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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08 18:22
본문의 책은 아직 읽어보진 않았고 본문과 관계없는 이야기이긴 한데요, 학부 1학년, 그러니까 2003년에 김대식 교수의 일반물리학 수업을 들었던 추억이 생각나네요.
당시 김대식교수는 2월쯤에 조선일보에 '젊은 세대들의 반미는 웃긴 일이다'라며 미군의 북한 핵시설 폭격을 주장하는(-_-) 글을 조선일보에 써서 학내/외에서 상당히 욕을 먹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분의 수업 강의실 앞에 그 글을 규탄하는 대자보가 크게 붙기도 했던 기억도 있구요. 당시는 노무현의 당선과 함께 반미바람이 최고조이던 그런 시절이었죠. 재미있게도 그 동생이며 책의 공동저자인 김두식교수가 한겨레 게시판에 글을 써서 '나는 형의 글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약간의 해명 비슷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주기도 합니다. 연구실 학생들과 아내에게 혼났다며 원산폭격하는 사진을 찍어 딴지일보(당시의 딴지일보는 지금의 디씨같은 위상이었죠)에 보냈다는 이야기도 있었구요. 그걸 보고 어린 나이에도 참 특이한 형제들이다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수업도 특이했습니다. 일반물리 책의 내용을 넘어서 꽤나 버거운(이래봤자 지금 생각하면 2~3학년 내용이지만요) 내용까지 강의를 하고 그 대신 그 수업내용 내에서만 시험을 내서 일정 점수 이하는 모두 F를 주고 나머지에게는 A/B를 보장하는 방식의 수업이었는데 굉장히 고생스러웠던 기억이 나네요. 그 결과 1학기에 100명짜리던 수업은 2학기에는 신청하는 친구들이 없어 20명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아무튼 그러다가 노무현정부는 취임 이후 거의 곧바로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게 됩니다. 서울대는 이에 맞서 동맹휴업을 하게 되는데, 당연하게도 당시 김대식 교수의 이미지는 수꼴of수꼴교수였는데 문제는 이 수업이 출석을 빡세게 체크하는 수업이었다는거죠. 그래서 당시 소심한 신입생들은 어떻게할까 두리번두리번 하다가 결국 수업을 들어가고, 눈치를 봐서 한명한명 빠져나가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100명짜리 수업이 거의 차있다가 수업 끝날때쯤 열명 남짓 남는 파행이었던거죠. 지금 생각해보면 못된 짓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럴거면 쿨하게 아예 들어가질 말던가! 저도 그렇게 나온 못된 학생중 하나였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그냥 '허허' 웃으면서 수업만 진행하셨다고 하더라구요. 그 얘기를 듣고 당시 열혈청년이던 저는 '수꼴이면서 대인배네?' 뭐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근데 그러고보니 당시 동맹휴업은 어딘가로 다같이 행진하는 일정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저는 중간에 새서 피씨방에 가서 스타를 했던 것 같네요.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스타를 하다가 맵을 만들게 되고...
14/05/08 19:02
예전 장하준씨가 서울대 교수임용에 탈락했을 때, 학부 서울대를 나오지 않아서 받은 차별 운운했었죠. 그때 장하준씨와 경합했던 게 조인구 씨... 시장에서 잘 팔린 교양서를 쓴 것과 자기 이름을 딴 정리가 있는 것의 차이가 반영된 것 뿐인데 뭔가 학문적인 권력이 작용된 것처럼 말하는 게 어찌나 꼴사납던지요.
14/05/08 19:24
장하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생입니다. 따라서 학부 서울대를 나오지 않아서 받은 차별이란 말씀은 맞지 않아 보입니다.
혹시 다른분을 말씀하신건가요? 덧붙임) 찾아보니 장하준 교수를 말씀하시는 것은 맞아 보이는데 말씀하신 것과 관련한 기사나 자료 링크를 알 수 있을까요?
14/05/08 23:07
제가 착각했습니다. 그게 아니라 비주류 경제학에 대한 주류경제학의 차별, 운운이었네요. 장하준 교수님이 지원했을 때 교수임용 된 것이 조인구 교수인 것은 사실이고, 조인구 교수님의 이름을 딴 정리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장하준 서울대 교수 임용이라고 검색하시면 다양한 결과를 얻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뭐 그렇다고 제가 항상 서울대 교수 자리가 실제로 학문적 성과를 중요시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컨대 곽금주 교수님이라던가 곽금주라던가 곽금주 씨라던가...
14/05/08 19:19
김두식씨는 헌법의 풍경인가 하는 책에서 한국에서 법권력을 쥔자들의 행태에대해 말했어요
사법시험 합격 및 연수원을 나와서 연수원 동기들이 병역이행하러 군 법무관 같은걸로 단체로 갔다더군요 이미 성공의 길(?) 을 보장 받아서인지 계급을 뛰어넘는 법권력을 가져서인지 다들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하는 모습이 이상하면서도 자신도 그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하네요 이를테면 상관의 명령에 불복종 하거나 야간에 막사에서 치킨을 시켜먹거나 하는 등의 행동에 거리낌이 없었다는 것들이요 읽은지 좀 되었는데 그 대목은 인간의 나쁜 속성과 그른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사회시스템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느꼈던 기억이 나요 이분 꽤나 글을 재미있게 잘쓰시는 것 같다는 기억도 남아있네요
14/05/08 23:26
사실 이 책이 나오고나서야 두 분이 형제인 걸 알았더랬죠. 성격이고 성향이고 전혀 달라서 형제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
책은 곧 보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아직 못 보고 있습니다. 곧 볼 것 같아요.
