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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8/27 04:56
문장만 띄어쓰기로 구분이 된다면 어떤 환경에서도 심지어 모두 붙여 쓴 이어쓰기도 답답하지 않고 외려 편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제가 본 중에선 저 정도더군요.
인터넷에선 기존의 한글 띄어쓰기에 따른 바탕체-9이라는 최적화 폰트와 크기의 문제가 있고, 만약 이어쓰기를 허용한다면 붙여 쓰는 일본어가 그렇듯이 가독성의 향상을 위해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폰트와 이어쓰기 최적화 글씨체의 표준을 찾을 필요가 있을 겁니다.
14/08/27 05:11
상당히 흥미로운 글이네요. 평소에 제가 생각하던 부분과도 일치하는 면이 있고요. 띄어쓰기는 가독성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고 현재 문법에 수정이 필요하다고도 생각합니다. 다만 문장 전체를 붙여쓰는것 보다는 중간에 예를 드신대로 적절한 수준에서 띄어쓰는 것이 어떨까 싶네요. 저도 지인들과 카톡할 때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니면 붙여쓰고 있습니다. ^^
14/08/27 05:50
1. 띄어쓰기는 글말을 위해 정해놓은 원칙이기 때문에 입말과 비교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입으로는 안 띄어쓰는데 왜 글로는 띄어쓰냐?? 라는 질문이 의미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갑자기 옛날 타자동에서 타자칠 때 경험이 생각나는데, 티비 듣고 치는 방식으로 연습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아나운서는 띄어 말하기 안 하니까, 그냥 붙여서 쳐도 된다는 규정이 있었네요. 옛날 애국가 빨리 치기 프로에서도 아마 그런 규정이 있었던 것 같네요.) 글말만을 놓고 봤을 때, 전 아무래도 띄어쓰기가 있는 쪽이 더 가독성이 높다고 봅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띄어쓰기가 있을 때 가독성이 더 높다고 느끼는 문중이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옛날, 카카오톡이 없던 시절 고등학교 때 문자메시지를 띄어쓰기 안 하고 열심히 보내고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익숙해지면 어느 정도 읽기가 가능하지만, 아무래도 오해의 여지가 있었습니다(이건 마치 iOS와 안드로이드의 문제 같네요. [익숙해지면 편해] vs. [그냥 원래부터 편해].)
2. 서구의 영향으로 개화기에 띄어쓰기를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는만큼, 정음초기문헌에서 띄어쓰기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당시 한어의 표기법을 따랐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초기 정음 문헌에는 방점이 찍혀 있어서(성조점), 띄어쓰기가 아닌 방법으로도 어절 구분이 대부분 가능했습니다.(실제로 전 고문헌을 볼 때, 헷갈리면 방점 가지고 어절 구분을 많이 합니다. 100%는 아니지만요) 3. 결국 문제는 "[단어]는 띄어 쓴다"라는 원칙입니다. 위에서 지적하신 것처럼 인구어는 비교적 "단어"라는 개념이 명확합니다. 한국어는 그렇지 않구요. 조사와 어미를 단어로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근 100년 넘게 논쟁거리이고, 또 조사와 어미 내에서 구분을 하는 학자들이 있습니다. 일부 국어학자들은 자기의 학설 대로 띄어쓰기를 해서 논문을 내기도 합니다. 4. 현재의 띄어쓰기의 문제는 그게 옳냐 그르냐가 아닙니다. 글쓴이도 지적하셨지만, "직관적으로 너무 어렵다"가 문제입니다. 왜 한국말은 문제없이 다 잘하는데, 띄어쓰기가 문제가 되냐? 그건 띄어쓰기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 하는 의식에서 시작됩니다. 앞으로도 몇 번의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개인의 직관 역시 문제가 됩니다. 촘스키 이래로 강조되었지만, 소쉬르, 그리고 그 전의 젊은이 문법학파, 그리고 더 위로 올라가면 파니니까지 가는 역사 속에서도 "니 직관이 정말 맞냐?"라는 문제는 제기되어 왔습니다. "니 문법이 정말 이 언어의 문법을 대표하는 것이냐?"라는 질문에서 누구든지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국어학자들이 머리 싸매고 앉아서, 이건 단어니 저건 아니니, 띄어써야 되니 말아야 되니 논의를 하고, 매년 국어원에서 수정된 자료를 내어 놓고 있는 것입니다. 5. 결국 전 띄어쓰기는 합의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실용의 측면에서 접근하자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황희 정승처럼 들어보니 니 말이 맞구나, 아 니 말도 맞구나, 라고 하면, 거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게 분명합니다. 전 "올바른 띄어쓰기라는 규정"은 합의의 문제로 보되, 일반 언중의 생활에서, 그리고 인터넷 상에서 띄어쓰기 붙들고 늘어지는 것은 그냥 소모적이라고 생각합니다(맞춤법하고는 다릅니다). 6. 예를 들어 "-이-(다)"에 대해 어떤 사람은 서술격 조사로 보아 붙여쓰기를 원하고, 어떤 사람은 지정사나 계사로 보아 띄어쓰기를 원합니다. 그에 대해서는 각 진영들에서 첨예한 논거를 갖추고 있습니다. 암만 싸워봐야 뭐하겠습니까. 그냥 그런거죠. 7. 결론적으로, 전 가독성의 측면에서 띄어쓰기를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지금은 방점도 못 찍으니까요). 세부적인 원칙은 개개인에 맞추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단은 국어원 방침을 따르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전 모두의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완벽한 띄어쓰기, 맞춤법 체계는 나올 수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ps. 전 Judas Pain 님이 위에 적어 놓으신 아무 문제가 없다는 띄어쓰기 안 된 문장들이 너무 읽기 힘듭니다. 일단 속도가 너무 느려져요. 의미상의 오해야 문맥을 통해 풀 수 있다지만, 뭐랄까요, 저렇게 써놓으면 아예 보기가 싫어집니다. 눈이 아파요.
14/08/27 07:18
가독성에 대한 부분에서 아마 청중들의 호오가 갈릴 것으로 믿습니다.
