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4/09/21 18:38:36
Name 파란무테
Subject [잡설] 교만, 음란, 나태에 관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삶에서 아래의 세 단어가 갖는 의미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고자 합니다.
개인적이고 얕은 깨달음이오니 편하게 읽으시기 바랍니다.




1. [교만] - 자존감의 문제

사람들은 타인으로부터 칭찬과 존경을 받고 싶어 합니다. 누군가의 인정은 우리로 하여금 인생을 즐겁고 기쁘게 살아가게 하는 이유가 되죠.
아내만 나를 믿어줘도 세상을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는 것 처럼요.

교만이라는 재미있는 감정은 나의 재능, 학벌, 재력, 외모, 자녀 등 내가 가지고 있거나 소유하고 있는 것들이 다른이들의 그것보다 높을 때 보통 느낍니다. 남보다 비교우위에 있을때 묘하게 느낄 수 있는 그 감정-교만-에 대해 짧게 이야기 해보고 싶네요.

교만한 사람은 두가지 유형입니다. 교만함이 드러나는 사람과 내면에 숨어있는 사람. 중요한 건 우리 모두는 이 두 유형 어딘가에 속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교만함을 내면속으로 밀어넣고, 은밀히 그 감정들을 즐기기도 합니다. 어떻든, 우리는 교만한 사람들입니다.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남보다 내가 낫기를 바라니깐요.

그런데 말이지요. 조금 더 교만한 사람일수록 자존감이 낮습니다.
자존감이 높은사람은, 타인의 인정이 그리 필요치 않거든요. 남이 나를 어떻게 본다해도 나의 존재가치(= 즉 자존감)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나, 타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많은 영향을 받는 사람은 그들의 인정을 받을 때에 기뻐합니다. 이런 분들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겠죠. 그리고 이런 분들은 조금 더 교만하기 쉽습니다. 외형적으로든, 내형적으로든.

내형적 교만의 최고봉은 '내가 겸손한 것 처럼 보여서 타인이 나를 겸손한 사람으로 인정하는 것을 즐기는 것'이 아닐까 마 그리 생각합니다.



2. [음란] - 우선순위의 문제

우리는 여자친구나, 아내와 함께 우리의 본능을 조절합니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여러 매체의 힘을 빌립니다.
어쩔 수 없는 우리 남자네들의 삶입니다. 할아버지가 되어도 미약하게 지속되겠죠.
또, 길거리 가다가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그녀에게 눈길이 가겠죠.
저는 이것을 음란1이라고 명명합니다. 이건 본능이고 뭐 컨트롤되는 능력이 아니니 여기까지.

그런데 음란 1을 생각하다가 음란2를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음란 2는 다음과 같은 상황을 말합니다.
-'바람피는 것' 혹은
-'직접 바람을 피진 않는데 그 전 단계에서 마음이 흔들리거나 여지를 남겨두는 어떤 것'

우선 있는지 물어봐야 되는거 아닌가요?... 라고 하신다면 죄송합니다.  있다고 칩시다.
바람피는 행위를 하였든, 그 전 단계의 마음을 품었든 이 모든 것을 음란이라고 명명한다면.. 이 음란한 사람들은 본능의 문제+우선순위의 문제 두가지의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내가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가장 최우선일 때 우리는 위와 같은 행동과 마음을 품기 쉽진 않습니다. 그 우선순위가 흔들리거나 무너질 때 그럴 수 있죠.
성경이라는 책에서는 보통 '음란'이라는 단어를 음란2의 예로 사용합니다. '너가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다른 신을 섬기느냐 이 음란한 자식들아' 같은 경우죠.

음란 1은 원래 본능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음란 2는 우선순위의 문제가 아닐까 마 그리 생각합니다.



3. [나태] - 사명감의 문제

2시간 후에 적어볼게요.. 갑자기 약속이 잡혀서..















