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서 죄송해요. 많이 바빴습니다. 그리고 병구형 너무 상심하지마. 잘했어.
지난편 AS
체중계 146에 대하여 예리한 지적을 해주신 분이 계시네요.
저도 의료기 상사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떤 체중계 중에는 측정한계가 150kg까지면 실제로는 그보다 조금 못미친다.
150을 넘었을 때 에러메시지가 안나오고 측정한계 수치만 나오는 제품도 있다.
근데 뭐 확실하진 않구요.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해요.
지난 줄거리
나를 둘러싼 전 우주의 기운이 한점을 향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더라.
즉, 리듬이 왔다!
나는 뺀다 살을!
최대한 빠르게!
누구도 모르게!
리듬이 왔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파워!
시작할게요. 에너지업 파워업 핫~식스!
살을 빼기로 결심한 날, 저는 출근 전에 헬스장에 갔습니다.
호기심이나 친구들 웃겨줘야지... 그냥 한번... 이런 게 아니라
목적이 있고 결의를 가진 채 헬스장에 갔습니다. 이 지긋지긋한 나와 이제 헤어질 시간이야.
그러나 차마 문을 열고 들어가지는 못했어요.
아줌마가 한 분 계셨습니다. 왜 이런 경우를 염두하지 못했지? 저는 정말 깜짝 놀랐어요.
나만 쓰는 헬스장이 아니구나! 이따위 헬스장에도 사람이 오는구나 그것도 돈을 내고!!
그러나 생각해보니 한달 만원이면 거의 거저 수준이고 아파트 내에 헬스장이 있으면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밖에 나와 생각했습니다.
나같은 놈이 운동하는 꼬락서니를 남에게 보여줄 수 없다! 이 얼마나 창피하고 흉물스러운가....
행여나 저 아줌마가 관리실에 가서 '왠 도살자같이 생긴 놈이 러닝머신을 죄다 고장내고 있다'고 민원을 넣으면 어쩌지?
아줌마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우리 아파트에 왠 멧돼지가 있는데 헬스장 왔더라 깔깔깔깔 내가 몰래 사진찍은거 있는데 보여줄까?' ......
창피하다. 다른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이 그냥 창피하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고도비만자가 헬스장에 갈 때는요. 다른 사람이 보기엔 그냥 '와 뚱뚱하다' 싶겠지만
그는 최선을 다해 살을 가린 패션을 선보인 겁니다. 가장 헐렁하고 가장 덜 추하고 되도록 헬스장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 아무렇지도 않게 섞였으면... 하는 옷들로만 골라서 입고 가요. 무채색의 헐렁한 옷들 후드로 가릴 수 있으면 금상첨화...
그 옷들이 없으면 헬스장 가기를 포기하게 됩니다.
저 보그너(비싼 브랜드) 입고 갔어요. 비싼 티셔츠에 더 비싼 후드 조끼 입고 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아침 일찍부터 입어보고 고른 바지입니다.
웃기죠? 누가 본다고... 저도 신경 안쓰는 사람입니다. 나 일도 잘하고 여자친구도 있어! 그러나 그건 제 나와바리에서의 모습이죠.
이곳은 헬스장입니다. 모두가 날씬해지려고 건강해지려고 몸짱되려고 오는 곳이에요. 제가 있을 곳이 아닙니다.
너무 창피했고 스스로를 창피해하는 자신에게 또 깜짝 놀라고 별 생각없던 제 자신을 알몸으로 세상에 내놓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수치스럽고 무서웠습니다. 누가 날 비난할까봐. 조롱할까봐.
'꼴값하네'
'꼴에 또 옷은 차려입었네'
'저 사람. 아니 저 돼지 헬스장 처음인가봐'
아줌마 한 분이 4달이 걸린 제 결심을 뒤흔들기 시작했습니다.
한 시간 넘게 밖에 있었습니다. 한 시간이 넘었다는 걸 깨닫자 이젠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자신에게 화가 나더군요.
몸이 이미 결정했다. 댐은 이미 무너지기 시작했다.
분노게이지가 절정에 차올랐을 무렵 저는 위대한 한마디를 내뱉고 헬스장 문을 엽니다.