저 역시 그러했고 많은 분들이 그러하시겠지만, 띄어쓰기가 되어있는 문장을 읽는 와중에 뜬금 없이 붙여 쓴 문장이 튀어나오면 순간적으로 불편함을 느끼고, 따라서 "아, 역시 가독성이 떨어지는군"과 같은 직관적 판단을 내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게 익숙함-생소함의 문제인지 실제 가독성의 문제인지 구별해내기 어렵지 않을까요? 마치 세벌식이 두벌식보다 여러모로 우월한 방식이지만 당장 세벌식으로 쳐보라고 하면 굉장히 불편할 것처럼요. 만약 어거지로 무조건 붙여쓰기를 해야하는 상황에 몰린다면 어떨까요? 예컨대, 우리들은 모두 띄어쓰기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문자메시지(SMS)를 읽는데 있어 거의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몇 년을 그렇게 살아왔었지요. :)
14/08/27 07:47
제 댓글에도 언급했지만, 매우 불편했습니다. 다만 띄어쓰기를 할 경우 mms로 바뀌며 내야하는 돈보다는 그 불편함을 감수하는 게 나아서 썼을 뿐이죠. 바뀌끼 전에는 30원과 200원이었던가요... 게다가 mms는 무료 제공도 없고....
카톡으로 넘어오고 나서 표준법 대로의 띄어쓰기는 아니지만 어쨌든 띄어쓰는 구간의 표시도 늘어난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캡쳐들을 보면요. 의미단락이든 호흡단락이든 강조 표시든 띄어쓰는 걸 언중들도 선호해요(근데 이게 습관에 의해 그런 거다라고 하신다면 반박할 자료는 현재로선 없습니다.). 표준 띄어쓰기가 너무 어려울 뿐.
14/08/27 06:58
끊어읽는 호흡에 띠어쓰기해도 읽는데 별무리가 없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런의견보니 반갑네요
반대로 소리내어 읽다보면 현재 띄어쓰기는 별로 도움이 안되는것을 알수있습니다 끊어읽는곳 다시표시해야 하죠
14/08/27 07:45
띄어쓰기 없이 이어진 문장이 쉽게 읽힌다는 것엔 동의하기 어렵지만 대략적인 주장엔 찬성합니다. 한국어의 띄어쓰기 체계는 너무나도 문제가 많고 말씀하신 것처럼 예외로 넘쳐나고 있죠.
영어처럼 초등학생도 어려움없이 띄어쓰기를 할 수 있는 그런 간단한 원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은는이가/에게/서/를/고/의 이렇게 조사를 기준으로 짜르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만... 아무튼 지금과 같은 난해한 띄어쓰기 원칙은 무조건 반대합니다. 더불어 가독성을 좀더 높이는 방안으로는 아주 쉬운 한자 100~200개 정도를 초등학교나 중학교때까지 마스터시켜서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쉬운 한자의 암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거든요.(여기에 약자와 간체자를 일부 도입한다면 생각보다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4/08/27 08:37
예로 드신 문장도 그렇고 붙여 쓴 문장은 확실히 가독성을 해친다고는 생각합니다만, 현행 띄어쓰기 체제 자체는 싸그리 뜯어 고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4/08/27 08:43
앞서 다른 분도 말씀하셨지만 띄어쓰기는 절대적인 어떤 것이 아닙니다. 이러이러하게 사용하자 라는 사회적 약속이죠. 그것이 옳냐 그르냐의 문제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14/08/27 09:00
크크크 국립국어원장도 틀릴 수밖에 없다던 띄어쓰기에 관한 고찰을 붙여쓰기의 측면도 고려해서 기술해주셨네요. 관점 자체도 재밌을 뿐만 아니라 국어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읽는 데 큰 무리없이 써주셨다는 측면이 굉장히 좋아 보입니다. 띄어쓰기라는 것이 '모든 상황'을 대비할 수 있는 원칙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답답하지요. 당장 합성명사만 보더라도 1) 사전에 등록되어 있지 않다면 2) 언중에 관행이나 용어의 사용 빈도, 의미 규정의 측면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면 띄어서 써야 합니다. 근데 이 원칙 자체가 1)은 이견의 없겠지만 2)의 경우 관행이나 빈도, 의미 규정의 측면이라는 것이 굉장히 애매모호해서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지요. 거기다 원칙적으로는 띄어쓰기를 적용해야 하나 붙여쓰는 것도 '가능'인 형태들도 있어 모든 경우에 대해서 알아두기란 결코 쉽지가 않구요. 이에 따르자면 경제발전이나 경제성장의 경우 2)를 고려하자니 붙여 쓰는 것이 맞지 않나 싶은데 실제로 사전을 찾아보면 경제발전은 없고 경제성장이 있습니다. 발전과 성장이 경제라는 말과 붙었을 때는 거시적으로 큰 차이가 없음에도 이런 식으로 띄어쓰기가 다르게 적용되는 것만 봐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올 지경.. 합성명사에서 뒤의 단어가 앞의 단어에 과정, 결과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붙여쓰는 것을 허용한다는 말도 있어 전 그냥 GG를.. 띄어쓰기를 가급적이면 지킬 수 있는 것이 좋겠지요. 완벽하게 지킬 수 있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 함정이지만요.
14/08/27 09:12
눈으로 짬뽕 맛을 간음할 수 있다
일단 간음이 아니라 가늠이니 틀렸고 의미상 맛은 미각의 감각기관인 혀를 통해 분별하니 옳은 문장이 아닙니다. 제 독해가 엉망이라 의미상 틀린 문장을 예시로 한 건지, 음가가 동일한 동음이의어까지 다룬 건지 모르겠네요. 한때 문법파괴자로 이름 날렸던 분이 이런 글까지 쓰시다니 괜시리 창피해지네요.
14/08/27 10:38
Philologist님께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95%를 해 주셨습니다. 감사드려야 할 것 같아요. 흐흐.