14/05/08 23:34
일단 추천 남깁니다.
관련된 주제를 살작 터치하는 좀 더 가벼운 형태의 글을 쓰려고 기획하고 있었는데 작금에 올리면 안 되겠군요. 관련 글 댓글화 규정에 저촉될지도 모르겠어요 -_-;
14/05/09 01:25
저도 김두식교수의 책을 좋아합니다. 불편한 내용도 쉽고 편하게 전달해 주셔서 말이죠.
이 책을 읽으면서 김대식 교수라는 재미있는(?) 형이 있었구나하고 많은 부분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수년전에 강준만 교수의 입시전쟁 잔혹사 라는 책일 읽었을때 들었던 생각이 다시금 들었던게 공교육의 개선이 허구헌날 초,중,고 를 손보는게 아나라 대학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그 당시도 불가능 할거라 생각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혹시나 강준만교수의 책을 안읽어보셨다면 추천드립니다. 비슷한 주제가 있긴 한데 전 이책이 더 재밌었네요.
14/05/09 12:43
현재 석사 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 입니다.
교수가 되면 부와 명예가 보장된다. 연차가 쌓이면 교수들은 연구보다는 이런저런 협의회장 학장 등 직함을 쌓다가 이런저런 정치적인 발언들을 한다. 그러다가 눈에띄어서 정치권의 간택을 받으면 장관으로 국회의원으로 날라간다. 학문은 사회적 성공을 위한 도구였을뿐 학문적 업적을 위한 진정한 노력이나 애정이 있었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이 부분이 참 공감이 되네요. 추천 남깁니다.
14/06/26 19:10
독일에서 학교마다 차이가 있긴하지만 전반적으로 프로페서가 되긴 진짜 힘들죠.
지금 제가 있는 네덜란드의 경우도 정교수가 되는게 힘들지만 (정교수 밑에 부교수, 조교수를 6-7명씩 두고 있습니다.) 독일의 칼스루에 화학과 같은 경우 정교수가 과에 한명인가 두명이란 소리를 듣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이 정도면 겨우 거기까지 갔는데 그거 내던지고 정치권 갈것 같지 않네요. 물론 저희 지도교수님께선 손녀들이랑 놀겠다고 정년보다 이르게 그만두시겠다고 선언을 해버리셨지만.. (귀여운 손녀들 앞에선 그딴 교수직 따위야...) 근데 원래 주제인 학업 이야기를 하자면, 연구를 하기 위해 정교수가 안되는 분들도 많습니다. 유럽의 정교수들은 그룹을 운영하는 매니저로써의 업무가 너무 많아서 자기 연구할 시간이 별로 없다는 문제가 있거든요. 뭐 연구하고 싶다고 조교수가 되었다가.. 강의와 학생들 관리, 서류작업등으로 막상 연구할 시간이 회사보다 적은 것 같다며 회사로 돌아가시는 분들도 봤습니다.
14/06/28 22:15
이공계 박사과정 학생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보이는 가장 큰 문제는 교수들이 새로운 연구주제를 못찾는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교수님들이 자신이 박사때 하던 연구에도 거의 바뀌지 않은걸 계속 합니다. 그 연구주제는 이미 유행이 지났고 학계에서도 거의 끝난 것인데 어디 다른사람들이 안한 구멍만 찾으면서 논문을 쓰는거죠.
전에 칼텍에서 박사하신 분을 만나서 이야기를 조금 했는데, 이분 지도교수님은 지금까지 굴직한 연구주제만 4~5번쯤 바꿨다고 합니다(학계에서 엄청 유명하신 분이긴 합니다). 근데 연구주제 바뀔때마다 자신들이 처음 하는거고 그만큼 의미가 있어서 탑저널에 줄줄히 논문을 내는거죠. 우리나라에는 이런 교수님 찾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아, 김대식교수님은 이런 유형이긴 합니다 결국 서울대니 카이스트니 뭐니 하고 대학평가가 높다고 해도 논문 편수로 따지니 그리 밀리지 않는것이지 세계 학계에서 알아주는 연구를 하는 사람은 정말 별로 없습니다. 이런 문제가 학문 풍토와 무관하지는 않을것 같네요.
14/12/20 05:55
좋은 지적이십니다. 다만 제가 보기에 주요대학들의 교수들도 많이 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굳이 칼텍까지 가지 않아도 국내대학에서도 많은 분들이 그렇게 하고 계십니다. 또한 중요한 것은 박사과정 때부터 그것을 연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박사과정-포닥 동안에 그것을 연습하지 않으면 미국이던 한국이던 좋은 학교에 임용이 된다 할지라도 엄청나게 고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학문분야의 "유행"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미 학계에서도 거의 끝난 일이라고 성급히 판단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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