* 라벤더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4-11-13 12:52)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새강이
14/09/21 18:46
수정 아이콘
아니 끊어쓰기 신공..언능 다음꺼 써주세요 크크
끵꺙까앙
14/09/21 18:59
수정 아이콘
나태의 실증적인 예를 저렇게 보여주다니 천재십니다.
14/09/21 19:00
수정 아이콘
크크크 제목만봐선 겁주는 기독교 선교책자같은데 재밌네요
14/09/21 19:02
수정 아이콘
엌크크크크크크크크크 나태가 가장 와닿는 설명이네요 크크크크크크 오랜만에 외쳐봅니다 추게로~!
노래방가자
14/09/21 19:25
수정 아이콘
남이 나를 어떻게 본다해도 나의 존재가치(= 즉 자존감)이 변하지 않죠. 라고 하셨는데 정말 그럴까요..
최근에 무슨 문제든지 자존감의 문제로 환원하는 처방이 유행하는거 같은데,
실제로 자존감이 원인일때도 있겠지만 반대로 자존감은 단순히 결과일때도 있죠.
자존감이 낮아서 인정을 갈구할수도 있겠지만, 인정을 많이 받아서 자존감이 높아질수도 있는 것처럼요
항상 남에게 좋은 피드백을 받고 자란 사람은 자존감이 높을테고, 반대면 낮겠죠.
실제로 자신이 못나서 주위사람들에게 안좋은 피드백을 받아 슬퍼하는 사람에게 '넌 자존감이 낮아서 그래 너 스스로를 사랑해봐' 라고 해봤자
아무 도움도 안되지 않을까요?
소독용 에탄올
14/09/21 19:36
수정 아이콘
이제 겸손, 순결, 근면이 나오면 되나요.......

'자존감'이 경험을 통해 '구성'되는 물건이라서 교만 부분은 사실 매개변수를 언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Tormento
14/09/21 19:38
수정 아이콘
아니... 이토록 완벽한 설명이 있었던가!!!
Forgotten_
14/09/21 20:04
수정 아이콘
마지막이 글을 제대로 살렸네요..
바스테트
14/09/21 20:09
수정 아이콘
교만에 대한 역대 제가 본 모든 것중에 가장 완벽한 설명이네요....
행복한남자
14/09/21 20:10
수정 아이콘
1번과 관련해서 가장 싫은 사람이 '자존감 도둑' 타입의 치들입니다.
다른 사람을 깎아내려서 본인의 자존감을 높이려는 사람들..
2막3장
14/09/21 20:34
수정 아이콘
나태에 관한 글을 쓰다말고 나태해지신건가요? 크크
요새 피쟐 트렌드가 실증에 있는건지...
굳이 말로 설명할 것이 뭐 있어..
그냥 보여주게따!!!
14/09/21 22:28
수정 아이콘
근데 일상 생활에서 '음란' 은 주로 유머의 소재로 쓰이지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음란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본문에서처럼 성경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지 싶고요. 예를 들어서, '음란물 시청' 혹은 '너 지금 음란한 생각을 하고 있지?' 이라는 상황에서 성경적 음란을 의미하지는 않지요.

본문의 해석대로라면 (애인이 있는데 딴 마음을 품는다) 피지알러는 음란할 방법 자체가 없는 거잖아요!
파란무테
14/09/21 23:13
수정 아이콘
그렇지요. 음, 이글을 쓰게 된 큰 이유는 말씀하신 '음란물시청'에서 쓰인 '음란'때문입니다.
남자인지라, 생활의 영역에서 많은 영향을 미치는 단어가 화두가 되었지요. 그러다 음란2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이름붙인겁니다. (자작이니, 큰 뜻은 없습니다.)

[남자로 살아가면서, 교만, 음란, 나태는 항상 싸워서 조심해야 할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나태는 썰을 풀진 못했지만, 나태에 대해 조금만 말해보자면,

남자는 '삶의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사나이 대장부로서 큰 뜻이든, 작은 좌우명이든, 혹은 일주일단위의 다짐이든 항상 하루하루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며 사는 것이 유익하리라 생각합니다.
사람에겐 맡겨진 임무를 해내었을 때 느끼는 기쁨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관계중심적인 여성도 그러할진대, 일중심적인 남성은 더욱 그렇겠지요.