"볼테면 봐. X발"
?? 아줌마가 없네요???
이 편한 세상 우리는 왜 고뇌하며 살아가는 걸까요?
분노가 환희로 바뀌고 저는 걷기 시작했습니다. 적정속도 5.0! 손기정의 마음으로!!!
30분의 벽을 깨리라 이제 난 달라졌도다 를 중얼거리며 걸었습니다.
결의로 무장한 덕분인지 30분을 쉽게 넘기고 40분씩이나 걸었습니다.
'첫 날부터 무리하면 안돼' 하는 생각에 러닝머신을 끄고 내려오는데 머리가 핑 도네요?
좀 많이 어지러워서 급히 앉을 곳을 찾았습니다. 앉고 났더니 종아리와 발바닥이 전기가 통하듯 저리는 겁니다.
깜짝 놀라서 신발을 벗고 주무르려는데 손이 잘 안 닿아서 다리끼리 서로 비비자 헛구역질까지 올라옵니다.
제 몸은 제가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덜컥 겁이 났지요. 괜찮을까? 이거 운동한다고 깝쳤다가 몸만 더 망가지는 것 아닐까?
두려움은 잠시, 저는 제 몸이 불쌍해졌습니다.
근육과 뼈는 이정도... 내장은 어느 정도일까..
내 머리는 괜찮다며 날 속여만 왔는데, 다리는 여지껏 묵묵히 버텨주고 있었구나..
'다리'님의 숭고한 희생에 숙연해진 저는 여지껏 저를 기만해온 머리에게 매우 화가 났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분노는 아주 좋은 에너지원이라는 것을요.
또 한가지, 내가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속여 살이 쪄 왔다면 반대로 계속 안괜찮다고 하면 빠지겠네??
그렇게 체중 감량의 가장 중요한 무기가 선택되었습니다.
난 중2병 환자셈. 이젠 그 무엇도 날 막을 순 없으셈. (리듬파워근성, 30세. 무직)
회사에 지각하고 너무 힘들어서 낮잠도 쳐자고 일어나니 오전에 있었던 일이 아주 오래전 일처럼 느껴지더라구요.
명료해진 머리로 저는 네이버를 띄워놓고 회사의 미래를 고민하는 척 하면서 딴생각을 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살이 빠질까?
인터넷을 뒤져보니 죄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당시 제 입장에서)이 난무하더군요.
용어들도 낯설었습니다. 러닝머신이 러닝머신이 아니네요?? 트레드밀??
아령은 덤벨, 역기는 바벨. 윗몸일으키기는 싯업? 크런치? 초콜렛?? 그리고 무슨 뭐를 몇 회 몇 세트??? 회 먹고 싶다. 세트메뉴 먹고싶다.
PT??? 누가 나에게 뭘 시킨다고??? 게다가 내 몸을 만지기까지 해???? 그것도 남자가????
스쿼트??? 치마?? 버피테스트... 이거는 기합받는 건데??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사람들이 모여서 정모를 하는데 막 운동을 하고 서로의 몸을 훑어보고 만져보기까지???????????????
헬갤(헬스갤러리 맞나요?)정모사진은 저에게 지울 수 없는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다 껐습니다. 볼수록 머리만 복잡하고 제가 할 수 있을 리가 없었어요.
간단히 생각했습니다.
안 먹고 많이 걸으면 빠진다!
체중 감량의 가장 중요한 무기 중2병과 더불어 그에 어울리는 방패를 착용했습니다.
간헐적 '식사'!!!!
한 손에 중2병 도검, 다른 한 손에 단식방패를 착용한 도살자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아무도 모르게 살을 빼기 위해서요.
저는 여전히 몸매를 최대한 가리기 위한 엄청나게 큰 후드조끼를 입었지만 더는 헬스장 문 앞에서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무리하면 안돼'나 '이정도면 오늘은 됐다'는 생각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기왕 몸에게 미안한 거 좀 더 미안해지기로 했어요.
무분별한 단식이 몸에 얼마나 큰 무리를 주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체중감량에 실패할 확률을 매우 높여준다는 것두요.