약간 첨언하자면 한국과 일본에서 띄어쓰기를 안 하는 이유는 언어의 특성(교착어냐 아니냐, 다음절 위주의 언어냐 아니냐 등등등)에서 비롯된 것은 아닙니다. 앞뒤가 바뀐 거죠. 그냥 원래 붙여쓰다 보니 근대까지 붙여쓴 겁니다. 왜냐면 중국의 한자라는, 수천년간의 절대적 교본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삼국시대부터 중국의 한자체계를 도입하여 적어도 1446년까지 천 년 이상 띄어쓰기가 없는 체계를 왔는데, 여기에 갑자기 띄어쓰기라는 발상을 해내라고 하는 건 아무리 고기덕후 세종대왕이라고 해도 무리겠지요. 물론 당대에 띄어쓰기를 하는 나라가 없었던 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한자의 위상은 그야말로 절대적이었으니까요. 일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다 근대에 들어서 소수 선각자들에 의해 띄어쓰기가 도입된 이후 '어 이거 이렇게 쓰니까 괜찮네?' 하다 보니 띄어쓰기가 받아들여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반대로, 당시 대중들이 '띄어쓰기 해 보니까 너무 불편하다'라고 반응했으면 아마 띄어쓰기는 공중분해되고 우리는 여전히 일본처럼 붙여쓰기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일본의 사례를 좀 공부해보고 싶긴 한데 능력이 없네요. 그리고 이건 글쓴분과 마찬가지로 개인적인 느낌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띄어쓰기가 안 된 저 문장들은 지독하게 눈에 안 들어옵니다. 모니터 환경과 폰트를 강조하셔서 다양한 폰트로 출력해서 읽어 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눈이 빠질 것 같아요.
14/08/27 15:33
글곰님께서는 붙여쓰기가 중국 한자의 영향이고 교착어나 음절형을 가진 문자(이게 맞겠지요)의 특성과는 상관이 없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8세기 이전까지도 기원이 올라가고 중국과 대립하며 한자를 도입하지 않은 유목민들의 문자이자 1000년 전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는 몽골어인 몽골비칙의 붙여쓰기는 어떻게 설명하실 겁니까? 어떤 모델을 따라받아야 하는 건 인도유럽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곳도 본이 되는 시작은 페니키아 문자의 조악한 붙여쓰기였지만 그 계통의 모든 지파가 이런저런 것을 시도하며 빠르게 띄어쓰기를 향해 나아간 것은 그들 언어와 문자가 상호작용 하는 특징 때문이었습니다. 풀어쓰는 자모음을 지닌 알파벳을 가진 영국을 떼에서 중국 옆에 천년간 붙여놓고 한자를 섞어 쓰게 해도 그들은 낱말 단위로 띄어쓰기를 하거나 알파벳을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동아시아 문명과 문자생활의 본이라는 중국과 한문한자를 다시 생각해봐도, 의문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중국은 완전붙여쓰기를 아무 문제없이 쓰고 동아시아 문자 생활의 교본이 되었습니까? 그건 붙여쓰기가 그들의 언어-문자의 체제에 잘 맞았거나 큰 불편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란 설명 외엔 그저 우연이나 외계인 계시설을 만들 수밖에 없지요. 본이 되는 중국의 문자체계(고전한문)의 붙여쓰기가 조선 언어생활에서도 호환이 가능했기 때문에 조선에서 순 훈민정음으로만 쓰인 문서도 띄어쓰기를 하지 않고 사용된 것일 수밖에 없으니, 언어와 문자 간의 고유한 특징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할 순 없습니다. 지금도 중국의 현대한문은 구두점의 연장에 불과한 절 이상의 띄어쓰기(때로는 그냥 문장만 구분하기도 하는)만 활용하고 있는데 중국을 둘러싼 전세계가 미국이 되어 영어와 낱말 띄어쓰기로 덮인다 해도 그들이 중국어와 한자를 쓰는 한 낱말 띄어쓰기를 원칙으로 도입하지 않을 겁니다. 훈민정음의 붙여쓰기 역시 그렇게 써도 괜찮으니 언중에게 받아들여 지고 너무 불편하다 생각하지 않아서 공중분해가 안 된 상태로 오백년을 내래온 것이지요. 한국어-한글에서 완전한 붙여쓰기도 비효율이지만 완전한 낱말 띄어쓰기도 비효율이라는 건 본문에서 천천히 이야기한 바입니다. 완전 붙여쓰기와 낱말단위 띄어쓰기라 양극단적인 두 체제는 장단이 서로 있고 최대 효율이 아닌 것 사이를 왔다갔다 했을 뿐이라 봅니다.
14/08/27 11:16
글이 정말 재밌고 잘 읽히네요.
내용에 대체로 공감합니다. 맞춤법은 몰라도 띄어쓰기는 진짜 대대적으로 한번 손 좀 봐야해요. 전문가들도 틀리는 걸 대중들이 어떻게 지키라는건지... 규정이 좀 더 느슨해졌으면 좋겠네요.
14/08/27 11:59
일본어 공부를 좀 하고 있는데, 제가 공부가 부족해서 그런가 띄어쓰기 없는 일본어는 읽기가 좀 힘들더라구요.
저만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문장을 읽을 때는 템포같은게 있습니다. 호흡이라고 해야 할까요. 소리를 내어 읽든 그냥 속으로만 읽든 그런게 있더라구요. 잘 설명은 못하겠지만... 그런 템포나 호흡의 단위로 의미 구분도 하고 정리도 하고 하는 터라, 띄어쓰기 없으면 저는 무척 불편하네요. 예시로 올려놓은신 문장도 마음속에서 자체 띄어쓰기를 해서 읽으니까 잘 읽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띄어쓰기 없어도 가독성에 문제가 없다는 말에는 크게 공감이 가지 않네요.
14/08/27 12:04
에디터를 이용해서 위에 있는 모든 글의 공백을 없애고 읽어봤는데 의미 전달에 문제가 생기는 빈도수가 높네요.
가독성도 떨어지고요(물론 띄어쓰기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띄어쓰기를 안 하니 글자 하나하나를 엄청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어느 부분을 읽고 있었는지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네요. 예를 들어 '에디터를이용해서위에있는모든글의공백을없애고읽어봤는데의미전달에문제가생기는빈도수가높네요.'라는 문장을 읽을 때 '이용해서'를 '이용해'라는 사람으로, '공백을'을 '백을'로, '전달에'를 '달에'로, '문제가'를 '제가'로, '생기는'을 '기는'으로, '빈도수'를 '도수'로 언뜻언뜻 오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독성이 떨어지고요. 그리고 이런 문제 때문에 붙여쓰기를 기반으로 번역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하면 엄청나게 고생할 것 같네요. 이런 이유들로 저는 대충이라도 띄어쓰기를 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14/08/27 12:21
"에디터를이용해서위에있는모든글의공백을없애고읽어봤는데의미전달에문제가생기는빈도수가높네요.'