그런데, 나태란 삶의 목적이란 중요한 가치를 방석으로 사용하면서 쉬고 있는 상태라고 봅니다.
일반적으로 쉼은 우리를 다시 나아가게 하지만, 나태는 우리를 주저앉게 하죠. 그래서 나태는 위험하며, 사명감을 상실하게끔 하여 나태가 나태를 낳는 무저갱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것 같습니다.
(짧게 적으려니, 주저리 하네요. 수정안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4/09/22 00:41
수정 아이콘
교만하고 자부심은 종이 한 장 차이인지라 미덕인지 악덕인지 참 애매하고, 음란도 뭐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 중 하나니까 잘 다스리면 좋은 거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태만큼은 도저히 용서가 안되는 무서운 적이죠.
화잇밀크러버
14/09/21 22:37
수정 아이콘
이걸 나태가 캐리하네 크크크
레지엔
14/09/21 22:59
수정 아이콘
쓰지않음으로 완성하니 이게 바로 비워서 채우는 이치... 개안하고 갑니다 껄껄(..)
Abelian Group
14/09/22 01:41
수정 아이콘
나태 때문에 유게로~ 크크
켈로그김
14/09/22 08:47
수정 아이콘
역대 최고의 나태함에 대한 설명..;;
14/09/22 09:25
수정 아이콘
우리는 교만한 사람이데 교만한 사람은 자존감이 낮다고 하니 어색하네요. 교만함이 높은 사람이 자존감이 낮다는 거겠죠?
나태 설명은 들어와 꽂히네요. 대단합니다.
Falloutboy
14/09/22 09:27
수정 아이콘
와. 한 줄로 모든 설명이 다 되네요. 크크크크크
터치터치
14/09/22 11:09
수정 아이콘
크크 추천도 2시간 뒤다....크크크
14/09/22 12:13
수정 아이콘
이분 나태하시답니다 글 내려주세요 크크크크
옆집백수총각
14/09/22 12:51
수정 아이콘
역대 최고의 나태함에 대한 설명..;;(2)
망디망디
14/09/22 13:17
수정 아이콘
교만이 안고쳐져요
파란무테
14/09/22 14:30
수정 아이콘
진지한질문인것 같아요. 크크크
답.
1.교만은 고쳐지는것이 아니라 다스리는 것이다.
2.교만을 다스리는 최고의 방법은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다.
아닐까요?크크
망디망디
14/09/22 20:00
수정 아이콘
다스리는건 잘 모르겠고...
자존감을 높이는게 빠르겠네요 크크크
王天君
14/11/13 16:39
수정 아이콘
저도 지 잘난 맛에 사는 인간인데, 겸손을 굳이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가 하는 의문에 빠질 때가 왕왕있습니다.
무능력함을 인정하고 체념하는 또 다른 굴종의 태도가 아닌가 해서요.
14/11/13 23:43
수정 아이콘
제가 느낀 바로는 정말 확실하게 70억분의 1이 아닌 이상 너보다 잘난놈은 있으니
'적절하게' 겸손하면 되는거였습니다. 크크크크

상대방에 대한 굴종이라기 보다는 상대방을 인정함의 다른 이름이지요.
14/09/22 20:36
수정 아이콘
닉을 음란나태로...
14/11/13 13:08
수정 아이콘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특히 음란은 인생학교:섹스(알랭드보통 저)에서 읽었던 내용들과 흐름이 비슷하네요... 가장 이야기되기 힘들고 터부시 되었던 음란에 대해 자유로이 이야기되게 해주셔서 더 감사합니다.
14/11/13 14:03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 완벽한 설명이네요 크크크크
14/11/13 15:22
수정 아이콘
공감을 형성하려는 사람의 성질(?)상 누군가와 은근히 비교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고..
세상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이상 교만을 뗄 수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도 되고요.
쓰다보니 저도 나태해져서 이 이상 생각하기를 포기합니다..?
가죽신
14/11/13 16:20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 진짜 명문이네요 나태
王天君
14/11/13 16:39
수정 아이콘
푸하하하하핳하하하하하핳하 진짜 욕 나올만큼 훌륭한 결말이네요
좋은하루되세요
14/11/13 20:29
수정 아이콘
이건 정말 대단하군요
프리다이빙
14/11/13 21:18
수정 아이콘
내형적 교만함의 최고봉을 연습 중인 1인 입니다?
14/11/13 23:47
수정 아이콘
이미 내형적 교만함을 오랫동안 습득해온 처지로서 공감이 많이가네요 크크크.