제 생각은 이랬습니다.
'이것은 속도전, 머리가 알아차리기 전에 최대한 빨리 뺀다'
'어차피 나는 극한에 선 자, 정상적인 방법이 통할 리가 없다'
'서서히 단계를 끌어올리는 것보다 초장에 가장 높은 난이도를 넘어버리자'
한약을 먹는다는 핑계로 술을 끊었습니다. 취한 상태에서 무심코 밤새도록 줏어먹는 일을 없앴습니다.
회사가 어려워졌다는 핑계로 회식을 줄이다가 디아블로 출시 이후에는 '난 디아 하러 가야 됨' 하면서 카드를 그냥 줘버렸습니다.
참기 힘들어서 정 한 끼 먹어야 했을 땐, 동료들 및 친구들을 최대한 불러 모아 모두가 보는 앞에서 먹었습니다.
체중 감량을 숨기기 위해서 저는 일부러 많이 주문하고 예전과 다름없이 행동했습니다.
물론 식사는 '요즘 디아블로때문에 매일 밤새느라 영 입맛이 없다'면서 최대한 조금 먹었습니다.
남은 건?? 그냥 남겼어요. 피눈물을 흘리면서...
물 섭취가 늘었습니다. 배고파서요. 평소 전 집에서 4리터(생수 한병이 2리터니까 두병) 밖에서까지 치면 6리터 정도 먹었는데
집에서 생수 한 병을 더 먹게 되더라구요. 수돗가에서 배를 채우는 기분이 어떤 건지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커피도 많이 줄였습니다. 밖에서 사먹는 건 캬라멜 마끼아토에서 카페모카까지 줄였어요. 벤티에서 그란데로 내려왔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믹스커피는 전에는 큰 텀블러에 5개를 타서 하루에 4~5잔씩 먹었는데
횟수는 줄이지 못했고 대신 믹스커피 3개까지만 타기로 했습니다.
몸이 가벼워집니다. 머리가 멍해지구요. 가끔 어지러워집니다.
대신 몸이 움직임에 익숙해져 갔습니다.
40분이던 걷기시간은 1시간을 넘어 90분까지 도달했구요. 속도는 5.0에서 6.5까지 올랐습니다.
5월 한 달 동안 먹은 식사는 25끼 정도구요. 2인분 정도씩 먹었습니다.
살은 20kg 좀 넘게 빠졌어요. 정확하진 않습니다. 제가 체중을 기록했던 건 7월 10일부터 입니다.
폭풍같은 날들이 계속됐습니다. 사업상 점심약속/저녁회식이 잦았지만 점심약속은 선약 핑계로, 저녁회식은 디아블로 핑계로
최대한 피했습니다. 술은 마시지 않았고 건배제의때만 살짝 마신 후 '나 한약먹는데 나 술먹였으니 다들 각오해!' 따위의 멘트를 했습니다.
다행히 사업에는 큰 차질이 없었고 직장 동료들도 '한약 먹더니 살이 좀 빠졌네요' 정도까지만 눈치를 챘습니다.
아, 실제로 보양용 한약을 지어서 먹지는 않고 남들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아두었습니다. 먹지는 않았어요. 맛도 없는 거 먹으면 입맛만 돌까 봐
이 부분이 이해 안가시는 분들 많을 거에요. 왜 남에게 알리기 부끄러울까? 왜 남들이 알아채는지 저렇게 전전긍긍하지?
반면 초고도비만자이신 분들은 고개를 끄덕이실 겁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매일 아침 다리와 발바닥이 저려오는 현상이 뜸해지기 시작합니다. 몸이 적응하고 있었어요.
걷기를 1시간 지속할 수 있을 때쯤 저는 헬스장의 다른 곳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굴욕의 윗몸일으키기 기구가 눈에 들어왔어요.
하나가 성공했고 둘이 성공했습니다. 5월이 끝났을 때 즈음엔 5개씩 3세트가 가능해졌어요.
뿐만 아니라 헬스장의 다른 기구들도 하나 둘씩 건드려보기 시작했습니다.
한달이 지나고 6월의 문턱에 서서 저는 사소한 결정(헬스장을 끊은 것)이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발견했습니다.