저의 경우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위의 문장은 공백을'을 '백을'로, '전달에'를 '달에'로, '문제가'를 '제가'로, '생기는'을 '기는'으로, '빈도수'를 '도수'로 오해하지 않고 한번에 쭉 읽힙니다. 저는 1문장 호흡 내 붙여쓰기 가독성에서 이득을 보는 아주 특이한 케이스인 것 같고, 큰 무리없이 읽으시는 분들도 있고, 읽기 피곤해서 힘들다는 분들도 있네요.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 궁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의미전달의 정확성에서 그 정도로 쉽게 펑크가 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글의 공백을' 같은 경우에 '글' 뒤에 '의'와 '공백' 뒤에 '을' 이라는 조사 때문에 각각은 읽자마자 하나하나의 의미덩어리로 보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한국 사람이 한국어로 1문장을 말할 때 기본적으로 말들을 띄어서 말하지 않고 붙여 말하고 또 청자도 이해하므로, 글에서도 1문장 내에선 붙여서 나가는 호흡은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거든요. 제 궁극적인 주장은 1문장 내의 말을 붙이는 것을 기본으로 해서 각자가 원하는 호흡을 반영해 띄어쓰는 이어쓰기고, 조선~구한말의 조선어 붙여쓰기 생활에서 붙여쓰기가 의사소통의 실패로 폐기되거나 그렇다는 주장은 없으니 큰 상관은 없지 싶습니다. 이건 교착어에 붙여쓰기를 사용하는 현대 몽골어도 마찬가지고요. 한국어 쓰기에서 말은 기본적으로 붙어서 흐른다는 베이스를 깔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가 된다고 봅니다. 번역기에선 문제가 커질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일본의 번역기 알고리즘도 참조할 수 있겠지요. 구글 번역기에서 신묘한 게 하나 있는데 , 영어를 한국어로 바로 번역하면 이상하거나 어색한데, 영어->일어->한국어의 중역을 거치면 더 부드러워 집니다. 붙여쓰기 번역은 기술과 데이터베이스로 해결가능한 문제일 수 잇습니다.
14/08/27 12:07
제 경우에는 워낙 어릴 때부터 습관이 되어 있어서 그런지 띄어쓰기가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의식적으로 띄어쓰기 하는 게 아니라 저절로 그렇게 된다고 할까요. 이게 물론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겠지요. 오히려 다닥다닥 붙여 쓴 글이 더 읽기 불편합니다. 읽다가 자꾸 막혀요 ㅜㅜ
14/08/27 12:25
좋은 글이네요. 저는 띄어쓰기를 좀 더 정확히 하자는 편이지만, 그 법칙의 이면에 있는 원리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일본어의 경우, 한자가 없으면 굉장히 읽기 불편하죠. 한자와 가나를 섞어 쓰는 것이 띄어쓰기의 역할을 일정 부분 감당하고 있으므로, 우리말에 직접 대입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14/08/27 12:48
평소에 속독을 해서 그런가 랩을 좋아해서 그런가
띄어쓰기가 없는 문장이 생각보다도 잘 읽히는군요 하지만 깜지할때는 불리하니 띄어쓰기는 있는게 좋다는 생각이.....크크
14/08/27 13:37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공감이 많이 갑니다.
붙여 쓴 글도 잘 읽히네요. 가독성은 얼추 비슷하고 읽는 속도는 더 빨라지는 것 같아요. 전공자이지만 띄어쓰기에 자신이 별로 없어 띄어쓰기 용례 사전을 비치만 해두고 있습니다. (잘 보고 있진 않습니다.) 용례사전 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런 거에 시간을 소모하고 있다니... 아이고 의미 없다... 문화적 가치고 없고.. 지식으로서의 가치도 없고..." 그래도 완전한 붙여쓰기보단, 규정을 위한 규정같아 보이는 현재의 띄어쓰기를 좀 더 과감히 간명하게 개편하는 것으로도 족할 듯합니다. 이렇게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나갈 거면 규칙은 뭐하러 만드나... 싶은 규칙은 빼고요. 소프트웨어에도 trade-off 란 개념이 있고, 엔트로피의 증가는 비용의 증가로 이어지는데, 국립국어원 꼰대들에겐 아예 그런 사회적 개념이 없으니 걱정입니다. 근거도 없는 어원을 찾아서 짜장면을 자장면으로 만드는 사람들인데.
14/08/27 14:00
재밌네요. 인터넷 댓글이나 카톡 메시지는 텍스트로 쓰여지긴 하지만 구어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가끔 카톡이나 댓글 달 때 띄어쓰기 없이 쭉 적을 때가 있거든요. 그때는 마치 말하듯이 술술 적히는 현상을 경험하곤 합니다. 이게 이런 이유일 수 있겠네요. 호흡과 입말이 일치한다는 말이 와 닿습니다. 그리고 모아쓰기한 문장이 오히려 더 속독하기 좋네요. 저는 디자이너인데 가로쓰기와 띄어쓰기 때문에 한글 타이포그라피는 다 망했습니다. 양끝정렬을 해버리면 아무리 자간, 행간 조절을 해도 이상하게 벌어져 보이는 현상들이 나타나거든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한글 폰트는 영어와는 달리 가로로 썼을 때 줄이 안 맞아요. 그렇다고 왼쪽 정렬을 한다고 해서 영어처럼 간지나는 것도 아니고..