그리고 태클을 걸자면.
나태에 약속 지킨다는 말을 한시점에서 선약을 지키는 사람이라 나태할수가 없습니다?
그게 핑계라면 나태한 사람이 아니라 거짓을 말한 사람이죠.

고로 나태에 이유가 없거나. 그냥 '좀 있다 쓴다'라고 해야 완전해질것 같습니다 하하하하하.
파란무테
14/11/14 00:20
수정 아이콘
원래있던 약속이 아니라 글쓰다 생긴 약속이라는게 함정.
이글이 추게에 와서 교만이 찌르는건 더 함정.
최근 아내외에 연예인 박신혜가 너무좋아서 빠져있는 건 함정중의 함정.
선경유치원
14/11/17 11:48
수정 아이콘
아 좋은 글입니다.
심플하면서도 곱씹어볼 수 있는 잘 정리된 글이네요.
세 가지 설명 다 좋았습니다.
14/11/22 17:02
수정 아이콘
음란2를 하려면 먼저...
이시코기
15/01/24 17:16
수정 아이콘
나중에 써먹어도 될련지요 크크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2584 임진왜란 해전사 - 11. 명량 [19] 눈시BBand12614 14/12/15 12614
2583 군대에서, 전 어떻게 했었어야 했을까요? [65] 할머니22349 14/12/05 22349
2581 EPL의 하락세 : EPL은 분데스리가에 이미 추월당했다. [109] 구밀복검24286 14/11/23 24286
2580 서태지, 현진영, 이수만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 - 90년대 가요사 [30] 카랑카23492 14/11/22 23492
2579 2008년 11월 13일 새벽 5시 45분 [44] 15425 14/11/13 15425
2578 자살충동에 관한 심리상담 후기 [40] 파란코사슴28726 14/11/13 28726
2577 인터스텔라 잡담 (스포대폭발) [39] 리듬파워근성65868 14/11/13 65868
2576 가게앞 파지줍는 아주머니 이야기 - 세번째 [33] Typhoon9044 14/11/12 9044
2575 아들, 아들을 키워 보자! [117] OrBef21820 14/11/11 21820
2574 인터스텔라? 엉터스텔라 -_- (전 스토리 스포일러) [197] 구밀복검29631 14/11/10 29631
2573 조선의 젖가슴 [58] Judas Pain79232 14/10/30 79232
2572 서태지가 대장이고 신해철이 마왕이던 때가 있었겠지 [12] ZolaChobo12450 14/10/28 12450
2571 [우주] 명왕성 _ 행성인듯 행성아닌 행성같은.. (2, 完) [38] AraTa_Lovely14186 14/10/24 14186
2570 [우주] 명왕성 _ 행성인듯 행성아닌 행성같은.. (1) [70] AraTa_Lovely15083 14/10/22 15083
2569 가게 앞 파지줍는 아주머니 이야기 - 후기 [38] Typhoon12424 14/10/16 12424
2568 Off the beaten track - 서유럽의 덜 알려진 여행지들 -2- [15] 저글링아빠13382 14/10/14 13382
2567 Off the beaten track - 서유럽의 덜 알려진 여행지들 -1- [26] 저글링아빠16393 14/10/08 16393
2566 고맙다 우리딸.. [90] 건이강이별이18292 14/10/07 18292
2565 2014년 상반기 유럽 여행 후기 [74] shie17151 14/10/06 17151
2564 복싱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순간: 알리 vs 포먼 [46] 사장27911 14/09/24 27911
2563 [잡설] 교만, 음란, 나태에 관해 [41] 파란무테21750 14/09/21 21750
2562 도스 창의 가로 길이는 왜 80글자일까? [69] 랜덤여신14707 14/09/18 14707
2561 옷, 기본 아이템부터 장만해봅시다! - #1. 바지 장만하기 [52] 김용민37649 14/09/09 3764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