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구정
외할머니댁에 미리 도착한 가족들이 도란도란 앉아서 간만의 담소를 나눈다.
띵동 소리와 함께 도착한 작은이모네 가족.
시댁에 다녀와서인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될 사촌동생도 함께 왔다.
다같이 둘러앉아 세배를 나누고 덕담을 주고받으며 따뜻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세뱃돈은 부모님께 맡겨라, 내가 쓰고싶다, 얼마들었냐 등의 이야기가 오가고 한껏 웃으면서 점심식사를 준비한다.
식탁에 머무는 적당한 웃음기와 안부인사들이 끝나갈때 즈음 사촌동생이 방에서 달려나왔다.
"할머니 나 이번에 세뱃돈 엄청 많이 받았어~!"
"그랴? 너 좋은 것 많이 사먹고 꼬까옷 사달라 햐. 좋것네 좋것어..."
"이거 할머니 줄라고 다 모았어 되게 많아. 이거 있으면 할머니 개성 갈 수 있어?"
정적이 흘렀다.
갑작스레 아이가 던진 한마디에 모두가 숙연해졌다.
몇년 째 이산가족 상봉에 탈락했기에 속상해하는 할머니 앞에서는
어느 누구도 이북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었는데 말이다.
자꾸 몸이 안좋아지셔서 아기처럼 되어버려 매일같이 동생을 찾으신다
혹시 찾아오신다면 못들어 오실까 싶으셨을까.
오늘 두드릴 할머니댁 비밀번호는 3935이다.
동생은 상구. 할머니는 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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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