14/08/27 14:19
일본어도 띄어 쓰면 보기 편합니다. 한자와 쉼표를 많이 쓰니까 띄어쓰기를 하지 않아도 무방한 거죠. 간단한 예로,
나는 학생입니다. 1. わたしはがくせいです。 2. わたしは がくせいです。 3. 私は学生です。 한자를 안다는 전제 아래에서는 3번이 시각적으로 압축도 되고 문장의 주요 성분이 강조도 되고 눈에 잘 들어오죠. 제 생각엔 일본도 가나 전용 정책을 도입한다면 띄어쓰기를 하는 방향으로 갈 것 같습니다. 붙여쓰기는 전통적인 한자 쓰기에서 연유한 것이지 그게 효율적이서는 아닌 것 같습니다. ※ 띄어쓰기 규정이 지나칠 정도로 어려운 것이 문제일 뿐이죠.
14/08/27 16:46
두 가지의 문자를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섞어 쓰면 대조 효과 때문에 가독성이 증가하는 것은 맞습니다. 동의하는 바이고요. 이것은 국한문병용에서도 마찬가지니까요.
저는 완전 붙여쓰기가 최대효율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럴리가요. 그러나 붙여쓰기가 언어소통의 실패를 불러오느냐고 하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교착어와 음절단위표현이 문자를 가지고 있으면 소통의 기본적인 조건은 충족시킵니다. 또한 특정한 상황에선 나름 효율적일 수도 있습니다. 연유를 시킨 전통적인 한자는 자기의 언어-문자 맥락 안에서 효율적이므로 완전붙여쓰기를 했고 지금도 구두점의 확장에 불과한 제한적인 띄어쓰기를 하는 것이겠지요. 이건 한자도입이나 병용과는 별 상관없고 붙여쓰기를 지금도 계속하는 몽골의 몽골비칙도 마찬가지이고요. 일본어-가나에 대해선 순가나정책을 하면 낱말 띄어쓰기만으로도 부족하고 뭔가 더 수를 내야할 것이라 봅니다. 근대레벨 오면 일본어-가나는 한자가 절실한 체계로 보입니다. 제가 알기로 순 가나문자 쓰기는 저학년 일본학생을 위한 책에 쓰이는데 이때, 메이지 유신이 이후 구미문법을 본받아 품사별 낱말 띄어쓰기를 해보기도 했으나 오히려 읽기가 어려워져서 띄어쓰기에서 (쉼표를 사용하는) 문절식이나 절충식 같은 보다 큰 단위의 구두점활용~띄어쓰기 사이의 것을 전중에 썼고 전후에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것으로 압니다. 제가 확신을 말할 수 있는 건, 한국어-한글에 낱말 단위 띄어쓰기를 고수하는 한 띄어쓰기 규정이 지나칠 정도로 어려워지는 것은 필연이고, 한국어-한글에서 낱말단위 띄어쓰기는 최대효율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14/08/27 14:38
나름 다독으로는 자신있는 편인데, 띄어쓰기가 가독성에 오히려 해를 줄 수도 있다는 주장에 굉장히 공감이 되네요. 근본적인 문제는 정말 이유없이 많이 띄어쓰는게 아닐까 싶어요. 지적하신대로 띄어쓰는 단위와 우리가 끊어서 말하는 단위가 일단 다르고, 뇌로 의미를 인지하는 단위도 띄어쓰는 단위랑 다른데요. 그냥 띄어써야 할 아무런 당위가 없는 부분에서 단지 작위적으로 고안한 문법적 이유로 띄어쓰다 보니 오히려 정말로 가독성을 높힐 수 있는 다른 수단들을 전부 포기하게 되는 결과를 낳은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확실히 드네요.
14/08/27 14:58
한 문장을 말할때 붙여 읽어도 청자가 이해되므로 글말도 붙여써도 상관없다는 것은 다소 이해가 안되네요.
말에서 붙여 읽어도 이해가 되는 것은 화자의 억양의 영향 때문 아닌가요? 억양없이 컴퓨터목소리로 읽은 문장은 글말과 다를바없이 오독의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수정. 본문 다시 봤는데...호흡이 억양을 포함하는 것이라 보는 건가요?
14/08/27 15:04
사투리라 억지가 있긴 합니다만...예를 들어 봅니다.
가가가가가? - 띄어쓰기없는문장 1번해석 : 가가 가가가? - 그 아이 성씨가 가씨냐? 2번해석 : 가가가 가가? - 가씨인 사람이 그 아이냐? 이런 경우는 띄어쓰기 또는 말한때의 억양이 아니고서는 구분이 안 되지 않을까요? 아 참고로 태클이 아니라 궁금증입니다 :)
14/08/27 15:45
1. 억양에 대해 - 경상도 사투리에 과거 국어에 있었던 성조가 의미를 결정하는 부분으로서 잔존해 있지만 그 음의 높낮이를 표기하는 요소들은 표준어에서 성조가 사라지면서 남아있지 않으면서 생기는 일종의 표기의 한계라고 봅니다. 김택용의 웃음 소리를 표현할 때 주로 쓰이는 화살표를 중간에 끼워 넣으면 의미전달이 되죠.
2. 띄어쓰기에 대해 - 우선 성조 관련 된 문제가 해결 되면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와 같은 선상에서 논의 될 수 있고 그건 본문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 그냥 경상도 사투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가가 가가가?나 가가가 가가?나도 가가가가가?와 마찬가지로 못 알아먹죠. 따라서 이 부분은 띄어쓰기의 문제가 아니라 특수한 경우의 사투리의 문제라고 봅니다.
14/08/27 15:48
사투리라도 맥락이 없이 던져지진 않기 때문에
가가가가가? 가 가가 가가가? 인지 가가가 가가? 인지는 사투리 화자의 맥락 안에서 분별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래도 이 정도의 사례도 가능하고 또 쪼개기를 통한 호흡이 글쓴이 화자의 사투리의 억양도 나타낼 순 있기 때문에 저는 붙여쓰기가 아니라 이어쓰기를 제안합니다. 그나저나 표준 낱말 띄어쓰기에서 두 가가가가가?는 어떻게 띄어쓰어질려나요...