꽉 끼는 옷이 편하게 맞았습니다. 날은 더워졌지만 땀은 줄었어요. 조금 움직이면 입에서 단내가 났는데 그것도 줄어들구요.
직장에서 집까지 4km 정도인데 선선한 저녁엔 걸어서 퇴근하는 일도 생겼습니다.
식곤증이 줄어들었고 발바닥에 굳은 살이 생겼습니다.
물론 이 글에서는 많이 표현하지 않았지만 단식의 고통이 있었어요. 급격한 체중변화에 따른 어지럼증이나 무기력함.
식욕이 채워지지 않기에 오는 히스테리 등등도 있었죠. 흙이라도 먹고 싶었구요.
그러나 이런 건 매우 사소하게 느껴졌습니다.
엄청난 감동 앞에서는요.
'되네?'
이겁니다. 되네? 되잖아??? 뭐야??? 살이 빠지잖아???
다이어트 별 거 아니네? 이게 왜 힘들다고 하는 거지??
단식을 해놓고 한다는 소리가... -_-;;
아, 여러분 혹시 같은 책을 세 권 사신 적 있나요? 아마 없을 겁니다. 그렇게 멍청한 사람은 없을 거에요.
저도 없습니다. 다만 세 번 같은 책을 선물받은 적은 있지요.
'숀리의 8주? 다이어트' 어쩌구 하는 책입니다. 방송에 나온 숀리라는 트레이너 분께서 낸 책인데요.
그 책을 세 번 선물받았고 책장에 3권이 있었습니다.
펴보기는 했습니다. 근데 숀리씨께서 개구리처럼 엎드린 사진이 있길래 '이게 무슨 짓인가'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 줬어요.
암튼 다시 돌아와서
전 다이어트가 처음이었고 관련 지식도 전무했습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할 것인지, 몇 kg까지 뺄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죠.
그래서 한 달이 지났을 때, 약간의 당혹감도 있었습니다. '이제 어쩌지?' 하는 당혹감이요.
중2병이 다시 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귓가에 속삭였지요.
'질 수 없다'
누구에게 질 수 없다는 걸까요?
물론 숀리였습니다 -_-;;;;;;;;;;;; 여러분, 중2병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숀리씨가 본인의 책에서 8주간 몇 kg를 빼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더 뺄거다. 라는 승부욕이 생겼어요.
숀리씨가 개구리처럼 엎드린 채 저를 깔보는 장면을 상상했습니다. 참을 수가 없었죠. 여러분 중2병이 이렇게나 무섭습니다.
얼마나 오래, 몇 kg까지.. 이런 목표는 나중으로 미뤄둔 채 저는 6월이 시작하기 직전에 원노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5월은 몸풀기에 불과했다. 6월부터 진짜로 한다.'
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회식도 그냥 하기로 했습니다.
밥을 1인분씩? 2인분씩? 아뇨! 저는 한식부페를 끊었습니다. 자제력을 잃으면 무제한으로 먹을지도 모르는 그 무서운 한식부페!!!
운동량을 늘렸습니다. 출근 전 90분 걷기 + 헬스기구 놀이 한바퀴! 총 2시간!!!!
그리고 퇴근은 걸어서!!
저녁에 집 앞 하천 산책로 왕복 6km코스 걷기!!
먹고 싶어? 그럼 먹어봐!!!!!!!!!!
6월이 되었고 더워졌습니다.
에어조단이 너덜너덜해졌습니다.
저는 더이상 엄청나게 큰 후드조끼를 입지 않게 되었습니다.
믹스커피를 3개에서 2개로 줄였고 카페모카에서 휘핑크림을 빼기 시작했습니다.
점심약속/저녁회식 모두 다 참석했고 디아블로/한약/입맛 탓을 하며 국정원급 기만작전을 펼쳤습니다.
라면이 먹고 싶어서 데굴데굴 굴렀구요. 치킨이 먹고 싶어서 제 팔을 물어뜯기도 했습니다.
TV는 아예 켜질 않았어요. 하루종일 모든채널에서 맛집이 나옵니다!
