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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13 23:52
저는 거의 매일 어머니께 전화를 드려 서로의 일상을 얘기하고, 가끔은 아버지께만 따로 전화를 드립니다.
어쩌다 주위에 얘기하면 대개는 놀라며, 더러는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시간은 멀고 먼 타향의 나를 가족과 이어주는 시간입니다. 지난 주에 아버지께서 (다행히 초기였지만) 암으로 수술을 하시고, 10일 정도를 입원하셨다 퇴원해 부산으로 병원을 옮기셨습니다. 초기라고 해서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수술 후 얼굴도 몸도 반쪽이 된 아버지를 보는데, 울컥한 걸 들키지 않으려 혼났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한 연락들이 그리 대단하지 않음을, 무엇보다도 마음이 더 부족함을 느낍니다. 마음에 껴둔 한시외전의 한 구절로 맺습니다.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은 그치지 않고, 자식은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14/11/14 01:25
이런 리플에 태클걸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지만, 이따금씩 생각하던게 떠올라서 몇자 적어보네요.
'자식은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라고 하지만, 그치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우리는 어쩌면 봉양하고자 하는 부모가 사라졌을때, 그렇게, 돌이킬수 없는 그때가 되어서야만이 깨닫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14/11/14 00:08
저랑 동갑이신 것 같습니다. 저는 수능을 두 번 더 보고나서도 원하는 성적을 끝내 얻지는 못해서 지금까지도 데면데면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수능 내적이던 외적이던, 이 나이에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최대의 아픔을 겪은 것 같아 매년 수능날이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은데, 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힘든 일을 겪으셨네요. 반성합니다. 항상 행운이 깃드시길.
14/11/14 01:31
나이를 들어가면서 이 세상 모든일들이 참 어렵다고 느끼지만,
그중에서 자식인 나로서 가장 알기 어려운건 부모 라는 존재인것 같아요. 도대체, 무엇때문에 이렇게까지 일방적으로 우리에게 사랑을 주시는지 내가 부모가 된다면 내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수 있을런지..잘 모르겠네요.
14/11/14 02:35
아... 가슴이 아리네요. 저는 어렸을 때 아버지를 여의었는데, 갑작스럽게 사고사로 돌아가신 거라서 마지막 일화 같은 것도 없었어요. 나중에 크게 상심하시는 어머니께 '죽는 줄도 모르고 가셨을 테니 차라리 편했을 것'이라고 위로해 드리려고도 했죠. 그런데 본문처럼 곧 헤어질 것을 알고 준비하는 부모님의 심정은 어떤 것일지 상상만 해도 눈물이 나네요. 아우...
14/11/14 02:38
잠이 안와 뒤척이다 밖에 나와 산책을 하던 중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수능에 관한 추억 글이겠거니 하고 읽었는데 눈물이 흐르네요.
어머님께선 좋은 곳에서 흐뭇한 미소로 지켜보고 계실 겁니다. 항상 생각만 하고 밖으로 내보인 적이 없었는데 내일은 집에서 나올 때 손이라도 한번 잡아 드려야겠네요. 아픈 일이셨을 텐데 이런 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14/11/14 02:43
저도 어머니를 암으로 잃은지 2년이 조금 못 되어서 감정이입이 되네요. 그나마 저는 서른이 넘은 나이였지만 글쓴 분은 그 어린 나이에 큰일을 겪어서 정말 힘드셨겠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잃으면 남는건 후회뿐이죠. 왜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 했을까.....제 어머니는 선고 받고 5개월도 못 되어서 급히도 가셨습니다. 그 5개월은 지옥 같은 나날들이였지요. 제 어머니도 신약에 기대를 걸었다가 실패를 했었어요. 신약에 적합한지 테스트를 하고 희망에 부풀어 있다가 부적합 선고를 받고 병원에서 나오는 길 그 때의 심정은 평생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것이였습니다. 패륜이 가까울 정도로 형편 없는 아들이였기에 어머니를 보내고 한동안 자해도 여러번 할 정도로 자학이 심했었죠. 결국엔 내가 여기서 무너지면 나를 위해 헌신적으로 희생하셨던 어머니의 삶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 추스리고 조금이나마 사람 구실 하려고 노력 하며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뿐만 아니라 가족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글이라 조금은 마음에 위안이 됩니다. 힘들때 쓰러지지 않게 구심점이 되어 주는 것이 가족이지요. 글쓴 분은 잘 해내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약간이나마 어떤 심정인지 이해 할 수 있는 입장에서 주제 넘게 주저리 주저리 해 봤습니다. 너무 불쾌하게 생각 하지 마시고, 힘내세요. 글쓴 분도 저도 훌륭하고 멋진 인생을 사는 겁니다. 어머님을 위해서.
14/11/14 11:40
어...음... 이렇게 많은 추천을 받을줄을 몰랐습니다.
그저 제 이야기를 한번쯤 하고 싶었고, 교통사고가 났어도 수능을 보는 자식에게 김밥을 전해줘야 한다던 어머니의 기사와 수능이 끝나고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의 질문들 속에서 내가 그 때 무엇을 제일 후회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올해 수능이 제 수능때와 날이 같아서 이번 달 내내 수능이 뉴스에서 다뤄질 때마다 그 때로 돌아간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렇게 응어리진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에게 위안이 되는구나 하고 약간 놀라기도 했고, 어제 글쓰고 그 마음 그대로를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확인해보니 너무 많은 분들이 저에게 위로를 해주시니 오히려 제가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결과적으로 전 열심히 산다고는 못하겠습니다. 그 해의 학점은 엉망이었고, 변변한 연애도 하지 않고 결국 저 죄책감에 도망치듯이 군대를 다녀왔고, 전역한지 꽤 되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학점은 좋지 않고, 여전히 연애도 안하고, 이제는 곧 저에게 들이닥칠 취업난이 문제네요 하하.. 멍청하게도 엄마가 그렇게까지 참아가면서 길러낸 아들내미가 변변치않고 게을러 터지기만 해서 문젭니다. 이번 주말에 엄마한테 가서 또 죄송하다고 해야겠네요
14/11/14 14:28
엄마가 아픈데도 대학 잘 들어가... 군대 건강하게 다녀와.. 나쁜 여자안만나 인생 낭비안해.;;.. 이제 앞가림한다며 취업 걱정한다면... 어머님께서도 하늘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춤이라도 추실 기분이시겠네요...
잘 크셨네요.^^
15/01/08 17:49
요새 참 눈물이 많아져서 큰일입니다. 어릴때는 이런 글 보면서도 덤덤해서 내가 혹시 사회부적응자인가 싶기도 했는데...
나이가 들어갈 수록 공감이 되어서인지, 아휴 너무 슬프네요 이 글.
15/01/09 13:33
괜찮아요. 잘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잘 할 거에요. 힘든 일 엇나가는 시기 없을 수 없겠지만 그래도 잘 할 거에요. 늘 지켜보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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