14/08/27 15:46
근데 잘못 잤다와 잘 못잤다, 또는 글을 잘못 썼다와 글을 잘 못썼다는 의미가 달라지니까 띄어쓰기가 없어도 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합니다
14/08/27 16:18
1)'글을 잘못 썼다.'에서 잘못은 표준맞춤법에 의하면 명사, 부사가 되는 잘+못 합성어로서 독립된 단어이고
2)'글을 잘 못썼다'의 잘과 못은 합성어가 개개 부사기 때문에 '잘 못 썼다'가 맞는 띄어쓰기 표기일 겁니다. (못+XX용언)은 못하다와 못쓰다가 기본형으로 인정되는데 못쓰다는 몹쓸이나 못쓰겠다 정도의 의미로 쓰이지요. 본격적으로 답해서 진짜로 완전히 붙여쓰는 상황에서의 '잘 못 썼다'는 역시 실제 언어생활에선 맥락에 의해서 둘의 뜻을 구별 가능하기도 하고 맥락 안에서 둘의 섬세한 뜻이 구분이 안되는 지점이라면 애초에 비슷한 의미를 가지게 되는 양식이기도 합니다. <'잘'하지 '못'함=잘못> 또한 '글을잘쓰지못했다'로 동일한 의미로 아예 혼동가능성 없이 표기가 가능해서 해당 사항에선 붙여쓰기의 한국어의 적응에 실제적인 문제가 없습니다. 이어쓰기에선 아예 구분해서 원하는 맥락으로 써줄 수 있기 때문에 역시 상관은 없습니다. 공감이 저에겐 실제로 유의미한 일 같습니다;; 이어쓰기론은 사실 띄어쓰기 개선의 당위를 보여주는 이상적인 거울같은 거니까요.
14/08/27 17:30
실제로 제 경우에 구어나 다름없는 메신저 상에서는
띄어쓰기를 안하는 편이 훨씬 편하고 가독성도 좋습니다. 오히려 띄어쓰기를 붙이면 호흡이 늘어지고 답답한 느낌이랄까...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14/08/27 17:35
[여러분들도지인들과카톡에서재미삼아붙여써보세요. 생각보다 쉽고편합니다.]
"죄다 붙여 쓸 경우 힘들다."라시는 분들이 많은데, 마지막 문장에 힌트가 있지 않나 싶네요. 예컨대 '가가가 가가'와 '가가 가가가'의 구분은 '가가가가가'에서 찾기보다, 그냥 쓰는 사람이 둘을 구분해서 쓰면 해결될 문제겠지요. 본문에도 '생각보다'는 띄어져 있거든요. 의미 구분을 쉽게 하기 위해서겠죠. 다만 본문에서 제시하는 이 '구분'이 좀 자의적이고 모호하다는 건 걸림돌이긴 한데, 이건 서로가 숙고해볼 필요가 있을 부분이지, 아예 하면 안 될 이유로까진 보이지 않네요. 사실 지금도 맞춤법 규정에서 쉼표를 사용하는 부분에 있어선 임의적인 부분이 상당히 많거든요. 음, 그리고 평소 속으로 외면서 글을 보는 분들의 경우 붙여 쓴 문장이 그리 거슬리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문어를 구어로 변환하는 과정을 스스로 거친다고 볼 수 있을테니까요. 그렇지 않고 문어를 그대로 받아들이시는 분들은, 아무래도 글 읽기 불편하겠죠. 다만 작가 이상의 일부 시와 소설이 읽기 힘들다, 난해하다는 평이 일반적인 걸 보면 이 '익숙하고 말고의 문제'가 어디에서 연유하든 꽤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긴 하네요.
14/08/27 19:03
"쓰는 사람의 호흡대로 띄어 쓴다"는 원칙은 단어도 다 제멋대로 바꿔 써도 된다는 말과 같습니다. '나는 사과를 볼 때 '쁂꾥'의 이미지를 느끼는데, 그래서 나는 앞으로 사과를 쁂꾥이라고 쓰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동의하기는 쉽지 않겠죠. 띄어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어떤 조건을 갖춘다면 동의할 수 있습니다. 1)글쓴이가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는 경우, 2)그 근거가 글의 독자를 충분히 고려한 경우입니다.
그런데 '독자를 고려한 (자기만의) 띄어쓰기 원칙의 근거 제시'는 글쓴이의 국어 실력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 이른 경우에나 가능한 일입니다. 애초에 '글의 호흡'이란 게 글쓰기에서 대단히 어려운 영역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즉, 많은 경우 "쓰는 사람의 호흡대로 띄어 쓴다"는 원칙은 좋은 글이라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현재 한국에서 띄어쓰기를 엄밀하게 따지는 분야는 출판과 언론 정도입니다. 즉 대부분의 일반인들에게 띄어쓰기 원칙은 딱히 중요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독자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쓰면 딱히 태클 거는 사람도 없고, 소통에 문제가 되지도 않습니다. 굳이 원칙을 수정할 만한 이유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14/08/28 16:44
제가 제시한 원칙은 기본적으론 붙여서 쓰는 것이며. 세부원칙에선