삼겹살! 한우! 대게!! 아오!!!!!!!!!!!!!!!!!!!!!!!!!!!!!!!!!!!!!!!! 감자탕! 순대국! 김밥! 떡볶이! 튀김!!
돼지갈비 소갈비 닭갈비 짜파게티 팔도비빔면 김치볶음밥 자장면 탕수육 볶음밥 평양냉면 칡냉면 닭칼국수 콩국수
군만두 고기만두 김치만두 김치찌게 된장찌게 순두부찌게 부대찌게 아웃백 빕스 파파존스 비비큐 네네치킨 또래오래 굽네치킨
야 이 베라쳐머글 세상아!!!!!!!!!!!!!!!
먹으려면 먹을 수 있었어요. 당연하죠 전화 한통이면 되는데
하지만 숀리가 보고 있었습니다. 제 등 뒤는 절벽이에요. 용암이 펄펄 끓는 절벽.
한걸음이라도 밀리는 순간 끝장이었습니다.
120kg의 벽이 허물어졌습니다.
나는 아직 시작도 안했다!! 숀리가 보고 있다!!!
110kg의 벽이 허물어졌습니다.
깜빡이는 횡단보도 신호 앞에서 저는 걸음이 빨라졌습니다.
버스도 탑니다. 기다리느라 서있어도 크게 힘들지 않습니다.
지하철도 타구요. 계단 올라오는 건 여전히 조금 힘들긴 했습니다.
한강에 산책도 자주 나갔습니다. 여자친구가 좋아했어요.
벤치에 앉아서 신발끈을 묶는게 가능해졌습니다. 머리에 피가 쏠려 힘들긴 했지만.
한쪽 다리를 올려서 다른 쪽 다리에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중역급 가죽 의자 말고, 듀오백 같은 의자에 앉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유니클로에서 바지를 사보았습니다. 36이 힘들지만 맞습니다! 들어가요! 채워지구요!!!
그리고 단 한 번, 저보다 뚱뚱한 사람을 길에서 만난 경험도 생겼습니다. 외국인이었지만...
주위 사람을 속이는 기만술도 점점 첨예해져 갔습니다.
저는 여자동료를 찾아가 인생상담을 했습니다.
불면증이 와서 잠을 잘 못자고 과식하면 토하기도 한다.
내 나이가 벌써 서른인데 아무것도 이루어놓은 게 없다.
성생활도 원만하지 않다.
하루종일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여자동료는 나팔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고 주변에서는 '먹여서 응원하자'는 움직임이 일었습니다.
물론 전 여전히 밥맛이 없어하며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죠.
이렇게 6월도 끝나갑니다.
100kg의 벽을 부술 수 있다! 나는 아직 시작도 안했으니까! 대체 다이어트는 언제쯤 시작해볼까?
하는 교만한 마음 뒤로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 너무 막나가는 건 아닐까? 요요가 반드시 온다는데 나도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어두운 전망도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마치 운명처럼
저는 웹툰 다이어터를 읽게 되었습니다.
헉헉...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5월 6월에는 체중을 기록하지 않아서 기억에만 의존했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7월부터는 나름 정확합니다.
이 글을 한 편으로 끝내려 했었다니 제가 정말 어리석었네요.
2편 썼을 땐 3편에 끝내겠다 싶었는데 이번에도 다 못끝내다니.....
글재주가 젬병이라 항상 부끄럽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더 잘쓰도록 해보겠습니다.
이 시기의 사진들을 첨부합니다. 살빠지는 거 보이시나요?
무게만큼 빠졌다고 보기는 힘들죠? 아마 용자분께서 설명해주시겠지만 체지방과 근육량 어쩌구 하는 것들 때문일 겁니다.
다음 편 예고
"나는 군단이다. 뱃살은 초토화되고 지방은 불타 오를 것이다."
리듬, 파워... 그리고 다음은??
쪽지주신 분들 곧, 늦으면 어떤 분들은 내일 답변드릴게요.
보기는 진작 봤는데 제가 시간이 없어서 답변드리지 못했어요. 죄송합니다.
헉헉 잘자요. 내일 또 봐요.
* 라벤더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4-07-08 18:05)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