 선배가 '힘들지 새끼야?' 하면서 큭큭 웃었을 떄 말한마디에 그렇게 힘이 될 수 있구나 싶었는데, 저는 그런 선배가 되지는 못한 것 같네요.
15/12/09 01:40
요즘에는 병내 강요행위 문화를 개선 코자 식사준비를 인턴쌤 한테는 안 시키고 있습니다. 그럼 누가할까요.의국 막내 던트 1년차 쌤이 하셔야지요..
사실 병원 시스템 및 수가 현실화가 안 된 상황에서 전공의특별법을 통과 시켜봐야 인턴, 레제던트샘들 현실이 나아질거란 생각 안합니다. 어떻게든 의국내에서 돌려막기 시키겠지요.이미 저희 병원에서도 당장 내년부터 던트4년차쌤들 전문의시험 공부하라고 하반기에 주던 자유시간을 대폭감축 or 폐지하는 분위기네요..
15/12/09 01:59
외과를 선택한 제 친구는 전공의 1년차 여름 어느날
몸도 마음도 더이상은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서 그해 2월 병원에 들고 들어와서 한번도 병원 밖을 나가본적이 없는 캐리어를 질질 끌며 겨울에 입고 들어온 철지난 무스탕 잠바를 손에 들고 대낮에 병원을 나섭니다. "그래... 역시 남들이 안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구나... 앞으로도 남들이 안하는 건 하지 말아야지... 안녕 외과...." 병원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자신의 차에 시동을 겁니다. 몇달 동안 시동 걸린적이 없는 차는 배터리가 방전되어 시동이 걸리지 않습니다.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어 비상 배터리 점핑 서비스를 요청합니다. 그리고 차 안에서 잠이 듭니다. 잠이 깹니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입니다. 한 14시간을 잔 모양입니다. 배터리가 방전된 휴대폰을 편의점에서 충전한 후 켜보니 병원에서 온 콜과 병원에 도착한 보험회사 직원이 한 전화로 부재중 전화 98통과 와있고 소재 확인, 협박, 회유 문자 여러통이 와있습니다. "하아...." 복잡한 마음에 24시간하는 중국집에서 짬뽕과 탕수육을 고량주와 함께 배불리 먹습니다. 간만에 푹자고 실컷 먹으니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고 몸에 기운이 납니다. 놀랍게도 발길이 다시 병원으로 향합니다. 그런 경험이 한두번씩 있는 선배들은 의외로 혼내지 않고 조용히 넘어갑니다. 이제 전문의로 대학병원에 살며 교수 임용을 바라고 있는 그 친구는 요새도 술만 마시면 읊조립니다. "아... XX 그때 집으로 갔었어야 했는데...."
15/12/09 02:49
의사는 그들이 배우는데 들였던 비용, 수련하면서 겪었던 고생, 그들이 하는 일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그런 의사들 사이에서도 금수저와 흙수저가 갈리고 버는 사람만 왕창 버는 것 같더라고요. 뭐랄까 시민과 사회의 의료비 부담이 정당하게 의사들에게 돌아가지 못한다는 기분이에요. 의사분들과 일하기도 했고, 아는 의사분도 계시는데 대게의 직종보다 벌이는 많지만, 그것이 직업에 대한 자긍심을 세울 정도는 아닌 것 같아 보이더라고요.
그러니깐 결론은... 의사분들 화이팅. 환자를 궁휼히 여기는 마음 잊지 말아주세요. 아프거나 죽을 것 같을 때 믿을 사람은 의사쌤들 뿐이에요 ㅠ.ㅠ
15/12/09 16:40
여러 번 게시판에 적지만 의사 중에서도 기득권층 (나이 많고 돈 벌만큼 벌어놓은) 분들도 있고 생각 없는 분들 (금수저거나 의료계 현안 관심 없는 여의사들 특히)도 많지만 이제 막 전문의 된 대부분의 젊은 남자 의사들은 아둥바둥 살고 있습니다... 사는게 아예 달라요
예외 케이스도 있겠지만 대체로 사명감 가지고 일하는 분들 보다는 영업이나 장삿속 밝은 분들이 돈 많이 벌고 흔히 드라마에 나오는 의사들이나 쇼닥터들 같이 살아가지요 그것만 알아주셨음 좋겠어요
15/12/09 05:44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의사가 아니지만 주위에 의사가 많고 또 관련된 책도 읽고 해서 그들의 생활을 많이 이해합니다.
딱 한달 근무의 신경외과에서 저렇게 고생을 하셨다니, 레지던트로 훈련받는 사람들이 괴물로 보이셨겠네요. 학과장 말씀하셨는데, 많이 이해가 됩니다. 수긍도 가고. 어떤 성취를 강하게 얻으려는 사람들은 알게모르게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다고 봅니다. 그것을 일로 또 성취로 풀어내려고 하고, 그런 과정에서 옆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다른 트라우마를 겪게 되지요. 특히 병원에 이런사람들이 많은 것같아요. 지금은 신경외과가 아닌 다른 곳에서 근무하시고 맘에 드시는 것같아 다행입니다.
15/12/09 09:34
제가 참 잘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비교적 편한 2차병원에서 (뭐, 다른 2차병원들보다 편한 편은 아니었지만 3차에 비하면야...) 인턴 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참 바보같이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그 인턴 끝나고 나서 바보같이 대학병원에서 내과 해보겠다고 지금도 개고생하며 살고 있다는 거지요. 요새는 편한 2차병원 내과도 널렸는데.... 에효...ㅠㅠ
16/03/24 17:50
꽤 오래전에 읽은 기억이 있는데 추게로 왔군요.
신경외과 수술을 계속 받고 있는 터라...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머리에서 국물 나온다고(?) 얘기 했더니 말없이 스태플러(?) 세방 박아주던 인턴 선생님이 특히 기억에 남는군요.
16/03/25 00:53
의사분들 얘기가 참 스펙타클한 삶(초년) + 훌륭한 구성 능력덕에 재밌는게 많아요.
예전에 군대 훈련소 가서 서로 진료하는 얘기 쓰신 양반도 참 대단하다 싶던데, 느낌이 비슷비슷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16/03/25 01:59
예전엔 별 생각없이 읽고 힘들구나..했었는데 동생이 뇌출혈로 수술받고난 지금은 완전 동감하며 읽게되네요. 신경외과 선생님들 참 다들 힘들어 보였습니다. 사람도 별로 없어보이고 ㅠㅠ
16/03/25 11:07
제가 예전에 보았던 흉부외과 인턴 인계장이 생각나네요.
'흉부외과 인턴 나쁘지 않습니다' '잠은 매일 10시간 정도는 잘 수 있습니다.' '여기는 하루가 168시간인 시간과 정신의 방이거든요.'
16/03/28 21:47
저는 비교적 최근에 인턴 생활을 했지만 과거 수많은 선배님들이 지금보다도 훨씬 힘든 시기를 거쳤고,
생존'을 위한 목소리를 끊임없이 내 주신 덕분에 비교적 편하게 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인턴에게 뭘 부탁하고 나서 '수고했어요, 고마워요'는 말을 항상 붙여주는 전공의 선생님들이 너무 기억에 남더라구요. 항상 그렇게 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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