①강제의 원칙: 문장과 문장은 쪼개져 있다. 문법에서 요구하는 마침표(.) 느낌표(!) 물음표(?) 쉼표(,) 머무름표(;) 그침표(:) 같은 구두점 뒤에선 무조건 띄어 쓴다. 이러한 구점과 두점은 문장단위의 논리와 문장 내 논리구분을 따르는 입말의 보편적인 호흡을, 그대로 글말의 문법영역에서도 반영하는 장치다. ②자율의 원칙: 문장 내에서 쪼갠다. 쓰는 자가 말의 마디와 굴곡을 만들어 읽히게 하고자 하는 문장의 호흡에 따라 어절(의미덩어리인 절-구-단어)을 쪼개서 띄어 쓴다. ③제한의 원칙: 의도한 단어를 쪼개지 않는다. 띄어 써서 자립적인 최소의미가 사라지는 경우엔 띄어 쓰지 않는다. (ex: 사과⇏사 과 / 나를⇏나 를) 문장의 의도와 배치되도록 띄어쓰지 않는다(ex: 오늘밤 나무사온다⇏오늘 밤나무사온다) 이고 "쓰는 사람의 호흡대로 띄어 쓴다"는 이해하기 쉬우라고 쓴 표어 정도입니다. 제가 제시하는 문장 내 쪼개기라는 띄어쓰기를 통한 호흡은, 언중 각자들이 입말생활에서 가지는 호흡을 글말에서 반영해도 된다는 것인데, 이는 이미 언중 간의 언어생활에서 통용되는 것을 적용하는 것이므로, 사과를 쁂꾥이라고 말하는 것을 적용하는 건 맞지 않습니다. 그건 쓰지 않는 것이니까요. 글의 호흡이 글쓰기에서 어려운 영역인 것은 기존의 방법으론 호흡을 간접적으로 나타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선택하는 단어 길이, 문장 길이 그리고 문단의 배열 정도가 기존 글쓰기에서 호흡을 만드는 구성요소입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것은 문장 내 입말에서의 호흡을 띄어쓰기를 통해 글말로 직접 나타낼 수도 있게 하자는 것인데, 평소 생활에서 허구헌날 쓰는 간격 두어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기술은 아니지요. 이 호흡의 반영은 쓰는 자가 자신의 의도와 맥락을 읽는 이에게 보다 명확하게 드러내게 해줍니다. 자신의 뜻을 명확하게 상대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은 글의 기본을 갖추게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간접적이지 않고 직접적이기 때문에 교육과정에서 기술로서의 글쓰기 호흡에 대해 가르치기가 더 명확하고 수월한 점도 있습니다. 문장에서 일반적으로 어떤 띄어쓰기 호흡이 좋은가는 스타일의 영역에서 스탠다드가 되는 몇개의 형식이 정착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은 그것이 만들어져 교육되고 누군가는 자신만의 스타일이나 더 탁월한 스타일을 가지게 되겠지요. 무엇보다 입말과 글말의 싱크로가 높아지는 것은 단기에나 장기에나 어떤 언어공동체의 복이지요. 카톡이나 메신져 등등을 쓰는 게 아니라면 일반이라도 공적인 문서에서 띄어쓰기는 지켜야 하는 규칙입니다. 출판과 언론 뿐이라는 건 현실이 아니지요. 현재의 띄어쓰기 규칙은 국어 전문가도 지킬 수 없는 반면에 별 정보적 가치가 없어서 실생활에선 틀려도 딱히 태클 거는 사람도 없고 소통에 문제도 없어서 기록과 의전이 관계되는 상황이 아니면 무시되지요. 원칙이 원칙으로서의 외부적인 가치도 없고 내부적인 정합성도 없는데, 원칙이 엉망이기 때문에 수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원칙을 보존할 근거로 삼는 건 불가 합니다.
14/08/28 20:53
제시하신 세 원칙 중 1과 3은 이미 현행 맞춤법에 포함된 내용이고, 핵심적인 부분은 "읽히게 하고자 하는 문장의 호흡"을 언급한 2인 것 같습니다.
하나. 제시하신 원칙대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출판이나 언론에서도 회사별로, 매체별로, 개별 텍스트별로 조금씩 다른 원칙을 적용하고 있으니까요. 가령 문학동네에서는 '박근혜v씨'라고 쓰지 않고 '박근혜씨'라고 씁니다. 또 띄어쓰기와는 무관하지만 창비에서는 '댓가'나 '씨스템'처럼 현행 맞춤법과 다른 원칙을 교정에 적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원칙에는, 이미 말씀드렸듯 '근거'가 필요합니다. 근거는 객관적이어야 하며, 또한 반론 가능해야 합니다. 또한 개별 표현마다 각자의 근거를 가지고 제시되어야 합니다. 가령 의존명사 '씨'를 띄어 쓸 것인가의 문제는, 본용언과 보조용언을 띄어 쓸 것인가의 문제와 완전히 별개입니다. 둘. "의도하는 호흡대로 쓴다"는 원칙은 생각을 더 잘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그렇게 표현된 생각을 읽는 데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호흡에 의도를 잘 담아내는 일이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이미 그렇게 쓰고 있습니다. 또 그런 의도가 정확히 반영된 글은 이미 그렇게 읽히고 있습니다. 즉 "자신만의 스타일이나 더 탁월한 스타일"을 가진 사람에게 원칙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원칙보다 더 잘 씁니다. 문제는 그럴 능력이 없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글쓴이가 문제가 아니라 독자가 문제입니다. 글도 못 쓰는데 띄어쓰기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독자는 읽기 힘들고 짜증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글쓴이가 아무리 "이건 내 호흡이야"라고 강변해도, 읽는 사람이 그 호흡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말짱 꽝이지요. 이게 앞에 말한 '근거'를 가지지 못한 경우입니다. 독자는 '내가 왜 그렇게 읽어야 하지?'라고 생각합니다. 셋. 띄어쓰기 원칙은 간단합니다. 맞춤법을 숙지하고, 국어사전을 찾으면 됩니다. 모르는 영어 단어나 한자 단어가 나왔을 때 사전을 찾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중국인이 "우리 언어는 어휘가 어려우니 각자 제 마음속에 담긴 그 개념의 형상대로 쓰자"라고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 겁니다. 국어의 띄어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14/08/29 01:07
제 관점은 한국어의 완전한 붙여쓰기의 가능성에서 출발하므로 1과 3은 중요합니다. 특히 3이 그렇지요.
1. 교착어로서의 한국어가 한글을 통해 기본적으로 완전히 붙여서 표현가능하다면, 띄어서 쓰는 것은 근거가 필요한 규칙이 아니라 작자의 선택에 달린 문제가 됩니다. 그렇다면 세부원칙 1과 3을 지키는 범주 안에선 문장 호흡을 다루는 쪼개기-띄어쓰기는 문장에서 어떤 단어를 선택하냐는 어휘감각 같은 능력 범주의 문제지 논리의 연쇄를 다루는 법의 문제는 아닙니다. 2-1. 현행 띄어쓰기는 낱말을 띄는 걸 원칙으로 삼아 모든 단어가 띄어져 있으니 실제로 문장 내 어절 단위의 직접 호흡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현행 규칙에서 이미 무호흡인데 그들이 자기가 아는 범위 내에서 그건 원래부터 그렇게 띄어져 있다는 관성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지, 띄어쓰기 호흡엔 대한 어떤 합논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비교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띄어쓰기 규칙에 있어서도 대부분의 독자인 대중은 이미 앞서 말씀하신 대로 어떤 합논리적인 규칙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그것을 가지고 비교하며 거부하지도 않습니다. 2-2. 그럼에도 다수 독자가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띄어쓰기 호흡의 표준이라는 문제는 남습니다. 저는 이것이 끝없는 예외사항을 나열하는 띄어쓰기의 법칙 제정이 아니라 보편적이거나 정석적인 몇몇의 스타일로써 정립이 되고 교육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자율을 주면 결국 그렇게 나아갈 수밖에 없겠지요. 3. 원칙은 간단하나, 그 원칙의 적용은 무수한 예외를 필연적으로 낳습니다. 띄어쓰기를 제외한 맞춤법은 왠만하면 숙지가 가능한데 띄어쓰기는 그렇지 못합니다. 수준이 높아서 어려운 것과 원칙이 불합리해서 어려운 것은 구분되어야 합니다. 제 생각에 현행 띄어쓰기의 전반적인 맞춤법을 숙지하고, 국어사전을 읽어가며 쓰고 읽는 사람은 편집자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각자의 일상~전문영역의 언어생활에서 현행 띄어쓰기를 정교하게 맞추는 정도의 집중력을 쏟으며 사는 건 편집증을 유발할 정도의 스트레스를 줄 겁니다. 때문에 다들 신경 안쓰는 걸테지요. 굳이 제 방식이 아니더라도 현행 띄어쓰기의 원칙과 규칙들은 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바라는 바에 대한 세세한 관심과 성실한 답변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스스로도 의문을 갖던 생각들을 더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14/08/27 21:40
띄어쓰기가 아주 사라지는건 원하지 않고...대략적으로 띄어쓰되,가능하면 붙이도록 한다...뭐 이정도??였으면 하네요 크크
mms때문에 최대한 붙여쓰는데 익숙해 져서 그런가 확실히 중요성은 별로 못느껴요...다만 띄어쓰기로 표현할수있는 어감도 어느정도 있다고 생각해서...
14/08/28 00:42
2g폰 시절 문자 쓸땐 띄어쓰기 거의 안했었습니다
친구들도 그랬고, 저도 그랬고. 그 당시에는 띄어쓰기 하고 안하고에 대한 의미같은건 생각안했었는데 이 글을 보고 나니 무언가 한대 맞은 느낌이네요
14/10/12 17:02
일본어는 한자를 주로 사용하고 조사를 히라가나로 써서 시각적으로 보이는 띄어쓰기가 없어도 사실상 띄어쓰기가 되어 있는 셈입니다. 한국어와 비교할 대상이 아니죠. 그 일본어도 히라가나만 사용하는 어린이나 외국인 대상 글에서는 띄어쓰기를 적용합니다.
붙여쓰기는 가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장에서 별로 중요치 않은 부분을 건너가면서 읽을 수가 없어서 속독에도 문제가 생기겠지요. 정녕 붙여쓰기를 사용하고 싶다면 조사를 나타내는 글자를 새로 만든다던지, 어디가 조사인지를 구두점을 통해 표시한다던지, 글꼴을 달리 하는 식의 장치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냥 띄어 쓰는 것이 경제적이겠네요.
14/10/12 20:15
현재의 일본어 글쓰기에서 히라가나+가타가나+한자 삼중체계가 대비를 통해 문장구조 파악(이것은 영어-한국어식 단어 뛰어쓰기의 분석적 효과와는 좀 다름)에 도움을 주는 것은 맞지만, 일본은 메이지 초까지 사회에서 통용되는 순 히나라가도 띄어쓰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어-한글의 완전 붙여쓰기 보단 성능이 떨어지겠지만 지금도 자기표현을 이유로 순 히라가나로 그렇게 하듯이 일상회화 수준에선 독해에 큰무리가 없겠지 싶네요. 해서 지금 일본어의 발달양상은 삼중문자체계의 정립과 불가분의 관계겠지만 순 히라가나에서 발달할 다른 방법이 전혀 없었겠는가란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또한 순 히라가나에 띄어쓰기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발전한다고 해도 단어단위로 띄어쓰기를 원칙으로 도입하지는 않았을 거라 봅니다. 말씀해 주신 현 일본의 순 히라가나 문절식 띄어쓰기는 '단어 단위로 띄어쓴다'를 원칙으로 갖고 있지 않지요.
본문의 요지는 띄어쓰기는 한국어-한글의 특성을 바탕으로 완전 붙여쓰기를 고려할 때, 띄어쓰기는 그것이 없으면 의미파악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문법적 성역이 아니라 그저 가독성의 영역이며, 이러저리 한국어-한글의 특성 및 원칙의 실제 적용을 고민해 볼 때 단어단위 띄어쓰기의 원칙에 심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지요. 해서 이어쓰기라 해서 완전붙여쓰기의 가능성을 바탕으로 다시 띄어쓰기의 가치를 고민해서 자기 입말의 호흡을 바탕으로 띄어쓰기 하자는 이어쓰기를 제시하고 있지요. 본문은 궁극적으로 기존 규칙을 개정해서 띄어쓰는 것을 권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어쓰기 외에도 직관적이면서도 보다 규율적인 띄어쓰기 규칙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가능할 것도 같네요.
14/10/21 08:55
배우기 쉬우면서 분석적인 방법론과 어휘 생산성 그리고 로마자와의 연동을 포함하여 근대 영어는 정말 우수하게 개량된 체제입니다.
14/10/22 16:51
일본글의 삼중체계는 사실상 가나+한자 그리고 구두점(주로 쉼표)입니다. 일본글에서 어떤 말을 한자로 쓸지, 혹은 가나로 쓸지, 더 심각하게는 어떤 단어를 쓸지는 글자에 있어서의 빼곡함에 따라서 결정됩니다. 한자와 가나의 비율은 3:7~4:6 정도가 이상적이며 그 이상 한자가 많아지거나 가나가 많아지면 '안 읽힙니다.' 일본글에서 쉼표는 의미에 따라 쉬는 경우도 많지만 기본적인 낮은 가독성을 그나마 높여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런 예를 참고했을 때 띄어쓰기가 가독성에 기여하는 바는 단순 문자 경제로 판단이 안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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